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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34화 (135/1,419)

〈 134화 〉 135. 결심을 하다.

"무리입니다."

선우는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하나 시간이 없었다.

이번 사태를 빌미로 오대세가는 당가를 압박해나가기 시작할 것이다.

그들이 선우가 강해질 때까지 기다려줄리 만무하였다.

음양마가 도와준다면 황보강보다 확실히 강해질 수 있겠지만 그가 황보강보다 강해졌을 때는 이미 당가는 그들에게 집어삼켜져 있거나 망해있을 것이다.

"어째서 말이더냐?"

"제가 황보강을 뛰어넘을 정도로 무력을 갖출 때쯤에는 이미 당가는 망할 것입니다."

"그건 걱정안해도 된다. 말했지 않느냐 어차피 그들은 대놓고 당가를 압박하는 방법 보단 은밀한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말이다. 적어도 몇달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리라"

음양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

"몇 달을 버틴다해도 문제입니다. 저는 고작 몇 달 안에 황보강을 뛰어넘을 자신이 없습니다."

음양마의 말에 선우는 자신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무리였다.

화경이라는 경지는 지고하기 짝이 없는 경지였다.

그저 초입에서 중경은 고작 한단계에 지나지 않지만 이 단계를 오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수련을 통한 깨달음이 필요하였다.

이 깨달음이라는 것은 계기가 없다면 평생을 수련하였어도 얻지 못할 정도로 지고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몇 달만에 이러한 깨달음을 얻으리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크흐흐흐흐"

그때였다.

음양마가 기분나쁜 웃음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제자야, 아둔한 제자야, 설마 내가 불가능한 일을 네놈에게 말했겠느냐?"

음양마는 입가에 띤 미소를 지우며 말을 이었다.

"단 세 달이면 충분하다."

음양마는 자신있는 목소리 말하였다.

"네놈이 황보강 따위는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간은 말이다."

음양마의 말에는 확신이 담겨있었다.

**********

음양마의 말에 선우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황보강을 아래로 내려다보려면 화경 초입 정도로는 무리였다.

적어도 중경 아니 상경정도는 도달해야 그를 밑에서 내려다 볼 수 있으리라

근데 음양마는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렇게 막지르는 것인가

"끌끌 의심 많은 놈"

선우의 그런 속내를 알아챘는지

음양마가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이 아둔한 제자놈은 사부에 대한 존경이 전혀없는 듯 하였다.

"사부님, 저를 과대평가해주시는 것은 고맙지만 저는 이제 화경 초입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어찌 세달만에 최소 화경 중경 다다른 황보강을 밑으로 내려다본단 말입니까?"

선우는 말도안된다는 듯 말을 이었다.

화경 끝자락이라니 평생을 수련해도 닿을까 말까한 경지였다.

그런데 그런 경지를 세달만에 달성해주겠다니

대체 무슨 자신감이란 말인가

"확실히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네놈이 황보강을 뛰어넘는 것은 무리니라, 아무리 나라해도 이제 막 화경 초입에 이른 녀석을 세달만에 화경 끝자락의 경지까지 올릴 자신은 없으니까 말이다."

"거보십시오."

선우는 음양마에 말에 동조하였다.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방법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그게 무슨?"

선우가 의아한 듯 물었다.

"건곤대나이(乾坤大挪移)"

"네!?"

선우는 당황한 듯 되물었다.

"네 녀석이 건곤대나이를 익힌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음양마는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선우를 보며 진한 미소를 지었다.

**********

건곤대나이(乾坤大挪移)

건곤대나이는 과거 페르시아에서 전래된 서역 최고의 무공이자 마교의 교주들만이 익힐 수 있는 호교 무공이었다.

건곤대나이는 호교무공 답게 그 효용이 남다른데, 익히기는 것만으로도 신체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물론 완숙한 경지게 이르게 되면 그 어떠한 힘이든간에 그 방향을 바뀌버리는 신기神技를 갖추게 된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은 말한다.

건곤대나이를 익힌 자가 열이 넘어 간다면 황제의 백만대군 또한 두렵지 않다고 말이다.

그만큼 건곤대나이의 위력을 인정하기에 나온 말이리라

선우는 입을 턱 벌렸다.

건곤대나이를 가르쳐주겠다는 말에 얼이 빠져버린 것이리라

"왜 대답이 없느냐?"

음양마는 그런 선우를 보며 입을 떼었다.

"제...제가 그걸 익힐 수 있습니까?"

선우는 뻐끔거리며 말을 이었다.

건곤대나이라니

건곤대나이가 무엇이란 말인가

마교의 교주정도 되는 이가 아니면 익힐 수 없을 정도로 고절하기 짝이 없는 무공이 아니던가

그런 것을 어찌 자신이 익힌단 말인가

"나도 익혔거늘 네놈이라고 뭐가 다르겠느냐?"

선우의 반응에 음양마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이었다.

"애초에 그것은 마교 교주에게만 허락된 무공이 아닙니까? 그걸 어찌 익히신 겁니까?"

