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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46화 (147/1,419)

〈 146화 〉 147. 하오문을 찾아가다-3

덜덜

덜덜

서환은 쉴 새 없이 온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어떻게든 이 떨림을 멈추고자 노력을 하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의 온몸을 휘감은 거대한 공포감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서환은 척 봐도 무림초출로 보이는 남자를 데리고 환희루 뒤편에 골목길로 진입하였다.

이미 요성지부 부지부장인 도칠과 남자를 등처먹기로 합의를 한 상황이었기에 그는 꺼릴 것이 없었다.

그리고 서환은 그를 칼잡이들이 대기하고 있는 막다른 골목까지 유인하였다.

서환은 쾌재를 불렀다.

이것저것 의심을 하긴 하였으나 결국 칼잡이들 있는 곳까지 성공적으로 유인한 것이다.

모든 계획은 완벽하였다.

삼류수준밖에 되지 않는 남자는 노련한 칼잡이들의 손에 목숨을 잃게 될 것이고 저 산속 깊은 곳에 버려지게 될 것이다.

자신과 도칠은 큰돈을 챙길 것이고 칼잡이들 또한 만족할만한 수당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완벽하였다.

그가 손을 뻗기 전까지는 말이다.

달려드는 칼잡이에게 남자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칼잡이는 코웃음을 쳤다.

예기로 번쩍이는 날카로운 칼을 어찌 손으로 막겠다는 것인가

칼잡이는 그대로 그의 심장을 찔러 들어갔고 서환은 그의 죽음을 예상하였다.

콰직

하지만 어디 세상일이 예상처럼 흘러가겠는가?

서환에 귓가에는 예상치도 못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칼잡이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나간 것이다.

몸만 남은 칼잡이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에이, 시발 피 묻었네."

그리고 남자는 붉게 물들어진 손을 거칠게 흔들며 피를 털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서환은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라?`

계획과는 한참이나 동떨어진 광경인 것이다.

그의 계획대로라면 눈앞의 호구는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죽음을 맞이해야했다.

그런데 왠걸 죽음 맞이한 것은 머리가 터져나간 칼잡이였다.

그것도 부지부장이 엄선하고 엄선한 실력자가 말이다.

서환도 칼을 들고 있는 칼잡이들도 그저 멍하니 그를 지켜볼 뿐이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 마치 꿈결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내 남자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칼잡이가 떨어뜨린 칼을 하나 주워들었다.

칼을 주워든 남자는 천천히 칼잡이들 향해 칼을 겨눴다.

"한꺼번에 덤벼라."

남자의 말을 끝으로 칼잡이들은 일제히 달려들었다.

저 남자와의 수준차를 직감한 것이다.

합공이 아니면 답이 없다.

그렇게 판단하였다.

스윽

후두두두둑

그리고 그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칼잡이들은 순간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 눈은 정면을 고정하고 있건만 세상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문을 몰라 눈을 돌리니 옆에 있는 녀석의 목이 땅에 떨어지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목이 베어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후두두둑

그 깨달음을 끝으로 칼잡이들은 의식을 잃게 되었다.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어?`

그 모습을 그대로 지켜봤던 서환은 입을 멍하니 벌렸다.

그의 영리한 머리로도 이해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광경이었기 때문이다.

일제히 달려든 다섯 명의 칼잡이들의 목이 달아났다.

그것도 동시에 말이다.

그런데 검이 휘둘러진 것조차 보이지 않았다.

인지할 수 있는 속도를 벗어났다는 말이다.

사람은 믿고 싶지 않은 광경을 보게 될 때면 현실을 부정한다고 하지 않던가

서환의 상태가 딱 그러하였다.

서환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부정하였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 말이다.

도칠이 보내준 사내들은 전부 일류이상의 실력을 갖춘 사내들이었다.

비록 하오문 밑에 있는 먹이나 받아먹는 사냥개들에 불과했지만 적어도 실력만큼은 진짜라는 소리였다.

그런 사내들이 단 한 초식 만에 목이 달아나버렸다.

믿을 수 있을 리 가 없었다.

거짓말일 것이다.

그는 눈을 감았다.

분명 자신이 착각한 것이 분명하였다.

감았던 눈을 다시 뜨게 된다면 칼잡이들에게 여기저기 난자를 당한 남자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하나...둘...셋!`

서환은 속으로 숫자를 센 후 다시금 눈을 떴다.

그리고 그는 절망에 빠지게 되었다.

눈앞에는 목이 없는 시체들이 굴러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인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말이다.

