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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71화 (172/1,419)

〈 171화 〉 172. 납치를 당하다-2

선우는 심호흡을 하며 당가 현판이 달려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심장이 떨리긴 하였지만,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녀와의 약속을 어긴 것도 자신이었고 오대세가와 척을 지게 하여 당가를 곤란케 한 자도 자신이었다.

가자마자 뺨을 얻어맞는다 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이내 선우는 당가로 들어가는 정문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수문위사 두 명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고생들 하는군."

이내 선우는 위엄있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의 목소리를 들은 것일까

수문위사들이 재빨리 고개를 돌려 선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지기 시작하였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그들은 곧이어 허리를 땅에 닿을 듯 숙이고는 큰소리로 인사를 하였다.

육부인과 함께 신혼여행을 떠난 자신들의 우두머리가 가문으로 복귀하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인사를 들은 선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드디어 당가로 돌아왔다는 것이 실감이 났기 때문이다.

***********

당가로 돌아온 선우는 가장 먼저 집무실로 향하였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일단 당서윤을 만나는 것이 순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겸사겸사 그녀에게 옥령을 소개해줄 생각이다.

독정을 얻기 위해 당가를 찾아온 선우를 물심양면 지원을 해주었던 그녀였다.

물론 만천화우의 구결이라는 조건이 붙긴 하였지만, 그녀는 그 이상으로 선우에게 많은 힘이 되어주었다.

그녀에게 가장 먼저 옥령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그녀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던 자신의 연인을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선우는 머지않아 집무실 문 앞까지 도착할 수 있게 되었다.

"후우"

선우는 심호흡을 한 번 하였다.

몇 달만에 얼굴을 보는지 기억조차 안 날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오랜만에 그녀를 보려니 긴장이 서렸기 때문이다.

`들어가자마자 뺨을 때리겠지?`

이내 그녀의 반응 생각하며 선우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아마 그녀라면 선우를 보자마자 뺨을 후려갈 길 것이다.

"안 들어가? 내가 연다?"

그때였다.

선우의 우물쭈물한 모습에 답답했던지 요랑이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익

경첩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요,요랑! 멈춰!"

선우는 요랑을 쳐다보며 소리를 쳤다.

아직 마음 준비가 안됐건만 뭘 멋대로 연단 말인가?

하지만 이미 문을 활짝 열려버렸다.

선우는 한숨을 푹 내쉬고 앞을 바라보았다.

벙찐 얼굴로 자신을 바라볼 당서윤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응?"

그런데 이상하였다.

집무실에는 그 누구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지?`

선우는 의아함이 들었다.

분명 지금쯤이면 서류 더미 속에 파묻혀서 결재 도장을 찍고 있어야 하건만 그녀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온 데 간대 보이지 않았다.

"선우! 서윤이가 없는데?"

요랑이 선우를 바라보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내심 당서윤과의 재회를 기대했던 그녀였다.

물론 제일 보고 싶었던 것은 당대부인이었지만 당서윤 또한 보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게? 밥 먹으러 갔나?"

하지만 선우는 이내 고개를 도리질 쳤다.

밥조차 집무실에서 대충 떼우며 해결하던 그녀가 아니었던가

그조차 귀찮다고 벽곡단을 몇 줌 갖다놓고 작업을 진행하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밥을 먹겠다며 자리를 비울 리 없었다.

그렇게 선우가 의구심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때였다.

타타타탁 타타타탁

뒤편에서 무언가 다급히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선우는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가주님!"

그곳에는 금적화가 다급히 뛰어들어오고 있었다.

선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자신을 환영해주기 위해 다급히 뛰어온 듯 보였기 때문이다.

"큰일났어요!"

"응?"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자신의 예상과는 정반대였다.

"아가씨가 납치됐어요!"

"네!?"

금적화의 말을 들은 선우는 경악성을 내뱉었다.

*********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선우는 순간 자신이 무언가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어 그녀에게 되물었다.

별안간 납치라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말 그대로에요. 서윤 아가씨께서 납치를 당하셨어요."

금적화는 선우의 물음에 답을 하였다.

"도대체 누가 당서윤을 납치한단 말입니까?"

선우는 모르겠다는 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당서윤은 초절정 상경에 이른 고수이다.

