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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48화 (149/1,419)

〈 148화 〉 149. 적을 알게되다

"죄송합니다."

선우는 깊게 고개를 숙였다.

"아..아닙니다!"

선우가 머리를 숙이자 삼척은 재빨리 손을 휘저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 도칠인 줄 알고.."

선우는 뒷말을 흐렸다.

이건 명백히 그의 잘못이었다.

사람을 착각해 떡이 되도록 쥐어패다니

만약 참지 못하고 목이라도 따버렸다면 선우는 엄청난 죄책감에 휩싸였을 것이다.

선우는 고개를 더욱 깊게 숙이며 간곡히 사죄하였다.

"모두 저 간악한 도칠의 잘못이 아니겠습니까?

선우의 간곡한 사과에 삼척은 구석퉁이에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도칠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물론 선우의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도칠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하오문의 지부장인 삼척을 떡 되도록 쥐어팼으니 말이다.

하지만 삼척은 이 상황을 그냥 유야무야 넘길 생각이었다.

천하의 하오문이 고객을 습격한 것이다.

만약 이사실이 본단에 알려지고 중원 전역에 퍼지게 된다면 하오문에 대한 신뢰는 기하급수적으로 바닥을 치게 될 것이다.

안되었다.

절대로 안 되었다.

이 정도 사안이라면 수하관리를 똑바로 못한 삼척 또한 중징계를 피해가지 못할 것이다.

비록 뼈마디가 시리고 맞은 여기저기 피가 철철 흐르긴 하였지만, 차라리 없는 일로 만드는 것이 나을 것이다.

"아닙니다. 그래도 사람을 이리 떡이 되게 만들었는데 사죄를 해야죠. 부순 집기들은 물론 다친 사람들의 치료비까지 모두 배상하겠습니다."

선우는 그런 삼척의 태도에 더욱 미안함을 느꼈는지 더욱 깊게 사죄하였다.

화라도 실컷 내면 좋으련만 삼척은 그저 괜찮다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

자신은 이렇게 착한 사람을 죽일 뻔한 것이다.

어찌 죄책감이 올라오지 않을 수 있으랴

"정말 괜찮습니다. 따지고 보면 수하관리를 똑바로 못한 제 잘못 또한 더러 있습니다. 부디 심려치 마십시오."

선우의 그런 태도에 삼척은 다시금 저자세를 취하였다.

삼척의 간곡한 말을 듣고도 선우는 표정이 영 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마음이 불편하였기 때문이다.

"정 죄송하시다면 도칠의 신변을 저에게 양도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런 선우를 보며 삼척은 입을 떼었다.

"도칠의 신변을요?"

그의 물음에 선우는 짐짓 고민한 기색을 보였다.

자신을 죽이려 하던 도칠이었다.

후환을 남겨두지 않기 위해 깔끔히 목을 잘라버릴 생각 이것만 그의 신변을 양도해달라니?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내 고민하던 선우는 흔쾌히 답을 하였다.

삼척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긴 하지만 그는 엄연히 하오문 요성지부의 지부장이라는 위치까지 올라간 인물이었다.

정보를 얻기 위해 고문과 살인을 서슴지 않는 하오문 특성상 그 또한 만만한 인물은 아닐 터

도칠을 삼척에게 맡긴다면 자신보다 더욱 잔인하게 죽이리라

"감사합니다."

선우의 대답에 삼척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혹여 살려두실 생각은?"

선우는 그런 삼척에게 혹시나 싶어 물음을 건넸다.

"하하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제 목숨을 노리던 놈입니다. 최대한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시킬 생각입니다."

그런 선우의 물음에 삼척은 차갑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비록 저자에 비해 무력은 약할지 몰라도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죽이는 것만큼은 하오문이 휠씬 나을 것이다.

부르르르

그런 삼척의 생각이 전해진 것인지 갑자기 도칠의 몸이 부르르 떨기 시작하였다.

아마 그는 곱게 죽지는 못하리라

"그것보다 당가에 대한 정보를 얻으러 오셨다고요?"

삼척은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

"네 , 그렇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내어드리도록 하지요."

말을 마친 삼척은 집무실 뒤편에 있는 서고 쪽으로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의 손에는 서책 하나가 들려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원래 이렇게 일 처리가 빠른가요?"

그의 빠른 일 처리에 선우가 놀란 듯 되물었다.

모름지기 정보상이라면 이리저리 필요한 정보만을 취합하여 정리하여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한 식경도 지나지 않아 서책 하나를 엮어서 주다니!?

