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4화 〉 145. 하오문을 찾아가다-1
삼척을 노려보는 선우의 시선은 날카롭기 그지 없었다.
움찔
선우의 시선을 눈치 챈 것일까
삼척은 몸을 움찔거리며 그의 눈치를 살폈다.
"누...누구십니까?"
"너네 고객."
선우는 별일 아니라는 듯 말을 이었다.
"아니 무슨 고객이라는 사람이 이 무슨 행패입니까!"
선우의 말을 들은 삼척은 말도안된다는 듯 항변을 하였다.
하오문은 돈만 주면 어떤 정보든 팔아치워주는 정보상이었다.
원하는 정보가 있다면 돈을 주면 될 일이지.
어찌하여 행패를 부린단 말인가
이내 삼척의 머리가 맹렬히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정보상으로서의 감각으로 이 남자의 행동을 유추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이런 경우가 없지는 않았다.
무공은 높으나 돈이 없는 무림 초출의 경우 이렇듯 행패를 부린 뒤 정보를 내놓으라며 윽박지르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삼척은 이마를 부여잡았다.
아마도 눈앞의 남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분명 눈앞의 남자는 어디 산골짜기에서 은거기인인 스승에게 무공을 사사받은 뒤 무림에 출도한 촌놈일 것이다.
그러니 세상물정을 모르고 하오문을 협박하러 온 것이다.
삼척은 이내 코웃음을 쳤다.
두려움이 싹 사라진 것이다.
"이노오옴! 돈이 없으면 정보를 안사면 되는 것을! 어찌 행패를 부리며 돈을 요구한단 말이더냐! 네놈 사부가 그렇게 가르치더냐? "
삼척은 선우를 향해 큰 소리를 쳤다.
이럴 때일수록 강하게 나가야한다.
삼척은 굳게 마음을 먹었다.
이 세상 물정을 모르는 남자에게 하오문의 무서움을 철저히 가르쳐주겠다고 말이다.
"네놈이 지금 무슨 일을 저지른 것인지 아느냐? 천하의 하오문을 적으로 돌린 것이다!"
삼척은 그를 향해 큰소리를 쳤다.
영웅전기와 같은 허구의 소설을 보면 하오문은 정보나 무상으로 제공해주는 역할로 나오는 경우가 수두룩하였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하오문은 약하지도 않았고 정보를 무상으로 제공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철저히 돈에 의해서만 정보를 제공하였으며 돈이 없다면 그에 걸맞는 보상을 요구하였다.
그리고 그 보상에는 무력지원을 약속한 고수들 또한 수두룩하였다.
하오문을 적으로 돌린다는 것은 그 수많은 고수들을 적으로 돌린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또한 온 지역에 전부 퍼져있는 하오문도들 특성상 표적의 위치를 언제고 파악할 수 있었기에 벗어날 수있는 방법 또한 요원하였다.
하오문과 척을 진다는 것은 그런 의미였다.
"이노오오옴! 이유 없이 하오문을 핍박하고도 멀쩡히 살아갈 성싶으냐! 이제 네놈에게는 추살령이 내려질 것이고 수많은 고수들이 네놈을 추살하기 위해 달려들 것이다. 그리고 네놈은 어디서 뭘하든 속속히 파헤침 당할 것이고 네놈의 신상은 천하에 널리 뿌려지게 될 것이다!"
삼척은 열변을 토하며 선우에게 소리쳤다.
말을 마친 삼척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아마 이정도만 말해도 충분히 안색이 파리해지리라
아니 바지에 오줌을 지릴지도 모를 것이다.
"근데."
하지만 선우의 반응은 그의 예상과는 전혀달랐다.
그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삼척을 바라볼 뿐이었다.
"네놈이 생각하는 것만큼 하오문은 약하지 않다! 추살령은 물론 네놈 목에 현상금을 걸어 수많은 고수들에게 쫓기게 만들 것이며 매 순간마다 위치를 공유하여 중원 땅에 발붙이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삼척은 눈앞의 무림초출이 자신의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은 듯하여 다시금 친절히 그에게 협박을 하였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을 뿐 아무런 말조차 없었다.