서환은 온 몸을 덜덜 떨면서 남자를 바라보았다.

"일단 너는 팔다리부터 꺾고 시작하자."

선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서환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서환의 눈에는 절망이 어렸다.

*******

콰드득

"으아아아악!"

서환은 세상이 떠나가라 큰 비명을 질렀다.

아팠다.

아파도 너무 아팠다.

멀쩡한 다리가 부러져버렸는데 아프지 않을 리 없었다.

눈물이 찔끔났다.

콰드득

"크아아아아아악!!"

이번에는 반대쪽 다리였다.

이루말할 수 없는 고통이 다시금 그의 다리에 느껴졌다.

찔끔 나오던 눈물이 이제는 줄줄 흐르기 시작하였다.

"공..자...제.발..살..려..주십시오."

서환은 눈물이 범벅된 얼굴로 그에게 빌기 시작하였다.

그는 살고 싶었다.

미치도록 살고 싶었다.

그는 서환에게 팔다리를 부러뜨린다고 말하였다.

아직 서환에게는 두 팔이 남아있었다.

그는 분명 서환의 팔마저 부러뜨릴 것이다.

이 팔마저 잃을 수는 없었다.

그는 양손을 모았다.

"공..자..살...려..주시..오"

그리고 천천히 비비며 빌기 시작하였다.

"좆까."

우드득

선우는 그런 서환의 애절한 무시한 채 그의 팔을 부러뜨렸다.

"으아아아아악!"

팔이 부러진 서환은 비명을 질렀다.

"시발놈아."

선우는 그런 서환을 보며 말을 내뱉었다.

"사람 목숨을 노려놓고 용서해줄줄 알았어?"

"크으으윽.....으그윽"

"너는 지금 댓가를 치루는 거야. 그러니 달게 받아."

우둑

말을 마친 선우는 서환의 반대 팔마저 부러뜨려버렸다.

"끄아아아악!"

서환의 비명소리가 골목 전체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끄윽...흑...끄아윽...흑"

서환은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다.

순식간에 양팔과 양다리 모두가 부러져버렸다.

멀쩡한 수족을 병신으로 만들었는데 아프지 않을 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는 눈물을 흘리며 후회하고 또 후회하였다.

욕심에 눈이 멀어 그릇된 선택을 한 자신과 단번에 사람을 파악했다고 자신하던 오만을 말이다.

뜨내기라고 여겼던 남자는 사실 정체를 숨겼던 고수였다.

손속을 보면 분명 잔혹한 마두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를 죽이려고 데려온 칼잡이들은 모두 목 없는 시체가 되었다.

서환은 절망하였다.

그 똑똑한 머리를 아무리 굴려보아도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수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후회의 눈물을 쉴새 없이 흘렸다.

만약 다시 한번 남자를 처음 만났던 그때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결코 이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그만 짜."

그때였다.

마귀와 같은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서환의 귓가를 자극하였다.

움찔

그의 목소리를 듣자 쉴 새 없이 흘러내리던 눈물이 순식간에 멈춰버렸다.

분명 남자에 대한 공포감이 팔다리가 부러진 고통을 앞선 것이리라

"자, 이제 내가 너한테 질문을 할거야."

선우는 서환을 보며 말을 이었다.

"대답 여하에 따라서 살 수도 죽을 수도 있어. 어때? 구미가 당기지?"

끄덕 끄덕 끄덕

선우의 말을 들은 서환은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뜻하지 않게 살 수 있는 활로가 열린 것이다.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좋아, 그럼 물어볼게. 이번 일은 독단으로 벌인 일이야?"

선우는 그런 서환의 반응이 마음에 든 듯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의 물음에 서환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는 요성지부 부지부장인 도칠과 짜고 그를 습격하였다.

목이 달아난 칼잡이들 모두가 도칠이 보내준 자들이 아니던가

하지만 만약 도칠의 이름을 언급했다간 이 남자가 요성지부에 쳐들어갈 것 같았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그의 이름을 팔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말이다.

"이새끼, 눈 굴리는거 봐라."

그 모습을 보며 선우는 피식 웃었다.

과연 하오문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수족이 전부 부러지고도 머리를 굴리는 것을 보면 말이다.

꾸욱

선우는 손을 올려 서환의 오른 쪽 귀를 잡았다.

후두두둑

그리고 그대로 뜯어버렸다.

"끄아아악!"

"빨리 말해, 시간없어."

선우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서환을 보며 퉁명스럽게 말을 이었다.

"부지부장님과 함께하였습니다! 저 칼잡이들 모두 도칠 부지부장님께서 보내준 이들입니다!"

