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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65화 (166/1,419)

〈 165화 〉 166.음양마陰陽魔-1

청해성

청해성은 중원 전체로 따져도 가장 방대한 면적을 자랑하였지만, 그 인구수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곳이다.

청해의 대부분 지형은 험준하기 짝이 없는 산악지방으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고산지대인 만큼 날씨가 춥기 그지없으며 자생하는 식물조차 드물어 동물조차 살기 힘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인간의 적응력을 어디 자연 따위가 이겨내겠는가?

그 험난하기 짝이 없는 환경을 이겨내고 그곳에 뿌리를 내린 곳이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마교였다.

청해에는 수많은 산이 있었는데 마교는 그중 천산 혹은 십만대산이라고 불리는 곳에 수백 년 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청해의 험난한 산세는 그들을 더욱더 강인하게 만들어주었고 추위와 배고픔은 그들에게 갈망을 선물해주었다.

그들은 항상 갈망하였다.

풍족하고 따뜻한 중원에서 살 수 있기를 말이다.

아무리 단련된 마인들이라 하더라도 청해는 사람이 살기에는 너무나도 추웠고 먹을 것조차 부족하였다.

흉년이라도 드는 날에는 근처 마을에 내려가 사람을 잡아먹기 일쑤일 정도로 말이다.

그런 그들에게 중원의 풍족함과 따뜻함은 열등의 대상이자 갈망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수도 없이 많은 침공을 이어갔다.

따뜻한 중원에 자리를 잡고 마교를 위한 새로운 천하를 차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들의 침공은 실패로 돌아갔고 그들은 중원의 무림인들을 피해 십만대산에 숨어들 수밖에 없었다.

힘을 회복하길 고대하면서 말이다.

"크흐흐흐흐 그 말이 사실이렷다?"

중년의 남성이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본교에서 직접 전달한 내용입니다."

간사하게 생긴 남성이 몸을 숙이며 말을 이었다.

그 말을 들은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교에서는 검증된 정보만을 다루었기에 그들이 전달한 정보라면 분명 사실이리라

"크하하하하하하하!"

이내 남자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남자는 지금 무척이나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과거 수많은 마인들을 학살하다시피 한 천왕신권(天王神拳) 황보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었다.

황보세가는 주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천왕대마저 전멸당했으며 봉문까지 선언하게 했다고 한다.

그것도 같은 정마대전의 영웅인 독왕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

유쾌하지 않을 리 없었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

남자의 웃음소리는 더욱더 커져갔고 온산에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황보강, 그 성난 멧돼지같은 놈이 죽음을 맞이했구나!"

그는 감탄하듯이 말하였다.

사실 그는 황보강에게 빚이 있었다.

과거 정마대전 당시 황보강에게 패해 치욕스럽게 후퇴한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십여년간 그 빚을 갚기 위해 기회만 벼르고 있었는데 독왕의 손에 죽어버렸다니 무척이나 유쾌하였다.

물론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들었다.

자신의 손으로 황보강의 머리를 박살을 내야 하거늘 그 기회를 빼앗겨버렸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되지?"

남자는 수하에게 되물었다.

애초에 그들이 십만대산을 내려온 것도 황보세가를 전멸시키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천왕신권 황보강이 죽었고 황보세가가 봉문을 선언하였으니 난감함이 들었다.

"마뇌(魔腦)께서는 계획대로 실행하라는 전언이 보내셨습니다. 주춧돌 하나 남김없이 전부 멸족시키라는 명입니다."

남자의 물음에 수하는 마교의 군사인 마뇌(魔腦)의 전언을 전하였다.

"쯧, 귀찮게 하는구만."

남자는 마뇌의 전언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중얼거렸다.

어차피 천왕신권이 없는 황보세가라고 해봤자 별거 없었다.

거기다 주전력이라 할 수 있는 천왕대까지 전멸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분명 일방적인 학살이 되리라

"그래도 전력 보존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남자의 물음에 수하는 공손한 자세로 그에게 답하였다.

맞는 말이었다.

천왕신권과 천왕대가 없는 황보세가라면 일절의 피해도 없이 멸족시킬 수 있으리라

"재미가 없잖아 재미가!"

수하의 말에 남자는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황보강을 죽일 생각으로 단련한 이십 년의 세월이었다.

그런데 그 이십 년의 세월이 보상받기도 전에 날아가 버린 것이다.

남자는 확인하고 싶었다.

자신이 이십여 년 동안 얼마나 강해졌는지 말이다.

그리고 그 첫 상대로 황보강을 지목했건만 물거품이 돼버렸다.

"그러지 말고 이렇게 하는건 어때? 황보세가를 멸족시키고 당문으로 가는 거야. 그리고 독왕과 함께 당문을 멸족시켜버리는 거지. 어때? 신박하지?"

남자는 눈을 반짝거리며 말을 이었다.

황보세가를 봉문시켜버린 독왕이라면 충분히 자신의 무공을 시험해볼 만한 상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황보세가에 이와 더불어 당가까지 멸족시켜버린다면 마교입장에서도 일거양득이 아니겠는가?

