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58화 (159/1,419)

〈 158화 〉 159. 선전포고를 하다

선우의 말을 들은 황보가의 무인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혹시나 하긴 하였지만 설마 가주인 황보강과 천왕대가 독왕 한 사람에게 전멸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황보강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

천왕신권(天王神拳)이라며 불리며 수많은 마인들의 골통을 부숴버렸던 정마대전의 영웅이 아니던가

그 경지 화경에 도달하여 권을 다루는 자 중에는 다툴 이가 없다고 자명된 사내였다.

거기다 천왕대가 어떤 부대인가?

황보세가의 정예 중의 정예로 불리던 타격 부대가 아니었던가?

전원 절정이상의 고수들로 구성되어있으며 대주와 부대주의 경우 초절정 경지에 도달한 최고의 정예 부대였다.

그 전력만으로도 웬만한 중소문파따위는 순식간에 전멸시킬 정도의 전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그들이 독왕 한 사람에게 전멸당하고 만 것이다.

믿을 수도 없었고 믿고 싶지도 않은 사실이었다.

이내 그들의 눈에 절망감이 어리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우는 그들을 보며 큰소리를 쳤다.

"너희들도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황보강과 천왕대는 나를 기습하였다. 황보강이 이 공터로 나를 유인하였고 천왕대가 퇴로를 막은 뒤 나를 죽이려 하였지, 나는 어쩔 수 없이 손을 쓰게 되었고 황보강과 천왕대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지. "

선우는 사정을 구구절절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명분 좋아하는 정파답게 명분을 제대로 설정을 해주어야 나중에 뒤탈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비록 황보강과 천왕대가 죽음을 맞이했다지만 아직도 가슴 속에 깊은 곳에 지펴진 분노 가라앉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무림의 명문으로 불리는 황보세가의 가주라는 작자가 어찌 합공을 하여 기습을 가한단 말인가!"

선우 불쾌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정황만 보면 선우는 유리하기 그지없는 명분을 갖고 있었다.

선우가 황보세가에게 초대받은 사실은 객잔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눈으로 확인한 사실이었고 황보강과 천왕대가 죽은 장소는 꽤나 밀폐된 장소였다.

누가 봐도 계획적인 살인의도가 드러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거기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일의 피해자인 독왕이 살아있다는 사실이었다.

역사는 승자들의 편이라고 하지 않던가

정황상 불리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을 뒤집을 영향력을 갖춘 인간이 바로 독왕이었다.

그런데 정황마저 유리한 지금 이 상황이 기껍지 않을 리 만무하였다.

`기둥뿌리까지 뜯어내 주마.`

선우는 속으로 황보세가를 뜯어먹을 생각에 희희낙락하였다.

황보세가의 수뇌부들도 생각이 있다면 독왕의 손에 의해 멸문을 당할 바에는 바짝 엎드리는 것을 선택하리라

선우는 확신하였다.

이들이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으리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다른 듯하였다.

"안타깝게 됐구려."

선우의 말이 끝나자 선두에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태도가 담담하기 그지없어 선우는 위화감을 느꼈다.

`뭐지?`

선우는 의아함이 들었다.

지금 상황은 선우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독왕을 죽이려고 하였던 황보강과 천왕대가 되려 전멸을 당하였다.

그들은 황보세가의 주요 전력이라고 불리울만큼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갖추고 있었다.

지금 황보세가는 명분에서도 무력에서도 어느 하나 앞서고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런데 저런 담담한 태도는 어디서 나온단 말인가?

울고 불며 빌어도 모자랄 판국에 말이다.

그렇게 선우가 의아함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남자가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의 손에 든 것은 동그란 흑색 물체였다.

뿐만 아니었다.

뒤쪽에 있는 일단의 무리들도 결연의 표정을 지으며 흑색의 물체를 꺼내 들었다.

선두의 있던 남자가 선우를 보며 입을 떼었다.

"이보게 독왕, 잘 가시게."

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동귀어진!?`

순간 선우는 느낄 수 있었다.

저 남자가 동귀어진을 할 셈이라는 것을 말이다.

선우는 재빨리 건곤대나이를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대비를 하여야 했기 때문이다.

콰득

황보세가의 무인들은 일제히 검은 물체를 틀어쥐었다.

