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6화 〉 167.음양마陰陽魔-2
천하공부출소림(天下功夫出少林)!
하늘아래 존재하는 모든 무공들의 연원은 숭산에 있는 소림사에 있다.
무척이나 오만하기 그지없는 말이지만 대부분 사람은 이 말을 듣게 된다면 너도나도 고개를 끄떡일 것이다.
실제로도 수많은 무공들이 소림의 무공에서 파생되어 나왔으니 말이다.
남존무당(南尊武堂)의 창시자라 불리우는 장삼봉조차 과거 소림의 제자가 아니었던가
그렇기에 사람들은 모든 무공은 아닐지라도 대부분 무공들은 소림에서 파생되었다는 것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마공(魔功)은 어떨까?
세상에는 수많은 무공들이 존재하지만 정종무공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정종무공과는 궤를 달리하는 사이하고 음습하며 패도적이고 파괴적인 무공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세인들은 이를 마공(魔功)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이 마공들도 소림에서 파생된 것일까?
이런 물음을 던진다면 세인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다.
소림에서 파생되었다고 하기엔 마공은 그 본질이 너무나도 달랐다.
정종무공이 정신적 수양과 육체적 단련을 통한 조화를 추구하는 한다면 마공은 오로지 파괴만을 추구하였다.
너무나도 다른 본질을 갖추었기에 많은 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공의 연원은 어디일까?
세인들은 답할 것이다.
중원에 존재하는 모든 마공들의 연원은 마교일 것이라고 말이다.
과거 천마(天魔)라 불리우는 이가 중원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중원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눈먼 장님을 눈을 뜨게 만들었으며 다리가 망가진 앉은뱅이를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기적을 행하였고 수많은 민초들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그를 천자(天子)라고 부르며 그를 찬양하고 그를 신봉하기 시작하였고 이내 그의 지지자들이 모여 마교라는 거대한 종교단체를 세우게 되었다.
그는 교리로 내세(來世)를 강조하였는데 참된 죽음을 맞이한 자만이 내세에서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영유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많은 이들은 그의 사상에 감복하여 너도나도 참된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해달라며 그에게 빌고 또 빌었다.
그러자 그는 말하였다.
마교의 신앙을 전파하고 다른 이들을 교화시키며 천마를 숭상하게 만들라고 말이다.
그렇게 한다면 내세에서는 더욱더 풍요롭고 행복이 보장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이다.
그의 민초들은 감복하여 전 중원에 교리를 전파하기 시작하였고 마교의 세는 더욱더 빠르게 확장되기 시작하였다.
고작 수백 수천에 불과하던 교도들이 수만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런 마교의 빠른 성장세에 불길함을 느낀 것일까
황실은 그런 마교를 향해 칼을 빼 들었다.
민초들을 현혹시키는 사특한 집단이라 여겨 섬멸을 명한 것이다.
백만에 이르는 대군이 마교를 섬멸하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 수많은 마교도들은 목숨을 잃게 되었다.
그렇게 수많은 마교도들이 목숨을 잃자 천마는 마교도들에게 친히 무공을 내려주었고 그들과 맞서게 만들었다.
천마가 그들에게 전수해준 무공은 기존의 무공들과는 궤를 달리하였는데 빠르게 강해지는 대신 심성과 손속이 잔인해지는 것은 물론 종국에는 주화입마에 이르러 사망할 정도로 불완전한 무공들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마교들은 천마의 무공을 익혔고 주화입마에 이르러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웃으며 생을 마감하였다.
내세로 간다는 광신적인 생각이 그들의 이성을 없애버린 것이다.
그들은 팔이 잘리고 다리가 잘려도 수도 없이 달려들었고 황실의 군대 또한 낭패를 금치 못하였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광신도 결국 백만대군의 벽을 넘지는 못하였다.
인해전술에 밀린 마교도들은 거센 반항을 하였지만 결국 청해성 끝자락에 있는 십만대산까지 쫓겨나게 되었다.
황실은 마교를 아예 섬멸을 시킬 생각을 하였지만 험하기 험한 산세와 춥디 추운 날씨는 몇 달이고 농성할 수 있는 천연의 요새를 만들어주었고 갑자기 황제가 붕어(崩御)하는 바람에 마교 섬멸이 흐지부지되었기 때문이다.
천운으로 살아난 마교도들은 언제고 중원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 천마가 내려준 마공을 연구하고 또 연구하였고 연구된 마공들을 주기적으로 중원에 뿌려 실험을 하게 되었는데 이 실험적 무공들이 중원에 뿌리내린 마공들의 연원이 되었다.
천마라 불리우는 한 사람에 의해 마공의 역사가 쓰여졌다고해도 과언이 아닌것이다.