"당가에 관한 정보는 요즘 무림에서 찾는 이들이 많은 정보인 터라 정리해놨던 것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필사본도 넉넉하지요."

선우의 물음에 삼척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을 이었다.

이 말은 사실이었다.

지금 당가는 전 무림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에 따라 당가에 대한 정보를 찾는 자들 또한 많아졌고 하오문 이런 발 빠른 변화에 맞춰 대응해놨던 터였다.

"그렇다면 혹여 왜 세간의 집중을 받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천무맹 때문이지요."

"천무맹이요?!"

선우는 그의 말에 놀란 듯 되물었다.

갑자기 천무맹이 왜 튀어나온단 말인가?

그의 말을 들은 선우는 불안감이 휩싸였다.

혹여 이재원이 당가에 무슨 일을 저지를까 두려웠던 것이다.

"천무맹에서 공식적으로 당가의 비호를 선언하였습니다. 또한 무력부대까지 보냈지요."

하지만 삼척의 입에서 나온 말을 그의 예상과는 전혀 상반된 이야기였다.

"비호요?"

"그렇습니다. 마교의 발호를 막아선 당가를 공식적으로 비호한다고 나선 것이지요."

그의 말을 들은 선우는 어안이 벙벙하였다.

이재원이 뜬금없이 당가를 왜 비호하고 나선단 말인가?

그리고 이내 선우는 이유를 유추할 수 있었다.

"당..부인"

"맞습니다, 천무맹주의 사부인인 당진설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게 세간의 중론이지요."

그의 말에 삼척은 맞장구를 쳐주었다.

`후우`

그의 말을 들은 선우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대세가의 공격을 받아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인듯하였으나 다행히 천무맹의 비호로 위기를 넘긴 듯 싶었기 때문이다.

천무맹의 비호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 받는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당가를 믿고 맡길 거래처가 늘어난다는 증거일 테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당가는 지금 호재인 상황이겠군요."

선우는 대충 넘겨짚어 답하였다.

"사실 그런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선우의 대답을 들은 삼척은 뒷말을 흐렸다.

그 모습에 선우는 불안감이 들었다.

"지금 당가는 겉으로는 마교의 습격 이후 최고의 호재로 보이나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삼척은 선우에게 의외의 말을 건네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오?"

선우는 의아한 듯 되물었다.

무림 최고의 세력이 비호를 선언한 것은 물론 단일 세력까지 보내왔다.

그런데 호재가 아니라니!?

"당가는 천무맹의 비호와는 별개로 경제적인 고립 상태입니다."

"경제적인 고립이요?"

"그렇습니다. 마교의 습격 이후 당가는 병장기와 약재 유통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체를 정리한 상태입니다."

"그렇죠."

이는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대부분의 사업체를 정리하라고 결정 지은이가 자신이 아니던가

"그런데 문제는 병장기와 약재 유통사업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게 무슨?"

선우는 의아한 듯 물었다.

병장기와 약재는 대체 인력이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 바로 당가였다.

그렇기에 모든 사업체를 정리한 후 경쟁력이 있는 두 주력사업에 몰두할 생각이 아니던가

그런데 차질이 생겨났다니?

"당가와 거래를 맺고 있던 철방과 의방 그리고 약방들이 일제히 거래중지를 요청해 왔습니다."

"!?"

그의 말을 들은 선우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입을 턱 벌렸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병장기든 약재든 당가를 거치고 간 상품은 그 품질과 가격 보장되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런데 일제히 거래 중지라니!?

"사실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약초꾼들과 광부들 또한 일제히 파업을 선언하였습니다."

순간 선우의 표정이 덧없이 심각해지기 시작하였다.

순식간에 수요와 공급이 일제히 막혀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당가는 경제활동이 아예 제약되어버리는 것이다.

지금 당가는 청성과 아미와 경제조약을 맺은 상태였다.

그런데 여기서 수요와 공급이 끊긴다면?

돈은 돈대로 나가고 벌어들이는 수입은 없으니 결국 있는 돈을 전부 까먹게 되는 것이다.

선우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혹여 그 원인에 대해 알 수 있겠습니까?"

선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삼척에게 되물었다.

하오문이라는 정보단체의 지부장이라면 원인을 알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우의 말을 들은 삼척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서고 쪽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전도 한 장을 가지고 나왔다.

삼척은 전도를 책상 위에 올려 놓은 뒤 넓게 폈다.

중원의 모습이 담긴 전도였다.

"이 사태에 대해서는 저희도 나름대로 분석을 해보았습니다."

