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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61화 (162/1,419)

〈 161화 〉 162. 신검합일身劍合一을 배우다-1

쇄액

선우는 용미연검을 들어올린 후 미친 듯이 휘둘렀다.

쇄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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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방향과 여덟 가지 방위에 일검 일검을 내지르면서 말이다.

다양한 변화가 그의 손에서 발휘되기 시작하였다.

환검(幻劍)의 묘리였다.

그때였다.

환검의 묘리가 섞여 있던 선우의 검로가 단순해졌다.

뿐만 아니라 그 속도가 여전히 줄어들더니 이내 힘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부웅

부웅

이내 검에서는 바람마저 부숴버리는 무거움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중검(重劍)의 묘리였다.

쇄액

이번에는 검로 그대로 속도가 한없이 빨라졌다.

이내 그의 검에서는 공기마저 꿰뚫어버리는 속도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쾌검(快劍)의 묘리였다.

선우는 검의 형태를 바꿔가며 수없이 많은 검을 휘둘렀다.

.

.

.

.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하아...하아..하아."

어느새 용미연검을 바닥에 늘어뜨린 선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체력의 한계에 봉착한 듯싶었다.

"망할"

선우는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게 수없이 검을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신검합일(身劍合一)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챙그랑

선우는 용미연검을 그대로 바닥에 던져버렸다.

들고 있는 검만으로도 손이 저려 왔기 때문이다.

털썩

그리고는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왜 신검합일이 안 되는 걸까?`

선우는 고심에 빠지게 되었다.

분명 황보강의 도검불침(刀劍不侵)을 베어낼 때만 하더라도 신검합일의 경지에 도달하지 않았던가

황보세가와의 일이 마무리된 이후

선우는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그때 깨달았던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오히려 퇴보하는 느낌이 들뿐 무언가 나아진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선우는 우울해졌다.

재능의 한계에 봉착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난 재능이 없는 걸까?`

선우의 머릿속에는 자책감이 들기 시작하였다.

앞으로 더 나아가고 싶었다.

검황과 독마와 천왕신권 모두를 죽일 수 있었지만, 자신의 적은 아직도 강맹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그가 아무리 화경의 경지에 이르렀고 건곤대나이라는 희대의 신공을 사용할 수 있다지만 이재원에 비하면 발가락의 때만큼도 못한 존재였다.

이재원이 멍청해 보이긴 해도 엄연히 건곤대나이를 극성으로 익힌 천마를 이긴 무신(武神)이 아니던가

만약 지금 상태에서 맞닥뜨리기라도 한다면 선우는 단 한 수만에 피떡이 될 것이다.

부르르

온몸이 절로 부르르 떨리기 시작하였다.

솔직히 말하면 절정이나 초절정에 불과할 때는 이재원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밖에 없었다.

그에게는 화경에 고수나 현경의 고수나 범접할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경의 경지에 오르고 선우는 깨달을 수 있었다.

현경이라는 경지가 얼마나 초월적이고 무서운 경지인지 말이다.

화경에 이른 고수는 존재만으로도 문파를 압도할 정도의 힘을 갖추었다.

그렇다면 현경의 고수는 어떠할까?

모르긴 몰라도 현경의 고수는 작은 소국 정도는 압도할 정도의 힘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현경에 이른 고수의 위상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선우는 그런 현경의 고수를 뛰어넘어야 했다.

아니 뛰어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대등한 경지까지는 올라서야 했다.

자신을, 더 나아가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더욱 말이다.

신검합일(身劍合一)은 그 과정에 불과한 경지였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자신은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선우는 고심하고 또 고심하였다.

검과 하나가 되는 방법을 체득하기 위해서였다.

저벅 저벅

그때였다.

뒤편에서 왠 발소리가 들려왔다.

귓가를 자극하는 발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난 선우는 발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순백색의 하얀 백의를 입은 절세미녀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옥령이었다.

"아직도 잘 안 풀리나 봐요?"

옥령은 걱정어린 시선을 보내며 입을 열었다.

"생각처럼 잘 안 되네."

그녀의 물음에는 선우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을 받았다.

"그럴 땐 몰아붙이는 것보단 휴식을 취하는 게 더욱 도움이 될 수도 있답니다."

옥령은 그런 선우를 보며 안타까운 듯 입을 열었다.

선우는 황보세가를 봉문시킨 이후 끊임없이 검을 잡았다.

황보강과 싸우며 얻은 깨달음을 제 것으로 삼기 위해서 말이다.

