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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41화 (142/1,419)

〈 141화 〉 142.옥령과 해우를 나누다.

"물 떠왔어!"

요랑은 제 몸집만한 항아리를 들고 옥령에게 다가갔다.

"고마워요, 요랑소저."

옥령은 그런 요랑을 보며 고마움을 표하였다.

"헤헷, 벌거 아니야."

그녀의 칭찬에 요랑은 부끄럽다는 듯이 몸을 배배 꼬았다.

처음에만 하더라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대치를 이어가던 두 사람이었지만 오해가 풀린 이후에는 서로 돈독히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옥령은 자애롭고 따스하였으며 아름다운 외관을 가지고 있었기에 요랑은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때문에 그녀가 무언가 부탁하면 싫은티 한 번 내지 않고 그녀의 말을 들어주었다.

옥령 또한 본래 정에 굶주린 터라 살갑게 대하는 요랑이 싫지가 않을 뿐더러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귀여움이 그녀를 웃게 만들었다.

옥령은 요랑이가 가져 온 항아리에 가만히 손을 대었다.

그리고 내력을 끌어올린 후 항아리에 흘려보내기 시작하였다.

폭 폭

머지 않아 항아리에 담겨있던 물에서 기포가 하나 둘 씩 올라왔다.

부글 부글

이내 항아리 속 물이 펄펄 끓기 시작하였다.

내력을 이용하여 항아리 속에 있는 물을 끓인 것이다.

항아리 안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왔다.

물의 온도가 적당히 올라간 것을 확인한 옥령은 항아리에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 품에서 깨끗한 천을 꺼낸 후 데워진 물에 적셨다.

첨벙 첨벙

꽈악

충분히 적신 천을 꽉 쥐어짠 그녀는 천천히 선우의 몸을 닦기 시작했다.

여기저기가 피멍이 가득하였고 살갗이 찢어진 곳 투성이었다.

그녀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런 선우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괴로웠을까

"으윽"

그때였다.

선우는 신음을 내질렀다.

아무래도 상처를 건드린 듯 싶었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상처 부위를 다시금 살살 닦기 시작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깨끗했던 순백의 천은 붉은 피로 얼룩지게 되었다.

그만큼 상처가 많다는 증거이리라

그녀는 데워진 물에 다시금 천을 적신 후 닦는 것을 반복하였다.

피 얼룩이 지워지도록 말이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결국 선우의 몸에 있는 핏자국을 모두 닦아낼 수 있었다.

"후우"

그녀는 송골송골 맺혀있는 땀을 닦은 후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상처를 건드리지 않고 살살 닦다보니 꽤나 체력을 소모한 듯 싶었기 때문이다.

터업

옥령은 이번에는 선우의 맥문을 잡았다.

그리고 그의 맥문을 통해 내력을 흘려보내었다.

내력을 통해 신체의 회복력을 활성화시킬 요량이었다.

우우우웅

상당한 내력이 그에게 흘러들어갔다.

내력이 들어오자 선우의 단전에 있는 음양조화기가 반응하였다.

그녀는 내력을 천천히 혈도에 따라 이동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음양조화기는 새로 들어온 내력을 따라 혈도를 천천히 이동하였다.

선우의 몸 곳곳에 내력들이 퍼저나가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웅

그러자 파리하게 질렸던 선우의 안색이 붉게 바뀌기 시작하였고 가빠왔던 숨이 고르게 안정되었다.

회복이 시작 된 것이다.

옥령은 그런 선우의 반응에 힘입어 더욱 많은 내력을 흘려보내었다.

우우우우웅

그리고 머지않아 선우의 상처들이 조금씩 아물기 시작하였다.

.

.

.

.

.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의 노력 덕분인지

선우에 몸에 나있던 모든 상처 대부분이 아물게 되었다

상태를 확인한 옥령은 천천히 맥문에서 손을 떼었다.