삼척은 책상 위에 있던 작은 붓을 하나 들더니 이내 전도 위 먹칠을 하였다.

"처음 당가와 거래를 중지한 곳은 이곳 요녕입니다. 그리고 다음은 이곳 호북 그리고 다음은 산동....."

삼척은 전도 위에 먹칠을 하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제 아시겠습니까?"

이내 먹칠을 멈춘 삼척이 선우에게 물었다.

선우는 삼척이 먹칠을 해놓은 지역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가 먹칠을 해놓은 곳은 요녕, 호북, 산동, 하북 이었다.

그리고 이내 선우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삼척이 말하는 바를 인지한 것이다.

요녕은 모용세가가 위치한 곳이었고 호북은 제갈세가, 산동은 황보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북에는 팽가와 진주언가가 위치한 곳이었다.

거래를 끊은 지역 모두 오대세가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인 것이다.

"오대세가!"

"그렇습니다. 오대세가에서 손을 쓴 것입니다."

그의 말을 들은 선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무래도 오대세가에서 칼을 빼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오대세가

원래라면 당가를 포함하여 육대세가라고 불리우는 것이 맞지만 마교로 인해 당가의 세가 줄어든 이후 오대세가라고 불리우는 무림세가들이었다.

오대세가에는 황보세가, 모용세가, 제갈세가, 진주언가, 하북팽가 이렇게 다섯 개의 가문이 속해 있었다.

한 성의 패자로 있는 세가의 특성상 그들은 지배하는 지역에서만큼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고 그 결과 당가와의 거래중지라는 쾌거를 이룩할 수 있었다.

거기다 지역에 위치한 약초꾼들과 광부들까지 압박을 가하니 공급마저 힘겨워질 것이 자명하였다.

선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보복을 가할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듯 치졸하게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하였기 때문이다.

"혹여 다른 거래처는 어떱니까?"

선우는 혹시나 하고 그에게 물었다.

용봉중에는 오대세가의 후기지수들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구파의 후기지수들 또한 포함되어있던 것이다.

만약 구파까지 합세한다면 당가는 완전히 고립되고 만다.

"나머지 절반의 거래처는 건재합니다. 하지만 오대세가의 압박이 계속된다면 너도나도 당가를 무너뜨리려고 할지도 모르지요."

"어째서입니까?"

선우는 의아한 듯 물었다.

질 좋은 병장기를 싼값에 제공하는 곳이 바로 당가였다.

그뿐만 아니라 약재 보관과 유통 또한 따라갈 자가 없을 터인데 어찌 당가를 무너뜨린단 말인가?

"상인들 입장에서는 질 좋은 무기들을 싸게 내놓는 당가가 눈엣가시와도 같을 테니까요."

선우의 물음에 삼척은 담담히 답하였다.

결국 돈이었다.

양질의 무기나 질 좋은 약재들을 싼값에 제공하는 당가는 구매자들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고마운 존재였지만 경쟁 상인들 입장에서는 눈엣가시와도 같은 존재였다.

그들에게는 당가와 같은 기술력이 없었다.

돈을 아무리 처발라도 그들을 결코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당가가 망하는 것을 쌍수들고 환영할 것이다.

그들이 없어진다면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그들이 될테니까 말이다.

`개새끼들`

선우는 속으로 그들을 욕하였다.

삼척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고착화된다면 다른 거래처들도 너도나도 등을 돌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거기다 요녕의 광부들까지 등을 돌린터라 병장기 제조업에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삼척은 심각한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모용세가가 자리하고 있는 요녕은 중원에서 제일 큰 철광산이 있는 곳이었다.

그들이 철을 공급해주지 않는다면 당가는 남은 절반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조차 힘들 것이다.

삼척의 말을 들은 선우의 표정이 관리가 안되어 난감하였다.

일이 이리저리 꼬인 것에 대한 짜증이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다.

`후우`

하지만 이내 선우는 속으로 크게 심호흡을 하여 마음을 진정하였다.

여기서 짜증만 부린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는다.

실질적인 방법으로 이 모든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당가가 망하기 전까지 말이다.

"삼척 지부장님"

선우는 조용히 삼척을 불렀다.

"말씀하시지요."

"오대세가에 대한 정보를 모두 가져다 주 실수 있겠습니까? 돈은 얼마든지 내겠습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선우의 말을 들은 삼척은 고개를 숙여 답하였다.

고생 뒤 낙이 온다고 하지 않던가

아무래도 이제야 낙이 온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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