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60화 (161/1,419)

〈 160화 〉 161. 이재원, 독왕 코인을 타다.

이재원에게 울면서 매달리고 있던 황보유연이 몸을 돌렸다.

"당.진.설!"

그리고 당진설을 향해 어마어마한 살기를 뿜어내기 시작하였다.

"이미 사건 전말은 전부 밝혀진 게 아닌가요? 먼저 습격을 가한 것은 황보가였고 벽력탄까지 터트렸다면서요? 그런데 무슨 낯짝으로 복수를 종용하는 거죠?"

당진설은 황보유연을 보며 비웃듯 말을 이었다.

이미 정황상 증거는 확실했다.

오라버니인 당진철이 증언하였고 황보세가는 인정을 하였다.

거기다 객잔에서 머물고 있던 독왕을 황보세가에서 초대한 것을 목격한 이가 수두룩하였다.

그런데 대체 무슨 복수를 하라는 말인가

"웃기지마! 황보세가가 그럴 리가 없어! 전부 조작된 거야!"

"이미 증인들을 확보해놨습니다. 애초에 황보세가에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실을 왜 황보부인 혼자서 그리 물고 늘어지시나요?"

당진설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렇게 억지 부린다고 무엇이 달라진다는 말인가

이미 여론은 당가에 기울어졌는데 말이다.

"이 개같은 년이!"

할 말이 없어진 황보유연은 욕설을 내뱉었다.

그녀의 마음은 이 모든 것들이 조작된 것이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마땅히 반론할 거리가 없었다.

당진설 말대로 황보세가가 인정을 한 사실이었고 독왕이 초대된 것을 수많은 사람이 목격하였다.

정황상 증거가 확실한 셈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가 아무리 조작이라고 주장해봤자 받아들여질 리 없었다.

"개같은 년이라뇨, 정말 교양 없네요. 하긴 무식한 황보의 핏줄을 타고났으니 어련하시겠어요?"

욕설을 내뱉는 황보유연을 보며 당진설은 한없이 비꼬기 시작하였다.

보통 사람들은 할 말이 없어지면 욕설을 내뱉는다.

이는 황보유연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녀는 당진설의 말에 반박하는 대신 욕설을 내뱉을 뿐이었다.

그 꼴이 우스워 절로 웃음이 나왔다.

겁에 질려 꼬리를 한껏 치켜드는 고양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파지직 파지직

그때였다.

황보유연 주위에 뇌기가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만력천뇌신공을 운용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당진설 또한 지지 않고 독공을 운용하였다.

쇄애애액

그러자 그녀의 주위로 녹빛의 독기가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네년의 머리통이라도 부숴, 황보가의 원한을 갚겠다."

황보유연은 흉신악살과도 같은 표정을 지으며 당진설에게 살기를 뿜었다.

"네년이야말로 이번 기회에 오라비의 곁으로 보내주마."

당진설 또한 살기를 피워올리며 살벌한 말을 이었다.

그때였다.

"그만!"

이재원이 책상을 내려치며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거센 기의 파동이 몰아치더니 황보유연의 뇌기와 당진설의 독기를 일순간에 해소가 시켜버렸다.

"윽"

"크윽"

이재원의 기세에 노출된 황보유연과 당진설은 신음성을 흘렸다.

"지금 뭐하는 짓이오!"

이재원들은 그녀들을 쳐다보며 노호성을 터트렸다.

`시발년들아, 싸울거면 나가서 싸워.`

이재원은 속내를 감추고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비록 피가 이어지진 않았으나 부인들은 엄연히 나라는 부군을 모시고 있는 한가족이 아니오! 어찌 가족 간에 살기를 흩뿌린단 말이오!"

이재원의 말을 들은 당진설과 황보유연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였다.

감정이 앞서 이재원의 앞이라는 것을 깜빡 잊은 듯하였다.

"하오나..."

"그치만..."

그녀들은 다급히 변명하듯 입을 열었다.

"듣기싫소!"

하지만 이재원은 그녀들의 말을 미리 차단시켜버렸다.

여기서 발언권을 줘버리면 또 쓰잘데기없는 말싸움만 길어질 뿐이었다.

기회는 있을 때 잡으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이 그 기회였다.

"독왕에 대한 처벌은 없소! 애초에 황보세가의 초대에 독단으로 들어간 것은 독왕이오! 그런 독왕을 기습한 것도 벽력탄을 터트려 매몰시켜려한 것도 모두 황보세가가 아니오? 모든 잘못은 황보세가에서 하였건만 어찌 독왕에 대한 처벌을 바라는 것이오?"

이재원은 그녀들을 향해 고함지르듯 소리를 쳤다.

"하오나 상공, 이 모든 것이 조작..."

