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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33화 (134/1,419)

〈 133화 〉 134.방법을 강구하다-2

"말도 안됩니다!"

선우는 음양마의 말에 언성을 높였다.

이건 말도안되는 소리였다.

가장 강한 놈의 멱을 따버라니?

그들과 전쟁을 벌이라는 말이나 다름 없지 않은가

지금 당가의 전력으로는 그들 중 하나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우두머리의 멱을 따라니?

그냥 망하라는 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왜 말이 안되느냐?"

음양마는 의구심이 담긴 듯 그에게 물었다.

"지금 당가의 전력으로는 그들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누가 다 상대하래? 한 놈만 조지면 된다."

선우의 말에 음양마는 담담히 답하였다.

"그게 무슨?"

"그놈들이 명문세가니 명문대파니 해도 결국 본질은 무림인이니라."

"그러니까 더 위험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들은 일반적인 상가와 달랐다.

무림인이기에 더더욱 명분을 중요시하고 명분만 충족된다면 언제고 검을 들고 일어날 것이다.

"본래라면 그렇겠지만 당가에게는 훌륭한 방패막이가 있지."

"........"

음양마의 말에 선우는 생각에 잠겼다.

훌륭한 방패막이라니?

당가에 그런 존재가 무엇이 있겠는가

독왕이라는 절대고수도 눈 아래로 보는 그들로부터 당가를 보호할 방패가 무엇이 있단 말인가

"쯔쯧 멍청한 놈"

그 모습을 본 음양마는 혀를 차며 제자의 멍청함을 토로하였다.

"구파의 장문인들과 오대세가의 가주들이 두려워할만한 인물이 누가 있겠는냐?"

"설마?"

음양마의 말에 선우는 누군가가 머리에 번뜩이 듯 떠올랐다.

그 콧대가 높은 구파와 오대세가의 장문인들 조차 설설 길 정도의 무력을 갖춘 자

당가를 비호 해줄만한 명분을 갖춘 자

"......이재원"

"그래, 그 망아지같은 새끼가 있지 않느냐?"

선우의 말에 음양마는 기쁜 듯 말을 받았다.

이 멍청한 제자놈이 드디어 답을 유추한 듯 했기 때문이다.

'내가 멍청했구나.'

음양마의 확답을 들은 선우는 깨달은 듯 한 표정을 들었다,

자신은 지금껏 당가의 상황만을 생각할 뿐

그 외적인 부분에 대해 전혀 생각치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

당가는 사사로이 이재원의 외척 가문이었다.

천하제일인 이재원의 존재는 명분을 얻은 명문대파들이라고 하여도 결코 함부로 치고 들어올 수 없는 억지력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그 새끼가 좆같은 새끼기는 하지만 나름 현경에 이른 무력을 갖추고 있으니 다른놈들이 함부로 날뛰지 못할 좋은 방파제가 될 것이니라"

음양마는 말은 사실이었다.

현경과 화경의 간극 차는 감히 비교선상에 놓는 것부터 말이 안될 정도로 큰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화경과 현경은 구분한다면 비록 한 단계의 차이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 담긴 깨달음의 차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오죽하면 현경의 경지를 인간을 초월한 반선半仙의 경지라 부르겠는가

"그렇다면 걱정할 것 없는 것 아닙니까?"

선우는 의문을 담아 그에게 다시 물었다.

생각해보면 당가에 뒷배에 이재원이 있는데 무엇이 걱정이란 말인가

"멍청한 제자야, 생각해보거라 이재원의 외척 가문이 어디 당가 뿐이더냐?"

"아"

그의 말에 선우는 깨달은 듯 탄성을 내뱉었다.

사실이었다.

이재원은 당가 뿐 아니라 다른 오대세가들과도 외척 관계를 맺고 있었다.

"이재원이 있기에 구파의 세력들은 당가를 압박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당가와 마찬가지로 외척 관계를 맺고 있는 오대세가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음양마의 말을 들은 선우의 표정이 심각하게 바뀌었다.

구대문파를 배제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오대세가가 걸렸다.

지금 당가로서는 오대세가조차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

전쟁이 난다면 크게 패하리라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방법이 없는 것은 또 아니지."

선우의 물음에 음양마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어차피 저 꼬맹이가 난도질 당한 사건은 공론화되진 않을 것이다. 공론화되봤자 욕만 뒤지게 처먹을 것 뻔할터이니 그러니 그들은 더욱 음습하고 은밀하게 당가를 표적 삼아 밑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어떤 식으로 말입니까?"

"뭐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 지금 당가는 병장기과 약초 유통업을 한다고 하니 대량 매입 후 잔금을 치루지 않는다거나 각 지역의 약초꾼들을 협박하여 유통에 차질을 빚게 하는 방법을 할 수도 있겠지."

선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만약 저런식으로 세가를 압박한다면 곤란하였다.

"무림의 법도가 있는데 그것이 어찌 가능하겠습니까? "

"크하하하하하하하 걸작이구나 제자야."

선우의 말에 음양마는 웃음을 터트렸다.