이제 자연회복만을 기다리면 되리라

"하아..하아..하아"

손을 뗀 그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아무래도 너무 무리하게 내력을 흘려보낸 듯 싶었다.

상당한 내력고갈에 숨까지 턱턱 막혀왔다.

"옥령아, 괜찮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요랑은 걱정이 되었는지 그녀에게 물었다.

"하아..저는..하아..괜찮아요. "

요랑의 물음에 옥령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답을 하였다.

사실 괜찮을리 없었다.

단전에 있는 내력이 바닥을 보일정도로 내력을 불어넣었다.

고통스럽지 않다면 그 또한 거짓말이리라

하지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던 옥령은 요랑을 보며 밝게 웃었다.

요랑은 그런 그녀를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우지 않았다.

"거짓말"

요랑은 단번에 그녀의 말이 거짓인 것을 알아차렸다.

저리도 식은 땀을 흘리면서 뭐가 괜찮다는 것인가

"정말이랍니다."

그런 요랑의 말에도 옥령은 고통을 애써 웃음으로 포장하였다.

그때였다.

꼬옥

어느새 옥령에게 다가간 요랑이 그녀를 품안에 꼬옥 안았다.

"......요랑소저?"

순간 갑자기 껴안겨진 옥령은 당황한 목소리로 요랑을 불렀다.

"수고했으니까 주는 상이야!"

요랑은 그녀를 보며 말을 이었다.

당대부인은 요랑이 말을 잘들을 때면 그녀를 칭찬하며 꼬옥 안아주곤 하였다.

그 따뜻함이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잘 아는 요랑이었다.

그녀는 바랬다.

옥령에게도 그 따뜻함이 전해지기를 말이다.

옥령 또한 그런 요랑의 마음을 알게 된 것일까

저도 입가에 작은 미소가 살포시 지어졌다.

정말 미워할 수 없는 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옥령은 눈을 감고 요랑의 온기를 찬찬히 느끼기 시작하였다.

"옥령아아, 따뜻해?"

요랑은 돌연 옥령에게 물었다.

"따뜻하네요."

옥령은 그녀의 물음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답하였다.

"그치?"

그녀의 말에 요랑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따뜻함이 전해진 듯 하였다.

************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

선우는 지금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기분 좋을만큼의 따뜻함

뜨겁거나 덥지 않으 그저 포근함만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선우는 이 따뜻함이 계속되길 빌고 또 빌었다.

그때였다.

"컥"

갑자기 명치쪽에 극심한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으으"

극심한 고통을 느낀 선우는 살며시 눈을 떴다.

그리고 명치를 가격한 것의 정체를 살펴보았다.

"도로롱 휘유 도로롱 휘유"

그곳에는 요랑의 팔꿈치가 자리잡고 있었다.

아무래도 잠버릇으로 명치를 내려찍은 듯 하였다.

선우는 천천히 주먹을 들어올린 후 고민에 빠졌다.

이걸 똑같이 되갚아줄지 아니면 그냥 넘어갈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내 선우는 주먹을 거둬들였다.

잠을 방해받는 것은 자신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우는 요랑이 깨지않게 그녀의 팔을 천천히 들어 아래로 내려놓았다.

그리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잠은 다 잔 것 같았기때문이다.

그때였다.

"일어났어요?"

어디선가 귓가를 울리는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정인, 옥령의 모습이 보였다.

"....옥령"

선우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선우는 그녀가 좋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저 좋았다.

"안자고 뭐 했어?"

선우는 짐짓 걱정된다는 말투로 그녀에게 말하였다.

"잠이 안와서요."

그녀는 선우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선우야말로 왜 안주무셨어요?"

"요랑이녀석 잠버릇 때문에."

선우는 짐짓 과장된 동작으로 명치 쪽을 쿡쿡 찌르는 시늉을 하였다.

그 모습을 본 옥령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선우는 그 모습에 멍하니 시선을 빼앗겨버렸다.