웬만한 구파 장문인과 동급에 경지에 올라있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그런 그녀를 누가 납치를 한단 말인가?

화경이나 현경에 이른 고수가 아니고서야 힘든 일이었다.

그리고 문뜩 선우의 머릿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치기 시작하였다.

그리 강한 그녀를 납치할만한 인간은 단 한 명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설마! 이재원!?"

선우는 심각한 표정으로 금적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만약 이재원이 그녀를 납치해간 것이라면 상황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

그 천박한 새끼는 천하제일미에 가까운 외견을 가지고 있는 당서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몸을 중심으로 농후한 살기가 퍼져 나가기 시작하였다.

"아,..아니요, 천무맹주는 아닙니다!"

선우의 살기에 잠시 주눅이 든 금적화는 이내 그의 말을 부정하였다.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당서윤을 납치한 이는 이재원이 아니었다.

"그럼 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선우는 모르겠다는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녀를 납치한 이는 천검후 주소양이예요!"

"주소양!?"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의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다.

`설마!?`

선우는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한 사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예설!?`

그렇다 떠오른 사람은 주소양의 딸인 이예설이었다.

몇 달 전 선우는 균현에서 요랑을 상처 입힌 이예설에게 똑같이 되갚아준 적이 있었다.

그것도 이자까지 듬뿍 말이다.

뿐만 아니라 돈을 뜯는 것은 물론 용미연검이라는 희대의 기병까지 빼앗았다.

만약 이예설이 이 사실을 그대로 어미인 주소양에게 고하였다면 그녀가 나서는 것도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였다.

아무리 주소양이 천무맹주의 아내이자 천검후라는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하더라도 당가의 직계혈족을 납치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당가와 전쟁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납치됐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선우는 금적화를 바라보며 그녀에게 물었다.

"여기 천월궁에서 날아온 서신입니다."

선우는 금적화에게 받아든 서신을 찬찬히 읽어보기 시작하였다.

[안녕하신가요. 당가의 작은 영웅이여, 그대의 정혼자인 당서윤 소저는 지금 천월궁에서 꿈과도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얼마나 즐거우신지 평생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며 살고 싶다는 말을 종종 합니다. 저희 입장에서는 고마우면서도 난감할 따름이지요.

아무래도 정혼자인 장 소협께서 직접 발걸음을 하셔서 그녀를 데리러 가야 할 듯싶습니다. 아무리 되돌려보내려고 하여도 말을 전혀 듣지를 않네요.

천월궁은 외인의 출입을 엄금하는 곳이지만 장 소협 한 명쯤은 얼마든지 출입을 허가해드릴 수 있답니다.

그러니 심려치 마시고 얼마든지 찾아와주세요.

추신

장 소협께서 검을 귀신같이 다룬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꼭 한 번 무공을 겨뤄보고 싶네요. ]

서신을 전부 읽은 선우는 표정을 굳혔다.

언뜻보면 천월궁에서 보내는 초대장처럼 보였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혀 달랐다.

이 서신은 협박문이었다.

당서윤을 인질로 삼은 협박문 말이다.

당서윤을 돌려받고 싶으면 천월문에 홀로 오라는 말이 아니던가

그것도 용미연검을 들고 말이다.

선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다.

그 강대한 황보세가마저 봉문시켜버렸으니 그 누구도 당가를 함부로 할 수 없으리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런 선우의 생각을 벗어난 존재가 당서윤을 납치한 것이다.

이십여년 전 정마대전에서 백인의 마인들의 목을 홀로 베어버린 여인.

그 강대하는 오대세가마저 아래로 내려다보는 여인.

여중제일인(女中第一人).

천검후(天劍后) 주소양.

그녀가 일을 저지른 것이다.

선우는 화가 치밀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원한이 있다면 자신에게 풀면 되는 게 아니던가

어찌 가만히 있는 당서윤을 건든단 말인가?

속에 열화와도 같은 분노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당장에라도 주소양의 면상을 후려버리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하지만 이내 선우는 고개를 도리질 쳤다.

이대로 감정적으로 행동해봤자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삼부인, 혹시 이 사실을 천무맹에 알렸나요?"

분노를 간신히 삭인 선우는 금적화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리 주소양이 무림에 명망이 높은 명사라지만 이건 도가 지나쳤다.

