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화 〉 117. 용봉지회-1
"아무 생각 없는데?"
"뭐?"
선우는 다소 황당한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뭐 원수를 갚는다던가 그런 생각도 안해봤어?"
"나한테 원수가 있었어?"
요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자신은 그녀의 남편인 인면지주를 죽인데다가 그녀를 죽일 뻔한 원수가 아니던가
당과를 너무 처먹어서 머리마저 말랑말랑해진 것인가
원수가 있었냐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너 나랑 박터지게 싸웠던 거 기억안나냐?"
"싸운 건 기억나지."
"그럼 왜 싸웠는지는 기억 나?"
"내 반쪽을 죽여서?"
"근데 내가 안 밉다고?"
"응."
"그게 말이 되냐?"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아무리 짐승이라지만 지아비를 죽인 원수에게 원한이 없다니 그게 말이 된다는 말인가
"그치만 기억이 없는걸?"
"응?"
"저번에도 말했잖아 , 탈피하면서 탈피 전에 있었던 기억을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고 거기에는 내 반쪽에 대한 기억도 상당 수 포함되 있어"
"아니 그래도 몇 백년을 함께 했을거 아니야?"
"글쎄? 그때는 강해지겠다는 일념하에 필요없는 것은 모두 던져버리고 탈피에만 집중했었거든 , 그 필요없는 것들 중에는 몇 백년의 기억도 포함되어 있었나봐."
"그럼 반쪽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거야?"
"그런 건 아닌데, 반쪽이 있었다 정도로만 기억하지 원수를 갚아줘야겠다. 복수를 하겠다 뭐 이런 감정이 들지는 않아, 애초에 약하니까 잡아먹힌 것 뿐이니까."
그녀는 생각보다 단호하였다.
수컷 인면지주에 대한 일말의 정이라도 남아 있는 줄 알았것만 탈피 전 자신과는 완전히 선을 그은 듯 보였다.
"애초에 지금은 내 반쪽보다는 당대부인이 더 좋아. 만약 당대부인이 죽게된다면 꼭 원수를 갚아줄 생각이야."
그녀의 대답에 선우는 벙찐 듯한 표정을 지었다.
괜시리 그녀와의 관계를 걱정한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기때문이다.
"물론 너는 무섭고 짜증나고 틈만 나면 줘 패버리고 싶긴한데, 그건 네가 얄미워서지 내 반쪽을 죽여서가 아니야."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선우에게 답하였다.
"허어"
선우는 기가차다는 듯 탄식을 내뱉었다.
수백년 산 지 반쪽보다 당대부인을 더 아낀다니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생각은 안해봤는데 앞으로도 그냥 쭉 당가에 살거야."
요랑은 멍청한 표정을 짓고있는 선우를 보며 말을 이었다.
"누가 허락은 해준대?"
"당대부인이!"
선우의 물음에 요랑은 확신에 찬 듯 답하였다.
아무래도 그녀의 머리속에서 당대부인은 무조건적인 자신의 편인 듯 보였다.
'불쌍한 새끼'
선우는 속으로 자신의 손에 죽어버린 수컷 인면지주에게 애도를 표하였다.
수백년 산 지 마누라가 원수는 커녕 같이 산 기억마저 홀라당 잊어버렸으니 불쌍하지 않을리가 없었다.
"선우야..."
그때였다.
요랑이가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왜, 임마."
"내일은 마을에 들리면 안돼?"
그녀는 물기젖은 눈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꺼저"
물론 선우는 단호히 거절하였다.
마을은 무슨 마을이란 말인가
사천에서 산동성 근처에 있는 백화봉에 닿기 위해서는 호북성과 하남성을 지나야 했다.
하지만 요랑이라는 혹 달고 있는 바람에 일주일이 지났것만 이제 겨우 호북성 중간을 지나고 있을 뿐이었다.
아직 절반도 못 온 것이다.
물론 이만큼 걸어온 것만해도 어마어마하게 빠른 속도였지만 무림인인 그의 기준에는 한참을 못 미치는 성과였다.
그가 예상한 시간은 아무리 늦어도 보름이었다.
처음 사천을 향했을 때와 달리 길을 알고 있어 헤매이지 않을 뿐더러 돈과 식량이 넉넉하니 중간 중간에 사냥할 필요도 없었다.
