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5화 〉 156. 황보세가와 전쟁을 벌이다-3
천왕대원들은 당겼던 활시위를 그대로 놓아버렸다.
그러자 내력이 가득 담긴 화살들이 그대로 선우에게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앞에는 뇌력을 잔뜩 머금은 황보강이 기세를 피어올리고 있었다.
진퇴양난의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위급한 상황임에도 선우의 마음은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이상하였다.
상황만 따지자면 독마나 검황과 맞설 때보다 더욱 위기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두렵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슈우우웅
뒤편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화살들이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앞쪽에는 뇌기를 잔뜩 머금은 황보강의 주먹이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다.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자신에게 날아드는 모든 힘의 흐름들을 말이다.
선우는 건곤대나이신공의 구결에 따라 내력을 움직였다.
그러자 이내 육감(六感)이 확장되더니 희미하게 느껴졌던 힘의 흐름들이 선명하게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등 쪽에는 정확히 서른 대의 화살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선우는 가만히 기다렸다.
화살들이 더욱더 가까이 오기를 말이다.
이내 선우의 몸에 화살이 닿기 직전
선우는 재빨리 몸을 돌린 후 쏟아지는 화살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천천히 휘젓기 시작하였다.
마치 흐름을 제어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자 선우를 향해 날아든 화살들이 하나둘 선우의 손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쏟아졌던 모든 화살이 그대로 그의 손을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천천히 손을 휘젓던 선우는 정면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황보강을 향해 곧바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손을 따라 움직이던 모든 화살이 황보강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푸슝! 푸슝! 푸슝!
서른 대의 화살이 일제히 황보강에게 쏟아졌다.
화살들이 쏟아지자 당황한 황보강은 재빨리 주먹을 뻗어 화살들을 쳐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화살의 움직임에 대처가 늦었던 탓인지
파삭 파삭 파삭
그의 주먹이 휘둘러질 때마다 화살들이 바닥에 떨궈지기 시작하였다.
당황스러운 공격이긴 하였지만, 그는 엄연히 화경의 고수였다.
화살 따위로 어찌할 수 있는 자가 아니라는 소리였다.
뇌기가 잔뜩 머금은 그의 주먹은 범위에 들어온 모든 화살들은 순식간에 부숴버렸다.
파삭 파삭 파삭
그의 발밑에는 부서진 화살들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하였다.
오싹
그때였다.
순간 오싹한 느낌이 몸을 관통하였다.
쇄애애액
그 느낌이 거짓이 아니었는지
무언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황보강에게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화살을 쳐내던 황보강은 정면을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날아드는 물체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검이었다.
독왕의 연검이 자신에게 날아든 것이다.
으득
어금니를 꽉 깨문 황보강은 재빨리 주먹을 휘둘러 날아드는 검을 그대로 후려쳐버렸다.
쾅
연검에는 상당한 내력이 담기긴 하였지만 황보강의 권격을 버티진 못하였는지 그대로 땅에 떨궈졌다.
푹
그때였다.
어깨에 화살 한 대가 꽂혀버렸다.
"크윽!"
황보강은 신음성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연검에 신경 쓰다 보니 화살 한 대를 놓친 듯하였다.
피슉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옆구리 쪽에 베인 듯한 느낌과 함께 고통이 느껴졌다.
"으윽!"
황보강은 재빨리 시선을 내려다보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분명 땅에 떨궈 뜨려 놨던 연검이 어느새 그의 옆구리를 관통하고 있었다.
"이런 개같은!"
상처를 확인한 황보강은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대로 옆구리에 박힌 검을 빼내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선우는 재빨리 용미연검을 회수하였다.
피슉
"크아아아아악!"
황보강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연검이 회수되면서 다시 한번 상처를 긁었기 때문이다.
"이런 개같은 자식이!!!!!!!"
황보강은 선우를 바라보며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자신의 육체에 상처가 났다.
강철과도 같다고 자부하던 자신의 육체에 말이다.
정마대전 당시에도 자신의 피 따윈 본적 없는 황보강이었다.
그런데 독왕에 의해 피를 보게 된 것이다.
자존심이 상하였다.
그리고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이노오오옴! 독왕!"
황보강은 어깨에 박힌 화살을 빼내며 노호성을 터트렸다.
"..........."
황보강이 선우를 불렀지만 선우는 묵묵부답이었다.
선우는 멍하니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옥령과 요랑을 상대로 수없이 연습하긴 하였으나 이처럼 물 흐르듯이 쓰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력이 가득 담긴 수 십대의 화살들이 그의 손에서 춤을 추었다.
그리고 그의 의지로 흐름이 바뀌어 황보강을 향하여 날아들었다.
두근 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빨리 뛰기 시작하였다.
그 전설의 무공이라는 건곤대나이를 자신의 손으로 완벽히 발휘하게 된 것이다.
