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2화 〉 143.수련을 마무리하다
“아가씨, 장가철방에서 더 이상 거래를 중지하겠다는 기별이 왔습니다.”
금적화는 잔뜩 우울한 목소리로 말을 전하였다.
“장가철방이요?”
그 말을 들은 당서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장가철방이 어디인가
하북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추고 있는 거대 철방이자 당가의 오랜 거래처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들마저 당가와 거래를 끊어버렸다.
“후우”
당서윤은 다시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그들마저 등을 돌릴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었기에 큰 배신감이 들었다.
지금 당가는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간 거래를 행하였던 거래처들이 너도나도 거래 중지를 요청하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당가의 영향력이 줄어들었기에 일어난 일시적인 현상인줄로만 알았다.
중원제일세라고 불리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약소하기 짝이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현상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병장기와 약초 유통을 도맡아하던 거래처들까지 거래중지를 요청한 것이다.
애초에 병장기와 약초 유통은 당가가 아니면 대체 할 수 없을 정도로 특수성을 갖춘 사업이 아니던가
수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병장기 제조기술은 당가를 대체할 곳이 없었고 약초를 일일이 구별하고 그 쓰임새에 따라 약재로 변환하여 보관 후 유통하는 것 또한 당가를 대체할 곳이 없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병장기를 주로 거래하던 철방들과 약초를 주로 거래하던 약방들이 하나둘씩 거래를 끊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안정적이게 철을 공급해주던 광부들과 약초를 공급해주던 약초꾼 또한 일제히 파업을 선언하였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이들의 행보 뒤에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애초에 질 좋은 병장기를 싼값에 제공하는 당가를 거부할 철방들이 어디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품질 좋은 약초를 싼값에 제공하는 당가를 거부할 약방들이 어디 있겠는가
누군가 그들이 당가와 거래를 끊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리라
당서윤은 가슴이 턱턱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거래처의 절반이상이 날아갔것만 원인을 모르겠으니 답답함이 몰려온 것이리라
“네, 뿐만 아니라 하북의 약방들 중 절반이상이 거래중지를 요청하였습니다.”
금적화는 당서윤의 물음에 답하면서 말을 이었다.
“이유가 뭐라고 하던가요?”
“따로 이유를 말해주진 않았습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밖에....”
당서윤의 물음에 금적화는 뒷말을 흐리며 답하였다.
그녀 또한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인 입장이었다.
한 배를 탄 이상 그녀 또한 당가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였다.
당가가 잘되어야 자신의 외가인 만금전장 또한 순항해나갈 수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았다.
주요 사업인 병장기와 약초를 유통하던 거래처의 절반이 날아간 것이다.
당가는 오직 주요 사업만을 믿고 나머지 모든 사업체를 정리했었다.
애초에 대체할 수 없을 정도의 뛰어난 사업이라고 자부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식으로 거래중지 통보를 받게되니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그리고 의문이 들었다.
분명 병장기와 약초 관련 사업은 당가를 대체할만한 인력이 없었다.
병장기 기술은 당가를 따라올 이들이 없었고 약초학 또한 당가만큼 정통한 이들이 없었다.
그런데 그들은 거리낌 없이 단번에 거래중지를 요청한 것이다.
무언가 꺼림칙했다.
금적화는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손해를 보면서까지 거래중지 요청을 한 이유가 말이다.
금적화는 지금까지 거래중지를 요청한 모든 거래처들의 공통점을 찾기 시작하였다.
일단 철방들이었다.
‘장가철방, 유가철방, 전가철방, 야장방, 금철회’
이들은 모두 지역을 주름잡는 영향력을 가진 철방들이었다.
당가의 병장기를 유통하긴 하지만 그들 본연의 야장기술 또한 훌륭하였기에 이름을 날리고 있는 곳들이었다.
그다음은 약방들이었다.
'손가약방, 약방문, 대약의방, 성약방, 성수의곡'
이들은 또한 모두 지역에서 가장 큰 약재 유통을 맡고 있는 약방 및 의방들이었다.
모두 의술과 약재조술로 이름 높은 지역 최고 수준의 의방과 약방들이었다.
‘흐음‘
금적화는 다시금 고심에 잠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들의 공통점을 찾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각 지역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철방과 의방이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그 어떤 공통점도 없었기 때문이다.
철방의 경우 본연의 야장기술 또한 나쁘지 않다고는 하나 당가의 제조술을 대체할 만큼은 아니었다..