'그냥 미친 새끼인가?'
보통 무림초출의 경우 이정도로만 말해도 벌벌 떨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삼척에게 고개를 조아리며 살려달라고 빌었을 것이다.
그런데 눈앞의 이놈은 무슨 연유인지
심드렁한 표정만 지을 뿐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삼척은 의아함이 들었다.
그리고 이내 의아함은 불안감으로 바뀌게 되었다.
아무리 이야기를 해줘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 못하니 불안감이 든 것이다.
이럴 경우 둘 중 하나였다.
하오문 따위는 우습게 볼 정도로 명문가의 자제거나 아니면 멍청한 놈이거나
물론 삼척의 생각은 후자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깔끔한 무복을 입고 있기는 하나 돈이 많다고 생각되는 차림새는 아니었다.
삼척은 심각한 고민에 휩싸였다.
그냥 원하는 정보를 쥐어주고 나중에 추살령을 내릴 것인가 아니면 이해가 될 때까지 사태에 대해 설명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이내 그는 결론을 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놈인 듯하니 빨리 정보를 내어주고 보내자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제놈이 원하는 정보라 해봤자 천하제일미가 누구인지 천하제일고수가 누구인지와 같은 쓰잘데기 없는 정보일 것이 뻔하였다.
그리고 후에 명문가의 자제로 판명 날 경우 가문에 직접 피해보상금은 뜯어내면 될 것이고 말귀를 못 알아듣는 무림초출로 판명난다면 그에게 말한 대로 추살령을 내리면 그만이었다.
"커험 커험"
삼척은 억지로 헛기침을 내뱉었다.
실컷 호통을 친 심각한 상황에서 갑자기 친절히 원하는 바를 들어주는 것도 이상했기에 분위기를 환기시킬 요량이었다.
"대체 무슨 정보를 원하기에 , 이리도 무례하게 구는 것이오."
삼척은 한껏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삼척은 이정도면 자연스러운 분위기 전환이라며 자화자찬하였다.
"그건 나중에 말할게."
"응?"
그런데 들려오는 대답은 그가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일단 맞자."
선우는 그대로 주먹을 뻗어 삼척을 후려갈겼다.
퍽
이내 그의 주먹이 삼척의 얼굴에 꽂혔다.
"크헉!"
쾅
삼척은 그대로 뒤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으으...으으"
등에서 느껴지는 심각한 격통에 삼척은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이내 분노가 차올랐다.
자신이 이렇게까지 낮춰줬다면 그에 따른 반응을 해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어찌 이리도 무도하게 군단 말인가
"네놈 진짜 죽고 싶은 것이냐!"
"너야말로 죽고 싶어?"
삼척에 말에 선우 또한 으르렁 거리며 말을 이었다.
선우의 말을 들은 삼척은 할말을 잃었다.
다짜고짜 쳐들어 온 것은 본인이면서 누굴 협박한다는 말인가
"하오문이 네놈을 가만히 두지 않을 것이다!"
"어쩌라고."
꽈악
선우는 벽에 처박힌 삼척의 머리채를 잡은 뒤 그대로 바닥에 내리쳤다.
콰쾅
그의 이마에 깨지며 피가 흘러나왔다.
"크으윽"
이마에 느껴지는 격통에 삼척은 비명을 질렀다.
선우는 멈추지 않고 삼척을 후두려패기 시작하였다.
퍽
퍽
"시발놈들이, 다짜고짜 사람을 습격해?"
선우는 삼척을 보며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흐억,....윽,...대협...무언가...오해가?!"
삼척은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선우의 주먹질은 멈출 줄 몰랐다.
삼척은 온몸이 난타당한 후 의식을 잃게 되었다.
***********
백화봉을 벗어난 그는 당가에 대한 정보를 얻기위해 하오문으로 향하였다.
