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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114화 (115/1,419)

〈 114화 〉 115. 당가를 떠나다-1

"직금방(織錦房)의 비단 유통권은 태화상단주께서 낙찰받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잔금을 가지고 재정각을 방문하시지요."

"크하하하하 고맙네, 고마워"

태화상단주 가진명은 기쁜듯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직금방은 사천에 자리를 잡고 있는 유명한 직물 공방이다.

옛부터 사천의 비단은 촉금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질이 높아 수요가 높은 특산품으로 유명하였는데 특히 직금방에서 생산하는 비단은 그 품질이 남달라 일반적인 촉금보다 가격이 배는 높았다.

수요가 높으니 자연히 많은 상단들이 유통권을 탐내었지만 직금방의 비단은 오로지 당가를 통해서만 유통되었기에 모두가 침만 꿀꺽 삼키며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경매를 통해 직금방의 유통권을 낙찰 받게 되었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상당한 금액이 들긴 하였지만 몇 년만 고생하게 된다면 충분히 메우고도 남을 정도의 금액이었다.

직금방의 비단은 그만한 값어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진명이 이번 낙찰을 통해 얻은 사업체는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비록 원래목적인 병장기 유통권을 얻지는 못하였지만 나머지 알짜배기 사업들은 모두 얻었기에 그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크하하하하하"

선우는 희희나락하는 가진명을 보며 속이 쓰리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어제만하더라도 직금방의 비단 유통권을 팔아치울 생각은 없었다.

유지만 가능하다면 천금같은 돈이 들어오는 사업을 누가 팔아치우고 싶겠는가

하지만 어젯밤 당서윤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기에 불복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비단 유통 대신 다른 사업체를 살리는 것을 택하였고 결국 직금방의 비단 유통권을 팔 수 밖에 없었다.

병장기 유통과 또 다른 사업체를 함께 유지하기 위해서는 큰 돈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까운 것은 아까운 것인지 속이 쓰리기 시작하였다.

"크하하하하하 설마 직금방의 비단 유통권까지 경매로 나올줄이야 상상도 못했구만."

가진명은 지금 기분이 무척 좋았다.

예상치도 못한 금덩이를 주운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황금수라고 부른다.

손대는 사업마다 금을 쓸어담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의 안목과 직감이 탁월하다는 증거이리라

지금 그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직금방의 비단 유통은 태화상단을 더욱 더 거대하게 만들어줄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

그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외빈실에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그뿐만 아니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비록 알짜배기 사업체를 가져오는 것은 실패했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사업체를 물은 듯 싶었다.

그리고 꽤나 괜찮은 사업체의 경우 동업하여 낙찰 받는 경우도 있었기에 상당 수 사람들의 표정은 밝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의 표정이 밝은 것은 아니었다.

외빈실 구석퉁이에는 풀이 죽은 듯한 일단의 무리들이 있었다.

각 각 청성파와 아미파의 제자들이었다.

그들은 2차 경매에서 단 하나의 사업체조차 얻지 못하였다.

청성과 아미는 구대 문파에 속할 정도로 대문파이긴 하지만 작정하고 달려드는 상인들과 동원할 수 있는 금력의 차이가 너무 났다.

애초에 헐값에 사들일 생각에 큰 돈을 가지고 오지 않은 그들이었다.

문파의 허락없이 큰돈을 쓸수 없는 그들이었기에 결국 상인들에게 대부분의 사업체를 넘길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어제부터 이렇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혹시나라는 마음에 붙잡혀 경매에 참여하였지만 역시나였다.

그들은 알짜배기는 커녕 소규모 사업체조차 얻지 못하였다.

"하아"

운적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슴 속에 원대한 포부를 품고 본산을 나섰것만 이룩한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청성을 만년 적자에서 벗어나게 해줄 사업체 하나 건지지 못한 것은 물론 사십 평생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던 운명의 여인마저 놓쳐버렸다.

거기다 독공의 고수인 당가주에게 검술로 제압당하는 수모마저 겪게 되었다.

한숨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하아"

불허사태 또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입장도 운적자와 다를바가 없었다.

무력으로 당가를 압박하겠다는 포부는 수포로 돌아갔으며 정작 당가주 앞에서는 창 한 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제압당하였다.

또한 사업체 하나 건지지 못하였으며 미래에 아미를 부흥할 인재라고 여겼던 여인을 눈앞에서 놓치게 되었다.

한숨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리라

"이것으로 모든 경매를 마치겠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선우의 마무리 인사를 끝으로 경매가 끝을 맺게 되었다.