"훔쳤거든"

선우의 말에 음양마는 명쾌히 답하였다.

"네!?"

그의 말에 선우는 놀라되물었다.

"어차피 마교를 나갈 심산이었는데 그냥 나가기 섭하더구나. 그래서 미련 없이 훔쳤단다."

"............."

선우는 그냥 나가기 아쉽다는 이유로 마교의 호교 무공을 훔쳐 익힌 음양마의 대범함에 말을 잃었다.

"뭐 어쨌든 네놈이 건곤대나이만 익힌다면 황보강을 가뿐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니라."

음양마는 그런 선우의 반응을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의 말에 선우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건곤대나이를 익히기만 한다면 황보강정도는 가뿐히 이길 수 있을지도 몰랐다.

건곤대나이는 무림사에서도 가장 특이하면서 이질적이기 그지 없는 무공이었기 떄문이다.

또한 그 위력조차 검증되었으니 경지를 뛰어넘는 효용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건곤대나이는 마교의 호교 무공이 아닙니까?"

"그렇지?"

"그걸 당가주가 익히고 있는게 말이 됩니까!"

맞는 말이었다.

그가 건곤대나이를 시전한다면 천무맹은 선우를 마교의 주구로 몰며 무림공적으로 선포할 것이다.

"괜찮다. 어차피 네 녀석은 힘의 방향을 바꾸는 것보단 신체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출 터이니."

"네?"

그의 말에 선우는 의문이 들었다.

신체능력 향상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건곤대나이는 알다시피 힘의 방향을 바꿔는 신기에 가까운 무공이니라 하지만 그 효용은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지."

음양마는 천천히 공동 구석에 있는 벽쪽으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벽에 손을 올린 후 천천히 벽을 쓸었다.

사각 사각 사각

그러자 손가락 마디에 닿은 벽이 파이면서 돌가루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이렇듯 신체능력을 비약적으로 올릴 수도 있다."

그 모습을 보면 선우는 입을 떡 하니 벌렸다.

내공 한줌 안썼음에도 불구하고 돌로 되어있는 벽을 손가락 힘만으로 그대로 파내버린 것이다.

말도 안될정도의 힘과 내구도였다.

"제대로 익히기만 한다면 네 놈이 혈액을 가속시키는 것과 동등한 힘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아무런 부담없이 말이다."

꿀꺽

선우는 침을 절로 삼켰다.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황보강을 이기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선우는 각성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였다.

그리고 각성을 사용하면 할 수록 신체에 쏟아지는 부담이 커져 수명을 갉아먹는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부담을 감수할 만큼 매력적인 것이 바로 각성이었다.

그런데 아무런 부담없이 상시 각성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니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효용인 것이다.

만약 건곤대나이를 익힌 상태에서 각성을 한다면?

건곤대나이를 익힌 상태에서 각성 후 궁신탄영을 쓴다면?

어마어마한 무력을 손에 넣게 되는 것이다.

선우의 눈빛이 별빛처럼 빛나기 시작하였다.

희망이 생긴 것이다.

"건곤대나이를 세달만에 익힐 수 있을까요?"

선우는 살짝 처진 목소리로 음양마에게 물었다.

너무나 갖고 싶은 무공이었지만 아무래도 세달만에 익힐 자신은 없었기 때문이다.

"불가능하다."

그런 선우의 물음에 음양마는 단호히 답하였다.

그의 말에 선우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는 분명 가능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원래라면 말이지."

사족을 붙인 음양마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아둔한 제자는 표정 변화가 잦아 놀리는 맛이 있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니라."

선우의 얼굴에 다시금 화색이 돌았다.

"대신 목숨을 걸어야 한다. 네놈에게 묻겠다."

음양마의 시선이 선우의 눈동자에 향하였다.

"네놈은 목숨을 걸 수 있겠느냐?"

그는 진지하기 그지없는 음색으로 선우에게 물었다.

음양마는 기존의 장난기 어린 모습과는 전혀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눈동자는 또렷하였고 표정은 한 없이 진지하기 그지 없었다.

꿀꺽

그의 진지한 모습을 마주한 선우는 한차례 침을 삼켰다.

당장이라도 목숨을 걸겠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대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과연 자신은 목숨을 걸 수 있는 것일까

마음속 깊은 곳에 의문이 솟기 시작하였다.

가장 사랑하는 옥령의 목숨도 구하였다.

그런데 굳이 목숨을 걸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기때문이다.

그냥 당가따위는 망하든 말든

냅둬버리고 옥령과 함께 멀리멀리 도망가 숨어사는게 좋지 않을까

그의 머리속에는 그런 유혹들이 한참동안이나 맴돌기 시작하였다.

그때였다.

선우는 뺨을 세게 후려갈겼다.

한대로는 부족하였는지 연달아 몇대는 더 갈기고 나서야 선우의 손이 멈췄었다.

"퉷"

입안이 터졌는지 피가 잔뜩 고인 선우는 바닥에 피를 뱉어내었다.