"지..진정하십시오, 독왕은 현경에 이르렀다는 소문이 들려오는 자입니다. 아무리 대주님이라도 무...무리입니다. "

남자의 말에 당황한 수하는 조심스레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독왕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

화경에 끝자락에 이르렀다던 독마(毒魔)와 천왕신권(天王神拳)마저 죽여버린 이가 아니던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반선(半仙)이라고 불리우는 현경에 이르렀다는 소문마저 들리는 자였다.

그런데 어찌 그런 자를 상대한다는 말인가?

콰악

그때였다.

중년의 남자가 갑자기 손을 뻗더니 수하의 머리통을 잡아버렸다.

"크아아아아악"

머리통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수하는 비명을 질렀다.

"주제를 넘는구나."

권마는 싸늘한 시선으로 수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죄..죄송합니다!"

"내가 바로 권마(拳魔)다. 권마! 한낱 독마나 천왕신권 따위와 비교를 해?

중년인의 남성,권마는 자존심이 상했다는 듯 한껏 성을 내었다.

자신이 누구란 말인가?

마교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이자 화경에 극에 다다라 현경을 바라보고 있는 절대고수가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그런 패배자들 따위와 비교를 한단 말인가

"소문의 절반 이상은 거짓으로 점칠 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냐! 독왕놈이 아무리 잘나 봤자 벽을 넘어서진 못하였을 것이다! 현경의 벽이 그리도 가볍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권마는 수하를 보며 일장연설을 토해내었다.

현경의 경지가 도대체 어떤 경지라는 말인가?

반선(半仙)의 경지라고 불릴 정도로 지고하기 그지없는 경지가 아니던가

이십여 년을 폐관수련하며 수련한 자신마저도 닿지 못한 경지를 어찌 속세의 땟물이나 받아 처먹는 독왕이 도달했다는 말인가?

권마는 수하를 잡고 있는 손에 더욱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콰악

"으아아아아아아아!"

"또 다시 그런 망발을 지껄인다면 머리통을 부숴주마. 알겠느냐!"

"알..알겠습니다!"

"흥"

수하의 답을 들은 권마는 코웃음을 쳤다.

마음 같아선 이대로 두개골을 부숴버리고 싶었지만, 이놈은 마뇌가 직접 키우고 배정한 책사였다.

이대로 죽여버린다면 분명 귀찮은 일이 생겼을 때 대처하기 힘드리라

거기다 한 번의 기회 정도는 줘야 하지 않겠는가?

권마는 자신의 넓은 아량에 감탄하며 수하의 머리를 풀어주었다.

"으그그그극"

수하는 머리통을 문지르며 울상을 지었다.

"황보세가를 멸족시키고 당가로 간다. 이견은 없다.

권마는 수하를 바라보며 단호한 음색으로 말하였다.

괜히 오기가 생겼다.

독왕에게 안될 것이라는 말을 들으니 당장에라도 독왕의 골통을 부숴버리고 싶은 것이다.

"알..알겠습니다."

"마뇌한테는 보고하지 말도록, 분명 뜯어말릴 테니."

권마는 나름의 당부를 하였다.

무인의 자존심이나 호승심 따위는 전혀 모르는 마뇌라면 자신을 뜯어말릴 것이 분명하였다.

그런 상황은 미연에 방지해야 했다.

"......."

권마의 말에 수하는 말이 없어졌다.

사실 얘기가 끝나는 대로 마뇌에게 그대로 보고하여 권마의 폭주를 막을 심산이었기 때문이다.

"대답은?"

"....알..겠습니다."

권마의 물음에 수하는 고개를 숙이며 답하였다.

여기서 거부를 했다간 골통이 터져나가리라

"그래. 그래 그래야지,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마뇌가 네놈의 머리통마저 지켜주진 못할 테니."

권마는 수하에게 살기를 내뿜으며 말하였다.

권마의 살기 어린 협박에 수하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하였다.

권마는 그런 수하를 만족스러운 듯 쳐다봤다.

이정도 협박이면 뒤에서 딴 짓거리는 못하리라

물론 딴짓거리를 한다 해도 상관없었다.

그대로 골통을 부숴버리면 되니까 말이다.

권마는 재빨리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황보세가를 멸족시키고 당가까지 들리려면 시간이 빠듯하였다.

`흐흐흐흐 독왕 기다려라.`

권마는 속으로 웃음을 흘리고는 그대로 걸어갔다.

그때였다.

뚜벅 뚜벅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권마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이 어디라는 말인가?

비록 십만대산을 벗어났다지만 엄연히 마교의 권역에 있는 곳이 아니던가

그런데 짐승도 아닌 사람의 발소리라니

게다가 마교를 벗어난 인원은 근래 그들밖에 없었다.

사람 발소리가 들려올 리 없다는 소리였다.

뚜벅 뚜벅

그렇게 상념에 빠진 사이 발소리가 더욱더 커졌다.

의아함이 든 권마는 발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은 정면이었다.

그리고 정면을 보니 무언가 시야에 잡혔다.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노인이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뚜벅 뚜벅

권마는 눈매를 좁혀 저 멀리 오고 있는 노인의 행태를 살펴보았다.