의방과 약방의 경우 약재의 특성상 종류에 따른 구별과 보관은 필수였기에 질좋은 약재를 정확히 분배하여 보관하는 당가와의 거래를 필수불가결할 것이다.
이말은즉슨 그들 자체에서 있는 내부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소리였다
‘외압?’
하지만 이내 금적화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철방들에게 누가 외압을 줄 수 있겠는가
불과 철을 다루는 직업인 만큼 야장들의 성정은 폭급하고 사납기 그지없었다.
지역 흑도패들이 칼을 들고 쳐들어와도 망치와 병장기를 들고 맞설 만큼 괄괄하기 그지없는 자들이란 소리였다.
누가 그들에게 외압을 줄 수 있겠는가
막말로 오대세가만큼 지역에 영향을 끼치는 세력이 아니라면 그들은 결코 외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응?’
그때였다.
‘잠깐....잠깐!’
금적화의 머리에 무언가 번쩍였다,
탕
그리고 이내 책상을 쿵 하고 내려쳤다.
그 소리에 놀란 당서윤은 놀란 눈으로 책상을 내려친 금적화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이게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알아냈어요!"
"네!?"
"알아냈다고요!"
"어떤?"
"주요 거래처들이 거래중지를 요청한 이유를요!"
그 말을 들은 당서윤은 눈이 휘둥그래해졌다.
그들이 거래중지를 요청한 것은 각자 다른 일시에 다른 구역이었다.
거기다 분야도 철방, 의방, 약방까지 다양하기 그지 없었다.
그런데 그 공통점을 찾았다니?
놀랄 수 밖에 없으리라
"그게 뭔가요?"
당서윤은 황급히 되물었다.
그녀의 말에 금적화는 황급히 뒷편으로 가서 커다란 지도 하나를 가져왔다.
중원의 각 지역을 나타내고있는 전도였다.
금적화는 재빨리 붓을 들어 전도에 먹을 칠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장가 철방과 손가약방 있고 그리고 이곳은 전가철방과 성수의곡......."
그녀는 막힘없이 붓질하며 말을 잇기 시작하더니 이내 천천히 붓질을 멈추었다.
"자, 이제 아시겠나요?"
당서윤은 천천히 그녀가 먹칠을 한 구역을 찬찬히 살피기 시작하였다.
장가 철방과 손가 약방은 하북쪽에 있었고 전가철방과 성수의곡은 요녕에 있었다.
"응?"
그리고 머지않아 그녀는 깨달을 수 있었다.
거래를 중지한 의방과 철방이 같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위치가 공교롭게도 특정 세가가 위치해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대세가!"
당서윤은 천천히 입을 떼었다.
"맞아요, 그들 모두 오대세가의 세력에 위치하고 있어요."
당서윤의 말에 금적화는 동조하며 답하였다.
"오대세가가 그들에게 압력을 넣어 당가와 거래를 끊게 한 거예요!"
"어째서 그들이?"
당서윤은 이해가 안된다는 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비록 세가 약해져 퇴출당했다고는 하나 예전만하더라도 육대세가로 불리우며 우애를 다졌던 곳들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하여 이렇게 됐다는 말인가
당서윤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당가라지만 작정하고 달려드는 오대세가의 외압을 견딜 수 있을리 만무하였다.
무슨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그들과의 관계를 개선해야한다.
"일단 그들에게 서신을 보내야겠어요.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을 달래야해요."
당서윤은 다급히 말을 이었다.
"네, 알겠어요."
당서윤의 말에 금적화는 다급히 답하였다.
그녀 또한 이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금 인지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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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하하하하하하"
황보강은 기분좋은 듯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손에는 한 장의 서신이 들려있었다.
그의 웃음기는 사라질줄 몰랐다.
오랜만에 통쾌하기 그지 없는 기분이 들었다.
그 오만하기 그지 없는 당가가
그 자존심에 똘똘 뭉쳐져 있는 당가가
황보세가를 향해 넙죽 엎드리며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기쁘지 않을리 없었다.
사실 황보강 입장에서는 당가는 열등감을 품고 있는 대상이었다.
그는 당가가 싫었다.
싫어도 너무 싫었다.
그리고 당가의 가주인 독왕 또한 싫었다.
과거 황보강은 과거 정마대전에서 이름을 떨쳤다.
수많은 마교의 무리들을 맨주먹으로 수도 없이 부숴버렸다.
골통을 빠개버리고 심장을 뚫어버리고 팔을 터트려버리고 단전을 부숴버렸다.
