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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72화 (173/1,419)

〈 172화 〉 173. 준비를 마치다-1

천월궁

천월궁은 감숙성 기련산이란 커다란 산맥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기련산의 맑은 정기가 정기신의 균형과 조화를 이뤄준다는 초대 천월궁주의 속내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천월궁은 검을 주력으로 가르치는 검문이었는데 수백년 동안 그 수없이 많은 검수들을 배출하였고 그들 모두가 한 시대를 풍미 할만큼의 실력을 자랑하였다.

천월궁 출신의 검수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대표적인 검수들을 꼽자면 세 명 정도를 꼽을 수 있었다.

첫번째는 초대 천월궁주이자 검신이라고 불렸던 주경찬

두번째는 37대 천월궁주이자 무림맹주를 지냈던 주찬기

마지막 세 번째는 38대 천월궁주이자 천검후(天劍后)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는 여중제일인(女中第一人) 주소양

이들 천월궁 출신으로 모두 무림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전해지는 어마어마한 검수들이었다.

초대 천월궁주 주경찬의 경우 검신(劍神)이라 불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검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과거 천하제일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최고의 고수였다.

37대 천월궁주이자 무림맹주인 주찬기 또한 당시 정파제일인이라는 칭호를 가질 정도로 위명을 날리고 있었고 비록 천마에 의해 목숨을 잃긴 하였지만, 그의 협명은 무림인들의 귀감이 되기 충분하였다.

그리고 38대 천월궁주인 주소양의 경우 천월궁에서조차 예외적인 존재라는 평을 받는 인물이었다.

천월궁은 재능만 있다면 남여 가리지 않고 제자로 받아들였지만 강맹한 강검을 추구하는 천월궁의 무공은 여자의 몸으로 대성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한계를 깨부순 최초의 여인이 바로 주소양인 것이다.

그녀는 여자의 몸으로 강검(强劍)의 극의에 도달하게 되었고 현 무림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많은 이들은 그녀의 천재성에 감탄하였다.

만약 그녀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천하제일인은 이재원이 아닌 그녀가 되었다는 칭찬조차 서슴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부웅 부웅

주소양이 온힘을 다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 위력이 어찌나 강대한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공기들이 미칠 듯이 진동을 하였다.

얼마나 강한 검력을 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부웅 부웅

쩌쩍

공기를 가르는 소리는 갈수록 커져만 갔고 이내 검에서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부웅 부웅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검을 더욱 강하게 휘두를 뿐이었다.

파스슥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이 가 있던 검이 터져나갔다.

결국, 그녀의 강검(强劍)을 견디지 못한 것이리라

땡그랑

그녀는 손잡이만 남은 검을 바라보더니 이내 땅바닥에 던져버렸다.

그리고는 아무 미련 없다는 듯 뒤를 돌았다.

"당가제 검도 별거 없네요? 이리 내구성이 약해서야."

뒤를 돌아본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그녀의 시선을 받은 당서윤은 차가운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볼 뿐 아무런 말조차 하지 않았다.

"맞다, 마혈을 안 풀어줬지?"

주소양은 무언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보니 마혈을 점한 후 풀어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주소양은 당서윤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탁 탁 탁

그리고는 그대로 그녀의 마혈을 풀어주었다.

휘익

그때였다.

마혈이 풀리자 당서윤이 주소양의 뺨을 향해 손을 내질렀다.

터업

하지만 그녀의 손은 주소양에게 맥없이 잡혀버렸다.

"안돼요. 만약 제 뺨이 퉁퉁 부어버린다면 부군께서 슬퍼하실 거랍니다."

주소양은 앙칼지게 반항하는 당서윤을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말을 빼내려고 바둥거렸지만 소용없었다.

내공이 금제된 상태에서 화경에 이른 무인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을 리 없었다.

"소용없답니다."

그런 당서윤이 귀여운지 주소양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당장 이걸 푸세요!"

당서윤은 주소양을 바라보며 앙칼지게 소리쳤다.

"안돼요, 그대의 정혼자가 올 때까지 당소저는 천월궁에 머물러야한답니다."

그녀의 말에 주소양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을 이었다.

당서윤은 장선우를 유인하기 위한 인질이었다.

그런 그녀를 놔줄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당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당서윤은 주소양을 보며 소리쳤다.

맞는 말이었다.

공식선상에서 당서윤은 당가에서 독왕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남은 직계혈족이었다.

그런 그녀를 납치하다니?

당가와 전쟁을 하자는 것과 마찬가지인 일이었다.

"무슨 사실을 말하는 거죠?"

당서윤의 물음에 주소양은 모르겠다는 듯 답하였다.

