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화 〉 157.천왕신권天王神拳 황보강
필살(必殺)의 의지가 담긴 황보강의 권이 선우를 향해 날아들었다.
선우는 재빨리 발을 빼려고 하였으나 이미 늦어버렸다.
독기에 절여져 죽어가던 천왕대의 무인들이 그의 발목을 잡아버린 탓이었다.
선우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미 피하기에는 늦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파지직 파지직
어느새 황보강의 주먹이 그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선우는 직감하였다.
죽음을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빛살과도 같은 속도로 날아오던 황보강의 주먹이 천천히 날아오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선우는 황보강의 주먹을 피하려고 몸을 움직였지만 소용없었다.
느려진 것은 황보강만이 아니었다.
선우의 몸 또한 느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선우는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의 인지 속도가 초월적으로 빨라졌다는 사실을.
그리고 지금 이순간이 다시는 없을 단 한 번의 기회라는 사실까지도 말이다.
선우는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황보강의 주먹에 집중하였다.
그러자 그 주먹 주위에서 맹렬히 일렁이는 거대한 힘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어마어마하였다.
그 힘은 자신이 그동안 직접 겪었던 힘들 중 가장 이질적이면서 수위 안에 들 정도로 강대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뇌기와 내력이 혼합되어있는 거대한 힘의 흐름은 선우로서는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두려움이 일어났다.
저걸 그대로 직격당한다면 죽을지도 몰랐다.
아니 죽게 될 것이다.
선우는 음양조화신공과 건곤대나이를 동시에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끄으윽`
머리가 깨질 듯한 어마어마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감내해야 했다.
저 정도로 강대하기 짝이 없는 힘의 흐름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자신 또한 모든 것을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내 단전에 있는 모든 내력이 극대화되더니 온몸을 휘감아버렸다.
우우우우우우웅
쾅
이내 황보강의 거대한 주먹이 선우의 몸에 꽂혔다.
`끄아아아아악!`
선우는 비명을 질렀다.
감당치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힘들이 휘몰아쳤기 때문이다.
`젠장. 젠장. 젠장!`
선우는 속으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직접 겪은 그의 힘은 선우가 예상한 것보다 더욱 강대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반사는 무리다.`
선우는 깨달았다.
힘을 전부 반사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쿠와아아앙
황보강의 거력이 담긴 일권이 선우의 가슴팍을 미친 듯이 압박하였다.
건곤대나이로 흐름을 막아서고 있지만 한계였다.
더 이상 버텼다간 심장이 꿰뚫리게 되는 것이다.
`크아아아아악!`
선우는 더더욱 커지는 격통에 비명을 질렀다.
이대로는 죽게 될 것이다.
`비튼다.`
이내 선우는 전략을 바꿨다.
반사시키는 것이 무리라면 비틀어버리는 것이다.
선우는 집중을 하기 시작하였다.
모든 힘의 흐름을 비틀기 위해서 말이다.
그의 권에 담긴 힘은 세 가지였다.
하나는 뇌기 다른 하나는 내력 그리고 남은 하나는 육신 본연의 힘.
그것들을 하나둘 비틀어버린다면 가슴에 닿은 고통들이 일시에 해소될 것이다.
`크으으으윽`
가슴의 격통이 더욱 커졌다.
시간이 없다는 증거였다.
선우는 건곤대나이를 운용하였다.
제일 처음 비틀어버릴 힘은 뇌기였다.
황보강이 가진 힘 중 가장 강대한 힘은 뇌기였다.
온몸에 짜릿짜릿하게 퍼져나가는 이 뇌기부터 없애야 했다.
파지직 파지직
`크으으윽`
선우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강대하기 짝이 없는 뇌기를 비트는 것만으로 상당한 심력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바아아알!`
파스스스
이내 황보강의 권에 서려있던 뇌기들이 굉음과 함께 흩어져버리기 시작하였다.
단전에 있던 내력 중 반절이 날아가 버렸다.
선우는 온몸에 심각한 탈력감이 느껴졌다.
급격한 내력의 소모와 심력 소비로 인한 부작용이었다.
하지만 이내 선우는 정신을 차렸다.
아직 해소해야 할 힘이 두 가지나 남았다.
뇌기를 해소하긴 하였지만, 여전히 황보강의 권은 강맹하였다.
저 미친 듯 일렁이고 있는 내력을 마저 해소해야 했다.
선우는 다시금 건곤대나이를 운용하였다.
비록 오 할의 내력이 날아간 상태였지만 아직 자신에게는 오 할의 내력이 남아있었다.
선우는 다시금 집중하였다.
황보강의 권에 서려 있는 내력들을 전부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이내 몸에 닿아있는 내력의 흐름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확실히 뇌기만큼 어마어마한 크기는 아니였지만 그래도 강맹하기 그지없는 크기였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내력은 공명음을 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였다.
`네놈도 없애주마!!`
이내 선우는 건곤대나이를 운용하여 황보강의 주먹에 서린 내력을 비틀어버렸다.
파스스
`커어어억`
순간 선우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엄청난 심력 소모로 인한 피로와 내력이 빠져나간 탈력감이 동시에 들었기 때문이다.