옥령은 정말 아름다웠다.

특히 웃을 때 하얗게 만개되는 고른 이빨들이 선우를 설레게 하였다.

"뭘 그렇게봐요~"

그런 선우의 시선을 알아챈 것일까

옥령은 부끄럽다는 듯 선우에게 말하였다.

"예뻐서."

선우는 생각하고 있는 바를 그대로 입밖에 내뱉었다.

시선을 떼기에는 그녀는 너무나도 아름다웠으니 말이다.

"아이참"

그녀는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선우는 그 모습마저 사랑스러워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하였다.

저벅 저벅

선우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꼬옥

그리고 그녀를 가만히 껴안았다.

"고마워."

그녀를 껴안은 선우는 입을 떼었다.

"뭐가요?"

그녀는 모르겠다는 듯 선우에게 물었다.

정작 고마워할 사람은 그녀가 아니던가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검황의 태청강기로 인해 기절하였을 때 그녀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독정을 구하러 갔던 선우의 일화를 말이다.

그런데 고맙다니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살아있어줘서 그리고 내 곁에 있어줘서..정말 고마워."

선우는 그녀의 모든 것이 고마웠다.

자신이 독정을 구해 올때까지 죽지않고 버텨준 것과 자신의 곁에 있어 준 것 모두 말이다.

"나야말로 고마워요."

선우의 말에 옥령 또한 미소지으며 고마움을 표하였다.

"살려줘서 그리고 제 곁에 있어줘서요."

꼬옥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그녀를 더욱 꼬옥 껴안았다.

충분하였다.

고맙다는 그녀의 말 한마디면 말이다.

선우는 지금까지 고생했던 모든 것들을 일시에 보상받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가슴에 벅차오르기 시작하였다.

'행복해.'

**********

"이제 말해줄래요?"

옥령은 선우에게 단호히 말하였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이후

항상 물어보고 싶었다.

선우의 정체에 대해서 말이다.

그동안은 음양마와의 수련에 들어가느라 제대로 물어볼 여유가 없었다.

그저 그간 겪었던 일을 간략하게 들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단둘이 깨있는 지금이 아니라면 제대로 물어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흙먼지 걷히고 선우의 모습을 확인한 그녀는 반가운 마음이 가득하긴 하였지만 동시에 의아함이 들었다.

그가 기억하는 선우는 그녀의 품 안에 모두 들어올 정도로 작디 작은 소년이었다.

그런 소년이 장성한 어른이 되었으니 의아할만도 하였다.

혹여 자신이 선우가 훌쩍 클 만큼 오랜 세월을 지났나 싶기도 하였지만 얘기를 들어보면 그건 또 아닌 듯 싶었다.

결국 선우의 본 모습은 지금의 장성한 모습이라는 소리였다.

결국 자신을 속이고 백화봉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양태산의 말이 사실이라는 소리였다.

처음에는 심장이 터질듯한 배신감에 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깨달았다.

배신감보다는 그를 좋아하는 마음이 더 크다는 사실을 말이다.

호구라고 욕해도 멍청이라고 욕한다해도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선우라는 존재는 평생을 외로이 살던 그녀의 마음 속에 한없이 커졌기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다시금 재정립하고 싶었다.

그와의 신뢰관계를 말이다.

"........."

옥령의 말을 들은 선우는 입을 오물거렸다.

선우는 알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선우에게 다시금 관계를 재정립할 기회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할지 감이 안잡혔기때문이다.

그는 그저 입을 오물거릴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머리속에는 수많은 상념들이 오가기 시작하였다.

만약 이재원의 제자였다는 사실을 밝히게 된다면 그녀가 자신을 경멸하게 되지 않을까?

그녀를 이용하기위해 백화봉에 숨어들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자신을 싫어하지 않을까?

두려웠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선우의 온몸을 휘감았다.

덜덜

몸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불안감이 들었다.

그녀가 떠나갈까봐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봐 말이다.

