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43화 (144/1,419)

〈 143화 〉 144.백화봉을 떠나다

저벅 저벅

선우는 천천히 토굴 안으로 들어갔다.

토굴은 처음에 선우가 바위를 두동강 내었던 곳으로 지금은 음양마가 거의 독방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왔느냐?"

선우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음양마가 말을 걸었다.

"예, 스승님"

선우는 나름 진지한 음색으로 그에게 물었다.

"정말 같이 안가실 것입니까?"

선우는 음양마를 보며 입을 다시금 떼었다

"누누히 말하지 않았느냐? 안간다."

선우의 물음에 음양마는 단호한 음성으로 답하였다.

"같이 가시면 매일매일 진수성찬으로 드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음양마의 단호한 대답에도 불구하고 선우는 다시금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당가는 풍전등화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음양마라는 최고의 전력이 곁에 있어준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게 될 것이 자명하였다.

만약 그가 당가에 상주만 해준다면 선우 또한 안심하고 몸을 움직일 수 있으리라

"흥, 난 이미 반선(半仙)에 이른 몸이니라, 음식따위에 넘어 가겠느냐?"

그런 선우의 제안에도 음양마는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딱히 갈때도 없지 않으십니까!"

선우는 나름의 항변을 하였다.

음양마는 무림공적으로 낙인을 찍혔던 몸이었다.

거기다 마교의 장로이자 스승이었던 음양쌍마를 죽이고 호교무공인 건곤대나이까지 탈취한 그가 아니던가

음양마라는 존재는 정파뿐만 아니라 마교에게조차 환영받지 못한 존재였다.

그런데 가긴 어딜 간단 말인가

"들릴 곳이 있다."

음양마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어디를 가시게요?"

"청해"

선우의 물음에 음양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하였다.

"청해요!?"

그의 답을 들은 선우은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거길 뜬금없이 왜 갑니까?"

선우는 모르겠다는 그에게 되물었다.

선우가 기억하기에 청해는 볼게 많은 동네가 아니었다.

청해의 대부분은 산악지대로 이루어져 있어 농사가 여의치 않았고 산세도 험하여 짐승들이 살기도 어려워 사냥조차 힘들었다.

그러니 자연히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런 볼 것없는 동네를 음양마가 왜 간단말인가

"확인해야할 것이 있느니라."

선우의 물음에 음양마는 단호한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그게 무슨?"

"마교."

"아!"

음양마의 말에 선우는 깨달은 듯 탄성을 내뱉었다.

청해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 험한 산세의 끝자락에는 마교라 불리우는 거대한 무력집단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네놈이 말하지 않았더냐, 천마가 부활했다고 말이다."

사실이었다.

독마는 선우에게 천마의 부활과 마교의 발호를 알리기 위해 당가를 침입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선우는 그 사실을 음양마에게 알렸다.

"확인해보아야겠더구나, 그 새끼가 진짜 부활했는지 안했는지 말이다."

음양마는 짐짓 재밌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독마가 허세를 부린거라면 어쩔수 없지만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무척이나 곤란하였다.

이재원 같은 경우 경지에 맞지 않은 실력을 지닌 애송이에 불과하였다.

스스로 싸워주는 명검을 지닌 어린아이라고 한다면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천마는 달랐다.

그는 천마는 항거할 수 없는 힘을 가진 타고난 파괴자였다.

"그걸 왜 확인합니까?"

"부활한게 맞다면 죽일 셈이니라"

선우의 물음에 음양마는 담담한 태도로 답하였다.

"천마를 죽이겠다고 저 멀리 청해까지 간답니까!?"

선우는 모르겠다는 듯 그에게 물었다.

"그놈이 부활하면 귀찮아져. "

선우의 물음에 음양마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천마(天魔)

듣기만 해도 심금이 떨리는 별호였다.

음양마는 수백년을 살아오면서 세명의 천마를 만났다.

젊은 시절 그에게 추살령을 내렸던 광천마(狂天魔) 그리고 그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던 혈천마(血天魔) 마지막으로 이십년 전 중원을 침략하였던 천마대제(天魔大帝)

마교의 교주는 대대로 천마(天魔)라는 칭호를 사용한다.

하지만 뒤에 대제(大帝)라고 불리우는 이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불사의 권능을 지녔다 전해지는 초대 천마였다.

죽여도 죽지 않는 그는 수백년에 한 번씩 모습을 드러내며 항상 무림을 공포로 몰아넣었다고 전해지는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물론 그럴 때마다 달마라던가 장삼봉이라는 걸출한 인재에 의해 저지를 당하긴 했지만 그는 부활할 때마다 더욱 더 강해져 무림에 나타났다.