외빈실 내부에는 환하게 웃는 자들과 침울하게 처진 자들 등 수많은 인간들의 군상이 보였다.

선우는 그들 중 침울하게 있는 청성과 아미의 제자들을 보며 눈을 빛냈다.

************

운적자들은 제자를 이끌고 당가을 나가기 위해 정문 향해 걸어갔다.

그들 모두가 들어올 때와는 전혀 다른 상반된 표정을 띠고 있었다.

처음 당가를 들어올 때는 왠지 모를 희망과 열망이 가득했다면 지금은 절망과 피로가 가득하리라

터덜 터덜

가볍기 그지없었던 발걸음조차 이제는 천근만근인 듯 무겁게 느껴졌다.

"청성의 제자들 되시나요?"

그때였다.

뒷편에서 아름다운 미성의 그들의 걸음걸이를 막아세웠다.

순간 운적자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뒤쪽에는 무척이나 고아한 느낌에 아름다운 미부가 서있었다.

"안녕하세요. 운적자, 저는 당가의 안주인인 운가려라고 합니다. 긴히 나눌 말이 있는데 괜찮으신가요?"

중년의 미부, 당대부인은 하얀 이를 내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미모에 넋을 잃은 운적자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저를 따라오시죠."

당대부인은 그대로 뒤를 돌아걸어가기 시작하였다.

운적자를 비롯한 청성의 제자는 그녀의 뒤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

당대부인을 따라가던 운적자는 머지않아 한 전각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은 내빈실이 있는 곳이었다.

운적자는 긴장이 어린 표정으로 당대부인의 뒤통수를 쳐다보았다.

뜬금없이 자신들과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불러세운 뒤 따라오라고 하였을까?

혹여 어제 부숴버린 연무장 수리비를 청구하기 위해 부른 것일까?

아니면 당가주에게 실례를 범한 자신을 질책하기 위해 부른 것일까?

무엇 때문에 자신들을 부른 것인지

전혀 예상이 안되었다.

끼이익

그가 상념에 빠진 사이

어느새 내빈실 문 앞에 도착한 당대부인은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운적자는 그녀의 안내를 따라 내빈실로 들어가게 되었고 안에서 예상치 못한 선객을 보게 되었다.

"불허사태!?"

선객의 정체는 이번에 청성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사업체를 얻지 못하였던 아미파의 제자들이었다.

"아니 운적자!?"

운적자를 마주본 불허사태 또한 놀라며 되물었다.

뜬금없이 그가 이곳에 왜 나타난단 말인가

그때였다.

터벅 터벅

그 둘이 서로 보며 의아해있는 동안 뒷편에서 누군가의 걸음소리가 들려왔다.

운적자느 말소리에 이끌려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뒷편에는 당가주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어느새 그의 코앞까지 온 당가주는 담담히 말하였다.

"일단 자리에서 앉으시지요. "

운적자는 의아함이 들었지만 이대로 계속 서있을 수도 없어기에 제자들을 이끌고 자리에 착석하였다.

그들이 모두 자리에 착석하자 선우는 그들을 바로보며 입을 떼었다.

"이제 모일 분들은 전부 모였으니 사업 이야기를 하지요."

그들을 바라보는 선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

"사업 이야기라니 그게 무슨 소리오?"

운적자는 놀라 되물었다.

당가의 사업체는 대부분 팔아넘기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찌 그들에게 사업 이야기를 한단말인가

"당가는 사업체의 대부분을 경매를 통해 팔아넘기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사업이라니요?"

이 의문은 불허사태도 마찬가지였는지 선우를 쳐다보며 의문을 표하였다.

"대부분 팔렸지만 모두 판 것은 아니지요."

선우는 그들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선우의 답에 청성의 제자들과 아미의 제자들은 얼굴이 상기되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경매를 통해 팔지 않은 사업이라면 딱 두 가지였다.

병장기 유통사업과 약초 유통사업

무엇이 되었든 알짜배기 중에 알짜배기인 사업이었다.

"설마 병장기 유통권과 약초 유통권을 우리에게 넘길 작정이오?"

운적자는 단독직입적으로 선우에게 물었다.

그의 말투에는 약간의 흥분이 담겨 있었다.

"넘기는 것은 아닙니다."

선우는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런 알짜배기를 넘기긴 왜 넘긴단 말인가

"대신 당신들과 같이 일하고 싶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우리에게 유통권의 지분을 나눠주겠다는 건가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

선우는 불허사태의 말에 선을 딱 그었다.