더구나 무공까지 상승했으니 체력적으로 쉽게 지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상정하고 보름이었다.
하지만 요랑이 녀석이 걷는 것을 워낙 귀찮아하는 탓에 중간 중간 휴식 시간을 너무 잡아먹어버렸다.
거기다 떼쓰는 것을 달래주겠다고 군데군데 마을을 들리기까지 하니 이동속도가 현저히 느려질 수 밖에 없었다.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의 어리광은 받아줄 수 없었다.
한시라도 빨리 독정을 전해주어야 옥령이 나을 수 있지 않겠는가
여유시간이 대략 세 달 조금 더 남긴 하였지만 그래도 지금껏 너무 오랫동안 그녀를 기다리게 하였다.
더 이상은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선우야아아아아 제에에에에바아아아발!"
선우의 그런 급박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요랑은 더욱 목소리 높여 떼를 쓸 뿐이었다.
"닥치고 자!"
쾅
선우는 주먹을 들어 그대로 요랑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꽥!"
상당수의 내력을 담아서 인지 요랑은 비명을 지르더니 그대로 고개를 푹 숙이고 기절하게 되었다.
"썩을 년"
선우는 욕짓거리를 한 번 내뱉은 뒤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요랑을 업고 뛰어서라도 속도를 높여서 호북성을 벗어날 참이었다.
선우는 최대한 힘을 비축하기 위해 잠에 들었다.
그들의 밤이 깊어갔다.
****************
요랑은 볼을 잔뜩 부풀리며 대로를 걸어가고 있었다.
척봐도 무척이나 심통이 난 듯한 표정이었다.
"미안하다니까."
선우는 그런 그녀에게 사과의 말을 건네었다.
"흥"
하지만 요랑은 그런 선우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아 시발"
선우는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어제 떼 쓰는게 듣기 싫다고 기절시켜버린 것이 화근이 되었다.
그녀는 선우가 일어난 순간부터 대로를 뛰고 있는 지금까지 그에게 말 한마디 걸고 있지 않았다.
그가 뛰대로 따라오고 있기는 하였지만 그녀의 걸음걸이는 왠지 모르게 처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을 괴롭힌 선우에 대한 나름의 시위이리라
선우는 이마를 붙잡았다.
당장이라도 호북성을 지나서 하남성에 당도해야하것만 요랑이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곤란하였다.
"야."
"뭐!"
선우의 물음에 요랑은 거칠게 반응하였다.
분이 쌓일대로 쌓인 것이리라
"아, 빨리 좀 걷자."
선우는 그녀에게 간곡히 말하였다.
어차피 겁박지르고 혼내봤자 듣는 시늉만하고 말 녀석이다.
차라리 부탁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뭘 먹어야 힘을 내지!"
그녀도 나름의 항변을 하였다.
뭘 먹인게 있어야 힘이 나지 않겠는가
고기도 쥐똥만큼만 먹여도 놓고 무슨 힘을 내라는 말인가
"속도만 더 높여주면 고기 몇 개 더 얹어 줄게."
".....얼마나?"
그녀는 선우의 제의 혹하였는지 갯수를 물어보았다.
"아침에는 세 덩이 저녁에는 네 덩이 어때?"
"싫어! 너무 적어!"
"그럼 아침에는 네 덩이 저녁에는 세 덩이 어때?"
"누굴 바보로 아나? 같은거 잖아!"
그녀의 말에 선우는 속으로 뜨끔하였다.
혹시나 싶어 말을 내뱉긴 하였지만 확실히 원숭이보다는 그녀의 지능이 높은 듯 싶었다.
"됐어 이제 말걸지마!"
요랑은 선우가 또 다시 자신을 놀린다는 생각에 토라져 고개를 돌렸다.
"하아 시발"
선우는 짜증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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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히히히"
요랑은 양손에 당과를 든채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기분이 무척 좋았다.
마을을 죽어도 안들리겠다던 선우가 마을에 들려 먹을 것 잔뜩 사주었기 때문이다.
"그리 좋냐?"
선우는 해맑게 웃고 있는 요랑에게 물었다.
"응 완전좋아!"
요랑은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선우에게 답하였다.
"너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다?"
"알았어, 알았어."
할짝 할짝
그녀는 선우의 말에 대충 대답한 후 다시금 당과를 핥아 먹기 시작하였다.
