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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40화 (141/1,419)

〈 140화 〉 141.수련을 이어가다-2

"으윽"

"크윽"

"아악"

음양마는 몇 번이고 선우를 후두려패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의식적으로 힘의 흐름을 느끼려고 하였지만 소용없었다.

그가 인지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때려버리니 느낄새도 없는 것이다.

흐름을 인지할 수 없다면 비틀 수조차 없었다.

건곤대나이를 시전할 수 없는 것이다.

선우는 하염없이 음양마의 주먹에 맞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곳저곳이 심각할 정도로 부풀어 오른 선우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음양마는 그런 선우를 발로 차버렸다.

기절한 선우는 그대로 날아 공동 중앙에 떨궈졌다.

"선우야!"

그 모습을 본 옥령은 깜짝 놀라 선우에게 달려들었다.

상태가 심각해도 너무 심각했다.

여기저기 붓지 않은 곳이 없었으며 온 몸 전체가 피범벅이었다.

상상이상의 폭력을 당한 것이 분명하였다.

"이런 것은 수련이 아니예요!"

그녀는 음양마를 보며 소리쳤다.

이미 선우의 입을 통해 이런 과정이 모두 건곤대나이 완성시키기위한 수련임을 인지하고 있는 그녀였다.

하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였다.

수련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수양과 단련을 통해 정(精), 기(氣), 신(神)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이 아니던가

이런 것은 일방적인 구타에 불과하였다.

선우는 수련에 들어간 이후 하루가멀다하고 온몸이 터져나갔다.

핏물이 마를 날이 없었으며 시퍼렇게 물든 멍과 부은 상처들이 가득하였다.

그런데 오늘은 기절까지 하였다.

참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사사로이는 그의 제자일지도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덧없이 소중한 정인이었다.

정인이 이꼴이 나는데 기분좋게 볼 여인이 어디있겠는가

"수련이 아니다라....."

그녀의 말을 들은 음양마는 끝말을 흐렸다.

이걸 설명해야할지

아니면 죽탱이를 꽂아버려야할지 고민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내 음양마는 입을 여는 것을 선택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딸의 하나 뿐인 제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수련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이냐?"

음양마는 담담한 목소리로 옥령에게 되물었다.

"일방적인 폭력입니다. 단련해가는 과정이 아닙니다."

"물러도 너무 무르구나, 철도 두드려야 더욱 단단해지는 것이거늘"

"사람은 철이 아닙니다."

음양마의 말에 옥령은 지지 않는 듯 맞받아쳤다.

이런 행위는 그저 선우의 몸을 골병들게 만들 뿐이었다.

"끌끌"

그녀의 말에 음양마는 웃음을 흘렸다.

정도의 무공을 익힌 그녀입장에서는 이해가 안될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기때문이다.

"재밌는 말을 하는구나."

음양마는 웃음을 마저 흘리며 말을 이었다.

"네 말이 맞다, 사람은 철이 아니지."

음양마의 동의에 옥령은 의아함이 들었다.

설마 자신의 말에 동조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철 따위보단 휠씬 더 단단해질 수 있는 생물이지."

음양마는 그녀를 보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

"말도안되요!"

"크크큭 사부 밑에서 호의호식하며 맘편히 무공을 익힌 네년이 뭘 알겠느냐?"

"뭐..뭐라구요!?"

음양마의 말에 옥령은 당황한 듯 되물었다.

대체 자신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이리 마음대로 지껄인단 말인가

"네년은 모를 것이다. 재능없는 자가 어떻게해야 강해질 수 있는 지 말이다."

"선우는 재능 없는 아이가 아닙니다!"

음양마의 말에 그녀는 반문을 하였다.

선우는 이립도 안된 젊은 나이에 절대지경이라고 불리우는 화경에 닿은 고수가 아니던가

그 누가 그를 재능이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아니, 재능이 없다. 그것도 불쌍할 정도로 말이다."

"그는 화경이예요!"

"고작 화경인 것이지."

그녀의 말에 음양마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모든 기준을 당신에게 맞추지 마세요!"

그녀는 다시금 반박하였다.

물론 반선(班仙)이라고 불리우는 현경에 이른 음양마의 입장에서는 부족한 재능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선우는 음양마가 아니지 않은가

그의 기준에 충족되는 재능을 갖춘 이는 오로지 이재원밖에 없으리라

"아니, 중원에 현존하는 모든 화경의 고수들을 통틀어 그는 가장 재능이 없다. "

음양마는 그녀의 반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장을 고수하였다.

