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화 〉 122. 보복을 하다-2
'정파의 연합보다 강한 세력? 설마 마교?'
선우의 말을 들은 이예설은 혹시나하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무림에서 정파 연합을 두려워하지 않는세력이라면 마교밖에 더 있겠가
"당신들....정체가 뭐죠?"
이예설은 의구심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왜? 사고치고나니까 쫄리나보지?"
"흥,그래봤자 천하디 천하 계집이겠지요."
이예설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명문가의 자제들과 명문대파의 제자들의 신상을 줄줄히 꿰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머리속에는 저 여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생각할 가치도 없이 천하디 천하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말조심해, 요랑은 천한 여자가 아니야."
"흥, 제까짓게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다고."
그녀는 입가에 조소를 머금었다.
휘리리릭
이예설의 용미연검이 휘둘러지면서 선우의 심장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하였다.
쇄액
터업
선우는 다시금 그녀의 연검을 잡아버렸다.
"소용없어."
연검을 잡아챈 선우는 그녀를 향해 담담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그녀의 검을 잡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뻔해도 너무 뻔한 검로였기 떄문이다.
검이 단번에 잡힐 정도로 검로가 단순하다면 변화를 주어 변칙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하것만 그녀는 전과 마찬가지로 냅다 찔러들어올 뿐이었다.
'이따위 실력으로 어떻게 요랑을 반 병신으로 만들지?'
선우는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정도 수준으로는 요랑을 몰아부칠 수 없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응?"
잡아챈 연검이 주욱 늘어나더니 이내 선우의 심장을 향해 찔러들어가기 시작했다.
"뭐야!?"
챙그랑
화들짝 놀란 선우는 잡고 있던 연검을 냅다 바닥에 던졌다.
길이를 늘려가던 연검은 선우의 손에 의해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감이 좋네요."
그 모습을 보며 뺨이 퉁퉁 불어있는 이예설이 비웃음 섞인 웃음을 흘리며 말하였다.
감이 좋은 사내였다.
설마 용미연검의 암수를 눈치채다니 말이다.
그녀는 용미연검에 의지를 보내었다.
슈르르르르
그러자 늘어나있던 용미연검의 길이가 줄어들면서 회수되기 시작하였다.
이내 얼마지나지 않아 일반적인 검 수준의 길이로 바뀌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화들짝 놀랐다.
저게 대체 무슨 조화란 말인가
길이가 마음껏 늘어났다 줄어드는 검이라니 말도 안되는 신축성과 탄성이었다.
"놀라긴 일러요."
휘리리릭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금 선우를 향해 연검을 휘둘렀다.
연검은 다시 길이가 늘어나더니 선우를 향해 쇄도하기 시작하였다.
"요상한 물건을 가지고 있네."
선우는 쇄도하는 연검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연검은 자유롭게 휘어지는 탄성을 이용하여 변칙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베어내는 검이었다.
결코 길이가 마음대로 늘어난다거나 줄어드는 검이 아니란 소리였다.
애초에 그런 기술은 현대에도 있을까 싶기도 할 정도였다.
휘리리리릭
다시금 연검이 쇄도하였다.
이번에는 연검이 노리는 곳은 몸통이었다.
챙
선우는 손에 내력을 불어넣은 뒤 몸을 노리고 들어오는 연검을 튕겨내었다.
슈욱
그때 튕겨져나간 연검이 방향을 바뀌 다시금 선우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챙
이미 요상한 연검의 움직임을 알고 있던 선우였다.
그는 당황하지 않고 손을 뻗어 달려드는 연검을 다시 튕겨내었다.
쇄액
하지만 연검은 몇 번이고 튕겨져나갔음에도 불구하고 힘을 잃지 않고 선우에게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챙 챙 챙 챙
연검은 마치 살아움직이는 듯 선우를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번거롭군'
말그대로 번거로웠다.
일반적인 연검의 경우
튕겨내는 즉시 힘을 잃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예설이 휘두르는 연검은 무슨 조화인지 여지없이 그에게 덤벼드니 성가셨다.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녀력을 집중한 선우는 호신강기를 둘렀다.
우우우웅
굳이 한수 한수 튕겨낼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떄문이다.
선우의 몸 주위에는는 겹겹히 쌓여 있는 투터운 강기막이 형성되었다.
챙
선우에게 달려들던 변화막측한 연검은 그의 강기막에 닿자 그대로 튕겨나가버렸다.
챙
챙
몇 번이고 그에게 달려들었지만 강기막을 뚫는 것은 무리였는지
그에게 생채기조차 내지 못하였다.
"호...호신강기?!"
그 모습을 본 이예설은 놀란 음성을 뱉어내었다.
저 남자의 무공이 강하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던 일이었다.
그런데 호신강기라니!?
적어도 완연한 초절정의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한 것이 아닌가
말도안되었다.