들리는 객잔마다 별채를 빌렸고 별채 뒤편에 있는 공터에서 쉼없이 검만 휘두른 것이다.

잠도 줄이고 밥도 새 모이만큼만 먹어가며 검만 휘두르다 보니 선우의 몸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눈을 퀭하였고 영양을 제대로 흡수하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상처 회복도 더뎠다.

더군다나 선우는 황보강으로부터 당한 상처도 채 낫지 않은 상황이 아니던가

그런데 되려 몸을 혹사시키니 몸이 나을 리 만무하였다.

"안돼, 지금은 휴식보다는 깨달음을 내 것으로 삼는게 중요해."

그녀의 말에 선우는 도리질 치며 단호히 거절하였다.

자는 것은 죽어서도 잘 수 있고 먹는 것은 살 수 있을 정도로만 먹어도 충분하였다.

지금은 그런 것보다 무공의 향상이 우선이었다.

"선우, 좀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는게 어떠신가요? 지금의 선우를 보면 무언가에 쫓기듯 무공에 집착하는 것 같아요."

".........."

"밥도 제대로 안 먹고 검만 휘둘렀잖아요. 그러다 몸이 상할까 걱정돼요."

그녀의 말에 선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두려워."

한참을 말이 없던 그는 이내 속내를 사실대로 말하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깨달음이 그대로 날아가 버릴까 두려워, 경지에 오를 기회가 왔는데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할까 두려워. 내가 약해서 모두를 잃을까 두려워."

그렇다.

선우는 두려웠다.

목숨을 걸고 얻게 된 깨달음의 기회를 놓치게 될까 봐

강해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까 봐 말이다.

지금이 아니라면 또 강해질 수 있는 기회가 언제 올지 알 수 없었다.

화경에 이르렀고 건곤대나이라는 신공을 익혔지만 선우는 여전히 약하였다.

이번에 황보강과 천왕대와 싸우면서 알 수 있었다.

자신이 강해졌지만, 압도적으로 강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자신은 약했다.

한없이 말이다.

선우의 눈에 두려움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그때였다

포옥

어느새 다가온 옥령이 선우를 품 안에 안았다.

"옥..령?"

선우는 갑작스레 느껴지는 따뜻한 체온에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드니 옥령이 슬픈 눈으로 선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선우, 두려워하지 말아요."

토닥 토닥

옥령은 천천히 선우의 등을 토닥이기 시작하였다.

"여기 제가 있잖아요, 그리고 혼자서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말아요. 지켜주려는 마음은 감동적이지만 전 그렇게 수동적인 사람이 아니랍니다?"

스윽 스윽

옥령은 토닥이던 손으로 선우의 등을 어루만지며 다시금 말을 이었다.

"같이 이겨내요. 혼자 말고 같이요."

옥령의 말을 들은 선우는 서서히 긴장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거기다 옥령의 따뜻한 품안은 선우에게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포근함을 느끼게 하였다.

이대로 품안에서 잠들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고마워..옥령"

무언가 안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뭘요."

선우의 말에 옥령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이내 옥령이 천천히 선우를 품에서 떼어내었다.

"아"

선우는 저도 모르게 아쉬운 탄식을 내뱉었다.

이대로 떨어지기 싫었던 탓이었다.

"선우, 저랑 비무하실래요?"

선우를 몸에서 떼어낸 옥령은 갑작스러운 제안을 하였다.

"응?"

선우는 의아한 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홀로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몸으로 직접 겪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답니다."

스르릉

말을 마친 그녀는 옆에 매어둔 검대에서 검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더구나 선우는 저와 한 번도 제대로 붙어본 적이 없었죠?"

"그..그렇지?"

없긴 하였다.

그동안은 대련하긴 했어도 힘 조절을 하였기에 그녀의 전력으로 부딪힐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누가 더 강한지 한 번 가려보는 게 어때요?"

그녀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선우에게 말했다.

"좋아."

선우는 그녀의 제안을 흔쾌히 허락하였다.

생각해보면 신검합일의 경지는 황보강과의 격렬한 격전에서 내디뎠던 경지가 아니던가

옥령과의 실전을 거치게 된다면 다시금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선우의 대답에 옥령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

선우와 옥령은 비무하기 앞서 몇 가지 규칙을 정하였다.

일단 첫째는 내력의 제한이었다.

둘 다 내력은 쓰지 않기로 하였다.

화경의 고수가 내력을 써가면 싸운다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을뿐더러 공터가 엉망진창 될 것이 뻔하였기 때문이다.

별채 뒤에 딸린 공터지만 엄연한 사유지였다.

