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화 〉 140. 수련을 이어가다-1
콰쾅
옥령의 백화장과 요랑의 주먹이 맞부딪히며 엄청난 굉음이 터져나왔다.
주르르륵
그리고 충격을 견디지 못한 것일까
옥령은 뒤로 미끄러지듯 밀려나게 되었다.
'크윽'
옥령은 속으로 신음성을 내뱉었다.
요랑과 맞부딪혔던 손바닥이 욱신거렸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금 내심 놀라고 있었다.
전력이 아니라고는 하나 오할이상의 내력을 담은 백화장이었다.
왠만한 고수들도 한 방에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이것만 요랑의 주먹은 오히려 그것을 압도하였다.
'강해'
그녀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아무래도 그녀를 물러나게 하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될 듯 싶었다.
우우우우웅
그녀는 다시금 내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하였다.
유형화 된 기운들이 그녀 주위에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본 요랑은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어디까지 가자는 것인가
그녀와 손속을 나눠보고 요랑은 알수 있었다.
저 여자가 무척 강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처음 요랑은 그녀를 단번에 기절시킬 요량으로 주먹을 뻗었다.
하지만 그저 조금 밀려날 뿐 그녀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듯 하였다.
'짜증나'
그녀는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잘자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왜 이 난리란 말인가
자던 잠이나 잘 것이지 말이다.
요랑은 다시금 기운을 끌어올렸다.
저 정도 기세를 상대하려면 그녀 또한 전력을 다해야할 듯 싶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기운을 있는대로 끌어올린 시선을 마주하였다.
두 사람 모두 양보할 생각따윈 눈꼽만큼도 없었다.
옥령은 오로지 선우를 살려야한다는 생각뿐이었고 요랑은 요랑 나름대로 선우를 방해한다면 안된다는 생각뿐이었다.
타탁
먼저 움직인 것은 옥령이었다.
팔할 이상으로 내력을 끌어올린 옥령이 그대로 몸을 날렸다.
쇄액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바람 가르는 소리가 공동 안을 울렸다.
옥령의 손에 하얀 빛의 기운들이 일렁이고 있었다.
어느새 요랑의 코앞까지 이동한 그녀는 요랑을 향해 손을 뻗었다.
퍽
'흥, 이정도쯤이야'
요랑은 그녀의 공격에 코웃음을 쳤다.
이정도 공격쯤이야 힘으로 눌러버릴 수 있었다.
요랑은 주먹을 뻗어 그녀의 손바닥을 쳐내려고 하였다.
하지만
퍽
어느새 방향을 바꾼 옥령의 장력이 그녀의 가슴에 직격하였다.
"으윽"
요랑은 고통에 신음을 질렀다.
이내 옥령의 장력이 쉴새없이 요랑을 격타하기 시작하였다.
퍽 퍽 퍽 퍽
요랑은 어떻게든 그녀의 장력을 맞받아치려고 하였지만 쉴새없이 변화하는 그녀의 공격을 맞받아치기는 무리였다.
"으윽, 으윽 으윽"
그녀의 장력은 거세게 몰아치기 시작하였고 요랑의 비명도 그만큼 더욱 커져만 갔다.
속도만 보자면 서로 동급이었지만 변칙적인 공격에 약한 요랑이었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됐어!'
옥령은 쾌재를 불렀다.
아무래도 눈앞의 여자는 무공은 높았지만 실전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듯 싶었다.
그런 여자가 수 없이 변화하며 장력을 뿜어대는 백화난영(白花亂影)을 버틸리 만무하였다.
그때였다.
팡
퍽
퍽
팡
팡
쉴새없이 내리꽂히던 그녀의 장력이 하나 둘씩 요랑의 주먹에 막히더니 이내 모든 공격을 막아내기 시작하였다.
'아니!?'
순간 옥령은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여인이 얼마지나지 않아 백화난영의 초식을 모두 막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설마 적응한건가?'
그녀는 감탄성을 절로 내뱉었다.
그녀는 백화난영을 수없이 맞으면서 장력이 들어오는 모든 경로를 본능적으로 외워버린 것이다.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올정도의 재능이었다.
백화난영은 초식에 몇 번 맞는다고 외울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한 초식이 아니었다.
수도 없이 변화하면서 상하좌우할 것없이 방향을 바꾸기 때문에 오히려 복잡하고 예측하기 힘든 특징을 가졌다.
그런데 눈앞의 이 여자는 그 예측하기 어렵다는 백화난영을 그 짧은새 모두 외워버린 것이다.
말도안될 정도의 재능이었다.
팡!
주르르륵
이내 맞부딪힌 자리에 다시금 커다란 굉음이 퍼지며 그녀는 뒤로 밀려났다.
*********
"쉬이이익!"
한편 요랑은 화가 잔뜩 나있었다.