일은 같이하겠지만 지분을 나눠 줄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어디 주제넘게 그런 말을 꺼낸단 말인가

"허어, 지금 그 말은 저희보고 당가의 밑에 들어오라는 건가요"

선우의 대답에 불허사태는 불쾌한 기색으로 되물었다.

아무리 당가라지만 명문대파이자 구파일방 중 하나 인 아미의 상전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건방지다 못해 오만한 소리였다.

"밑으로 들어오라니요? 그런 말이 아닙니다. 서로 이득이 되는 협력 관계를 구축하자는 말이죠."

"뭘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불허사태는 아직도 화가 안풀렸는지 뾰족한 목소리로 선우에게 말하였다.

"아시다시피 지금 당가에는 인력이 부족합니다. 병장기와 약초 유통에 차질을 빚을 만큼 말입니다. 대신 청성과 아미에는 인력이 넘쳐나지요. 서로 간의 필요한 것을 맞바꾸자는 말입니다."

"당가주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군요. 저희는 당가에게 손을 벌릴만큼 쪼들..."

"이십 년"

선우는 그녀의 말을 끊고 말을 이었다.

"당가를 찾아오는 속가제자들의 이십 년의 장기 고용을 약속 드리겠습니다. 그것도 성과급에 유사시 보상금 그리고 장기근속수당까지 전부 지급하겠습니다. 그리고 고용된 제자 하나 당 본파에 소개 수수료까지 지급해드리지요."

선우의 대답에 운적자와 불허사태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그리고 본산 제자를 파견할 경우 관리자급의 봉급을 지급할 것이고 속가제자와 마찬가지로 성과급 외에 각종 수당을 지급해드리겠습니다."

선우의 말을 들은 운적자와 불허사태는 입을 떡 벌렸다.

아니 대체 어느 곳에서 무사들의 고용 계약을 이 십년이나 유지한단 말인가

그것도 본산제자도 아닌 속가제자를 말이다.

속가제자의 무력은 그 성취도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을 장기고용하며 각종 수당을 챙겨주는 것보단 일류고수들을 단기적으로 고용하는 것이 더욱 이득 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듯 파격적인 제의하다니 이해가 안되었다.

"속가제자들의 무력은 일류낭인에 비해 크게 미치지 못 합니다. 당가의 손해가 막심할텐데요?"

그녀는 선우에게 되물었다.

"괜찮습니다. 오히려 이득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선우의 생각은 달랐다.

"만약 청성과 아미, 당가출신의 무인들이 다 함께 상단을 맡게 된다면 그 어떤 산적과 마적들이 그들을 넘보겠습니까?"

그렇다.

청성, 아미 , 당문 모두 사천의 터줏대감이자 무림에서도 이름 난 세력들이었다.

그들이 연합하여 상단을 꾸린다면 녹림채주라 하더라도 감히 그들을 넘보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그만한 이름값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일이 성사만 된다면 아미와 청성에 속가로 들어가려는 이들이 더욱 더 늘어날 것입니다."

이는 사실이었다.

청성과 아미의 제자라는 이유로 당가 상단에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보장된다면 너도나도 청성과 아미의 속가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물론 모든 속가제자들을 받을 수는 없겠지만 연 백 명이상의 고용을 약속 드리겠습니다."

운적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이 십년이면 최소로 잡아도 이 천명이다.

그에 따른 각종 수당에 따른 비용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일류도 안되는 속가를 고용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비용이었다

애초에 첫 해라도 넘길 돈이 있을지조차 의구심이 들었다.

"돈은 있소?"

운적자는 날선 말투로 그에게 물었다.

"그 돈을 마련하려고 대부분의 사업체를 전부 팔아치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선우는 자신있게 말하였다.

이건 기회였다.

만약 성사만 된다면 당가의 약점인 인력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그럼 자연스레 병장기 유통 사업과 약초 사업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속가제자를 받는 만큼 질적인 측면에서 부실해지긴 하겠지만 그 질은 청성과 아미의 명성이 대신 할 것이다.

어떤 간 큰자들도 그들을 뒷배로 삼고 있는 당가 상단들을 공격하진 못할 것이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무척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청성과 아미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이었다.

이것은 어마어마한 기회였다.

문파를 찾는 속가제자를 더욱 늘리는 한 편 본산의 재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기회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의심이 들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왜 사천제일의 칭호를 노리는 경쟁자들에게 제공한다는 말인가

"어째서 우리인 것이오?"

