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화 〉 121. 보복을 하다-1
"요랑!"
선우는 피투성이가 된 요랑을 향해 달려갔다.
대체 이게 무슨
이게 무슨일 이란 말인가
어째서 요랑이가 피투성이가 되어 있다는 말인가
선우는 재빨리 그녀를 품에 안고 그대로 감쌌다.
"하아...하아...나...약속..지켰어."
선우의 품에 안긴 요랑은 힘든 숨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새끼 손가락을 내보이며 선우에게 말하였다.
"이 멍청아, 누가 이렇게 될 때까지 가만히 있으래!"
선우는 되려 그녀에게 소리쳤다.
아무리 약속을 했다한들 목숨이 위험하면 약속이고 뭐고 저부터 살아야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어째서 이리도 무력하게 당하고만 있다는 말인가
"새끼..손..가락..걸었잖아."
선우의 호통에 요랑은 짐짓 슬픈 듯이 말하였다.
피투성이가 될 떄까지 약속을 지켜 칭찬을 잔뜩 해줄 줄 알았것만 화를 내니 서러웠기 때문이다.
"미...안..해."
그녀는 조근조근 말을 이으며 선우에게 사과를 하였다.
선우가 화난 듯 보였기 때문이다.
세상 물정을 모를 뿐 똑똑한 그녀는 알고 있었다.
당가를 나선 이후 자신이 시도 때도 없이 떼를 쓰고 어리광을 부리며 선우를 곤란하게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선우는 화를 내면서도 못 이기는 척 어리광을 받아주고 있었다는 사실 또한 말이다.
좋았다.
이렇게 제멋대로 굴어도 어찌되었든 결국 져주는 선우의 반응이 말이다.
토라지면 어떻게든 풀어주는 그가 말이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신의 기분을 풀어주고자 절대로 안들리겠다던 마을을 들렸다.
요랑은 기뻤다.
선우는 또 다시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다짐했다.
내일은 장담을 못하겠지만 오늘만큼 절대로 사고를 안치기로 말이다.
선우가 곤란하지 않게 말이다.
그런데 결국 자신이 또 사고를 친 모양이다.
왜 이렇게 된 건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분명 인간세상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자신이 실수를 한 것이 분명할 것이다.
자신이 또 다시 선우를 곤란하게 만든 것이다.
그녀는 사과하였다.
아직 미숙하기 짝이 없는 자신때문에 화가 잔뜩 난 선우에게 말이다.
"...그..래..도..선우야아아."
그녀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하아...하아..나....사람..안..죽였..다?"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짐짓 자랑스러운듯 말을 이었다.
"나...칭찬..해..줘..."
선우는 화가 잔뜩 나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요랑은 선우에게 칭찬이 받고 싶었다.
그가 알아줬으면 했다.
어떻게든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한 자신을 말이다.
"잘했어..잘했으니까 이제 말하지마... 제발"
선우는 그녀의 머리를 몇 번이고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히..히.히..히"
요랑은 선우의 칭찬에 만족하였는지
웃음을 천천히 흘리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 웃음은 점점 소리가 작아지기 시작하였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것인지 그녀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선..우야...나...힘들어..조금..만...자고..일어날게.."
그녀는 선우에게 작은 목소리로 천천히 말하였다.
한마디 한마디 내뱉는 것 자체조차 힘든 듯 보였다.
"고생했어, 그러니까 지금은 쉬어."
"으...응"
그 말을 끝으로 요랑은 그대로 눈을 감았다.
선우는 코 끝에 손가락을 갖다대었다.
새액 새액
피를 많이 흘려 걱정했것만 다행히 숨은 쉬고 있는 듯 했다.
훌렁
선우는 흑용포를 벗은 뒤 그대로 그녀를 감싸주었다.
그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의 정면에는 연검을 들고 있는 한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일행이신가봐요?"
낯이 익었다.
어디서 봤던가
선우는 천천히 기억을 살피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머지않아 알 수 있었다.