"네년은 저놈이 저 경지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선을 넘었는지 아느냐?, 온몸이 칼로 난자되기도 하였고 온 몸에 독액이 뒤덮히기도 하였으며 생과 사의 경계인 무(無)의 세계까지 갔다온 녀석이다. 그런 놈의 노력을 재능따위로 폄하하지 말란 말이다."

음양마는 손으로 선우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가 보기에 선우는 결코 화경에 이를정도의 재능을 갖춘 이가 아니었다.

아무리 음양조화신공이라는 신공절학과 기연이 겹치고 겹쳤다고 하여도 말이다.

그는 그저 없는 재능을 목숨을 담보로 억지로 끌어올린 것에 불과하였다.

저 절대지경이라 불리우는 화경에 이른 것 또한 목숨을 수없이 걸고 얻어낸 결과이리라

그런데 그런 제자의 노력을 재능따위로 폄하하니 화가 치밀어올랐다.

저 계집은 평생을 모를 것이다.

그녀는 좋은 사부 밑에서 좋은 가르침을 받으며 재능을 개화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목숨조차 걸어보지 않은 그녀가 어찌 선우를 이해할 수 있으리라

음양마는 선우의 재능에 실망을 하였지만 결코 그의 노력까지 부정하지 않았다.

그는 없는 재능을 목숨을 끌어올린 놈이니까 말이다.

"그러니 방해치 말거라, 이 또한 없는 재능을 억지로 끌어올리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니라"

"..........."

음양마의 단호한 음성에 옥령은 할말을 잃었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돌려 선우를 보았다.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하였다.

살기위해 수없이 목숨을 걸을 수 밖에 없었던 그에 대한 연민이 든 것이리라

"치료나 해주거라."

말을 마친 음양마는 그대로 몸을 돌려 토굴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옥령은 여전히 기절해있는 선우를 바라볼 뿐이었다.

**********

다음날에도 그다음 다음날에도 선우는 며칠이고 몸을 일으켜 음양마와 겨루었다.

사실 겨루었다는 표현을 쓰기도 민망할 정도로 일방적인 폭력에 불과한 싸움이었지만 선우는 그 싸움을 꾸준히 이어나갈 뿐이었다.

버릇처럼 말이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을까

한달째가 되던 날이었다.

쇄애애액

음양마의 주먹이 엄청난 빠르기로 선우에게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물론 선우는 그의 주먹을 여전히 눈으로 인지할 수 없었다.

한껏 힘을 뺐다고는 하지만 음양마는 반선이라고 불리우는 현경에 이른 고수였다.

고작 화경초입에 불과한 선우에게는 항거할수 없는 재앙이나 마찬가지인 존재였다.

그런 그의 주먹을 눈으로 쫓을 수 있을리 만무하였다.

그때였다.

짜릿

갑자기 온몸이 짜릿해지더니 이상한 감각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몸이 절로 섬뜩해지는 감각을 말이다.

선우는 본능적으로 감각을 확장하였다.

그러자 한 가지 흐름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강맹하기 짝이 없는 흐름이 말이다.

음양마의 주먹이었다.

선우는 본능에 따라 재빨리 건곤대나이를 시전하였다.

그리고 음양의 주먹이 처음으로 튕겨져나가게 되었다.

욱씬거리는 주먹을 보며 음양마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육감(六感)이 본능에 각인되기 시작했군."

한달에 이르는 시간만에 드디어 몸으로 체화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음양마는 다시금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주먹은 다시 튕겨나가게 되었다.

주먹에 욱씬거림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여기서 이대로 주먹을 멈추게 된다면 제대로 체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음양마는 선우를 향해 쉴새없이 주먹질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뚝 뚝

음양마의 양주먹에 처음으로 피가 흐르기 시작하였다.

되돌려오는 자신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살갗이 찢기고 만 것이리라

음양마는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쉬어라"

쿠쿵

음양마의 말과 함께 선우는 무너지듯 몸을 뉘었다.

아무래도 정신적인 피로와 육체적인 피로가 한번에 몰려온 듯 싶었다.

할짝

음양마는 살갗이 까진 주먹을 혀로 살짝 핱으며 선우를 가만히 보았다.

세 달은 더 걸릴 줄 알았것만 두달 남짓한 시간에 건곤대나이를 완성해버렸다.

나름 선방하였다면 선방하였다 할 수 있었다.

'건곤대나이는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네게 큰힘이 되어줄 것이니라.'

음양마는 씨익 웃으며 선우를 그대로 발로 차버렸다.

주르르륵

발로 차인 선우는 주르륵 밀려나며 공동 끝자락에 도달하였다.

"얘, 치료해라."

그런 그를 보며 음양마가 말을 이었다.

*******

"누구냐고 묻지 않았느냐!"

