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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18화 (119/1,419)

〈 118화 〉 119. 용봉지회-3

콰쾅

풍천루 내의 집기구들이 난잡하게 널부러지면서 이리저리 비산하기 시작하였다.

"화운산!!!!!!"

"황보악!!!!!!"

콰쾅

화운산의 검과 황보악의 권이 맞부딪히며 커다란 굉음이 퍼져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용봉지회의 후기지수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잘먹고 잘마시면서 즐기고 있다가 갑자기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축하연의 주인공인 청명 도장 또한 난감한 듯 바라볼 뿐 마땅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말릴만한 명분이 없었다.

무인에게는 자존심이란 목숨과도 맞바꿀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었다.

이미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한 그들은 눈에 보이는 것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각 각 화산과 황보세가라는 명문대파와 명문세가의 후기지수들이다.

개인 간의 자존심 싸움을 넘어 명문대파 간의 자존심까지 걸려있다는 소리였다.

그런 싸움을 누가 함부로 말리겠는가

용과 봉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그들의 싸움은 더욱 더 치열해지기 시작하였다.

"끄악!"

황보악의 주먹이 화운산의 가슴을 가격하였다.

부우웅

콰쾅

화운산은 그대로 공중에 붕 뜨더니 뒷 편에 있는 벽에 그대로 처박혔다.

"이노오오옴!"

이내 재빨리 몸을 일으킨 화운산 분개하며 소리쳤다.

"고작 이런 실력으로 용봉의 주인을 자처했는가? 지나가던 개가 비웃겠구나."

"정녕 끝을 보자는거구나!"

말을 마친 화운산의 검에는 푸른 빛의 기운들이 일렁이며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검기(劍氣)였다.

"검기라....네놈 감당할 수 있겠느냐?"

말을 마친 황보악 주먹 또한 푸른 빛의 기운들이 일렁이더니 뿜어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권기(拳氣)였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전력을 끌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모습에 청명이 화들짝 놀라 외쳤다.

"화 형! 황보 형! 진정하시오! 이러다간 두 사람 다 멀쩡하지 못하게 되오!"

검기와 권기라니!?

이정도면 끝까지 가겠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럴 수는 없었다.

더구나 오늘은 자신의 생일축하연을 빌미로 모인 날이 아니던가

이런 날 피를 보게 할 수는 없었다.

스르릉

청명 또한 옆에 놔두었던 검을 꺼내들었다.

당장이라도 저들을 말려야 했다.

하지만 그가 말릴 새도 없이 황보악과 하운산은 이미 서로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죽어라!"

"너나 죽어!"

그때였다.

권기와 검기가 충돌하려는 찰나

쇄애액

한 자루의 검이 날아가 그들 사이를 지나쳤다.

"으윽"

"흐윽'

갑작스레 날아온 검에 놀란 황보악과 화운산은 재빠르게 몸을 틀었다.

얼마나 강한 힘으로 던져졌는지 검은 자루부분 벽에 꽂혀버렸다.

그 모습을 본 화운산과 황보악은 등골이 오싹하였다.

만약 한 발자국만 더 움직였어도 검이 그들을 꿰뚫었을 것이다.

오싹한 감정은 이내 분노가 되었고 그들은 검을 날아온 방향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곳에는 의외의 인물이 서 있었다.

".......이예설"

".......천검봉(天劍鳳)"

그렇다.

검을 던져 그들의 싸움을 중재한 것은 천검봉 이예설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고운 아미를 찌푸린 상태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이소저! 지금 뭐하는 짓이오!"

"무인 간의 결투를 방해하다니! 아무리 이소저라도 이건 선을 넘었소!!!"

화운산과 황보악이 그녀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하였다.

이건 자신들의 자존심만 걸린 문제가 아니었다.

문파 간의 명예가 걸린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중대사를 방해하다니 아무리 그녀가 절대무신 이재원의 딸이라지만 이것은 선 넘은 일이었다.

"선을 넘은 것은 그대들이지요."

이예설은 그들의 말에 차가운 목소리로 답하였다.

"지금 이자리가 어떤 자리입니까? 오늘 저희들이 풍천루에 모인게 당신들의 싸움박질이나 보기 위해 모인 것인가요?"

아니었다.

용봉지회의 정기모임이자 청명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축하연이었다.

"황보 소협, 화소협 저는 아까 무척이나 불쾌했답니다. 알지도 못하는 계집을 다른 이들과 상의도 없이 그대들 마음대로 독단적으로 연회에 초대하다니요?"

그녀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들을 째려보았다.

황보악은 할말이 없었는지 고개를 숙였지만 화운산은 뭐가 그리 분한지 얼굴을 붉혔다.

"이 소저, 나는 용봉지회의 회주요. 나한테 그정도는 권리는 있다는 생각을 하오만!"

화운산이 발끈하며 그녀에게 소리쳤다.