물론 개방을 이용하여도 상관없겠지만 더 이상 정파쪽 인물과는 엮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보통 하오문의 경우 작은 마을보다는 환락가가 많은 도시에 상주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백화봉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인 요성이라는 도시를 방문하게 되었다.
선우는 제일 먼저 객잔에서 방을 잡아 짐을 푼 후 옥령에게 요랑을 맡겼다.
그녀를 혼자 두지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면서 말이다.
물론 그녀들만 따로 냅두는 것은 불안한 일이었다.
마음같아선 모두 데리고 가고 싶었으나 옥령과 요랑을 환락가쪽에 데려가는 것은 무언가 꺼리침하였다.
선우는 요랑에게 사고를 치지말라며 몇 번이고 다짐을 받아낸 후 객잔을 나섰다.
요성은 산동성 끝자락에 있는 도시였지만 과연 도시라는 말이 무색치 않게 수많은 환락가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선우는 환락가들이 가득 밀집해 있는 대로를 지나며 이리저리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이 촌놈같아 보였는지 호구를 잡으려는 창기들이 이리저리 손짓을 하였다.
"거기 젊은 소협, 이곳에서 놀다가는게 어때요?"
"아잉 이쪽 좀 봐주세요."
"저희 극락루는 소협에게 극락을 선사해준답니다."
"밤은 길답니다. 소협 긴 밤 외로이 보내지 않게 도와드릴게요."
모두 속살이 전부 비쳐 보이는 얇은 내의만을 입은 채 선우에게 손짓을 하였다.
선우는 한없이 깊게 파인 가슴골에 시선을 빼앗기기도 하였지만 이내 신색을 바로하고 걸음을 옮겼다.
자신에게는 옥령이 있지 않은가
저런 싸구려 창기들에게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선우는 환희루라고 불리우는 거대한 주루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환희루는 환락가 중앙에 있는 기루로서 대로에 있는 기루들중 가장 크고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선우는 망설이지 않고 기루로 들어갔다.
따릉
그가 문을 열자 문에 달려있던 방울이 울렸다.
"호호 공자님 환희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어서 오세요."
그리고 그 방울 소리를 들렸는지 가슴이 푹 파인 옷을 입은 여인이 살갑게 웃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공자님은 어떤 꽃을 찾으시나요? 청순한 목란같은 꽃? 화려한 장미같은 꽃? 어떤 꽃이든 말만하세요. 환희루는 공자님의 어떤 취향이든 다 맞춰줄 수 있습니다."
여인은 선우를 바라보며 자신에 찬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그녀는 자신있었다.
눈앞의 남자가 어떤 취향의 여인을 원하든 환희루는 대령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돈이 있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꽃은 꽃인데 피어나지 않는 꽃을 찾으러 왔습니다."
"그 꽃이 무엇이죠?"
"암천화라고 불리더군요."
"글쎄요, 저희는 그런 꽃을 취급하지 않아서요."
여인은 난감한듯 선우에게 되물었다.
"그럼 꽃이 올때까지 얌전히 기다리겠습니다."
"네, 그럼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여인은 선우의 손을 잡아끌며 이동을 하였다.
선우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선우가 여인에게 말한 것은 하오문과 접촉할 수 있는 밀어密語였다.
이재원이 이십여년 전 썼던 밀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유효한 듯 싶었다.
이내 여인을 따라간 선우는 환희루 최상층에 도달하게 되었다.
"여기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말을 마친 여인은 그대로 물러났고 선우는 누군가 오길 가만히 기다렸다.
*******
"상공! 상공!"
선우를 안내했던 기녀 화홍은 재빨리 환희루주이자 하오문 요성지부의 간부인 서환을 불렀다.
"무슨 일이더냐?"
화홍의 다급한 목소리에 정사를 즐기고 있던 서환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그녀에게 답하였다.
"지금 큰일났어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중에 일러라, 내 지금 거사를 치루는 중이니라"
그의 말대로 그는 지금 엄청난 거사를 치루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앳되 보이는 여인이 알몸 상태로 오돌오돌 떨고 있었다.