기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때였다.
휘청
갑자기 상당한 탈력감이 느껴지더니 이내 몸이 휘청거렸다.
`뭐야?`
선우는 의아함을 느꼈다.
갑자기 이 탈력감 무엇이란 말인가?
선우는 재빨리 몸을 관조해보았다.
그리고 이내 단전을 확인한 선우는 탈력감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탈력감의 정체는 내력소모였다.
건곤대나이로 강맹한 힘이 담겨있는 화살들의 흐름을 모두 제어한 탓에 내력이 급격히 소모된 것이다.
요랑과 옥령과 대련하면서 건곤대나이를 연습하였을 때는 힘의 흐름을 살짝 비트는 선에서 멈춰서 인지하지 못하였는데 아예 흐름 자체를 제어할 경우 내력 소모가 급격히 심해지는 듯하였다.
선우는 상당히 놀랐다.
건곤대나이라는 무공자체가 내력 소모가 상당하다는 것은 알고 있긴 하였지만 설마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내력이 쭉 빠져나갈 줄은 상상도 못 하였기 때문이다.
`후우`
선우는 속으로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내력을 늘리기 전까지는 건곤대나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인 듯싶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도대체 무슨 술수를 쓴 것이냐!"
황보강이 선우를 보며 노한 듯 소리를 쳤다.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분명 천왕대가 쏘아보낸 화살들은 정확히 선우의 등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런데 어찌 순식간에 방향이 바뀌어 자신에게 날아든다는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는 화살을 피하지도 그렇다고 튕겨내지도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화살의 방향을 바꿔버릴 뿐이었다.
어찌 한낱 인간이 그런 엄청난 조화를 부린단 말인가?
저벅 저벅
선우는 천천히 황보강을 향해 걸어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노오오옴!"
황보강은 노호성을 터트렸다.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천왕대는 활을 거둬라! 독왕이 기묘한 술수를 사용한다!"
황보강은 천왕대를 향해 소리를 쳤다.
원리는 모르겠지만 화살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 이상
구태여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독왕을 향해 쏟아지는 화살들이 그의 목을 죄게 되리라
말을 마친 황보강은 뇌기를 머금은 주먹을 쥐고는 그대로 선우에게 달려들었다.
부웅 부웅 부웅
선우을 향해 수많은 권격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선우는 용미연검을 휘두르며 황보강의 주먹에 맞서기 시작하였다.
쾅 쾅 쾅 쾅
검강과 권강이 부딪히는 마찰음이 공동 전체에 뻗어 나가기 시작하였다.
꿀꺽
그 모습을 지켜본 천왕대원 중 하나가 침을 꼴깍 삼켰다.
세상에 다시없을 독왕과 천왕신권의 결투였다.
선우와 황보강의 공방은 치열하기 그지 없게 반복되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검이 황보강의 허리를 노렸다.
통째로 베어버릴 심산이었다.
하지만 황보강은 재빨리 몸을 뒤로 젖혀 선우의 절단 범위에 벗어날 수 있었다.
황보강은 뒤로 젖힌 몸을 재빨리 튕긴 후 선우의 머리통을 노리고 주먹을 뻗었다.
그러자 선우는 재빨리 발을 들어 올린 후 그대로 권왕을 차버렸다.
부웅
선우의 머리통을 노리고 날아든 주먹은 허공만을 꿰뚫 뿐이었다.
선우의 검이 그의 목을 향해 휘둘러졌다.
황보강은 오른 주먹을 들어 올려 검을 튕겨내었다.
그리고 왼 주먹을 뻗어 선우의 단전을 향해 내질렀다.
선우 또한 독장을 뻗어 황보강의 주먹에 대응하였다.
콰쾅
다시금 굉음이 울려 퍼지며 양 고수들이 뒤로 물러났다.
"하아...하아..하아!"
선우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수없이 반복된 공세에 체력이 떨어진 탓이었다.
"허억..허억..허억."
이는 황보강 또한 마찬가지였는지 그 또한 숨을 격하게 몰아쉬기 시작하였다.
고작 일각이었다.
둘이 공방을 나눈 시각은 말이다.
일각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선우와 황보강은 수십 수백합의 공방을 나누며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었다.
그의 주먹을 타고온 뇌기가 온몸을 저릿하게 만들기 시작하였다.
이러다가는 갑자기 마비가 올 수 도 있었다.
`시발놈`
선우는 욕짓거리를 지껄였다.
마음 같아선 건곤대나이를 사용하여 모든 공격을 반사시키고 싶었으나 만약 황보강의 모든 권격을 받아칠 경우 내력이 남아나질 않을 것이다.
그는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천왕대에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선우는 절로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쉬운 상대가 아닌 듯싶었기 때문이다.