"언제부터 친목집단인 용봉지회에서 상하관계와 권력이 생겼나요? 저는 친목을 허락한 적은 있어도 누군가 밑으로 들어가서 명령 받겠다고 한 기억은 없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애초에 용봉지회에 자체가 용봉들의 친목을 위한 모임이었지 무력집단이라거나 정치적인 집단은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화 소협이 지금껏 용봉지회의 회주를 맡으면서 수많은 일들을 처리하고 계신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 모두 충분히 고마워하고 있구요. 하지만 적어도 다 같이 연회비를 모아 빌린 풍천루에서 누군가를 초대하고자 한다면 양해를 구하는게 옳은 것이 아닐까요?"

그녀는 무척이나 정론적인 이야기를 하였다.

"..............."

물론 반박조차 할 수 없었다.

마음같아서는 어디 계집따위가 신성한 남자들의 결투에 끼어든다며 면박을 주고 싶었지만 그녀는 한 낱 계집따위가 아니었다.

풍천루에 있는 그 어떤 누구보다 강대하기 짝이 없는 천무맹이라는 거대 세력의 맹주인 이재원의 금지옥엽인 것이다.

그런 그녀가 정론으로 반박을 해오니 할 말이 있을리가 없었다.

"두 분 다 손을 거두시지요. 사내가 술을 먹다보면 취기가 올라 행동이 거칠어 질 수도 있지만 그것이 과하면 추태가 됩니다."

그녀는 조근조근 둘 사이를 중재하였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같은 정파의 세력으로서 사이를 돈독히 해야할 사이였다.

더구나 근래 마교가 발호하여 당가를 들쑤시지 않았던가

똘똘뭉쳐도 모자랄 판국에 한낱 계집따위가 얽힌 치정문제로 두 세력 간의 관계를 어그러뜨릴 수는 없었다.

"아버지께서는 무릇 사내라면 술 한잔에 과거의 사사로운 감정을 털어낼 줄 알아야한다고 들었습니다. 황보 소협과 화 소협도 일단 이 층으로 올라가 술 한잔을 하면서 묵은 감정은 흘려보내시지요."

물론 개소리였다.

하지만 아비 이름을 파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었기에 이예설은 서슴없이 거짓말을 하였다.

절대무신 이재원은 젊은 무인 뿐만 아니라 모든 무인들의 우상이니까 말이다.

그녀의 말이 통한 것일까

황보악과 화운산은 각 각 손을 거둬들이고 몸을 돌려 이 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이예설의 말을 듣고보고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들이 무척 경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예설은 그들이 손을 거두는 것을 확인한 후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저벅 저벅

그리고 천천히 이 사태의 원흉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이 원흉을 해결하지 않늗다면 또 같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쯔쯧, 사내들이란'

그녀는 속으로 혀를 차며 원흉의 눈앞에 섰다.

"소저."

이예설은 원흉이 되었던 여인을 불렀다.

"응? 왜?"

원흉이 되었던 여인, 요랑은 해맑게 웃으며 그녀의 물음에 되물었다.

"보시다시피 소저로 인해 저희 용봉지회의 모임이 엉망진창이 될 뻔하였습니다. 이걸 어떻게 책임지시겠습니까?"

"어떻게 해야하는데?"

요랑은 모르겠다는 듯 갸웃거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이대로 그냥 풍천루를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아무래도 그냥 소저를 보내기엔 화 소협과 황보 소협의 자존심이 허락치 않을 것 같군요."

"그럼?"

"오늘은 용봉지회의 용들의 술시중이라도 드는 것이 어떠신가요?"

그녀는 요랑에게 술시중을 권하였다.

말로 화운산과 황보악을 다독이며 진정시키긴 하였으나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그들이 반한 이 여자에게 술시중을 들게한다면 상한 자존심이 어느정도 풀리리라

거기다 이예설은 눈앞의 여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에게 관심을 표하던 화운산은 이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냅다 자리를 옮겨버렸다.

화운산에게는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는 그녀였지만 자존심이 무척이나 상하였다.

거기다 여인이 봐도 아름답기 그지 없는 외모를 갖춘 여인이었기에 더욱 화가났다.

그렇기에 화해를 돋구는 도구로 활용하는 한 편 아름답기 짝이 없는 그녀를 술 시중이나 드는 천한 여자로 격하 시키고 싶었다.

그리고 저들에게 각인 시켜줄 심산이었다.

얼굴만 반반한 멍청하고 천한 계집과 고귀하기 그지없는 자신과 차이를 말이다.

추한 질투의 편린이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여자로 인해 금이 간 자존심의 회복이었다.

"우웅"

그녀의 말에 요랑은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진 듯한 자세를 취하였다.

선우가 종종 고민에 빠질 때 짓던 행동이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입을 열었다.

"내가 왜 그래야 돼?"

요랑은 그녀의 말에 의문을 표하며 답하였다.