서환을 재빨리 있는 사실을 그대로 고하였다.

하오문과 의리를 지키고 싶었으나 역시 자신의 안위가 먼저였다.

그는 밑바닥 인생다운 저렴한 의리를 보여주었다.

"그래? 딴 놈들은 없는거겠지?"

"없습니다! "

선우의 물음에 서환은 비명 지르듯 소리쳤다.

"그럼 하오문 어디있는지 알려줄 수 있어?"

"환희루를 기준으로 왼쪽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말이죠. 그리고 쭉 가다 보면 약방이 하나가 나옵니다. 약방의 주인이 항상 밖에 나와 앉아있습죠. 그리고 좀더 가다 보면 우측으로 해원루라는 작은 주루가 나옵니다. 그곳이 하오문 요성지부의 본거지입니다."

말문이 트인 서환은 주저리주저리 말을 하며 하오문의 위치를 무척이나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아마 삶에 대한 욕구가 강력히 반영된 것이리라

"설마 거짓말은 아니겠지?"

선우는 그런 서환을 보며 의심스러운 듯 다시 물었다.

워낙 말로 장난치는 인간이라 그런지 사실을 말했는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확실합니다. 제 목을 걸 수 있습니다."

서환은 그런 선우에 물음에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하였다.

그는 억울했다.

하오문으로 가는 최적의 경로를 자세한 묘사까지 섞어가며 설명했건만 의심을 하니 억울함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의 확신에 찬 태도에 선우는 이내 수긍을 하였다.

자기 목숨이 걸린 일인데 어찌 거짓말을 하겠는가?

"고맙다."

선우는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헤헤, 별거 아닙니다."

그의 감사인사를 들은 서환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자신은 살려주려는 듯 했기 때문이다.

"그럼 잘 가."

"네?

순간 서환은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선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자신에게 날아드는 그의 주먹을 말이다.

콰직

이내 그의 주먹을 서환의 머리통을 강타하였고 그의 머리는 그대로 터져버렸다.

환희루의 주인이자 하오문의 간부인 서환는 칼잡이들과 마찬가지로 목 없는 신세가 되어 땅바닥에 구르게 되었다.

"에이씨, 손에 피 묻었네."

선우는 피에 젖은 손을 탁탁 털었다.

손을 어느정도 털어낸 선우는 천천히 걸으며 골목을 벗어났다.

막다른 골목에는 일 곱개의 목 없는 시체만이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

"흐흐흐흐 "

도칠은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기쁘지 않을 리 없었다.

조금만 지나면 자신의 수중에 수천 아니 수만 냥의 돈들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삼분지 일 정도는 서환에게 떼준다고 쳐도 무려 삼분지 이나 되는 돈을 혼자 먹게 되는 것이다.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하였다.

그 돈과 지금까지 후려쳤던 모든 돈을 다 합치면 어디 한적한 마을에서 지주 정도는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 터

이제는 하류 인생이라 얕보이고 무시당하면서 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부자가 될 수 있었다.

콰콰쾅!

그때였다.

"뭐야!"

"왠놈이냐!"

"뭐야!"

아래층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도칠은 인상을 찌푸렸다.

행복한 상념을 이어가고 있었것만 소란스러운 소리에 상념이 깨어져 버린 것이다.

`뭔일이야?`

의문이 든 도칠은 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아래층에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직접 확인해야할 듯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걸음 옮겨 난간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으응!?"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본 도칠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래층은 난장판이었다.

수많은 하오문도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신음성을 내뱉고 있었으며 집기들은 전부 부서져 있었다.

도칠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저들이 누구란 말인가?

하오문 요성지부를 지키고 있는 정예 문도들이 아니던가

아무리 하오문이 하류인생들의 모여 만들어진 정보단체라지만 그들은 엄연히 무림 문파였다.

무림문파인 만큼 무공을 익힌 무인들이 존재하였고 그들은 하오문에 상주하면서 혹시 모를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였다.

골목길에서 어깨에 힘을 주는 왈패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고수라는 소리였다.

그런데 그 수십 명의 고수들이 땅바닥을 기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도칠은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보며 눈을 비볐다.

아무래도 헛것이 보이는 듯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헛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무리 눈을 비벼보아도 그들은 여전히 신음성을 내뱉으며 괴로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야"

그때였다.

어디선가 날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칠은 날선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부지부장 도칠이 누구냐?"

그리고 그곳에는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가 살기를 뿜으며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도칠은 오금이 저리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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