"그대는 천무맹이 바보인 줄 아오? 황보세가가 봉문에 들어간 날 천무맹은 제일 먼저 이번 사건에 대한 정보 취득은 물론 증인들까지 확보하였소. 게다가 황보세가조차 이번 사건에 대해 인정을 하지 않았소? 그런데 어찌 조작을 논하는 것이오! 이는 천무맹은 물론 맹주인 나까지 능멸하는 발언인 것을 모르는 것이오?"

"..........."

이재원의 불같은 반응에 황보유연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사실이었다.

황보세가에 대한 전황은 이미 천무맹의 비선으로부터 몇 번이고 검토된 내용이었다.

그런 사실들을 조작이라며 억지부리는 것자체가 비선들의 수장인 맹주를 기만하는 행위인 것이다.

이재원은 그 부분을 정확히 집어내었고 황보유연은 말없이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렁 그렁

황보유연의 눈가에 다시금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였다.

사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주장하는 것이 억지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오라버니를 잃어버렸고 자신이 수십 년을 나고 자란 곳이 풍비박산이 나버렸다.

제정신을 유지한다면 그 또한 이상한 일이리라

"더 이상 황보세가에 대한 이견은 받지 않겠소! 다들 나가시오!"

이재원은 그녀들을 보며 단호하게 축객령을 내렸다.

이미 정황이 확실한데 뭘 어떻게 한단 말인가

더 이상의 심력 낭비는 사양이었다.

그것보다는 봉황당의 계집을 따먹을 생각을 하는 것이 더욱 생산적인 활동이리라

"흑 흑 흑"

이재원의 말에 황보유연은 눈물을 흩뿌리며 집무실 밖을 나가버렸고 당진설 또한 고개를 한번 숙이고는 그대로 나가버렸다.

"시발 이제야 속이 시원하네."

그녀들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한 이재원은 책상 위에 다리를 올린 후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황보세가의 봉문에 대한 전말을 듣고 난 후 한 번쯤은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란 것을 예측하긴 하였다.

하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황보유연의 반응은 상상이상으로 짜증이 났다.

억지주장은 물론이요.

눈물을 팔아 감성팔이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재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에게 즙짜는 것으로 허용되는 것은 귀엽고 깜찍한 싱싱한 이십 대 처녀였다.

저딴 아줌마가 즙을 짜봤자 더욱 뵈기 싫을 뿐이었다.

"에효"

이재원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파끼리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국에 시비나 틀고 봉문이나 시키니 짜증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마교가 발호하여 당가를 습격한 지 벌써 석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이상징후는 보이지 않았지만 방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이재원은 검황이라는 오른팔마저 잃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번사태로 천왕신권이라는 화경의 고수마저 잃게 되었다.

짜증이 나지 않으면 그 또한 이상한 일이리라

`그나마 독왕이 남아있으니까 괜찮으려나?`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 독왕이라는 걸출한 인재가 남아있었다.

소문에 의하면 현경에 이르렀다던데 그 정도만 되도 검황이나 천왕신권따위보다는 휠씬 나으리라

`그래 시발, 대세는 독왕코인이지, 몰빵간다.`

결심을 마친 이재원은 천무맹의 비선을 불러모은 뒤 독왕에 대한 여론조성을 명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림에는 소문이 하나 돌기 시작하였다.

소문의 내용은 정파의 탈을 쓴 비열하기 짝이 없는 황보세가에 당당히 맞선 정마대전의 영웅에 관한 내용이었다.

**********

사천당문

독왕이 황보세가를 단신으로 봉문시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당문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아가씨! 대영전장에서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아가씨! 약방문에서 사람을........"

"아가씨! 장가철방에서..........."

"잠시만요. 한 명씩 차근 차근 말해주세요."

당서윤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말을 이었다.

한꺼번에 들이닥쳐 제 할 말만 하니 무엇부터 해결해야 할 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영전장에서 당가에게 현금수송 업무를 맡기고 싶다는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금적화가 반짝이는 눈으로 당서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대영전장이면 산동성에 있는 중견 규모의 전장이 아닌가요? 그런 곳이 왜 굳이 당가에?"

당서윤은 의아한 듯 그녀에게 물었다.

대영전장이라면 산동성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중견규모의 전장이 아닌가?.

그런데 뭣하러 사천에 있는 당가에게 의뢰를 한단 말인가

"아마 이번 의뢰를 빌미로 당가와 면을 틀 생각인듯합니다."

당서윤의 물음에 금적화는 나름의 생각을 내놓았다.

"인원은 충분한가요?"

"청성과 아미의 제자들을 딸려 보낸다면 충분합니다."

"일단 의뢰서부터 올려주세요. 확인해보고 결재해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아가씨."

그녀의 말을 들은 금적화는 고개를 살짝 숙인 후 뒤로 물러났다.

"아가씨, 약방문에서 사람을 보내왔어요."

금적화의 말이 끝나자 이번에는 당대부인이 말을 이었다.

"약방문이요?"