저 여자가 무림에 처음 들어 온 날 마주친 이재원의 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예설"
선우는 목소리를 낮게한 후 으르렁 거리며 말하였다.
그녀가 이곳에 왜 있단 말인가
"어머, 절 아시나봐요? "
선우의 격분한 음성에 이예설은 태연히 대답하였다.
자신의 정체를 안다면 얘기가 쉬웠다.
일행으로 보이는 저 남자에게 천한 여인의 무례를 따지고 사과를 받아낼 심산이었다.
선우는 이예설을 유심히 보았다.
"상처 하나 없군."
"당연하죠, 저는 천검봉이랍니다. 그깟 천한 계집따위가 상처 입힐 수 있을리 없죠."
선우는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요랑은 힘이 절반 정도는 회복 된 상태였다.
아무리 약해졌다 해도 고작 절정 상경에 불과한 이예설에게 당할리가 없었다.
분명 그저 맞아주기만 했을 것이다.
바보처럼말이다.
"무저항인 상대를 괴롭히니까 좋았어?"
"무저항이라뇨 , 그녀는 절 공격 안한게 아니라 못 한거예요."
선우의 말에 그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녀가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긴 하였지만 그건 방어만 고작 할 정도의 수준차이가 났기 때문이리라
"왜 그랬어?"
"천하니까요 그리고 약하기까지 하지요. 그런 주제에 저에게 무례를 범하기 까지 하였죠."
"그 무례라는게 사람을 저 꼴로 만들 정도인거야?"
선우는 손을 들어 용포를 덮고 있는 요랑을 가리켰다.
"주제를 알게 하고 싶은거죠. 원래 저런 천것들은 친절히 대해주면 자기가 상전인 줄 안답니다."
"와아, 이재원이나 그 딸년이나 좆같은 건 똑같네."
선우는 그녀의 싸가지에 감탄하며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어쩜 이렇게 본인과 똑닮은 인간을 만들어놨는지 모르겠다.
"뭐라구요!"
선우의 말에 이예설은 발끈하였다.
이제 이립도 안되어보이는 주제에 무림을 구한 대영웅을 친구 부르듯 말한단 말인가
"계집이나 사내나 천한 것은 매한가지군요."
저벅 저벅
선우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뭐하는 거죠? 저 여자랑 똑같은 꼴이 되고 싶은건가요?"
저벅 저벅
"난 말이야, 지금 상황이 어떤지는 몰라."
"오지 마세요, 오면 벨겁니다."
저벅 저벅
"요랑이가 너희들한테 무슨 무례를 저질렀는지도 모르고 말이야."
휘리리리릭
선우가 더욱 가까이 오자 이예설은 망설임없이 연검을 휘둘렀다.
쇄애액!
연검은 살아움직이는 듯 선우를 향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턱
선우는 뻗어오는 연검을 그래도 맨손으로 잡아버렸다.
"말...도..안돼!"
그 모습을 본 이예설은 당황하였다.
어찌 맨손으로 검기가 형성 되있는 검날을 잡아버린단 말인가
"근데 사정은 나중에 들을 생각이야, 이제부터 하는건 그냥 분풀이니까."
부웅
선우는 연검을 그대로 끌어 이예설을 잡아당겼다.
이예설의 몸이 붕 뜨며 선우쪽으로 날아오기 시작하였다.
짝!
선우는 내력은 적당히 담은 뒤 그녀의 뺨을 있는 힘껏 후려쳤다.
콰쾅
살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이예설은 그대로 날아가 풍천루 벽에 꼴아박혔다.
"그리 알아."
선우는 벽에 처박힌 그녀에게 말을 이었다.
그때였다.
우르르
"지금 뭐하는 것이오!"
"이소저의 뺨을 갈기다니!"
"그게 사내대장부로서 할 짓이란 말이오!"
이 층에 있던 자들 중 몇 몇이 계단을 타고 내려왔다.
"니들은 뭐냐?"