그런 곳을 마음대로 부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리고 두 번 째는 무기 제한이었다.

선우는 용미연검을 대신하여 다른 검을 쥐었다.

이는 옥령 또한 마찬가지였다.

백검문의 보검인 백화검을 대신하여 일반 장검을 쥔 것이다.

"옥령, 정말 괜찮겠어?"

선우는 옥령에게 걱정된다는 듯 되물었다.

내공이 제한될 경우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타고난 신체적인 특성상 남자에 비하면 근력은 물론 체력, 내구력, 민첩성 심지어 반응속도까지 떨어지는 것이 여자였다.

내력이 제한 된 이상 옥령 또한 신체적인 한계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처음 규칙을 정할 때도 선우는 옥령이 걱정되어 한 십 년 치 내력 정도를 사용하는 게 어떠냐고 물은 적 있었다.

그런 걱정 어린 선우의 말에 옥령은 살짝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결국, 양쪽 다 내력의 제한을 걸게 되었지만 선우는 걱정이 앞섰다.

자신이 옥령을 다치게 할까 봐 말이다.

"전 괜찮아요."

그런 선우의 말에 옥령은 미소를 지으며 답할 뿐이었다.

그녀의 대답에 선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해맑은 대답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당히 봐주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옥령, 이제 들어와 봐."

선우는 옥령에게 먼저 들어오라는 듯 손짓을 하였다.

자신이 먼저 선공을 가할 경우 옥령이 다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생각이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쇄액

어느새 다가온 옥령의 검이 선우에게 쇄도하였기 때문이다.

`빨라.`

선우는 속으로 감탄하며 그녀의 검을 쳐내기 위해 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윽"

하지만 어느새 검로를 변경한 그녀의 검이 선우의 목에 도달해있었다.

주르륵

살이 살짝 베인 탓일까

선우의 목에는 한 줄기 핏물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선우, 제대로 해야 될 거예요. 저 무척이나 강하답니다?"

선우의 시선을 받은 옥령은 해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자꾸 봐주겠다는 듯이 말하는데, 그거 무척 실례예요. 선우는 저보다 약하잖아요."

그녀는 선우를 바라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뼈를 찌르는 말을 하였다.

이내 선우는 착각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그녀는 검황과 일각을 다투었던 초고수였다.

그 말인 즉슨 이미 신검합일에 경지에 오른 검도의 고수란 말과 같았다.

신검합일에 이른 고수가 내력이 없다고 약할 리가 없었다.

"이번것은 무효로 하고 다시금 기회를 줄게요. 이번에는 제대로 해야 해요?"

그녀는 목에 갖다 댄 검을 치우며 선우에게 말하였다.

"으...응"

그녀의 말에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더듬거리며 답하였다.

그리고 한껏 방심한 자신을 반성하였다.

주제도 모르고 누가 누굴 봐주겠다고 말한단 말인가

옥령과 지금껏 단 한 번도 제대로 맞상대해본 적이 없어서 실감이 안 났었지만 그녀는 이미 자신보다 윗줄의 고수였다.

그 사실을 실감하니 그녀를 봐주겠다고 생각한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그녀도 속으로 한껏 비웃었을 것이 뻔하였다.

이제야 그녀가 연신 방글방글 웃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귀여웠을 것이다.

조그마한 강아지가 늑대와 맞먹으려고 하였으니 말이다.

이내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방심을 대체 얼마나 한다는 말인가

만약 지금이 실전이었다면 자신은 목이 날아갔을 상황이었다.

무공은 강해졌건만 머릿속은 여전히 어리석기 그지없었다.

선우는 눈을 빛내며 검을 고쳐 쥐었다.

"눈빛이 좋네요."

그 모습을 본 옥령은 살짝 미소 지었다.

총 총

그리고는 뒤를 돌아 선우와 다시금 선우와 거리를 벌렸다.

"이번에는 선우가 먼저 오실래요?"

어느정도 거리를 벌린 그녀는 선우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끄덕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우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땅을 박찬 뒤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쇄애액

선우의 검이 바람을 가르면 옥령에게 날아들었다.

옥령은 여유롭게 선우의 검을 막아낸 뒤 그대로 튕겼다.

그리고는 발을 들어 선우의 가슴팍을 강타하였다.

"크윽"

주르륵

그녀의 발차기를 정통으로 맞은 선우는 뒤로 밀려나며 갑작스러운 고통에 신음성을 내었다.

내력이 없는 그녀였지만 발에 실린 힘을 상당하였다.

선우는 다시금 검을 치켜든 뒤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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