그때였다.

오돌오돌 떠는 선우의 손 위에 따뜻한 온기 느껴졌다.

선우는 고개를 천천히 내렸다.

그리고 손을 감싼 따뜻한 온기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옥령이었다.

"걱정하지마세요."

그녀는 선우를 마주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 걱정안해도 돼요, 무슨 생각을 하든 당신이 두려워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거예요."

"..옥령"

"약속해요."

그녀는 새끼손가락을 선우에게 내보이며 말을 이었다.

"대신 이번에는 거짓말하시면 안되요?"

그녀는 말갛게 웃으며 말하였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무언가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차츰차츰 눈가가 젖어들기 시작하였다.

쓰레기같은 자신이것만

그녀를 속인 자신이것만

목숨마저 위험하게 만든 자신이것만

그녀는 모든 것을 불문으로 부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자애로운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옥령의 얼굴을 보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훌쩍 훌쩍"

"에구, 선우는 울보네요?"

그런 선우를 옥령은 다시금 꼬옥 안아주었다.

선우는 그런 옥령의 품안에 들어갔다.

"미안해...옥령...정말..정말...미안해..."

그녀의 품안에 안긴 선우는 꺼이 꺼이 울기 시작하였다.

"괜찮아요....정말...정말...괜찮아요.."

옥령은 그런 선우를 따뜻한 품으로 감싸주며 달래어주었다.

선우는 그렇게 옥령의 품에서 한참을 울고난 뒤에야 울음을 멈출 수 있었다.

********

울음을 그친 선우는 차근차근 자신의 상황을 그녀에게 설명하였다.

자신의 정체가 사실은 장삼이고 그녀에게 큰 상처를 주었던 이재원의 제자라고 말이다.

그리고 백화봉에 오게된 과정을 상세히 말하였다.

피치 못하게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이재원과 씻을 수 없는 원수를 지게되었으며 이재원으로부터 몸을 피하기 위해 백화봉으로 숨어들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그녀를 속이게 된 것 까지 전부말이다.

옥령은 담담히 선우의 말을 들었다.

양태산으로부터 얼핏 들었던 말이지만 당사자 입에서 들으니 한층 더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된거야."

"............"

선우로부터 모든 사건의 전말을 듣게된 그녀는 말없이 선우를 응시하였다.

흠칫

선우는 갑작스레 불안감이 들었다.

물론 그녀는 모든 것을 이해해주겠다고 말을 하긴 하였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어찌 뜻대로 되겠는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을 경멸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의 시선에 선우는 서서히 위축 되가는 것이 느껴졌다.

갑자기 그녀가 손을 들었다.

그 손을 본 선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마 화를 참지 못하고 자신의 뺨을 가격하려는 것이리라

선우는 지은 죄가 있는지라

그저 눈을 감고 그녀가 분을 풀릴 때까지 때리길 기다릴 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반대로 그녀는 그 어느때보다 부드럽게 선우의 뺨을 감싸주었다.

그 감촉에 선우는 서서히 눈을 떴다.

눈앞에 옥령은 슬픈 눈으로 선우를 보고 있었다.

"많이 힘들었죠?"

울컥

단 한마디였다.

그녀의 단 한마디에 선우는 가슴이 미치도록 뛰면서 설움이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와락

그녀는 다시금 선우를 안았다.

그동안 이 아이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갖은 냉대와 멸시를 받으며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을까

저지르지도 않은 살인죄로 누명을 씌워졌을 때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였을까

그녀는 선우는 꼬옥 안아주었다.

선우가 겪은 모든 아픔을 치유해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위로라도 되기를 바랬다.

옥령은 선우를 품안에 더욱 꼬옥 껴안았다.

선우는 그런 그녀의 품안에서 소리죽여 울기 시작하였다.

처음이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들어주고 안아준 이는 말이다.

선우는 멈추지 않은 눈물을 계속 흘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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