"화산의 화운산이다. 네 녀석이 건든 여인이 누군지 아는가!"
화운산은 선우를 향해 큰소리를 쳤다.
아무리 일행이 당하였다지만 이예설을 건들다니?
그녀는 천하제일인의 딸이었다.
아무렇게나 해도 될 한낱 계집 따위와는 비교도 안되는 여자란 소리였다.
"누군데."
"그녀는 이십여년 전 마교로부터 중원 무림을 구하시고 천무맹이라는 거대한 무림단체의 수장이자 천하제일인으로서 이름을 우뚝 세운 절대무신 이재원의 딸이다!"
"알아."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이 소저의 뺨을 날리다니 네놈이 정녕 죽고 싶구나!"
"야."
"지금이라도 당장 그녀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거라! 만약 그렇게 하지 않을 시 화산의 검이 너를 징치할 것이다!"
"여기 황보세가의 주먹 또한 기다리고 있다!"
"무당의 검은 아녀자를 지키는 법."
"지키지 않으면 정파가 아니다!"
일단의 사내들은 너도나도 선우를 향해 말을 내뱉었다.
"야."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농밀한 살기가 담기 내력을 흘리기 시작했다.
오싹
그 살기에 노출 된 용들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정파라는 새끼들이 여자 하나 반병신 되는 동안 가만히 있었냐?"
선우는 그들을 향해 조용히 말하였다.
사실은 선우는 그들을 알고 있었다.
화산의 화운산 , 황보세가의 황보악, 무당의 청명, 언가의 언도태 이 모두가 용이라 칭호를 받은 정파의 후기지수들이었다.
과거 장삼 또한 용봉지회의 회원 중 하나이기도 하였고 그들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술판을 벌이기도 하였다.
그들의 대한 나쁜 기억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비록 또래 후기지수에 비해 재능이 없다며 무시당하긴 하였지만 적어도 저들은 나름 살갑게 대해주었던 부류였으니까 말이다.
언제나 정파의 미래와 협이란 무엇일까 걱정하며 밤샘토론도 마다치 않던 그들이었다.
그렇기에 더욱 큰 배신감이 들었다.
무방비 여자가 피투성이가 되도록 당하고 있것만 그들 중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는 것이 아닌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닥...닥쳐라! 지금 그런 것이 중요한게 아니다!"
"맞아, 지금 네놈은 천무맹에 선전포고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금지옥엽인 이소저를 때리다니 제정신인 것인가!?"
그들은 정곡에 찔렸는지 저마다 한마디씩 덧붙이며 말을 돌렸다.
협에 어긋난 일이라는 것을 인지는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부끄럽기는 한가보지?"
"이노오오오옴!!"
그때였다.
성질 급한 황보악이 그대로 그에게 달려들었다.
내심 호감가던 여인이 그저 당하기만 하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의 거권에는 상당 내력이 담기더니 이내 푸른 빛을 띠기 시작하였다.
권기였다.
펑
하지만 그의 권은 목표한 대상을 맞추지 못하였다.
"꾸왁!"
주먹이 닿기도 전에 배를 걷어차인 그가 그대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콰콰쾅
어찌나 세게 차였는지 황보악은 벽을 부수고 그대로 풍천루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아..아니!?"
황보악이 당했다는 사실에 화운산은 당황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애병이 매화검을 뽑으려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다가온 선우가 그의 손을 붙들고 매화검을 뽑지 못하도록 잡고 있었다.
"이..이런 비겁한!"
"좆까"
선우는 그대로 반대손으로 주먹을 말아쥔 뒤 화운산의 얼굴을 가격하였다.
얼굴을 정통으로 가격당한 그대로 날아가 처박혔다.
선우는 주먹을 펴고 손을 묻은 피를 탁 탁 털었다.
이딴 놈들에게는 검조차 뽑을 가치가 없었다.