"당신은 당가의 직계혈족인 나를 납치했어요! 그게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럴 리가요 . 당소저께서는 평소에 선망하던 저를 따라 천월궁으로 온 게 아니었나요?

"시치미 떼지 마세요!"

주소양의 뻔뻔한 태도에 당서윤은 화가난 듯 언성을 높였다.

사람을 납치해놓고 이게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괜찮아요, 어차피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기 마련이랍니다."

"뭐라구요!?"

"생각을 해보세요. 당소저 , 정마대전의 영웅이자 무림에서 가장 강대한 세력이라는 천무맹의 안주인인 제가 뭣 하러 그대를 납치하겠어요?"

주소양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그대가 아무리 진실을 말하고 다녀봤자 믿는 이는 얼마 없을 거랍니다. 생각을 해보세요. 수많은 이들의 존경을 한 몸의 받는 저의 말과 독서시라는 꽃과도 같은 위명을 갖춘 그대의 말 중 누구의 말을 믿을지 말이죠."

주소양은 확신한다는 듯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말이죠. 저마다 가슴 속에 환상같은 것을 품고 있답니다. 그리고 그 환상이 깨지지 않기를 바라죠. 저는 수많은 무림인들에게 환상과도 같은 존재랍니다. 아름다운 외모, 고강한 무공, 무림을 구한 전력까지 말이죠."

주소양은 당서윤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만약 누군가 그 환상을 깨려고 한다면 많은 이들이 반발할 거예요. 저의 추종자들은 무림에 널리고 널렸으니까요. 저는 장선우가 저를 겁탈하려 하였다고 소문을 낼 것이고 많은 이들이 그 말을 믿게 될 거예요. 그리고 당 소저는 실추된 명예를 감추기 위해 거짓을 지껄이는 사람이 되겠죠."

"그런 짓을 당가가 용납할 것 같나요?"

그녀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용납하고 말 것도 없어요. 어차피 여론이 저의 편이거든요. 결국, 명분은 여론에 의해 만들어지는 거예요. 저는 수많은 이들 앞에서 눈물을 머금을 것이고 많은 이들이 당가를 비난하고 규탄하겠죠. 그런 상황에서 당가가 만약 저에게 선전포고한다면 천무맹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요?"

그녀는 빙글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추악한 강간마를 감싸주려는 당가일까요? 아니면 추악한 강간마를 처단하였음에도 죄책감에 휩싸여 눈물을 머금고 있는 저일까요?"

으드득

그녀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이를 악물었다.

확실히 그녀가 작정하고 여론몰이를 한다면 사람 하나 인생 종치게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그러한 영향력이 있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잘 아는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그녀를 수식하는 단어는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전 무림맹주의 딸.

현 천무맹주의 정실부인.

정마대전의 영웅.

여중제일인(女中第一人).

천검후(天劍后).

이 많은 수식어들은 그녀가 가진 영향력을 대변하였다.

천무맹 설립 이전 무림맹에서부터 쌓아온 영향력과 정마대전에서 활약한 위업 그리고 여중제일인이라는 칭호까지

그녀의 영향력은 구파의 장문인들조차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에 이른 것이다.

만약 그녀가 작정하고 장선우을 매장시키려고 한다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녀와 달리 장선우는 검증된 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서윤은 더욱 이를 악물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무엇하나 할 수 없는 자신이 한심했기 때문이다.

쓰담쓰담

주소양이 천천히 반대 손을 올려 당서윤을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여자의 눈물은 이렇게 큰 힘이 된답니다. 특히 저처럼 위명이 드높은 여인의 경우 더더욱 말이죠."

그녀는 더욱더 부드럽게 당서윤을 쓰다듬었다.

"그러니 앞으로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더욱 강해지고 위명을 떨치세요. 이건 전부 소저가 약해서 벌어진 일이랍니다."

주소양은 무척이나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부드러움과는 상반되는 가시 돋친 말 투성이었다.

그 괴리감이 당서윤을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당서윤은 손을 휘저어 그녀의 손길을 거부하였다.

"이런 화가 많이 났나 보네요?"

그녀는 당서윤을 보며 작은 웃음을 흘려대었다.

"소저도 물기보단 울기를 택하는 게 어떤가요?"

탁 탁 탁

그녀는 나름의 조언을 하고 다시금 당서윤의 마혈을 짚었다.

천변환영무연진이 펼쳐져 있기에 탈출할 가능성은 없었지만, 혹여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낭군이 오기만을 기다리시면 된답니다."

당서윤을 바라보는 주소양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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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가 폐관 수련동

우우우우우웅

가부좌를 튼 선우는 눈을 감고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였다.

그러자 음양조화기가 세맥과 혈도를 거침없이 누비며 기운을 퍼트리기 시작하였다.