그렇게 주먹에 피가 마를 날이 없도록 내지르고 또 내질렀다.
그리고 마침내 정마대전이 끝난 그날 황보강은 천왕신권天王神拳이라는 영광스러운 별호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기뻐할 수 없었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기 전에 되뇌이는 사내가 있었으니 말이다.
독왕毒王!
그렇다.
그의 앞에는 언제나 독왕 당진철의 이름이 거론 되었다.
분명 무림의 공포라고 불리우던 흑갑철기병을 홀로 몰살시킨 전력이 세인들의 기억에 선명하게 각인 된 것이리라
황보강은 항상 불만이었다.
정마대전 중간에 난입한 주제에 가문의 영광과 개인의 영광까지 모두 독차지한 당진철에 대해서 말이다.
그가 싫었다.
그리고 그가 속한 당가가 싫었다.
정마대전의 영웅이라는 명성을 바탕으로 수없이 많은 사업들을 번창해나가는 당가는 같은 영웅으로서 명성을 떨쳤으나 수없이 많은 사업을 말아먹은 황보세가 입장에서는 질투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늘 그 콧대높고 도도한 당가에서 화해의 서신이 왔다.
제딴에는 열심히 돌려 말하긴 하였으나
요약하자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노여움을 풀라는 말이었다.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간 묵은 체증이 일순간에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독왕이 천왕신권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다.
"크하하하하하하하"
그의 웃음은 한참동안이나 대전 안을 울렸다.
"여봐라!"
황보강은 큰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어찌나 고함소리가 쩌렁쩌렁한지 대전 안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끼익
"존명!"
그의 목소리를 들은 것인지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총관인 황보갑이었다.
"지금 당가에게 서신 한장을 써서 보내거라."
"뭐라고 써서 보낼까요?"
"길게 쓸 것도 없다. 두 글자면 충분하지."
황보강은 뜸을 들이며 말을 이었다.
"불가(不可)"
황보강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납작 엎드려 용서를 비는 당가가 우습긴 하였지만 황보강은 이대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이 십여년간 쌓아왔던 열등감은 이정도로는 전부 해소되지 않았다.
더욱 철저하게 더욱 처절하게 그들이 이룩한 모든 것들을 가져갈 것이다.
그들은 모든 것을 내놓아야할 것이다.
당가가 망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크하하하하하하"
대전 안은 황보강의 웃음소리로 다시금 가득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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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령은 손바닥을 쫙 편 후 내력을 집중하였다.
그러자 이내 손바닥에 하얀 기운들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액
옥령은 하얗게 물든 손바닥을 그대로 선우를 향해 내질렀다.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옥령의 장력이 선우를 날아갔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녀의 장력은 선우의 가슴팍에 닿게 되었다.
그때였다.
팡
선우의 가슴팍에 닿았던 장력이 그대로 튕겨져 나가버렸다.
"으윽"
옥령은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신음성을 내뱉었다.
"괜찮아!?"
그녀의 신음성에 놀란 것일까
선우는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전 괜찮아요."
선우의 물음에 옥령은 화사한 미소로 답하였다.
그때였다.
"흥, 이제 좀 사람답게 쓰는구나."
어디선가 퉁명스러운 목소리그 그들의 귀를 강타하였다.
선우와 옥령은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꼬장꼬장하게 생간 늙은이가 있었다.
음양마였다.
"그정도면 황보강따위는 가뿐히 이길 수 있느니라."
음양마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였다.
육감(六感)을 깨운지 벌써 이주라는 시간이 흘렀다.
선우는 그동안 옥령과 요랑과 수도없이 대련을 하며 육감을 자기것으로 만들기위해 수도없이 노력하였고 결국 육감을 본능에 각인 시키는데 성공을 하였다.
이제는 의식하지 않고도 건곤대나이를 시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모두 스승님 덕분입니다."
선우는 음양마를 보며 크게 고개를 숙였다.
선우는 알고 있었다.
목숨이 몇번이고 위험할 뻔하긴 했지만 그가 아니였으면 이렇듯 강해지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끌끌 감사할 것 없다. "
선우의 말에 음양마는 웃으며 답하였다.
사실이었다.
애초에 그의 입장에서 선우는 이재원을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었다.
그가 강해진다면 자신의 입장으로서도 좋은일일 수밖에 없었다.
이재원을 죽일 패가 더욱 강해졌으니 절로 웃음이 나왔기때문이다.
음양마의 입가의 미소가 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