저 남자의 나이는 많아봤자 고작 이립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런 젊은 나이에 초절정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녀 또한 이십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절정 상경에 이른 기재이긴 하지만
초절정이라는 경지는 그 수배는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였다.
절정 상경에 도달한 그녀였기에 초절정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몸으로 체감하고 있던 그녀였다.
절정에서 올려다본 초절정은 지고하였다.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론 저 위에 산꼭대기와 같은 높이에 있었다.
그러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작 이립도 안되어보이는 남자가 초절정에 이르렀다니 말이다.
용미연검이 아무리 전세를 뒤집을 만한 기물이라곤 하지만 그것도 급이 어느정도 맞을 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자신만만해 하던 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경지의 차이를 넘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알량한 무공을 믿고 지금껏 나댄거였어?"
어느새 그녀의 코앞까지 온 선우를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하였다.
"이이이익!"
터업
그녀는 선우를 향해 다시금 검을 휘두르려했지만 이미 손목이 잡혀버렸다.
짝
선우는 그대로 그녀의 뺨을 휘갈겼다.
"크윽"
선우에게 뺨을 맞은 그녀는 고개가 옆으로 휙 돌아가버렸다.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날아간 것이다.
손목을 잡아던 손을 풀고 그녀의 머리채를 잡았다.
아무래도 중심을 잡아줘야 때리기 편하였다.
짝
"으악"
선우는 다시금 반대 뺨을 후려갈겨버렸다.
이예설은 고통이 컸는지 새된 비명을 질렀다.
짝
"아악!"
짝
"그...만!"
짝
"제..발!"
아팠다.
아파도 너무나도 아팠다.
자신이 평생 누군가에게 이렇게 맞아본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던가
단언컨대 단 한번도 없었다.
자신의 아버지는 무림에서 모든 이들이 우러러보는 절대무신 이재원이었고 어머니는 여중제일인으로 이름이 높은 주소양이었다.
그런 그녀가 언제 이런 대우를 받아받겠는가
서러웠다.
천것을 천하게 대한게 무엇이 그리 잘못했다고 이런 대우를 받는단 말인가
으득
그녀는 이를 악물며 선우의 폭력을 견뎌내었다.
살려달라며 구차하게 빌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선우가 이예설의 뺨을 갈긴지 얼마 지나지않아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양볼은 퉁퉁 부어있었으며 피부가 터졌는지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아녀자의 입장에서는 상상도 하기 싫은 추한 상처이리라
'독한년'
선우는 그런 그녀를 보며 혀를 찼다.
그렇게 후려갈겼음에도 불구하고 미안하다는 말은 몰론 살려달라는 말 한 마디가 안나왔다.
그녀의 상태를 확인한 선우는 손을 거둬들였다.
마음같아선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여기서 그녀를 죽인다면 수습이 안되었다.
적어도 체벌 선에서 끝내야했다.
물론 체벌치고는 상당히 과하긴 하였지만 말이다.
선우는 손을 거둬들였지만 그녀는 원독에 찬 눈으로 선우를 노려보았다.
"뭘 꼬라보냐?"
"당신.....후회할거야.."
"퍽이나"
선우는 그녀의 머리채를 그대로 놓아주었다.
철푸덕
선우가 손을 놓자 이예설은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이미 다리에 힘이 풀릴때로 풀린 것이다.
선우는 고개를 들어 이 층을 올려 보았다.
풍천루 이층에는 용봉들이 옹기종기 앉아 선우와 이예설을 내려다보곳 있었다.
.
"야."
움찔
선우의 말에 용봉들은 몸을 절로 떨었다.
"내려와."
선우는 주먹을 말아쥐었다.
선우의 말을 들은 그들의 얼굴이 거무죽죽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
선우의 말에 용봉들은 하나둘씩 일 층으로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이 층에서 선우의 무위를 지켜본 그들은 선우가 얼마나 강한지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화운산과 황보악 , 언도태, 청명 도장이 순식간에 당하였다.
그들은 용봉 중에서도 수위에 드는 실력자였다.
그런 그들이 손 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순식간에 당해버린 것이다.
또한 이예설도 마찬가지였다.
절정 상경에 도달한 그녀는 용봉지회 최고의 실력자이다.
그런 그녀가 용미연검이라 불리우는 기물을 들고도 반항 한 번 못해보고 양쪽 뺨이 터지도록 맞았다.
그는 도저히 후지기수 수준으로는 감당조차 못할 정도로 강한 자인 것이다.
두려움이 몸서리쳤다.
용봉이라고는 불리우는 그들은 그저 안전한 울타리 안에 자란 햇병아리에 불과하였다.
그들이 언제 초절정 고수가 흩뿌리는 살기를 받아봤겠는가
두려웠다.
두려웠기에 그의 말대로 얌전히 일 층으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선우는 그들의 면면을 천천히 살펴보았다.