"으윽......크윽"
황보강은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독왕과 손속을 겨루다 보니 검을 타고 들어온 독기들이 몸에 조금씩 잠식해 들어갔기 때문이다.
강대한 내력과 강인한 신체로 버티고 있긴 하였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도달한 듯하였다.
몸에 스며든 독기가 이곳저곳을 누비며 황보강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황보강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시간을 끌면 끌수록 불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만력천뇌신공을 극성까지 끌어올리기 시작하였다.
파지직 파지직 파지직
그의 몸 안에 잠재되어있는 어마어마한 뇌기들이 그의 주먹에 일렁였다.
이내 눈에 보일 정도의 황색의 뇌기가 그의 주먹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만력천뇌신공의 비기인 뇌력천광(雷力天獷)이었다.
파지직 파지직
"크으윽!"
어찌나 뇌기가 강한지 시전자인 황보강에게도 상당한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는 고통을 감내하며 더더욱 내력을 끌어모을 뿐이었다.
`이 한 방에 모든 것을 걸겠다."
그의 눈에는 결연의 의지가 담겨있었다.
"천왕대여!"
황보강은 천왕대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대들은 황보세가를 위해 목숨을 걸 수 있겠는가!"
""걸 수 있습니다!""
그의 물음에 천왕대의 무인들이 일제히 답을 하였다.
"그 대답에 거짓은 없겠지?"
""물론입니다!""
"좋아, 그러면 천왕대 모두! 일제히 독왕에게 달려들어라! 팔이 잘리고 다리가 잘려도 목숨이 붙어있다면 어떻게든 물고 늘어져라! 그대들의 명예로운 희생은 내가! 나아가 황보세가가! 영원토록 기억할 것이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천왕대의 무인들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력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일제히 선우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부웅
그들은 하나둘 달려들며 주먹을 휘둘렀다.
"으아앗!"
천왕대원 중 하나가 제일 먼저 달려와 선우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서걱
하지만 주먹이 선우에게 닿기도 전에 잘려버렸다.
"크아아악!"
그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이내 반대 주먹을 다시금 선우에게 내질렀다.
선우는 재빨리 음양조화기를 운용하였다.
그리고 몸속에 내재된 독기를 그를 향해 내뿜었다.
그의 주먹은 선우에게 닿기도 전에 부식되어 사라져버렸다.
"쿨럭...쿨럭"
쿵
이내 온 몸이 중독되어버린 남자는 연신 기침을 하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죽어버린 것이다.
"와아아아!"
하지만 남자의 비참한 죽음이 보이지 않는 것인지 다시금 천왕대의 무인이 선우에게 달려들었다.
선우는 뒷걸음질을 쳐 여유롭게 피한 후 독기를 내뿜었다.
푸스스스
잠재된 독기가 독무 형태로 주위에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쿵
가장 가까이에서 독기에 노출된 남자는 그대로 선우의 발밑에 쓰러져버렸다.
중독되어버린 것이다.
난전이 계속되었다.
천왕대의 무인들은 생이 다할 때까지 달려들었고 선우는 끊임없이 독기를 내뿜어 그들이 접근하기도 전에 일제히 중독을 시켰다.
하나둘 그의 발밑에 시체들이 쌓이기 시작하였다.
주먹을 사용하는 황보세가의 무인들 특성상 독공과는 상극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천왕대의 무인들이 전멸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반 각에 불과하였다.
쿵
이내 선우의 독기를 버티고 버텼던 천왕대주 황보결마저 그의 발밑에 쓰러지게 되었다.
초절정 고수였던 탓일까
다른 대원들과 달리 주먹까지 휘두르는 패기를 보였지만 결국 그정도가 다였다.
모든 천왕대들이 쓰러지고 만 것이다.
"후우"
선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 순간이었다.
오싹
갑자기 등 뒤에서 오싹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선우는 다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뒤에는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황보강의 모습이 보였다.
파지직 파지직 파지직
어느정도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기를 타고 뇌기가 느껴졌다.
선우는 알 수 있었다.
그의 주먹에는 필살(必殺)의 의지가 담긴 거대한 힘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죽는다.
저 주먹을 정통으로 맞게 된다면 말이다.
선우는 재빨리 몸을 빼내기 위해 발을 놀렸다.
저런 공격을 장면으로 받아치는 것은 멍청한 일이었다.
그때였다.
턱
턱
턱
턱
선우의 다리쪽에 무언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한둘이 아니었다.
선우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독기에 중독되어 온몸이 녹아내리는 상태로 자신의 다리를 붙들고 있는 수많은 천왕대의 무인들을 말이다.
`젠장`
선우는 발을 재빨리 뺴내려고 하였지만 이미 늦었다.
황보강의 주먹이 코앞까지 다가온 것이다.
파지지직!
황보강의 뇌력천광(雷力天獷)이 그대로 선우에게 꽂혔다.
쾅!
그러자 공터에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