결국 선우는 요량의 화를 풀어줄 요량으로 산길을 벗어나 마을에 찾았다.
다행히 멀지않은 곳에 균현이라고 불리우는 규모가 상당한 마을이 있던 덕분에 선우는 요랑의 화를 풀어줄 수 있었다.
선우는 요량과 함께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 마른 건량과 육포를 구입하기 시작하였다.
어차피 이번이 아니더라도 한 번은 마을에 들려서 짐을 정비할 시간을 갖으려고 하였다.
그 시기를 앞당겼다 생각하고 이왕 마을에 들린김에 꽉꽉 채워둘 심산이었다.
다시는 마을에 들리지 않을 각오로 말이다.
그때였다.
요랑이가 선우의 소매를 잡아 끌기 시작하였다.
"선우야아아, 나 배고파."
그녀는 배실배실 웃으며 선우에게 말하였다.
"너 아까 당과 처먹지 않았냐?"
"그건 간식!"
"참나"
선우는 품을 뒤져 은자 몇 개를 꺼내었다.
"자"
그리고는 그녀의 손 안에 꼭 쥐어주었다.
"저기에 객잔 보이지? 먼저가서 주문하고 있어, 저번에 몇 번 주문해봤지?"
선우는 손 끝으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객잔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녀를 홀로 보내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당가를 나선 후에도 종종 홀로 객잔에 가서 자리를 잡았던 경험이 있는 그녀였다.
게다가 이제는 왠만큼 지식이 쌓여 돈을 주고 받고 음식을 먹는 화폐 개념정도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터이니 은자만 쥐어준다면 혼자 보낸다해도 별일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끽해야 일각 정도 혼자 있을텐데 그 짧은 새 무슨 일이 생기겠는가
"와아!"
요랑은 선우가 은자를 쥐어주자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은자가 무엇이란 말인가
쥐어주기만 한다면 각종 맛난 요리들을 가득 먹을 수 있는 요술과도 같은 보물이 아니던가
"먼저 가있을게!"
하지만 그녀는 선우를 향해 크게 외친 후 뒤로 돌아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야, 저번처럼 객잔에 있는 음식 다 시키지말고!"
선우가 다급히 말하였지만 그녀는 뒤도 안돌아보고 뛰어갈 뿐이었다.
"참나"
선우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헛웃음을 삼켰다.
그리도 기분이 좋을까
가끔 보면 딸래미를 하나 키우는 것 같다.
선우는 그녀의 모습을 뒤로한 채 다시금 장을 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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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지수
후기지수란 무엇인가
현 세대를 뒤를 이어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차세대 인재들을 칭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넓디 넓은 중원 무림에는 셀수도 없는 수많은 젊은 무인들이 존재하였지만 그들 중에서 후기지수의 칭호를 받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였다.
그리고 이 극소수의 특출난 후기지수들 사이에서도 감히 넘을 수 없는 정도의 격차를 가진 괴물들이 존재하였는데, 그들은 중견 무인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의 무력과 일반적인 후기지수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배경까지 갖춘 괴물 중에 괴물들이었다.
세인들은 그들을 가리켜 용(龍)과 봉(鳳)이라고 불렀으며 차후 무림의 권력 구도는 그들의 관계에 의해 격변될 것이라며 입이 닳도록 설명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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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북성 균현 풍천루
일단의 남녀들이 한 자리에 술잔을 비우고 있었다.
"하하하하하 모두 제 잔을 받으시지요."
크게 웃고 있는 남자, 패권룡(霸拳龍) 황보악이 호탕하게 웃으며 잔을 따랐다.
"하하하하하 황보형, 너무 달리시는 것 아닙니까?"
잔에 술을 받은 남자, 매검룡(梅劍龍) 화운산이 웃으며 그에게 답하였다.
"사내라면 무릇 이 정도 술 정도야 가뿐히 웃어넘겨야 되지 않겠소? 그나저나 청명 도장께서는 술을 드셔도 괜찮겠소?"
황보악은 활기차게 대답한 후 청수한 인상의 사내에게 다시금 물었다.
"오늘같은 날 약주 몇 잔 정도는 원시천존께서도 이해해주시지 않겠소?"
청수한 인상의 사내, 무당일룡(武當一龍) 청명 도장은 그의 말에 웃으며 답하였다.
오늘은 무당일룡 청명의 생일이었다.