그러자 시야를 가득 메우는 빛이 퍼져나가면서 순식간에 폭발이 일어났다.

콰콰콰쾅!!!!!`

폭발은 공동에 있는 모든 사람을 덮쳐버렸다.

뼈와 살이 분리되더니 이내 한 줌의 재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폭발력을 견디지 못한 공동 천장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하였다.

쿵 쾅 쾅

거대한 바위들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하였고 이내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

콰콰쾅

황보세가의 총관 황보갑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저 멀리 폭발하고 있는 폐관 수련관을 바라보았다.

황보강이 독왕을 유인해낸 곳은 대대로 황보가의 직계들이 이용하던 폐관 수련관이었다.

오로지 수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밀폐성과 보안성을 최대한 염두에 두고 만들었기에 독왕이 상대하는 데는 최적의 장소라 여겼었다.

그런데 그 폐관 수련관이 폭발하며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폭발소리가 커질수록 황보갑의 눈은 침중하기 그지없게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독왕과 일전 벌이기에 앞서 황보강은 만일의 대비를 해두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자신과 천왕대가 패배하였을 경우를 상정한 것이었다.

그는 총관에게 명하였다.

만약 수련관에 들어간 지 세 시진이 지나도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면 방계혈족에게 벽력탄을 쥐어 보낸 뒤 들여보내라고 말이다.

그리고 만약 독왕이 살아있을 경우 주저 없이 벽력탄을 터트리라고 말이다.

그 말을 들은 황보갑은 놀라 입을 턱하니 벌렸다.

벽력탄이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은 멸문하여 자취를 감춘 벽력문이 자랑하는 희대의 병기가 아니던가.

벽력탄은 한 개만 있어도 절정고수정도는 가뿐히 삼도천을 건너게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위력을 자랑하는 병기였다.

그런 벽력탄을 사용하라니!

더구나 벽력탄은 가격을 오르기만 기다리며 쟁여놨던 매물이 아니었던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 열 개나 되는 벽력탄을 터트렸다간 세가의 반절 이상이 날아가게 될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는 맹렬히 반대하였지만 황보강은 완강하기 그지없었다.

결국 황보갑은 가주의 명을 성실히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황보갑은 황보강과 천왕대가 들어간 지 정확히 세시진이 지나자 황보갑은 다섯 명의 방계 혈족들에게 벽력탄 두 개씩 쥐여주었다.

한 사람만 들여보내도 충분할 수도 있었지만, 불발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였기에 다섯이나 되는 인원들을 들여보내었다.

황보갑은 그들에게 가족들은 걱정 말라며 황보세가에서 책임지고 호의호식하며 살게 해주겠고 굳게 약속을 하였다.

그들은 결연의 의지를 담고 폐관 수련관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고 황보갑은 식솔들을 모두 대피시켰다.

그는 식솔들을 대피시키면서 빌고 또 간절히 빌었다.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말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의 바램을 철저히 배신하였다.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대폭발이 말이다.

황보갑의 눈가에 물기가 젖어들기 시작하였다.

저 폭발이 의미하는 바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저 거대한 폭발은 가주를 비롯한 황보가의 정예무사들이 모두 사망했다는 것을 의미하리라

그는 슬픈 눈으로 거대한 굉음을 내며 폭발하는 수련관을 바라볼 뿐이었다.

황보가 혈족들의 명복을 빌면서 말이다.

*********

폭발이 잦아들자 황보갑은 무인들을 이끌고 폐관 수련관이 있는 쪽으로 이동하였다.

물론 형체도 남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시체라도 수습해야 하지 않겠는가

폐관수련관을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독왕 한 명을 잡자고 황보가의 최고전력들이 전부 목숨을 잃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교환이었다.

당가는 비록 전력을 잃었지만, 그것을 극복할 기술력과 재력이 있었다.

하지만 황보세가는 오로지 전력만이 전부였다.

돈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특출난 기술을 갖춘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황보가의 무인들의 이름값이 전부였건만 이제는 그마저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제는 오대세가가 아닌 사대세가라 불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황보갑의 표정이 한없이 축 늘어졌다.

그렇게 걱정을 하는 사이

황보갑은 폐관 수련관에 도착하게 되었다.

"..허."

폐관 수련관의 모습을 본 황보갑은 헛웃음이 나왔다.