중원어에 그리 해박하지 못한 그녀였지만 술시중이 나쁘다는 것은 알고 있는 그녀였다.

그녀의 절색의 미모를 걱정한 당대부인은 그녀가 떠나기 전 몇 번이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혹여 그녀에게 술시중이나 밤시중이 들라며 강요하는 이가 있다면 그대로 뺨을 갈겨버리라고 말이다.

자세한 뜻은 모르지만 분명 좋지 않은 것이 분명하리라

그렇기에 그녀는 의문이 들었다.

이 여자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술시중을 들라고 하는 것인가

"말하지 않았나요? 소저로 인해 술자리 분위기가 다 깨져버렸다고 말이죠."

"내가 뭘했는데?"

"저희 대관한 풍천루에 멋대로 들어오셔서 자리를 잡지 않았나요?"

"허락 받았는데?"

요랑은 손가락으로 황보악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그것은 합의 된 내용이 아니었어요. 황보 소협의 독단적인 결정이죠. 거기다 그로인해 화소협과 황보 소협이 결투까지 하게 됬어요."

"쟤네가 싸운 것도 내 탓이야?"

요랑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은 잘못이 없는 것 같은데

왜 자꾸 자신의 탓만 한단 말인가

"원인을 따지고 보면 소저에게 잘못이 있다는 말이죠. 애초에 소저가 풍천루에 들어오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일이 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녀의 물음에 이예설은 억지주장을 벌였다.

애초에 그녀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다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진 것은 황보악과 화운산의 잘못이었지만 이예설을 그 잘못의 원인을 모두 요랑에게 전가하였다.

여기서는 화운산과 황보악을 탓하기보단 제 삼자의 탓으로 돌려버리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지면 너희들이 애초에 여기에서 안왔으면 되는거 아니야?"

그녀의 말을 들은 요랑은 어이 없다는 듯 되물었다.

지들끼리 지지고 볶고 하다가 뜬금없이 왜 자신의 탓으로 돌린단 말인가

자신은 이곳에 가만히 앉아서 주문한 죄밖에 없었다.

애초에 그런식으로 책임을 전가한다면 어미 뱃속에서 태어난 것까지 잘잘못을 따질 수 있었다.

요랑은 세상을 잘모르지만 바보는 아니었다.

그녀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하아, 말이 안통하는 군요."

이예설은 한숨을 푹 내쉬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무래도 말로해서는 안들어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덥석

이예설은 요랑의 손목을 잡았다.

이대로 질질 끌어버릴 심산이었다.

"응?"

하지만 아무리 힘을 써도 요랑의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요랑은 그대로 이예설의 손을 뿌리쳐버렸다.

"뭐하는 짓이야!"

"제법 한 수가 있는 소저시군요."

요랑에 의해 손이 뿌리쳐진 이예설은 짜증 섞인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이 절색의 여인은 무림인인듯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더욱 의심이 갔다.

무공을 익힌 여인이라면 용봉지회에 무림에서 어떠한 영향력을 가진 이들인지 충분히 알터인데 이렇듯 백치처럼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행동하다니 말이다.

그녀는 내력을 끌어올렸다.

무림인이라면 봐줄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탁 탁 탁

그녀의 손이 재빠르게 요랑에게 쇄도하였다.

요랑은 재빠르게 손을 올려 그녀의 손길을 맞받아쳤다.

선우에 비하면 어린애나 다름없는 그녀의 손길을 굳이 맞아줄 요량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예설은 분이 올랐다.

비록 전력은 다한게 아니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공격이 너무나도 손쉽게 모두 막혀버린 것이다.

자존심이 상했다.

이예설은 내력을 극성으로 끌어오리기 시작하였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그녀를 제압할 요량이었다.

탁 탁 탁

그녀의 손은 더욱 더 빠르고 강하게 요랑을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요랑은 애써막고 있긴 하였지만 벅참이 느꼈다.

아직 힘을 절반 정도 밖에 회복하지 못한 요량이었다.

거기다 그녀는 지금 본능적이라도 공격을 가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힘 조절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본질은 인면지주라는 수백년을 묵은 영물이다.

영물의 본질은 짐승이고 말이다.

짐승에게는 힘조절이라는 개념이 있을리 없었다.

먹잇감을 사냥을 하는 것도 부터 시작해서 천적으로부터 영역을 지키기는 것까지 전부 필사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것은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분명 전력을 다한다면 그녀를 죽일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절반의 힘이긴 하지만 그녀의 힘은 절정 상경에 불과한 이예설보다는 확실히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격차가 압도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기에 방어적인 그녀입장에서는 궁지에 몰릴 수 밖에 없었다.

전력을 다한 절정 상경의 고수를 상대로 힘조절하면서 상대하는 것은 무공 한 자락 익힌 적 없는 요랑에게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짜증나!'

요랑은 속으로 짜증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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