무림에서 굴러먹을 대로 굴러먹은 먹은 녀석이 순진하기 그지 없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명분이라는 건 말이다. 만들기 마련이다."

음양마는 입가의 미소를 거두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누구보다 명분을 만드는 것에 특화가 되어있지."

음양마의 말을 들은 선우는 걱정이 되었다.

그의 말이 가슴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정파의 인물들은 누구보다 명분과 체면을 중요시 하였다.

누가봐도 이득이 되는 상황이 와도 명분이 서질 않으면 결코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명분을 만들어내는 능력에 특화되어 있었다.

여론몰이를 하고 정보를 조작하고 감성을 자극하여 대의명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들이 작정한다면 당가 또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으리라

"그러니 명분을 세우기 전에 대가리를 부숴버리라는 소리이니라"

"어떻게 말입니까?"

"어차피 그들은 동시에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니 그걸 명분 삼아 그들 중 가장 강한 놈을 자근자근 짓 밟아 주는거지. 본보기로 말이다. 그렇다면 오대세가의 그 누구도 함부로 당가를 건들지는 못할 것이다."

음양마는 확신에 찬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현재 오대세가 최고의 고수가 누구겠느냐?"

그의 물음에 선우는 곰곰히 고민에 빠졌다.

원래 오대세가 통틀어 최고의 고수는 독왕 당진철이었다.

그를 제외하고 오대세가 최고수라 불릴만한 이는 단 한 명 밖에 없었다.

"..........황보강"

그렇다.

오대세가 최고수는 천왕신권이라고 불리우는 황보세가의 가주 황보강이었다.

그는 독왕과 마찬가지로 과거 정마대전에서 활약했던 영웅 중 한 명이었다.

팔 척이 넘는 곰과도 같은 덩치와 사람 머리통만한 주먹을 가지고 있는 그는 정마대전 당시 전쟁터를 누비벼 수많은 마인들을 저세상으로 보내버린 전적이 있는 자였다.

비록 흑갑철기병을 전멸시킨 독왕 당진철에 미치지는 못하였지만 그에 못지 않은 강자라는 것이 세인들의 중론이었다.

선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무림인이란 놈들은 힘의 차이를 느끼면 알아서 기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니 압도적인 격차로 황보강의 멱을 따버려 힘의 차이를 느끼게 해주면 되느니라"

"그러면 전쟁이 납니다!"

선우는 버럭하고 소리를 질렀다.

황보세가의 멱을 따버리라니 전쟁을 하자는 신호가 아닌가

"아니, 전쟁은 안난다."

음양마는 단언하듯 말하였다.

"절대고수의 영향력은 네 녀석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니라. 황보강이 죽게된다면 황보세가는 당가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것이다."

"복수를 하지 않겠습니까?"

선우는 반론을 펼쳤다.

목숨보다 명예를 중시하는 것이 무림인이었다.

가문의 가주가 죽음을 당했는데 어찌 복수를 택하지 않으리오

"황보세가는 복수보단 세가의 존속을 택할 것이다. 그들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 절대지경이라는 것은 수적인 우세로 뒤집을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애초에 당가조차 독마라는 절대고수에 의해 대부분의 전력을 잃지 않았더냐?"

사실이었다.

당가의 주전력에 해당하는 수많은 초절정 고수들이 독마라는 절대지경 이른 자에 의해 전멸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만큼 절대지경과 초절정의 간극은 그나큰 차이를 두고 있었다.

만약 황보강을 잃게 된다면 황보세가는 주저없이 엎드리는 것을 택하리라

"거기다 당가와 황보세가 모두 이재원의 외척 가문이니 천무맹은 두 가문간의 싸움을 모른 척 할것이니라. 아니 오히려 황보강을 죽인다면 당가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노후하지."

음양마는 말을 마치고 씨익 웃음을 지었다.

"결국 황보강만 죽이면 네 녀석이 싸지른 똥짓거리를 전부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지."

음양마는 자신하였다.

당가와 황보세가 둘다 이재원의 외척 가문이니 천무맹이 개입할 일도 없을 뿐더러

오대세가에게 본보기를 보여 차후에 있을 그들을 견제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사부님, 질문이 있습니다."

그때 선우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있는 음양마에게 말하였다.

"말해보거라."

"근데 누가 황보강을 죽이죠?"

선우는 모르겠다는 듯 그에게 물었다.

지금 당가에는 황보강을 죽일 만한 인물이 없었다.

황보강의 경지는 적어도 화경 중경에서 상경 사이일 것이다.

그런 경지에 이른 자를 누가 죽인단 말인가

선우는 이제 막 화경 초입에 이른 선우로서는 그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음양마가 전면에 나선다면 그것도 문제가 된다.

역용을 한다고 해도 음양마는 당가의 인물이 아니었기에 분명 천무맹 쪽에서 그를 제재하려 들 것이다.

음양마의 계획은 설득력이 있었지만 황보강을 죽일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를 죽이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소리였다.

"누구긴 누구야, 네 놈이 죽여야지."

음양마는 모르겠다는 듯 선우에게 물었다.