오늘은 단 한번도 남자와 관계를 안해본 여인의 머리를 올려주는 거대한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아마 이 여인은 첫남자가 된 자신을 영영 잊지 못하리라
"흐흐흐"
서환의 입가에 미소가 진해졌다.
"지금 그럴때가 아니라니까요! 금급(金級)이예요 금급(金級)!"
"뭐라!?"
그녀의 말에 서환은 놀라 되물었다.
"지금 환희루 최상층에 모셔놨습니다. 빨리 가보셔야할 것 같아요."
"아오 시발"
서환은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옷을 전부 벗겨놓고 박기만 하면 되거늘
모든 것이 망쳐진 것이다.
서환은 바지춤을 급히 올렸다.
금급이라면 보통 손님이 아니었다.
지금 이대로 시간을 허비할 수 는 없었다.
서환은 나가기 전 그녀의 음부에 입을 맞춘 후 재빨리 자리를 벗어났다
분명 그냥가기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이리라
**********
"반갑습니다. 요성지부 간부인 서환이라고 합니다."
최상층에 오른 서환은 예의바른 모습으로 선우를 반겼다.
"예 , 반갑습니다."
"어떤 일로 오셨는지요?"
물론 하오문에 정보를 사러왔겠지만 서환은 한 번 물어봐주는 예의를 보였다.
"정보를 사러왔습니다."
"아 그렇군요, 어떤 정보를 원하는지요?"
"현재 당가에 관한 모든 정보를 원합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원하시는 겁니까?"
"마교의 습격을 받고 난 이후 행보를 비롯하여 어떤 상황에 놓여져 있는 것까지 전부 알고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육대세가에 관련된 정보는 비쌉니다. 비록 당가가 육대세가에서 퇴출 당하여 오대세가가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당가는 명문세가고 그에 따른 정보료는 감수하셔야 할 것입니다."
서환은 선우에게 정색하며 말을 이었다.
금급 손님이라 하더라도 가격에 대해 의문을 품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그렇기에 서환은 책정된 가격에 합리성을 설명해주어 그가 돈을 지불하는데 의문을 품을 가능성을 차단하였다.
이 또한 노련한 하오문도로서의 품행이리라
"상관없습니다."
선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답하였다.
그에 주머니에는 용봉들에게 뜯은 오만냥이라는 거금이 있었다.
대금지불따위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혹여 신분확인은 가능하십니까?"
"무명으로 부탁드립니다."
"무명일 경우 가격이 배로 붙는 것은 알고 계신지요?"
서환은 은근한 목소리로 선우에게 말하였다.
신분이 불분명한 자에게는 정보를 열람 하지 않는 개방과 달리 하오문은 돈만 쥐어준다면 얼마든지 정보를 내어준다.
대신 그에 따른 위험부담 또한 가지기 때문에 신분이 불분명하 자에게는 원래 정보료에 배가되는 금액을 청구한다.
그렇기에 대다수 사람들은 신분을 드러내는 것이 보통이것만 눈앞의 남자는 그렇지도 않은 듯 하였다.
"상관없습니다".
선우는 상관없다는 듯이 답하였다.
"그렇다면 혹여 돈을 보여주실 수 있는지요?"
서환은 선우에게 현찰을 보일 것을 요구하였다.
너무 혼쾌히 수락하는 태도에 의심이 든 것이다.
가끔 정보를 먼저 얻고 배째라는 듯이 뻔뻔히 나오는 자들도 있었기에
서환은 조심 또 조심하였다.
입에 뱉어진 정보만큼 가치가 떨어지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탁
선우는 품안에서 전표 몇 장을 상 위에 올렸다.
모두 천냥짜리 전표였다.
그 순간 서환의 눈이 반짝이며 빛났다.
아무래도 대박 손님을 건진 듯 하였기때문이다.
"이정도면 충분합니까?"
"충분하다마다요. 잠시만 기다리시지요."
말을 마친 서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의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선우는 다시금 멀뚱히 문을 바라보며 그를 기다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