머리가 어지러웠고 토악질이 절로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최악이었다.
어찌 어찌 황보강의 내력을 해소할 수 있었지만, 그 반동이 온몸을 덮쳐들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육체적인 고통은 그리 크지 않았다.
황보강의 주먹이 정통으로 내리꽂히기 전 뇌기와 내력을 전부 해소시킬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정신적인 피로가 그를 괴롭게 하였다.
이대로 누워서 그대로 자고 싶은데 잘 수가 없었다.
이대로 누워서 그대로 쉬고 싶은데 쉴 수가 없었다.
정신적 고통이 그의 온몸을 감쌌다.
피로했다.
상상 이상으로 말이다.
`시..발`
욕짓거리가 절로 나왔다.
건곤대나이의 부작용이 상상 이상으로 어마어마하였다.
건곤대나이는 세상에 덧없을 최고의 신공이었지만 동시에 사용자의 심력을 갉아먹는 마공이었다.
선우는 알 수 있었다.
건곤대나이가 어찌하여 마교의 교주에게만 대대로 내려오는 무공인지 말이다.
만약 자격이 되지 않는 자가 건곤대나이에 입문하게 된다면 정신이 갉아 먹혀 폐인이 될 것이다.
선우는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았다.
선우는 가슴팍에 느껴지는 다른 힘을 느꼈다.
그것은 황보강의 신체 본연의 힘이었다.
`시발`
욕짓거리가 절로 나왔다.
그 개고생을 했는데 아직도 황보강의 모든 힘을 해소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이내 다시금 건곤대나이를 운용하였다.
황보강은 전신이 돌덩이 같은 근육으로 돼 있는 자였다.
그리고 타고난 그 신력 또한 웬만한 무인들 못지않았다.
내력이 없다고 약한 것이 아니었다.
만약 그의 힘을 모두 해소하지 않으면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선우는 일 할이 채 남지 않은 내력을 운용하였다.
작디작은 내력이었지만 황보강의 힘을 비트는 것으로는 충분할 것이다.
`큭`
하지만 선우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황보강의 신력이 예상보다 강하였기에 모두 비틀어버리기에는 내력이 모자랐다.
`젠장, 되는 일이 없어..`
만약 억지로 비튼다 하여도 내력이 모두 날아가는 것은 물론 남은 힘마저 날아갈 것이다.
선우는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모든 내력을 쥐어짜 억지로라도 그의 힘을 비틀어버릴지
아니면 그의 힘을 맨몸으로 받아넘긴 후 내력을 보존시킬지 말이다.
전자의 경우 받는 피해를 무효화할 수 있겠지만, 내력이 없는 상태로 황보강과 생사결을 나눠야 했다.
후자의 경우 그가 전심전력으로 쏟아낸 일격을 맨몸으로 받아냈을 때 버틴다는 보장이 없었다.
외공의 고수이기도 한 황보강은 맨몸으로도 웬만한 성인 남성 따위는 찢어 죽일 힘이 있었다.
그가 혼신의 힘을 담은 일격이 약할 리가 없는 것이다.
선우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선택이었다.
*********
황보강은 당혹스러운 감정에 빠져들었다.
분명은 자신은 전심전력을 담아 독왕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만력천뇌신공의 비기인 뇌력천광까지 사용하면서 말이다.
독왕의 독기에 중독되어 죽어가던 천왕대의 무인들이 필생의 힘으로 그의 발목을 붙잡았고 독왕은 틈을 보였다.
자신은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았고 그대로 그의 가슴에 뇌력천광을 꽂아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생각했다.
아무리 그가 정마대전의 영웅인 독왕이라하더라도 꼼짝없이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다.
처음에는 뇌기였다.
흩어져버린 기운이 말이다.
그의 몸에 주먹이 닿자마자 주먹을 감싸고 있던 뇌기가 전부 흩어져버렸다.
그다음은 내력이었다.
뇌기와 함께 주먹을 감싸고 있던 내력마저 뇌기와 같이 흩어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신력이었다.
타고난 신력을 평생토록 단련하여 완성시킨 거대한 신력이 거짓말처럼 흩어져버렸다.
황보강은 이 믿을 수 없는 현상에 입을 턱 하니 벌릴 뿐이 없었다.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이었다.
누가 되었든 정통으로 맞기만 한다면 죽일 수 있다고 내심 자신하던 기술이었다.
그런데 전부 흩어져버린 것이다.
뇌기도, 내력도, 신력도 말이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독왕에게 닿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젊은이가 목숨을 던졌던가
자신의 그들의 목숨값을 받아내지조차 못한 것이다.
그는 절망하였다.
지금 자신에게는 내력도 뇌기도 없었다.
오로지 육체 본연의 힘뿐
그런 상태에서 독왕을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황보강의 눈빛에 절망감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그때였다.
퍽
독왕의 발이 자신의 복부에 맞닿았다.
그리고 그대로 밀어내었다.
주르르륵
황보강은 그대로 뒤로 뒷걸음질을 쳤다.
"응?"
황보강은 의아함이 들었다.
거리를 벌리려고 한 것 같은데
그의 발차기에서 전과 같은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것이다.