운적자가 선우에게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확실히 매듭짓지 않으면 넘어가지 못할 것 같았다.

"비록 사천의 사업권을 두고 경쟁하던 사이지만 우리 모두가 정파의 동도가 아니오? 협이라곤 눈꼽만치도 모르는 장사치들보단 청성과 아미와 함께하는 영광을 갖고싶었소"

물론 헛소리였다.

애초에 세 문파의 이름값을 믿고 내건 사업이었다. 이들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으리라

거기다 다른 장사치들과 동업을 할 경우 뒤로 빼먹을 구석이 많을 것 같았기에 그나마 세상물정에 어두운 이 두 문파를 끌여들였다.

"또한 마교의 발호가 시작 된 지금 당가 뿐 아니라 청성과 아미 또한 갑작스러운 습격을 받을 수도 있지 않겠소? 당가는 청성파와 아미파와 굳건한 동맹관계가 되고 싶소이다."

이는 사실이었다.

사실 독마의 습격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 마교는 언제고 당가를 쳐들어올 수 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럴때를 대비하여 전력을 상시 보충해둘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선우는 그 보충전력으로 청성과 아미를 택하였다.

그들이라면 훌륭한 방패막이가 되리라

"대답이 되었소?"

운적자와 불허사태는 선우의 대답에 고심하였다.

분명 이해는 되었지만 미심쩍음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당가가 자신들과 돈독한 정을 쌓았다고 저리 나온단 말인가

오히려 틈을 보이면 사업체를 마구 강탈한 주제에 말이다.

하지만 더 캐문다고 뭘 말해줄 것 같지도 않았고 조건이 너무나도 좋기에 함부로 거절할만한 사안 또한 아니었다.

"며칠의 시간을 주겠소?"

"시간이 필요해요."

운적자와 불허사태가 선우를 보며 말하였다.

아무래도 본산에 직접 기별을 넣어야할듯 하였다.

"얼마든지요."

선우는 그들의 말에 웃으며 답하였다.

아마 머지않아 승낙할 것이 틀림없으리라

.

.

.

.

예상대로 선우는그들에게 며칠 지나지 않아 긍정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청성과 아미 그리고 당가 등 사천의 대문파들을 모두 아우르는 사업체가 완성된 것이다.

********

"언제오게?"

당서윤이 담담한 표정으로 물었다.

"금방 올거야, 길면 두 달?"

선우는 턱을 쓰다듬더니 이내 답을 하였다.

"넌 가주야, 당가를 오래 비워서는 안돼."

당서윤은 걱정된다는 듯이 말하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신혼 여행이라는 핑계가 있잖아."

선우는 옆에 있던 요랑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놔아! 난 여기 있을 거야!"

요랑이 떼를 썼지만 선우는 들은체도 안했다.

사람행세를 한다지만 그녀는 엄연히 위험하기 짝이 없는 괴물이었다.

그런데 어찌 당가에 냅둔단 말인가

"애초에 내가 당가에 오게 된 목적이야, 더 이상 그녀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어."

사실이었다.

애초에 당가는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

수단이 목적이 되어선 안된다.

애초에 한달이나 머무르면서 세가를 정리한 것도 모두 옥령과 행복한 삶은 보내서가 아니었는가

그 한달이 길어도 너무 길었다.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었다.

"후우,"

당서윤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대로 그를 떠나보내는 것이 힘들었다.

"당대부인과 삼부인한테는 뭐라 말했어?"

"스승님을 찾아뵌다고 말했어, 마교에 대해 보고를 드려야 된다면서."

"거짓말 투성이네."

"내가 감당해야할 업보지"

선우는 그녀의 말에 피식 웃었다.

무림에 떨어진 이후 거짓말쟁이만 되가는 것 같았다.

"늦지마."

"걱정마, 올때 어마어마한 고수를 두 명이나 데려올테니까"

선우는 그녀를 향해 짐짓 과장 된 동작으로 양팔을 벌리며 말하였다.

"훗"

당서윤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럼 간다."

질질

선우는 요랑의 목덜미를 잡고 질질 끌며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싫어! 싫어!"

요랑은 가기 싫어하며 비명을 질렀지만 소용없었다.

그는 그저 나아갈 뿐이었다.

'옥령, 금방갈게.'

탁 탁

선우는 품안에 있는 독정을 두어번 두드린 후 걸음걸이를 더욱 빨리하였다.

옥령에게 돌아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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