곧이어 그의 몸 주위에 음양조화기가 일렁이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내 온 몸을 감싸던 음양조화기가 다시금 몸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번쩍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선우가 눈을 번쩍 떴다.

번쩍 뜬 눈에는 정광이 서려있었다.

선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 몸에 활력이 넘쳤고 무척이나 가벼웠다.

부웅 부웅

자리에서 일어난 선우는 주먹을 허공에 몇번 내질렀다.

팡 팡

그러자 파공성이 터지는 소리가 선우의 귓가를 간질였다.

선우는 만족한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당가에 있던 영약들이 온전히 흡수된듯싶었기 때문이다.

선우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걸음이 향한 곳은 수련동 한쪽 구석퉁이였다.

구석퉁이에는 잡다한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구석퉁이에 도달한 선우는 그 물건들을 천천히 집어 들었다.

제일 먼저 집어 든 것은 귀신 모양을 하고 있는 하나의 갑주였다.

패왕귀면갑(覇王鬼面)

무림 육대기보이자 이재원의 보물창고로 전락한 비고에서 훔쳐들고 온 기물이었다.

내력을 많이 잡아먹는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단점을 상회할 만큼 어마어마한 위력을 갖춘 물건이었다.

웬만한 검기나 검강정도로는 흠집조차 안 날 정도의 내구도를 가지고 있으며 착용자에게 때에 따라 초월적인 힘을 부여하는 보물 중에 보물이었다.

과거 백화봉에서는 이 패왕귀면갑덕분에 검황 양태산을 꺾을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하였다.

물론 당시에 이재원의 손에 의해 부서지긴 하였지만, 자체 수복 기능이 있었기에 지금은 그 위용을 되찾은 상태였다.

선우는 패왕귀면갑을 천천히 든 후 몸에 가져다 댔다.

우우우우웅

그러자 패왕귀면갑이 공명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선우의 몸을 감싸기 시작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선우의 가슴에는 커다란 귀신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패왕귀면갑과 하나가 된 것이다.

우우우우웅

패왕귀면갑은 반갑다는 듯이 공명음이 내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패왕귀면갑을 몇 번 쓰다듬은 후 다시금 손을 뻗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물건 하나를 집어 들었다.

선우가 집어 든 물건은 금빛용이 수실로 박혀 있는 검은 용포였다.

흑룡포(黑龍袍)

과거 천하제일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독황이 후인에게 남긴 유산이자 어마어마한 효용을 발휘하는 신비한 의복이었다.

천잠사의 실을 꼬아만든 흑룡포는 웬만한 검기정도는 가뿐히 막아낼 정도의 내구성을 가진 데다 자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력을 불어넣으면 스스로 몸을 늘리며 싸우는 신비로운 보물이었다.

과거 혈궁대의 수많은 화살로 부터 당서윤을 지켰던 일화를 간직하고 있는 보물이었다.

휘익

선우는 흑룡포를 몸에 둘렀다.

내력을 불어넣으니 흑룡포가 선우의 몸에 맞춰 감싸기 시작하였다.

머지않아 선우의 몸에는 검은색 바탕의 용포가 완전히 입혀졌다.

몸에 둘러진 흑룡포는 반갑다는 듯 맹렬히 펄럭거렸다.

선우는 흑룡포를 진정시킨 뒤 다시금 허리를 숙였다.

이제 마지막이었다.

선우가 마지막으로 집어 든 물건은 한 자루의 검이었다.

챠르르릉

내력을 불어넣으니 뻣뻣히 뻗어있던 검이 부드러운 연검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용미연검(龍尾軟劍)

패왕귀면갑과 마찬가지인 무림 육대기보이자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명검.

과거 이예설에게 빼앗았던 검이자 이 모든 일에 시작이라 할 수 있는 검.

선우는 용미연검에 의지를 담았다.

그러자 용미연검은 선우의 허리에 천천히 둘러지기 시작하였다.

머지않아 용미연검은 마치 요대와 같은 모습으로 변모하였다.

용미연검이 완전히 둘러진 것을 확인한 선우는 눈을 반짝였다.

선우는 지금껏 무림에 다시없을 보물을 세 가지나 얻었다.

패왕귀면갑과 용미연검 그리고 흑룡포까지 세 가지말이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이들을 한꺼번에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패왕귀면갑은 눈에 너무 띄었기에 당가를 가기전 두고 올 수밖에 없었고 흑룡포나 용미연검 또한 음양마를 상대할 때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연계를 해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 모든 보물을 장착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보물들로 인한 내력소모를 보완하기 위해 당가에 남아있는 영약까지 전부 흡수하였다.

도대체 얼마나 강한 위력이 나올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이내 선우의 눈에 살기가 어리기 시작하였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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