일단 화가 머리 끝까지 돌아 감정대로 일을 저지르긴 하였으나 역시 뒷처리가 문제였다.
이것들을 다 죽였다간 무림공적으로 지목 될 것이고 정파의 추살대가 붙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이재원이라도 나타나는 날엔 꼼짝없이 죽게 될 것이 뻔하였다.
그렇다고 한대 씩 쥐어박고 돌려보낸다해도 원한을 품고 보복 해올 것이 뻔하였다.
또한 자신이야 축융공으로 모습을 바꾼다쳐도 요랑의 얼굴이 팔린 것이 문제였다.
이미 당가의 육대부인으로 소문난 요랑이었다.
그녀마저 숨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문제가 생긴다는 소리였다.
이예설이 협박할때만 하더라도 어차피 무림공적에다 이재원에게 찍혔으니 꺼릴것 없다고 생각하며 막질렀다.
그런데 분이 어느정도 풀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자신의 얼굴은 지금 장삼이 아니었다.
더구나 당가라는 안전한 은신처까지 만들어놓지 않았던가?
이딴 상대할 가치도 없는 새끼들때문에 지금까지 이룩한 걸 망치는 것은 사양이었다.
더구나 이제 백화봉이 코앞이었다.
정파의 추격대와 푸닥거리는 것은 사양이었다.
아무리 자신이 화경에 올랐다지만 요랑을 신경쓰면서 안전히 독정을 전해주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수습해야했다.
이 상상만해도 좆같은 상황을 말이다.
"야."
선우는 가장 뒤쪽에 있는 여자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여자는 자신을 가리키는 것인지 몰랐는지 연신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너, 거기 고개 돌리고 있는 애."
"저..저요?"
선우에게 지목받은 치지봉 제갈지아는 울상이 된 얼굴로 그에게 답하였다.
뜬금없이 가만히있는 자신을 왜 지목한단 말인가
설마 이예설을 저리 묵사발로 만들어놓고도 분이 안풀린 것일까
분을 풀려면 저기 우락부락한 팽도지같은 돼지같은 녀석이나 두들길 것이지 왜 자신을 지목한단 말인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저 남자는 여자라고 봐주는 남자는 아닌 듯했다.
무서웠다.
"그래,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봐"
"..뭘.,.요?"
그녀는 그의 물음에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였다.
지가 와서 다 깽판 처놓고 뭘 말하라는 것인가
"요랑이가 왜 저년한테 처맞고 있었냐고."
선우는 널부러져 있는 이예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일단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알아야한다.
그녀의 말에 따라 그의 행보 또한 바뀌리라
"아"
선우의 말에 제갈지아는 알겠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이 남자는 지금 사정청취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선우의 말을 들은 제갈지아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어떤식으로 말해야 이 남자가 자신들에게 해를 입히지 않을까
이미 널부러져 있는 자들의 잘못을 최대한 부각시켜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저기 쥐죽은 듯이 자고 있는 요랑이라는 여자의 잘못을 부각시켜야하는 것일까
고민에 빠졌다.
"머리 굴리지 말고 니 눈으로 본 그대로 말해, 나중에 틀린 말 나오면 저 년처럼 만들어줄테니까."
선우는 머리를 굴리려는 제갈지아를 보며 으르렁 거리며 말을 이었다.
주관이 개입하여 객관성이 위배가 되면 사정청취의 의미가 퇴색되어버린다.
"아..알았어요."
선우의 협박에 제갈지아는 흠칫하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거짓을 말하거나 편파적으로 말할 경우 뼈도 못추릴 거란 느낌을 강렬히 받았기때문이다.
"이게 저희는 용봉지회라는 단체에 속한 정파의 후기지수로 오늘은 무당의 청명 도장의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무당산 바로 아래에 있는 균현에서 축하연을 벌이게 됬어요........"
물꼬가 트인 제갈지아는 거침없이 입을 열어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녀의 미모에 반한 황보 소협과 화 소협이......."
그녀는 상황에 따른 자신의 의견을 살짝 곁들이며 말을 이었다.
"그걸 참다못한 이 소저가.........."
선우는 그녀가 말하는 모든 것을 얌전히 새겨들었다.
"......그렇게 된거예요."
그리고 그녀가 모든 말을 마쳤을 때
선우의 표정은 심각하기 이를데 없게 변하고 말았다.
사실 처음에는 요랑이가 무슨 큰 실례를 저지른 줄 알았다.
인간이 된지 얼마 안된 그녀였기에 인간에게는 무례하다고 느낄 수 있는 행동을 할 수도 있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제갈지아의 말을 들은 이후 알 수 있었다.
사태를 이렇게 악화시킨 것도
요랑이가 피범벅이 되어 쓰러진 것도
모두 자신의 안일함이 불러일으킨 사고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