백옥같이 하얀 살결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 주소양은 잔뜩 성이 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

하지만 그녀의 물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딸 이예설을 묵묵부답일 뿐

그 어떠한 말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딸의 반응에 주소양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딸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어여쁜 딸이자 장차 천무맹을 이어받아 무림을 호령할 예비 천무맹주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그녀가 누군가에 의해 흉측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되었다.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누가 그녀를 이리 만들었단 말인가

"정말 말하지 않을 것이냐?"

주소양은 다시금 그녀에게 물었다.

"............"

하지만 어미의 물음에도 불구하고 이예설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지금 조마조마한 내심을 감추고 있었다.

어미인 주소양이 이토록 화내는 것은 생전 처음 본 일이었다.

언제나 인자한 미소를 짓던 그녀의 어미였것만 지금은 가히 흉신악살처럼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

그런 위화감이 그녀를 두렵게 만들었다.

만약 실상이 드러나게 된다면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될 것만 같았다.

결국 그녀는 침묵을 택하였다.

말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독왕의 부인 즉 외숙모에 해당하는 여인을 칼로 난도질한 사실을 말이다.

오히려 이정도의 처벌로 끝난 것이 다행이리라

물론 용미연검을 빼앗긴 것은 뼈아프긴 하였지만 말이다.

그녀의 묵묵부답에 주소양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아무래도 딸의 입에서는 제대로된 대답이 안나올 듯 싶었기 때문이다.

"네가 말하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구나. 용봉의 후기지수들을 찾아갈 수밖에."

입을 꾹 닫은 이예설을 보며 주소양이 입을 열었다.

어차피 그녀가 이렇게 된 것은 용봉지회에 다녀온 이후였다.

그렇다면 용봉들에게 사건의 정황을 물으면 될 일이었다.

"그들 또한 답하지 않을 거예요."

주소양의 협박에 이예설은 입을 열었다.

그녀는 그들이 입을 다물것이라고 확신을 하였다.

직접적으로 해를 입힌 것은 없었지만 난도질하는 것을 방관하고 있었다는 시점부터 공범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 사실이 무림에 밝혀지게 된다면 각 세가들과 명문대파들의 명성이 땅에 떨어지리라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도 비밀이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냐?"

".....!"

그녀의 말에 이예설의 눈동자가 화등잔만하게 커졌다.

설마 저리 강수를 둘 줄은 예상치 못했다.

"문파와 세가에서 그것을 허락할리 없어요!"

그녀는 말도 안된다는 듯 반론을 하였다.

말도안되는 일이었다.

명예를 누구보다 중요시하는 문파와 세가였다.

주소양이 아무리 여중제일인이란 명성을 떨치고 있다하더라도 각 문파의 최고 후기지수의 생사여탈권을 가질 수 있을리 없었다.

"설아, 이 어미는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란다. 지금은 사랑하는 딸의 앞이기 때문에 그나마 화를 조절하고 있지만 그들 앞에서까지 조절할 자신이 없구나."

"......"

그녀의 말에 이예설은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

일단 저지르고 만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나는 얼마든지 그 모든 것을 뒤덮을만한 권력과 힘을 가지고 있단다. 천하제일인이자 천무맹의 맹주인 절대무신의 정실부인이자 여중제일인이라는 무력까지 말이다. 너는 이 어미가 용봉이라는 애송이들 하나 처리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

그녀의 말에 이예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기 시작하였다.

맞는 말이었다.

그녀의 지위와 힘이라면 용봉 한 명쯤 처리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아무리 구대문파와 오대세가라고는 하지만 후기지수 한 명때문에 그녀와 척을 지려고 하진 않을 것이다.

오히려 용서를 빌지도 몰랐다.

"그러니 말하려무나.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녀는 차가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반론 따위는 허용치 않겠다는 확고함이 묻어나 있었다.

그녀의 태도에 이예설의 얼굴에는 절망의 빛이 어렸다.

이대로 입을 다물었다간 무고한 용봉의 후기지수가 희생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예설은 어미인 주소양을 보며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하였다.

"사실은......"

.

.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예설로 부터 모든 정황을 들은 주소양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금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그게 전부더냐?"

"그렇습니다. 어머니."

"알았다."

벌떡

말을 마친 주소양은 그대로 자리에 일어나버렸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이예설은 당황하였다.

모든 정황을 말했것만 질타도 위로도 그 무엇도 없었기 때문이다.

"설아"

그때 주소양이 이예설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 어머니"

"내 너의 복수는 독왕의 목으로 갚아주겠느니라"

저벅 저벅

말을 마친 주소양은 바깥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어..어머니! 어머니!"

이예설이 뒤늦게 그녀를 불러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녀는 이미 저 멀리 사라진 채였다.

이예설은 허망하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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