권마는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눈앞의 노인이 누구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과거 마공의 근원적인 존재라 불리우는 천마와 호각을 이뤘던 남자.
호교무공인 건곤대나이를 멋대로 익힌 주제에 누구 하나 죽일 수 없었던 남자.
음양마인 것이다.
"왜 말이 없더냐?"
음양마는 모르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어....째..서..이곳에 당신이 있는 것입니까!"
권마는 떨리는 음색으로 간신히 말을 이었다.
말도 안 되었다.
그는 이미 수십 년 전 자취를 감추지 않았던가
그런데 별안간 마교의 영역에는 왜 나타난단 말인가?
"천마(天魔)"
권마의 물음에 음양마는 그저 한마디 내뱉을 뿐이었다.
그의 대답에 권마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음양마는 천마가 부활한 사실을 알고 온 것이다.
"목..적이 무엇입니까.."
권마는 목적을 물었다.
원체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이라 무슨 목적으로 천마를 찾는지 이해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뻔하지 않느냐?"
그의 물음에 음양마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죽여야지."
음양마의 말에 권마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설마 하였지만 음양마는 천마를 살해하려고 온 듯하였다.
"어째서입니까!"
권마는 음양마를 보며 소리쳤다.
그는 이해가 안 되었다.
물론 마교가 음양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스승이자 마교의 장로인 음양쌍마를 죽이는 것은 물론 대대로 교주에게만 전해진다는 호교무공 건곤대나이까지 몰래 훔쳐 익혔다.
마교 입장에서는 불구대천 원수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현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교는 음양마에 대한 추살령을 거둬들였다.
쉬이 감당하기 힘는 적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결국 음양마와 마교간의 관계는 일방적으로 마교 측에서 피해가 입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어째서 굳이 천마를 죽이기 위해 마교로 나타난단 말인가?
이해가 안 되었다.
"크하하하하하!"
권마의 물음에 음양마는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뭐가 그리 웃기단 말입니까!"
음양마의 웃음에 무시당했다고 느낀 권마는 언성을 높였다.
"네놈은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그런 권마의 말에 음양마는 질문으로 답하였다.
"음양마 선배님이 아니십니까!"
음양마의 질문에 권마는 당연하다는 듯 답하였다.
눈앞의 노인은 음양마였다.
과거 마교를 쑥대밭으로 만들고도 유유히 살아나온 공적이자 반선이라고 불리우는 현경에 이른 절세의 고수 말이다.
"그렇지, 나는 음양마지."
권마의 대답에 음양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경지에 올라 반선(半仙)이라고 불리지만 결국 본질은 마두이니라."
음양마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마두가 사람 죽이는 데 이유가 어디 있겠느냐?"
"그...그게 무슨!"
권마는 음양마의 대답에 혼란에 빠졌다.
상상도 못한 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몰론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마두가 어찌하여 마두라고 불리겠는가
그저 죽이고 싶을 때 죽이고 범하고 싶을 때 범하고 갖고 싶을 때 갖는 등 수 많은 욕구들을 마음대로 행하기 때문이 아닌가?
왜 그를 죽인다는 물음 자체가 바보같은 질문이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천마는 인외의 존재이다.
그 사실은 과거 천마와 맞붙었던 음양마 또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싸우게 된다면 생사조차 장담 못할 적을 뭣 하러 상대한단 말인가?
"천마께서는 마선(魔仙)의 경지에 올랐소!"
권마는 비명 지르듯 음양마에게 소리를 쳤다.
이미 천마는 생사경의 경지에 올랐다.
아무리 음양마가 현경에 이른 고수라지만 천마를 이길 수는 없다는 말이었다.
"아무리 선배가 현경에 이르렀다지만 천마에게는 닿을 수 없다는 말이오!"
"크하하하하하하"
권마의 발악하듯 외치는 말에 음양마는 또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생긴 것은 곰같이 생긴 놈이 하는 말마다 헛소리를 지껄이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생사경(生死境)에 도달한 놈이 어찌 현세(現世)에 있겠느냐?"
음양마는 권마를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놈은 옛날부터 남을 속이는 것에는 도가 튼 놈이었지. 무슨 꼼수를 부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니라"
음양마는 확신한다는 듯 말을 이었다.
생사경(生死境)은 신선의 경지였다.
이르는 즉시 선계로 등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마선에 이른 자가 현계에 남아있다?
그 말인즉슨 온전하게 생사경에 이른 것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아무리 그가 불사의 존재라 하더라도 세상의 법칙을 벗어날 수는 없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미쳤군! 당신은 죽을 것이오! 그것도 처참하게 말이오!"
음양마의 말을 들은 권마는 고함치듯 소리쳤다.