그리고 이십여년 전 음양마는 그와 손속을 겨루었고 그가 사람새끼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팔을 터트려도 다리를 분질러도 모두 재생해서 덤벼드니 난감하기 그지 없을 뿐 아니라 현경 끝자락에 도달하였던 자신과 맞먹을 정도의 힘까지 갖춘 이였기때문이다.

결국 승부를 내지 못하고 물러나긴 했지만 다신 붙고 싶지않다고 기억 될 정도로 짜증나는 상대였다.

"그가 부활했다면 오히려 호재가 아닙니까?"

선우는 모르겠다는 듯 음양마에게 되물었다.

마교가 발호하여 천무맹과 붙게된다면 오히려 호재가 아니겠는가

그 과정에서 이재원이 죽을 수도 있고 말이다.

음양마의 완고한 거절에 선우는 입을 닫았다.

"안된다."

선우의 말에 음양마는 단호한 음색으로 말하였다.

"혹여 그놈이 이번에 부활하면서 마선(魔仙)에 경지라 불리우는 생사경에 도달했다해도 이재원은 못 이긴다. "

"네!?"

선우는 모르겠다는 듯 그에게 되물었다.

지금의 이재원은 고작 현경에 불과하지 않던가

그런데 생사경에 도달했을지도 모를 천마가 이길 수 없다니!?

"전에 말하지 않았느냐, 세상이 이재원을 위해 조율된다고 말이다."

음양마는 골치아프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천마가 아무리 강해졌다해도 결국 이재원에게 패배할 것이다. 과거에 그랬듯이 말이다. 그리고 이재원은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큰 힘을 얻게 되겠지."

".....아"

음양마의 말에 선우는 깨달을 듯 탄성을 내뱉었다.

주인공보정.

그렇다.

이재원에게는 주인공보정이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아무리 작중 인물들이 현경에 도달하고 생사경에 도달한들

그는 주인공보정으로 그 재능들을 씹어먹고 더 높게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죽여야하지 않겠느냐?"

음양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선우는 걱정된다는 듯 음양마에게 물었다.

아무리 그라해도 너무 위험하였다.

독자였던 선우는 천마대제의 정체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마교를 세운 초대 천마이자 수백년에 한 번씩 부활한다는 불사의 권능을 지닌 괴물.

그는 부활 할 때마다 그 힘이 더욱 더 강해진 상태로 부활하였다.

이재원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던 때 그의 경지는 현경 끝자락이었다.

이번 부활을 통해 생사경에 오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선우는 불안감이 들었다.

음양마는 천하에서 가장 강하다고 자부하는 천하제일인

천마는 규격외의 괴물이 아니던가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게냐?"

그런 선우의 물음에 음양마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음양마의 말을 들은 선우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정말 함께할 생각이 없는 듯 하였다.

"뭘 그리 안타까워하는게냐?"

음양마는 그런 선우를 보며 말을 이었다..

"스승님과 헤어지는데 어찌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선우는 짐짓 음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진심이었다.

그가 있다면 안심할 수 있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음양마는 존재만으로 선우에게 많은 힘이 되어주었다.

그런 그와 헤어지려고 하니 마음이 착잡해져왔다.

"때가 되면 만날 수 있지 않겠느냐"

음양마는 그런 선우를 보며 짐짓 위로하듯 말을 건네었다.

음양마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선우는 더욱 깊이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음양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언제봐도 이 여리기 짝이 없는 성향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제봐도 무림에는 어울리지 않는 성품이로다.'

음양마는 속으로 혀를 찼다.

.

.

.

.

.

다음날 선우는 음양마에게 큰 절을 한 뒤 옥령과 요랑을 데리고 백검문의 은신처를 떠나갔다.

********

"꼭 이거 써야돼?"

요랑은 답답한 듯 얼굴에 쓰고 있는 검은색 면사를 만지작 거렸다.

"요랑 소저가 너무 예뻐서 어쩔 수 없답니다."

옆에 있던 옥령이 잔뜩 뿔이난 요랑을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래주었다.

그녀 또한 요랑과 마찬가지로 얼굴에 하얀 면사를 쓰고 있었다.

"우웅...그래도 불편한대."

그녀의 달램에도 불구하고 요랑은 입이 댓발 튀어나왔다.

그전만해도 이런 귀찮은 것들은 전혀 쓰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쓰라고 하니 더욱 귀찮음이 느껴지는 듯 하였다.

"귀찮아도 써, 또 이상한 애들이랑 엮이고 싶어?"

옆에 있던 선우는 단호히 요랑에게 말하였다.

균현에서 일어난 용봉사태로 인해 요랑의 미모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잘 알게 된 그였다.