마치 내력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내 황보강은 깨달을 수 있었다.
독왕 또한 내력이 전부 고갈됐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의 눈동자에 있던 절망감이 희망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둘다 내력이 없다면 자신이 유리한 것이다.
자신은 육체 자체를 외공의 고수만큼 단련하지 않았던가?
내력 없는 독왕따위야 손쉽게 찢어 죽이리라
그의 눈이 살기로 번들거리기 시작하였다.
사냥의 시간은 끝나지 않은 것이다.
*********
부웅
황보강의 주먹이 선우에게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재빨리 용미연검을 들어 그의 주먹을 막아섰다.
챙
검이 울리며 선우는 그대로 뒷걸음질을 쳤다.
부웅
하지만 황보강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돌덩이 같은 주먹을 수도 없이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챙
챙
선우는 재빨리 검을 들어 방어하였지만 그의 힘을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퍽
이내 황보강의 왼 주먹이 선우의 명치를 향해 날아왔다.
선우는 재빨리 명치 쪽으로 검을 들어 올렸다
퍽
"꺼억"
하지만 검으로도 그의 신력을 막기에는 무리였다.
선우는 검째로 가격을 당하였다.
절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선우는 극심한 고통에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몸을 숙였다.
"커억 커억"
퍽
이내 황보강의 오른 주먹이 선우의 턱을 가격하였다.
몸을 숙이고 있었던 선우는 그대로 공중에 붕 떠버렸다.
부웅
황보강은 공중에 붕 뜬 선우의 가슴 재차 주먹으로 가격하였다.
쾅
가슴을 주먹으로 맞은 선우는 그대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감당치 못할 고통이 온몸을 휩싸였다.
"크하하하하하하 이게 무슨 꼴인가, 독왕!"
그 모습을 본 황보강은 재차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지금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모든 것들이 자신의 예상대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독왕 또한 모든 내력이 고갈되어 있었다.
그 결과 황보강은 맨몸으로 천하의 독왕을 어린애 가지고 놀듯 상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독왕은 암기술과 독공의 고수였다.
신체를 단련하기는 하나 외공보다는 독공과 암기술을 우선적으로 단련하는 당가의 고수인 것이다.
그런 그가 타고난 신력을 바탕으로 외공을 극한까지 단련한 황보강의 상대가 될 리 없었다.
유쾌했다.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제 천왕대의 넋을 기릴 수 있겠구나."
황보강은 감개무량한 듯 말을 이었다.
저벅 저벅
그는 독왕이 처박혀있는 벽을 향해 성큼 성큼 걸어갔다.
이제 골통을 부숴버릴 심산이었다.
투툭 투툭
그때였다.
벽에 처박혀있던 선우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아...하아..시발..하아"
선우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지금 그의 몸은 만신창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였다.
갈비뼈가 대여섯대 나간 것은 기본이요.
온몸에는 그외의 타박상이 가득하였다.
마치 멧돼지한테 들이박힌 것 마냥 말이다.
갈비뼈의 부서진 조각이 폐를 찌른 것인지 숨을 쉬는 것조차 힘이 겨워졌다.
`강해`
황보강은 강했다.
내력이 없어도 말이다.
결국 모든 내력을 소진하여 그의 힘을 비틀어버리는 선택을 한 선우였다.
그의 전심전력이 담긴 일격을 받아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그가 노리고 들어온 곳은 심장이었다.
저런 괴물같은 신체능력을 가진 황보강에게 심장을 가격당했다간 그대로 심정지가 오고 마리라
저 일격을 받아내는 것보단 오히려 내력이 없는 상태에서 싸우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황보강이 외공의 고수이긴 하지만 부상의 정도는 자신보다 심각했으니까 말이다.
거기다 자신에게는 용미연검이라는 명검 또한 있지 않은가
모르길 몰라도 분명 자신이 유리할 것이리라
그렇게 판단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황보강의 육체가 도검불침(刀劍不侵)에 이른 것이다.
아무리 용미연검을 휘둘러도 작은 생채기만 날 뿐 제대로 베어지지 않았다.
거기다 상처가 터지든 말든 미친 멧돼지처럼 달려드는 상식외의 저돌성마저 갖추고 있었다.
선우는 절망하였다.
용미연검이 도와주기라도 하면 좋을텐데
내력이 없으니 용미연검은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길이가 늘어나지도 않았고 연검답게 흐느적거리지도 않았다.
그저 빳빳하게 뻗어있는 형태를 유지할 뿐이었다.
평범한 검이 되어버린 것이다.
저벅 저벅
그렇게 선우가 후회하고 있는 사이 황보강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저벅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공포감 또한 커져만 갔다.
지금 자신의 몸을 지켜줄 것은 오직 검 한 자루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대는 도검불침에 이른 자인 것이다.
선우는 절망하였다.
도저히 이길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벅 저벅
선우가 절망하는 사이 황보강은 더욱더 가까이 오기 시작하였다.
그에 맞춰 두려움 또한 스멀 스멀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덜 덜
온몸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시발`
선우는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곧이어 그의 눈빛에 절망감이 어리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