과거 폐관 수련관은 작은 돌산을 깎아 만든 곳이었다.

그렇기에 작지만 조그마한 돌산이 보여야 한 것만 그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무너져내린 것이다.

돌산이 말이다.

황보갑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이 정도 위력이라면 독왕은 고사하고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리는 절대무신마저 살아나오지 못할 정도의 위력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 다들 돌덩이를 치워라! 시체를 수습해야 한다!"

황보갑은 무인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슬픈 것은 슬픈 것이지만 일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의 말을 들은 무인들은 너도나도 무너져버린 폐관 수련관으로 달려들어 돌덩이들을 치우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보며 황보갑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지금 상황에서 세가의 이익을 극대화시킬 방법을 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전쟁`

그렇다.

당가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것이다.

비록 황보세가가 황보강이라는 절대고수와 천왕대라는 걸출한 인재들을 잃긴 하였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장로와 원로들이 남아 있었다.

물론 그 수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전력으로는 충분히 당가를 앞서고 있는 것이다.

독왕이 황보세가를 습격하여 가주와 천왕대를 죽였다는 것을 명분 삼는다면 그들을 비호하겠다고 나선 천무맹조차 손을 뗄 것이다.

황보갑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완벽한 계획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당가의 재력과 기술력을 그대로 확보할 수만 있다면 적어도 가세가 기우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독왕이 죽은 이상

여론은 황보세가의 편이었다.

역사는 승자의 편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무도 황보가를 비난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황보갑이 속으로 당가에 대한 야욕을 품고 있는 그때였다.

후두둑 후두둑

무언가 이질적인 소리가 그의 귓가를 강타하기 시작하였다.

황보갑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확인할 수 있었다.

쌓여진 돌무더기 중 한 곳이 들썩이는 움직임을 말이다.

후두두두

이내 커다란 굉음과 함께 돌무더기들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였다.

황보가의 무인들은 갑작스럽게 무너져내리는 돌무더기를 피하기 위해 급히 뒷걸음질하였다.

다시금 굉음이 울려 퍼졌고 남아있던 다른 돌무더기들마저 모두 무너져버렸다.

그리고 그 굉음의 진원지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여기저기 돌가루가 묻어있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긴 하였지만 황보갑은 알아볼 수 있었다.

저 냉막하기 짝이 없는 인상을 가진 중년인을 말이다.

황보갑의 눈동자가 쉼 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혹여 자신이 잘못 봤나 싶어 몇 번이고 눈을 비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황보갑은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독...왕."

그렇다.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당가의 가주이자 정마대전의 영웅인 독왕이었던 것이다.

천왕신권이라고 불리는 황보강과 세가 최대 전력인 천왕대의 합공 그리고 마지막으로 벽력탄이라고 불리는 희대의 병기를 직격당하고도 살아 돌아온 것이다.

믿기지 않는 현실에 황보갑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이건 예상치도 못한 일이었다.

아니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 여겼던 일이었다.

애초에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되었다.

황보강과 천왕대를 이긴 것은 그렇다 쳐도 벽력탄을 견뎌내다니!?

작은 돌산 정도는 가뿐히 무너뜨릴 위력을 갖춘 것이 바로 벽력탄이었다.

게다가 폐관 수련관은 밀폐된 공간이 아니던가?

폭발력은 더욱 극대화됐을 것이고 무너지는 돌덩이들이 그를 덮쳐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독왕은 상처 하나 없는 모습이었다.

"너."

그때였다.

선우가 황보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넵!"

황보갑은 그의 물음에 재빨리 답하였다.

"네놈이 여기 책임자인가?"

"그..그렇습니다. 황보세가의 총관인 황보갑이라고 합니다."

"그래?"

선우는 그의 대답에 만족스럽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안그래도 뒤처리를 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긴말 하는 것은 싫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꿀꺽

선우의 말에 황보갑이 침을 꼴깍 삼켰다.

무슨 말을 할지 감이 안잡혔기 때문이다.

"전쟁이다."

선우는 단호한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네,...넷!? 그게 무슨!?"

"오늘부로 당가는 황보세가에게 전쟁을 선포한다. 그리고 그 전쟁은 두 가문 중 한 가문이 멸문하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황보갑의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황보세가의 고난은 끝난 게 아닌 듯싶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