옥령이 피워낸 백화난영에 수도없이 맞았기 때문이다.
물론 영물인 만큼 일반적인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내구도를 갖춘 그녀였지만 아픈 것은 아픈 그녀였다.
"진짜 용서안해!"
후드득
요랑의 등에서 두껍기 그지 없는 무언가가 뻗어나오기 시작했다.
검은색 바탕에 길이는 요랑의 키보다 더 컸으며 두께는 왠만한 여성의 허벅지만하여 위압감을 절로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거미 다리였다.
과거 선우를 죽음에 가깝게 몰고갔던 무기가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옥령은 놀라 입을 벌렸다.
'이 아이, 인간이 아니었구나!'
하지만 이내 정신차린 그녀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내력을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액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그녀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하였다.
텁
이내 그녀는 날아오는 무언가를 잡아챘다.
날아온 물체의 정체는 검이었다.
그녀는 허공섭물(虛空攝物)을 시전하여 검을 낚아 챈 것이다.
그녀는 검을 들어 요랑에게 겨누었다.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안 이상 봐줄 생각따윈 추호도 없었다.
빠르게 목을 베어버리리라
그녀의 검에서 하얀 빛의 기운들이 일렁이더니 이내 검날 부분에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위이이이잉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검에는 하얀 빛의 강기가 형성되었다.
검강(劍罡)이었다.
두 여인은 다시금 서로 마주보았다.
'가만두지 않겠어!'
요랑 등에는 네 개의 다리가 뻗어나와 옥령을 겨누고 있었다.
'요괴녀석!'
옥령의 검에는 검강이 피어올라 요랑을 겨누고 있었다.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일촉즉발에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들썩
무언가 알수없는 소리가 그녀들 귓가를 간질였다.
파사삭
그리고 그 알수 없는 소리는 점점 커지기 시작하였다.
옥령과 요랑은 재빨리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은 선우가 묻힌 땅바닥이었다.
펑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땅바닥이 폭발하면서 흙들이 위로 비산하기 시작하였고 흙먼지가 뭉게 뭉게 피어났다.
요랑의 거미다리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고 옥령은 검을 아래로 늘어뜨렸다.
옥령과 요랑은 그저 흙 먼지를 오랫동안 바라볼 뿐이었다.
이내 흙먼지가 걷히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한사람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한달 동안 제대로 못먹어서 그런지 피골이 상접해있었고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인지 수염이 여기저기 자라있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알 수 있었다.
저 남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말이다.
"안...녕?"
선우였다.
옥령과 요랑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
선우는 지금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건곤대나이를 이용하여 땅속을 탈출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 후가 문제였다.
흙먼지가 걷이고 앞을 보니 요랑과 옥령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들을 보자 선우는 눈물이 날것 같았다.
한달이라는 시간여 동안 춥고 축축하고 외로운 땅속에서 홀로 지내왔던 그였다.
그런데 눈앞에 요랑과 사랑해마지 않는 옥령이 있으니 눈물이 날 수 밖에 없었다.
선우는 매이는 목소리로 겨우겨우 입을 떼었다.
"안..녕?"
그말이 기폭제가 되었는지 요랑과 옥령이 눈물을 흩뿌리고 선우에게 달려들었다.
"우아아아아아아앙"
요랑은 선우의 품에 달려들어 울음을 터트렸다.
"흐흑 흐흐흑"
옥령 또한 선우를 품에 안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울고 싶은 것은 자신이것만 눈앞의 여인들이 울어젖히자 선우는 난감하였다.
마음같아서 같이 울어젖히고 싶으나 만약 그까지 울어젖히면 안그래도 복잡한 상황이 더욱 더 혼란스러울 것 같아 간신히 참아내었다.
그리고 양 손을 들어 천천히 그녀들을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그녀들이 진정할 때까지 말이다.
.
.
.
.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녀들은 어느새 진정이 되었는지 하나 둘 울음을 그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선우의 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선우는 난감하였다.
한달여 동안 흙 속에 파묻혀 있던 그였다.
땀을 비롯한 온갖 냄새들이 진동할텐데 불구하고 그녀들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거기다 흙까지 잔뜩 묻어있었기에 꼴이 말이 아니였다.
"저기"
선우는 천천히 입을 떼었다.
"이제 잠깐 떨어질까?"
"싫어!"
그의 말에 요랑이 소리쳤다.
그녀에게는 그가 없는 동안 하루하루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바로 음양마의 존재때문이었다.
말 대답한다고 처맞고 심심하다고 처맞고 타격감 좋다고 처맞고 수도 없이 음양마에게 맞은 그녀였다.
선우의 따뜻한 품안이 너무나도 그리웠던 그녀였다.
그런데 그리워마지 않는 선우가 나왔다.