용봉이란 명명 된 후기지수들은 평소 용봉지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자주 만남을 갖곤 하였다.
그리고 마침 같은 회원인 청명의 생일을 맞아 무당산이 있는 균현으로 모인 후 균현에서 제일 큰 객잔인 풍천루를 통째로 빌려 축하연을 벌이게 된 것이다.
"아잉, 황보오라버니는 소매의 잔을 비워둘 셈인가요?"
그때, 굴곡진 몸매가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붉은 경장을 입고 있는 여인이 황보악을 향해 잔을 내밀었다.
"이런, 내가 우리 지매를 깜빡했구만, 자자 내가 잔을 가득 따라줄터이니 기분을 풀어다오."
그녀의 말에 황보악은 호들갑을 떨며 대뜸 그녀의 잔에 술을 따르기 시작하였다.
"호호호 고마워."
황보악이 술잔을 가득 따르자, 붉은 경장의 미녀, 치지봉(㢁知鳳) 제갈지아가 웃으며 답하였다.
그들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더욱이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순백처럼 새하얀 경장을 입은 한 여인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암"
새하얀 경장을 입은 여인, 천검봉(天劍鳳) 이예설은 크게 하품을 하였다.
무도를 추구하기보단 술이나 퍼마시면서 친목이나 다지는 이 모임이 자신과는 잘 맞지 않은 듯 했기 때문이다.
물론 하나 둘 면면을 살펴보면 내놔라하는 대문파의 제자나 명문세가의 자제들이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그리 대단해보이지 않았다.
이미 절정 중경을 넘어서 상경에 진입한 그녀였다.
후기지수 수준을 한참 넘어서 그녀에게는 뭐든 장난처럼 보이리라
그녀의 눈에는 용봉지회라는 거창한 이름을 가진 모임은 선민의식 가득한 명문가 도련님들과 아가씨들의 사교모임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자연히 관심이 사그라들었고 지루하기 그지 없어진 것이다.
애초에 이 모임 자체도 어머니인 천검후 주소양의 부탁이 아니었다면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주소양은 그녀의 딸인 이예설이 빨리 가정을 꾸렸으면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최고의 후기지수 모임이라는 용봉지회에 빠짐없이 출석하게 만들곤 하였다.
누구든 연을 맺으라면서 말이다.
이예설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프기 그지 없었다.
다들 자신보다 약하기 짝이 없는 이들 사이에서 무슨 사윗감을 구해오라는 말인가
지금 당장이라도 천무맹 최악의 범죄자 장삼을 찾으러 다녀도 모자랄 판국에 말이다.
그때였다.
"하하 이 소저 이곳에서 혼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오? "
잔뜩 취하여 취기가 상당히 달아올라 있는 화운산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구파일방 중 세력이 강성하기도 유명한 화산에서 가장 뺴어난 후기지수로 매검룡이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는 자였다.
꽤 준수한 외모에 절정 중경에 해당하는 준수한 무공을 가진 덕인지 뭇 여협들에게 인기가 많기로 소문 난 이였다.
"이리와서 같이 한 잔 하시구려."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하였다.
휙
"전 혼자가 편해서요."
하지만 이예설은 그의 손을 가뿐히 피한 후 말을 이었다.
"허허"
화운산은 뻘쭘하게 뻗어있는 손을 회수하며 헛웃음을 뱉었다.
'건방진 년'
물론 속으로는 욕짓거리를 내뱉고 있었지만 말이다.
사실 화운산은 이예설을 좋아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외모와 늘씬한 몸매 그리고 천하제일인의 딸이라는 어마어마한 배경까지 흠잡을 구석이 하나 없었다.
거기다 저 도도하기 짝이 없는 태도를 볼 때면 정복욕이 절로 올라왔다.
'이 화운산말고 누가 그녀와 어울리겠는가'
그는 속으로 자신하며 은근한 눈빛으로 그녀를 훑기 시작하였다.
미래의 마누라가 될 여인의 몸을 살피는 것이다.
그 눈빛을 알아챈 이예설은 고운 아미를 찌푸렸다.
화운산은 술에 취하면 꼭 그녀를 곁눈질하곤 하였다.
그 태도에 불쾌감이 일었지만 그녀는 애써 무시하였다.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끼이이익
풍천루의 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여기 있는 음식들 전부 줘!"
그리고 한 여인이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풍천루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