당연한 소리를 왜 묻는단 말인가

똥은 싸지른 사람이 치우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제가 어떻게 황보강을 죽입니까!"

음양마의 말에 선우는 놀라 되물었다.

자신은 이제 막 화경 초입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이미 화경에 오른지 상당한 세월이 흐른 황보강을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네녀석 검황과 독마도 죽이지 않았느냐? 그에 비하면 황보강 정도야 가뿐하지."

음양마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

검황과 독마는 현경을 눈앞에서 바라보고 있던 화경 끝자락에 다다른 이들이었다.

그들에 비하면 황보강정도야 가뿐하리라

"그건 천운에 천운이 겹친 결과입니다!"

음양마의 대수롭지 않은 태도에 선우는 항변을 토하였다.

애초에 상황이 달랐다.

검황의 경우 옥령과 싸우면서 내력이 반이상 고갈 된데다가 여기저기 상처를 입은 것은 물론 체력마저 고갈된 상태였다.

한마디로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는 소리였다.

거기다 패왕귀면갑이라는 귀물의 뜻하지 않은 도움이 있었기에 겨우 겨우 쓰러뜨릴 수 있었던 것이지 결코 선우의 실력으로 쓰러뜨린 것이 아니었다.

독마의 경우에도 그는 처음부터 동급의 고수인 독왕과 싸우며 모든 체력과 내력이 반절 이상 날라간 상태였다.

거기다 독왕에 독기에 의해 온몸이 녹아내릴 정도로 치명적인 부상마저 입고 있었다.

거기다 마지막에 요랑이라는 변수가 있었기에 겨우 겨우 상대할 수 있었던 것이지 결코 선우의 실력만으로 쓰러뜨린 상대가 아니란 소리였다.

물론 황보강이 저 둘의 비하면 급이 낮은 상대긴 하였지만 지금 선우의 경지로는 그를 쓰러뜨리는 것이 요원하기만 하였다.

게다가 그를 상대할 땐 귀면패왕갑은 물론 용미연검조차 사용할 없었다.

두 병장기 모두 특징이 너무 뚜렷하였기 때문에 소문이 안날래야 안 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소문이 이재원의 귀에 들어가게 된다면 길길이 날뛰며 당가를 쳐들어 올 것이 자명하였다.

결국 템빨도 협공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홀로 황보강을 상대하라는 소리였다.

가능할리가 없었다.

"차라리 사부님께서 당가주로 역용하셔서 황보강을 죽여주시면 안됩니까?"

선우는 음양마에게 은근한 어조로 말하였다.

음양마 또한 축융공을 아니더라도 역용술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가 당가주로 역용만 할 수 있다면 황보강을 죽이는 일따위는 개미를 손으로 눌러죽이는 것보다 쉬운 일이 아니겠는가?

"내가 왜?"

선우의 항변에 음양마는 가볍게 대꾸하였다.

".............."

음양마의 가벼운 대꾸에 선우는 할말을 잃었다.

생각해보면 음양마가 그렇게 해줄 이유가 없긴 하였다.

그는 이미 옥령을 삼개월간 치료해준 것만으로도 선우에게 덧없는 은혜를 베풀었으니 말이다.

"뭐, 못해줄 것도 없긴 하지만"

순간 음양마가 툭 내뱉은 말에 선우의 눈에서 빛이 나기 시작하였다.

희망이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독공을 모른다. 독공이 없는 당가주를 누가 믿겠느냐?"

이어지는 그의 말에 선우는 다시금 실망을 느끼게 되었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독공이 없이 황보강을 패죽인다면 모두들 음양마의 정체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천무맹마저 개입하리라

결국 그를 상대할만한 인물은 음양조화기와 독기가 융합되어있는 선우 밖에 없었다.

물론 음양마가 만류귀원신공을 흉내낸 후 일시적으로 독공을 비스무리하게 흉내낼 수 는 있겠지만 그정도까지 수고해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사부님, 혹시 독공 배워볼 요량은 없으신가요?"

선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음양마에게 물었다.

"좆이나 까먹으려무나."

그의 물음에 음양마는 단호히 답하였다.

혹시나였지만 역시나인 듯 싶었다.

선우는 축 처진 얼굴로 고개를 떨궜다.

아무리 생각해도 황보강을 죽일만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뭘 그리 걱정하는 게냐 , 네놈이 죽이면 되는 것을"

"저는 이제 막 화경 초입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어찌 화경 중경 이상의 강자인 황보강을 상대합니까?"

선우는 음양마에게 따지듯 물었다.

자신도 음양마와 같은 현경의 고수였다면 이렇게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무력차가 확연한데 이것을 어찌 극복한단 말인가

"무력이 낮으면 높이면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

음양마는 뭐가 걱정이라는 듯 그에게 물었다.

"네?"

선우는 그런 음양마의 말에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걱정말거라, 황보강 따위는 밑으로 내려다볼만큼 강하게 만들어주겠느니라."

음양마는 확신이 담긴 어조로 그에게 말하였다.

선우는 그의 말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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