두 주먹이면 충분하리라
순식간에 두 명의 용이 당한 것을 인지한 언도태와 청명은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화운산과 황보악이 누구던가
성질머리가 못되먹긴 했지만 엄연히 용의 칭호를 받은 최고의 후기지수들 중 하나였다.
그런데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사내에게 이렇게 무력하게 당할 만한 그릇이 아니라는 것이다.
언도태는 주먹에 내력을 모았고 청명 또한 검기를 형성시켰다.
저 괴물같은 남자에게 동시 달려들 할 요량이었다.
"받아라!"
언도태의 주먹이 수많은 권영들을 만들어내며 선우에게 쏟아졌다.
"죽어라!"
청명의 검 또한 수많은 검영들을 만들어내며 선우에게 거칠게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각자 권기와 검기가 담긴 공격이었기에 그 위력은 실로 대단하였다.
"이이이익!"
"크아아압!"
언도태와 청명은 기합을 내지르며 선우를 압박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무엇 하나 닿지가 않았다.
그는 검과 권을 절묘하게 흘리거나 피하면서 그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다섯 걸음....세 걸음....한 걸음.
이내 그들의 코앞에서 멈춰선 그는 천천히 양손을 들더니 언도태와 청명의 관자놀이를 잡았다.
퍽
그리고 그대로 박치기를 시켜 언도태와 청명을 기절시켰다.
이 층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용봉들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였다.
순식간이었다.
중원제일의 후기지수라 불리우며 차후 무림을 지배할 권력자들로서 자리매김을 할 이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시간은 말이다.
선우는 천천히 고개를 올려 이 층에 있는 용봉지회의 후기지수들을 쳐다보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군데군데 아는 얼굴 투성이었다.
"니들이 올래? 내가 갈까?"
선우의 말에 그들의 안색은 창백하게 바뀌게 되었다.
그때였다.
우수수
선우의 손에 의해 벽에 처박혔던 이예설이 잔해들을 헤치고는 몸을 일으켜 세웠다.
선우에게 뺨을 맞고 잠시 정신을 잃었다 지금 일어난 듯 싶었다.
일어난 그녀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그녀의 오른 뺨에 선우의 손자국이 선명히 찍혀있었고 그 크기는 더할 나위 없이 퉁퉁 불어있었다.
"이 개자식이!"
이예설은 자신의 뺨을 갈긴 선우를 향해 소리쳤다.
감히 천한디 천한 놈 주제에 누굴 건든단 말인가
"맷집은 좀 있나보네? 잘됐다야."
우두두둑
선우는 손을 풀기 시작했다.
혹여 죽을까봐 급히 힘 조절을 하긴 했는데 나름 버틸만 했나보다
더 쎄게 후려도 상관 없다는 생각에 선우는 안심했다.
일단 얘부터 조지고 그다음은 용봉들이었다.
"그거 알아? 지금 당신은 정파무림에 선전포고 한거야."
그녀는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화운산, 황보악, 청명, 언도태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모두가 각 지역을 대표하는 정파의 후기지수들이었다.
그런데 그런 이을 떡실신 시켰으니 그들의 체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어쩌라고."
상관없었다.
언제부터 정파무림이 자신의 편이었단 말인가
그리고 어차피 자신은 정파무림을 다 합한 것보다 더 강한 인간과 싸워야한다.
몇 놈 추가 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정말 멍청한군요! 당신은 정파무림 전체를 적으로 돌린겁니다. 그 의미를 모르는건가요?"
그녀는 선우의 대답에 코웃음치며 답하였다.
정파무림에 적이 된다는 것은 무림에 발디딜 곳이 절반 이상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저렇게 여유라니
허세가 분명하였다.
분명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으리라
"괜찮아, 내 뒤에는 정파무림 따위 보다 더욱 무서운 인간이 있거든."
선우는 그런 그녀를 보며 심드렁히 말하였다.
정파무림이 어떻다는 것인가
자신의 뒤에는 그 따위 것들 보다 더욱 무서운 인간이 도사리고 있었다.
진정한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