마교도인 그에게 천마는 천자(天子)이면서 살아있는 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어찌 그런 존재를 헐뜯는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있으랴
"죽는 것은 천마가 되겠지. 그것도 처참하게 말이다."
그런 권마의 말을 음양마는 여유롭게 받아쳤다.
"오만하오! 어찌 그리 자신한단 말이오!"
음양마의 대답에 권마는 도리질 치며 말을 이었다.
오만하였다.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이 말하는 태도가
천마조차 하찮다 여기는 저 태도가 말이다.
"당연하지 않느냐?"
음양마는 모르겠다는 듯 되물었다.
"나를 이길 수 있는 인간따위가 있을 리 없지 않느냐?"
음양마는 당연한 것을 뭣 하러 묻냐는 듯 권마에게 말하였다.
"그는 신이오!"
"걱정말거라, 그가 인간인 것을 곧 확인시켜주겠느니라."
말을 마친 음양마는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자, 이제 잡설은 됐고 천마에게 안내하거라."
음양마의 말에 권마의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변하였다.
음양마는 그런 권마의 반응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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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 최고의 군사는 누구일까?
혹자는 말할 것이다.
천무맹의 군사인 천뇌(天腦) 제갈천이야 말로 무림에서 최고로 명석한 이라고 말이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마교의 군사인 마뇌(魔腦) 사마진이야 말로 무림에서 최고의 두뇌를 갖춘 군사라고 말이다.
제갈천과 사마진은 이십여 년전 정마대전 당시 수많은 수 싸움을 통해 서로의 천재성을 전 무림에 알렸고 그들의 행적은 이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대대로 회자될 정도로 파급력이 어마어마하였다.
그들은 미래를 내다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많은 수를 계산하였고 그에 맞는 대비책을 강구하였다.
웬만한 군사들은 대비조차 못 할 정도로 초월적인 두뇌를 갖춘 것이다.
그런 초월적인 두뇌를 갖춘 사마진은 지금 난감함에 휩싸였다.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아해야, 왜 말이 없느냐?"
과거 스승이자 마교의 장로였던 음양쌍마를 죽인 패륜아이자 한 때 마교의 공적으로 몰렸던 대마두.
홀연히 나타나 천마와 호각을 이뤘던 절대고수.
바로 음양마였다.
수십 여년 전 홀연히 자취를 감췄던 그가 자신의 집무실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어..어째서 선배님이 이곳에 있는 것입니까?"
마뇌는 말을 더듬으며 입을 열었다.
"천마를 보러왔느니라."
그는 동네 마실 왔다는 듯 가볍게 대꾸하였다.
그의 말에 마뇌는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음양마의 의도가 전혀 파악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마뇌는 음양마를 보며 의문을 표하였다.
"자세한 설명은 저놈한테 듣고, 그놈이 어디있는 지 안내나 하거라."
일일이 설명하기 귀찮았던 음양마는 뒤편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마뇌는 시선을 돌려 뒤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경악하게 되었다.
뒤편에는 양팔이 절단되 있는 권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분명 황보세가를 멸족시키러 마교를 떠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찌 양팔이 잘린 채 이곳에 있단 말인가?
마뇌는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하였다.
저 꼴을 보니 음양마가 좋은 의도로 천마를 찾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죽이신겁니까?"
마뇌는 떨리는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마교의 군사인 마뇌의 집무실은 마교에서도 가장 깊은 심처에 위치하고 있었다.
음양마 성격상 몰래 숨어들지는 않았을테니 권마를 저 꼴로 만들어놓고 활보하였다면 분명 수많은 마인들이 죽음을 맞이했으리라
"재밌는 말을 하는구나."
음양마는 마뇌의 물음에 웃으며 답하였다.
"네놈은 지금껏 살면서 밟아죽인 개미들의 숫자를 일일이 기억하느냐?"
그의 말에 마뇌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였다.
모르긴 몰라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실감 났기 때문이다.
"아해야, 천마는 어디있느냐?"
음양마는 안색이 창백하게 변한 마뇌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천마께서는 지금 잠시 출타중이오."
마뇌는 음양마의 물음에 담담히 답하였다.
천마는 지금 마교의 심처에서 영면을 취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가 불사의 존재라지만 이십 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죽음에 이를 정도의 부상을 전부 수복시키는 것은 무리였기에 회복에 전념하고 있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구나."
음양마는 대번 그의 거짓말을 알아차렸다.
예민하기 짝이 없는 그의 눈썰미가 마뇌의 미세한 떨림을 잡아낸 것이다.
우우우우우우우웅
말을 마친 음양마는 음양조화기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집무실에 있는 집기들이 하나둘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집을 부수면 집주인이 나오겠지."
음양마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마뇌의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