당가의 직계 혈족을 납치하다니!?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무림의 정의 수호를 자처하는 천무맹에서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알리지 못하였습니다."

선우의 물음에 그녀는 면목없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을 이었다.

"납치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저희가 추측한 심증에 불과합니다. 아마 이의를 제기한다고 해도 반려될 것이 분명할 것입니다."

이는 사실이었다.

당서윤이라는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당가의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녀에 대해 모르는 대다수 사람들은 당서윤이 주소양을 따라갔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주소양은 수많은 여협들의 선망의 대상이니 말이다.

만약 여기서 주소양이 당서윤을 납치하였고 제기를 한다면 오히려 주소양의 납치설을 제기한 당가를 비난하리라

선우는 짜증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결국, 정황상 증거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말이 아니던가

"천월궁에 사람을 보내 봤습니까?"

"몇 번이고 보냈지만 아가씨를 뵐 수조차 없었습니다."

금적화는 난감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녀가 주소양을 따라갔다는 사실관계가 서신을 통해 확인된 이후 그녀는 당서윤을 빼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였다.

돈으로 회유를 해보려고 하기도 하였고 무력을 동원하여 막무가내로 데려오려고도 하였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당가는 당서윤을 데려오긴커녕 만날 수도조차 없었다.

천월궁 주위에 천변환영무연진(千變幻影霧煙陣)이라고 불리우는 진법이 깔려있었기 때문이었다.

천변환영무연진(千變幻影霧煙陣)은 수없이 많은 거짓 된 환영들을 만들어 침입자를 혼란케 하고 숨이 턱 막힐 정도의 독한 연기들을 피어올려 침입자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무시무시한 진법이었다.

결국 당가의 무력부대들은 진법에 막혀 되돌아올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천월궁은 일방적으로 서신 한 통만 보냈을 뿐

그 외에는 그 어떤 소통도 거부하였다.

결국 당가는 장선우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까드득

그녀에게 상황을 들은 선우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당서윤이 납치됐다는 사실에 감당치 못할 분노가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또 다시 소중한 사람이 험한 꼴을 보게 된 것이다.

당서윤은 친구였다.

그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 말이다.

비록 첫 만남은 정상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나중에는 그 누구보다 물심양면으로 선우를 도와준 하나뿐인 친구인 것이다.

그런 친구가 납치를 당하였다.

그것도 자신에게 쌓인 원한에 의해서 말이다.

화가 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주.소.양"

선우는 살기 잔뜩 풍기며 주소양의 이름을 한자 한자 내뱉었다.

마치 이 원한을 잊지 않겠다는 듯 하면서 말이다.

"선우,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그때였다.

선우의 살기등등한 모습에 걱정되었는지 옥령이 물었다.

"당장 당서윤을 되찾으러 갈 거야."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당연하다는 듯이 답하였다.

주소양이 자신을 부르고 있다.

그것도 자신의 소중한 것을 인질로 삼아서 말이다.

가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럼 같이 가요. 선우를 혼자 보낼 수는 없어요."

선우의 말에 옥령은 걱정 된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그런 위험 곳에 어찌 선우를 혼자 보내겠는가?

"미안하지만 안돼, 천월궁에 초대받은 사람은 나 혼자야, 만약 다른 이들과 동행한다면 천월궁 근처에도 못 가게 될 거야."

그녀의 말에 선우는 도리질 쳤다.

천월궁에서 보낸 서신에는 선우 홀로 오라는 말이 분명히 명시되어있었다.

만약 다른 이들을 데려갔다간 천변환영무연진(千變幻影霧煙陣)이 발동되어 천월궁 근처에도 못 가게 되리라

"그..그런."

옥령은 선우의 단호한 음성에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를 혼자 보내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진 탓이었다.

"걱정마 옥령, 네가 걱정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테니까"

선우는 확신이 찬 표정으로 옥령을 달래며 말을 이었다.

선우는 자신이 있었다.

주소양에게 밀리지 않을 자신 말이다.

황보강과 싸웠을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천월궁에 들어갈 심산이었다.

이미 비겁하게 인질을 잡고 시작한 주소양이었다.

자신이라고 비겁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동원하여 그녀를 무너뜨릴 것이고 당서윤을 납치해간 것을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 것이다.

선우의 눈에 살기가 어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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