"네, 선물을 잔뜩 싸들고 오더니 다시금 거래를 트고 싶다는 의사를 표해왔어요."

"참나, 단칼에 거래중지를 요청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거래를 트자고 하나요?"

당서윤은 그녀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말을 내뱉었다.

약방문이라하면 몇 달 전 일방적으로 거래중지를 통보한 곳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제 와서 무슨 낯짝으로 거래를 트고 싶다고 말한단 말인가

"어떻게 할까요?"

"돌려보내세요. 당가는 신뢰를 저버린 이들과 일을 하지 않습니다."

당대부인의 말에 당서윤은 단호히 거절의 의사를 표하였다.

어차피 당가와 거래를 트고 싶은 곳은 넘치고 넘쳤다.

굳이 뒤통수를 후려갈긴 약방문과 재계약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아가씨, 장가철방에서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당대부인의 말이 끝나자 외당무사인 당감이 서신을 건네며 입을 열었다.

서신을 받아든 당서윤은 서신을 펼쳐 찬찬히 읽어보기 시작하였다.

각종 미사여구로 점칠 되어 있는 내용이었지만 요약하자면 간단했다.

거래를 다시 트자는 이야기였다.

당서윤은 서신을 그대로 구겨버린 후 그대로 뒤로 던져버렸다.

생각할 가치도 없는 물건이었다.

모욕까지 줘가며 일방적으로 거래를 끊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친한 척 알랑거린단 말인가

"당가에게 일방적인 거래 중지를 통보했던 철방이나 약방과의 거래는 없습니다. 만약 그들에게 사람이 온다면 돌려보내고 서신이 온다면 거절을 표하세요!"

당서윤은 집무실에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손해가 크지 않을까요?"

그녀의 말에 금적화가 의문스럽다는 듯 말을 이었다.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당가가 없으면 망할 이들이예요, 당가로 인해 쌓은 재력을 제놈들의 능력으로 착각하는 바보들에게 손 내밀어 줄 필요는 없어요."

그녀의 말에 당서윤은 단호히 말을 이었다.

이 말은 사실이었다.

당가는 돈만 쥐여준다고 거래를 틀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당가는 당가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실력 있는 야장과 의원들이 몸을 담고 있는 곳하고만 거래를 텄다.

때문에 당가와 거래를 튼다는 것은 그 실력을 인증받았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세를 확장한 것이 약방문과 장가 철방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당가제 병장기와 약재가 팔지 못한다면 그들은 신뢰를 잃게 될 것이고 서서히 망해가게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알겠습니다"

당서윤의 말에 집무실에 있던 이들이 일제히 답을 하였다.

그녀의 결연한 의지를 확인한 것이리라

대답을 마친 그들은 하나둘씩 집무실을 떠나기 시작하였다.

당서윤이 지시한 일을 처리하러 가는 것이리라

"후우"

그들이 전부 나간 것을 확인한 당서윤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정도 일단락이 된 듯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찬찬히 눈앞에 쌓여있는 서류들을 훑어보기 시작하였다.

전부 거래를 트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서신과 의뢰를 맡기고 싶다는 의뢰서들이었다.

인생은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몇 달 전만 해도 일이 없어 노는 인력이 넘쳐났건만 이제는 인력이 부족하여 사람을 뽑아 쓰는 처지가 되었다.

며칠 전만 해도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하지만 독왕의 이름값이 올라가면서 이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거래 중지를 요청했던 수많은 거래처는 사죄의 선물을 보내며 거래를 트길 요구하였고 수많은 상단이나 전장에서는 각종 의뢰서를 보내왔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는 듯하였다.

당가는 덕택에 뜻하지 않은 호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장선우,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르고 다니는 거야!`

그녀는 선우를 생각하며 고운 아미를 찌푸렸다.

그저 조용히 힘을 회복하려던 그녀의 계획은 뜻하지 않게 뒤바뀌게 되었다.

황보세가의 봉문이라는 사고의 규모가 너무 크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호황을 맞이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크나큰 위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제발 얌전히 세가에 돌아와 줘.`

그녀는 선우가 얌전히 당가로 돌아오길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지금 순항을 타고 있는데 다시금 엎어지게 된다면 정말 머리털이 전부 빠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후우"

그녀는 다시금 한숨을 내쉬고 의뢰서를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돈도 안되고 쓸데없이 장거리인 호위나 호송업무는 거절할 참이었다.

"응?"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상당히 매력적인 제안이 실려있는 호송 의뢰서를 발견 하게 되었다.

거리가 멀기는 하였으나 그만한 대금을 선금을 치루는 것은 물론 숙식까지 제공하는 조건이었다.

게다가 꽤나 믿을 만한 상단에서 의뢰한 일이였기에 그녀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곧이어 의뢰서에 결재 도장을 찍혔다.

의뢰서에는 북해라는 글자가 조그맣게 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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