이대로 떨어지기 싫었다.
"............"
옥령 또한 요랑과 마찬가지였는지 그저 말없이 선우를 꼭 껴안고 있을 뿐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수도 없이 긴 시간이 흘렀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선우만을 그리워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그 영겁의 시간을 끝내고 선우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선우를 홀로 내버려두고 싶지 않았다.
"............."
그녀들의 반응에 선우는 말없이 고심에 빠졌다.
이대로 그녀들을 떼어내기도 냅두기도 애매했기 때문이다.
'어떡하지..'
그가 곤란해하고 있을 그때였다.
"지랄을 한다."
어디선가 날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우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적당히하고 튀어오거라."
고개를 돌린 곳에는 음양마가 서있었다.
그는 무척이나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토굴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그의 말에 선우는 그녀들을 천천히 떼어내었다.
"잠깐만 갔다올게."
선우는 그녀들의 머리를 한차례씩 쓰다듬었다.
마음같아선 오랜만에 느끼는 사람의 체온을 더 느끼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선우는 그녀들에게 몸을 완전히 떼어낸 후 천천히 음양마에게 다가갔다.
요랑과 옥령은 애타는 눈으로 선우를 바라볼 뿐이었다.
*****
저벅 저벅
어느새 음양마를 따라들어간 선우는 자신이 두동강 내었던 바위에 도달하게 되었다.
털썩
음양마는 바위 한쪽 구석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선우를 보며 입을 떼었다.
"어떠냐, 건곤대나이는 완성하였느냐?"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흐름을 살짝 비트는 것정도는 충분히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래?"
그의 대답에 음양마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까딱 까딱
"일로 와봐."
음양마는 선우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그를 불렀다.
선우는 음양마의 부름에 곧바로 그의 앞까지 걸어갔다.
"제대로 익혔는지 확인해야겠구나."
"네?"
팡
음양마는 그대로 손을 뻗어 선우를 가격하였다.
"크윽"
음양마의 갑작스러운 기습에 선우는 그대로 날아가게 되었다.
쾅
빠른 속도로 날아간 선우는 그대로 벽에 처박히게 되었다.
후두두
그의 주위로 흙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이게 제대로 익힌 것이더냐?"
음양마는 그런 선우의 모습을 보며 실망한 듯 말을 내뱉었다.
"커억"
후두둑 후두둑
충격에 어질어질한 느낌을 받은 선우는 재빨리 정신차린 후 벽에서 몸을 빼내었다.
"갑자기 기습을 하시면 어떻게 막습니까!"
선우는 나름의 항변을 하였다.
다짜고짜 기습을 가해놓고 막지 못했다고 실망을 하다니 이게 무슨 행태란 말인가
"그따위 공격도 못 막으면 넌 건곤대나이를 제대로 익혔다고 볼 수 없다."
음양마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건곤대나이를 제대로 익혔다면 언제 어디서고 날아오는 공격을 상시 막을 수 있어야 한다.
힘의 흐름을 의식하고 느끼기보단 본능적으로 느끼는 경지에 이르러야된다는 소리였다.
그러한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면 반쪽짜리에 지나지 않았다.
"쯧쯧, 무(無)의 경계까지 들어가 놓고도 고작 이정도라니...아둔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로다."
음양마는 선우를 보며 혀를 차기 시작하였다.
무(無)의 세계라는 집중력을 극한에 이르기까지 끌어다 쓸수 있는 상황을 겪었것만 고작 저정도 성취라니 절로 실망감이 들었다.
대적자의 운명을 타고났다긴 하나 그 오성은 평범하기 그지 없는 듯 하였다.
'그럼 몸을 체득 시켜줘야지, 뭐'
머리가 나쁘면 몸을 그만큼 굴리면 된다.
어차피 요령은 익힌 듯하니 이제 몸으로 직접 체화시켜주면 될 것이다.
'시발'
선우는 속으로 욕짓거리를 지껄였다.
다짜고짜 땅속에 처박아놓은 것을 겨우 겨우 탈출했것만 칭찬보단 타박이 앞섰다.
건곤대나이라는 신공절학을 한달여만에 체득했다면 오히려 칭찬을 해줘야하지 않겠는가
음양마의 매정함에 선우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오기 시작하였다.
"입술이 잘라지는 것을 보기 싫으면 주댕이는 집어넣는게 좋을게다."
그런 선우를 보며 음양마는 단호히 말하였다.
'허업'
음양마의 말에 선우는 재빨리 입술 재빨리 집어넣었다.
그는 한다면 진짜 하는 인간이란 것을 몸소 체험한 그였다.
괜히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
"이제 남은 반쪽을 채우자구나."
음양마는 그런 선우를 보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꿀꺽
그의 말에 선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래도 수련이 아직 끝나지 않은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