깡마른 몸에 꽤나 강퍅하게 생긴 인상이 성질머리는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노인이었다.

`약초꾼인가?`

처음에는 길을 잃어 마교의 권역에 들어온 약초꾼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노인의 옷차림은 약초꾼이라고 하기에는 의심스럽기 그지없었다.

노인은 등쪽에 망태기도 없었으며 약초를 캘 때 쓰는 호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사냥꾼?`

이내 권마는 고개를 좌우로 휘저었다.

무슨 사냥꾼이 맨손으로 산을 오른다는 말인가?

노인에게는 무기로 쓸만한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권마가 상념에 빠진 사이

정체불명의 노인이 권마의 코앞까지 당도하였다.

"노오오옴! 이 길이 어디로 통하는지 알고 오는 것이더냐!"

권마는 노인을 보며 고함을 질렀다.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곳은 엄연히 마교의 영역이었다.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끌끌 마교가 아니더냐."

권마의 물음에 노인은 웃음을 흘리며 답을 하였다.

"알면서도 이곳에 들어왔다는 말이렷다! 명을 재촉하는구나!"

노인의 대답에 권마는 잔뜩 흥분하며 성을 내었다.

마교의 영역인 걸 알면서도 이곳에 접근하다니 죽고 싶다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지랄말고 안내나 하거라. 오랜만에 들려서 그런지, 어디가 어딘지 도통 감이 안 잡히는 구나."

권마의 살기 어린 말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무척이나 태연한 태도로 그의 말을 받았다.

그의 태연한 태도에 화가 난 권마는 얼굴이 잔뜩 붉어졌다.

길을 잘못 들었다면 납작 엎드려 용서를 빌어도 모자랄 판국에 길 안내를 하라니?

그것도 천하의 권마에게?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관을 봐야 정신 차릴 노인네로구나!"

말을 마친 권마는 그대로 노인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이딴 건방진 인간에게 자비란 없었다.

그저 휘두르고 터트릴 뿐이었다.

자신은 권마이니까 말이다.

돌뭉치같은 그의 주먹이 노인에게 날아들었다.

부우웅

주먹을 어찌나 세게 휘둘렀는지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주위를 울렸다.

저정도 위력이라면 웬만한 무인들도 닿는 즉시 온몸이 터져버리리라

우드드득

하지만 그의 주먹이 노인에게 닿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주먹이 닿기도 전 그대로 꺾여버렸기 때문이다.

"끄아아아아악!"

권마는 꺾여져 버린 주먹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제에에에엔장!"

권마는 반댓손으로 꺾여져 버린 주먹을 잡고 다시 반대 방향으로 돌려버렸다.

우드드득

"끄아아아악!"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지만, 권마는 주먹을 원래 방향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그러니까 말하지 않았더냐, 지랄 그만하라고."

"암귀대(暗鬼隊)! 저 노인을 덮쳐라!"

권마는 뒤를 돌아보며 암귀대원들에게 명을 내렸다.

무슨 요사스러운 술수를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인해전술로 밀어붙일 작정이었다.

권마의 명에 암귀대원들은 검을 빼 들고 노인을 덮쳐들기 시작하였다.

"홀홀"

노인은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래도 무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지 너무 오래된듯싶었다.

이런 핏덩이 같은 놈들이 주제도 모르고 덤벼드는걸 보니말이다.

검이 쇄도하였다.

하지만 그 힘은 오히려 검을 휘두른 자에게 당도하였다.

"크아아아악!"

또 다른 자가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검은 방향을 바꾸더니 이내 옆에 있는 암귀대원의 목을 찔러버렸다.

"꺼억"

목이 찔린 남자는 단말마를 내지르며 그대로 절명하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수많은 암귀대의 무인들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서로를 죽이기 시작하였다.

피가 튀었고 살이 갈라졌으며 뼈가 보였다.

모두들 노인을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검 끝은 자신과 동료들을 노렸다.

비명이 난무하였고 땅에는 핏물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땅에 암귀대원들의 시체가 가득 쌓여져 있었다.

땅 위에 서 있는 자는 권마와 노인 외에는 아무도 없게 되었다.

모두 전멸한 것이다.

덜 덜 덜

암귀대가 전멸하는 것을 바라본 권마는 온몸을 덜덜 떨기 시작하였다.

자신 따위는 범접하지도 못할 절대적인 신위를 두 눈으로 목격하였기 때문이다.

암귀대를 전멸시키는 것쯤이야 권마에게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화경이라 불리우는 절대지경에 도달한 고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한 채 저들을 모두 죽이는 것은 그에게는 무리였다.

몸의 떨림이 더욱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권마는 알고 있었다.

모든 공격을 전부 되돌리는 것은 물론 방향까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무공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건곤대나이(乾坤大挪移)."

권마는 알고 있었다.

마교의 교주가 아님에도 마교의 호교무공인 건곤대나이를 익히고 있는 유일한 인간을 말이다.

".......음양마."

권마는 두려움이 가득 서린 눈빛으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천마는 잘 있느냐?"

노인, 음양마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음양마의 물음에 권마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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