'멍청했어.'

선우는 말도안되는 고민을 한 자신을 탓하였다.

그리고 사과하였다.

당서윤과 당대부인에게 말이다.

그리고 반성하였다.

잠시나마 그들을 잊고 헛된 유혹에 사로잡힌 자신의 어리석음을 말이다.

이미 옥령 외에도 놓칠 수 없는 소중한 인연이 생긴 그였다.

자신 편하자고 그들을 버릴 수는 없었다.

"걸겠습니다."

선우는 음양마를 보며 단호히 말하였다.

"끌끌"

그런 선우를 보며 음양마는 웃음을 터트렸다.

정에 이끌리는 모습이 변함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계집 하나 살리겠다고 독정을 훔치더니 이제는 당가를 지키겠다고 황보세가와 싸움을 한댄다.

유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좋다. 네녀석이 목숨을 걸 수만 있다면 나또한 네 녀석이 건곤대나이를 익힐 수 있도록 도와주겠느니라."

선우를 보며 음양마는 확신에 찬 듯이 말하였다.

꽤나 재밌는 석달이 될 듯 하였다.

************

천월궁

"하아"

한 여인이 의자에 앉아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얀 백설과 같이 하얗기 그지없는 비단 옷을 입고 있는 여인의 정체는 천하제일인 이재원의 일부인이자 여중제일인이라고 불리우는 천검후天劍后 주소양이었다.

주소양은 지금 무척이나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었다.

사랑해마지 않는 딸이 그녀를 만나주지 않았기때문이다.

균현에 있는 용봉지회에 다녀온 이후부터 그녀는 처소에 처박혀 두문불출하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은 딸의 그런 모습에 걱정이 앞섰다.

혹여 마음에 드는 소협에게 차인 것이 아닐까?

아니면 가기싫은 용봉지회에 억지로 보낸 자신에 대한 원망 때문이 아닐까?

여러가지 상념들이 그녀를 지배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괜히 용봉지회에 보냈구나!'

이내 그녀는 크게 후회를 하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용봉지회에서 나쁜일이 일어난 것이 분명하리라

.

그렇지 않고서야 문안인사를 뺴놓지 않고 하던 이예설이 방안에만 박혀 있을리 없지 않은가

주소양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래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재빨리 이예설의 방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저벅 저벅

얼마나 걸음을 옮겼을까

주소양은 머지않아 이예설의 방 앞에 당도하게 되었다.

'후우'

주소양은 문을 두드리기 전 심호흡을 한번하였다.

똑 똑

그리고 이내 문을 천천히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설아야, 어미란다. 이 문좀 열어보련?"

주소양은 문을 두르리며 안에 있을 이예설을 향해 말을 이었다.

"혼자있고 싶어요!"

그러자 안쪽에서 이예설의 뾰족한 말이 들려왔다.

주소양은 그런 딸의 반응에 시무룩했지만 이내 다시금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우리 딸, 어미가 균현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너무나 걱정되는구나. 어미에게 말해주지 않으련?"

주소양은 다시 타이르듯 그녀에게 말하였다.

"아무일도 없어요!"

하지만 이예설은 뾰족한 어투로 답할 뿐이었다.

주소양은 이예설의 반응에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단단히 심통이 난 듯 보였다.

이럴 떄일 수록 얼굴을 보면서 풀어야한다.

자꾸 숨기고 피하기만 하면 감정의 골이 더욱 쌓이리라

끼이이이익

그녀는 이예설의 방문을 열려고 하였다.

철커덩

하지만 걸쇠가 걸려있는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들어오지마세요!!!!!"

그 소리를 들은 것일까

이예설이 비명을 질렀다.

"딸, 엄마 들어간다."

콰득

하지만 주소양은 이예설의 비명어린 외침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문을 부숴버렸다.

끼이이이이익

걸쇠가 부숴지면서 이예설의 방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였다.

주소양은 열린 방문 안에 이예설을 찾아보았다.

이예설은 요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나가세요! 제발요! 어머니!"

이예설은 그런 그녀를 보며 악을 질렀다.

하지만 주소양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럴때일 수록 강하게 나가야한다.

여기서 물러서면 관계는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강제로라도 얼굴을 마주봐야했다.

주소양은 그녀의 앞에 다가가 요를 걷어내었다.

"설아! 정녕 어미 얼굴을........설아!"

요를 걷어낸 후 설교를 할 참이었던 주소양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단 하나 뿐인 딸의 얼굴이 엉망진창이었기 떄문이다.

양볼에는 딱지가 가득 앉아 있었고 몇 몇 곳은 상처가 터졌는지 진물이 흐르고 있었다.

과거의 미모가 전혀 보이지 않는, 흉측하기 그지 없는 몰골이었다.

우우우우우우웅

그녀의 몸 주위로 농축된 살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도대체 누가

어떤 개같은 자식이

자신의 딸을 이렇게 만들었단 말인가

주소양의 고운 얼굴이 흉신악살로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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