선우가 근처 마을로 내려오자 마자 한 일은 면사를 구입하는 일이었다.

애초에 진작 면사를 씌웠어야 했다.

더구나 옥령 또한 요랑못지않게 시선을 끄는 미녀였다.

두 아리따운 여인을 옆에 끼고 있다면 분명 사단이 일어나리라

하지만 면사로 인해 당과를 먹는게 못 먹게된 요랑은 심기가 불편하였다.

"불편해! 불편해!"

"불편해도 그냥 써, 너 그거 벗으면 맞을 줄 알아."

선우는 짐짓 요랑에게 엄하게 소리쳤다.

"그래도 싫어!"

요랑은 지지 않으려는 듯 소리쳤다.

요근래 음양마에게 죽도록 맞았던 그녀였다.

선우의 주먹따위가 무서울리 없었다.

"스승님 불러올까?"

"..........."

순간 요랑은 재잘되던 입을 귀신같이 다물었다.

요즘 간이 커질대로 커진 요랑이었지만 음양마는 무서웠다.

애초에 간을 키워준 인물이 음양마가 아니던가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선우는 그런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

음양마가 거칠게 대하긴 거칠게 대하였나보다.

그 떼쟁이 이렇게 찰떡같이 말을 잘 들으니 말이다.

"그런데 저희는 이제 곧바로 당가로 가는 건가요?"

옥령은 선우에게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아니"

선우는 그녀의 물음에 단호한 음색으로 답하였다.

"그럼 어디를?"

"일단 지금 당가가 처한 상황부터 알아봐야 할 것같아."

선우는 표정을 굳히며 말을 이었다.

건곤대나이를 수련하면서 약속한 두달을 넘긴지 오래였다.

거기다 요랑과 선우로 인해 오대세가와 척까지 지게 되었으니 지금 당가는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놓여지게 되었을 것이다.

알아내야한다.

오대세가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였는지 말이다.

아무런 일도 없다면 다행이겠지만 만약 당가를 핍박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이 모든 사태를 해결하고 돌아가리라

*********

산동성 요성

"하아아암~"

탁자에 앉아있는 중년인은 입을 쩌억 벌리고 크게 하품을 하였다.

그리고 이내 천천히 허리를 숙이고 탁자 위에 엎드려버렸다.

아무래도 그동안 누적되었던 피로가 몰려온 듯 싶었다.

"푸우우우 쉬유.....푸후우우우 쉬유"

곧이어 방안에는 남자의 코골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때였다.

숙면을 취하던 남자의 귀에 천둥과도 같은 굉음이 울려퍼졌다.

"뭐..뭐야!?"

중년인은 단박에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남자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귀를 울리는 커다란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방안은 고요하기 짝이 없었다.

남자는 헛것을 들었나싶어 다시금 탁자 위에 엎드렸다.

요즘 밤새작업을 해서인지 제정신이 아닌 듯 하였다.

남자는 보약이라도 한첩 지어먹겠다고 다짐 한 뒤 다시금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지부장님!"

문밖에서 다급히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는 이번에도 헛것이길 바라며 무시하였다.

벌컥

"삼척 지부장님!"

하지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는 더욱 더 선명해졌다.

곧이어 삼척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헛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아오 시발!"

그 목소리를 들은 삼척은 귀찮은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왜!왜!왜!왜!"

삼척은 짜증난다는 듯이 소리를 치며 자신을 부른 이를 쳐다보았다.

"지..지금 큰일 났습니다!"

삼척을 부른 남자, 요성지부 부지부장인 도칠이었다.

"만약 큰일이 아니면 넌 내손에 죽는다?"

삼척은 도칠을 향해 살기를 풍기며 말을 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자신의 단잠을 방해한단 말인가

만약 별것도 아닌일이라면 도칠은 무사하지 못할 것이리라

"스..습격 입니다!"

"뭐..뭐야!?"

도칠의 말을 들은 삼척은 놀라 되물었다.

아니 별안간 누가 자신들을 습격한다는 말인가

콰쾅

그때였다.

삼척의 집무실이 문이 부숴지며 파편들이 비산하였다.

그리고 그 앞에는 호위무사인 조칠이 쓰러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삼척은 눈이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조칠이 누구던가

삼척검(三尺劍)이라고 불리우며 삼척을 그림자처럼 보호하는 호위무사가 아니던가

그는 요성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강한 절정의 고수였다.

그런데 대체 누가 그런 그를 저렇게 떡이 되도록 묵사발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저벅 저벅

그때였다.

그의 귓가에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내 발자국의 주인공이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발자국의 주인공은 검은 무복을 입고 있는 한 명의 젊은 남자였다.

"뒤질래?"

남자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삼척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