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 〉 108. 인면지주, 사고를 치다-1
"자..자네!! 그게 무슨 망발인가! 우린 자네의 장인일세!"
금태산이 격분하여 선우에게 삿대질을 했다.
아무리 말보다 주먹이 먼저나가는 무림인이라 하더라도 말도 안되는 짓이다.
장인에게 욕짓거리를 내뱉다니 말이다.
"어찌 가문의 어른에게 막말을 지껄이는가!"
금태산은 다시금 언성을 높이며 그를 몰아세웠다.
이건 기회였다.
분명 술취해서 말이 헛나왔을 것이다.
이 실수를 빌미로 그를 훈계를 하여 누가 우위에 서있는지 보여줄 참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바램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었다.
당가주의 주위에서 녹빛의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크윽"
녹빛 기운들은 머지 않아 내빈실을 안을 가득채웠고 외척가문의 가주들은 안색은 급격히 창백해지기 시작하였다.
'설..설마?'
비록 무공을 제대로 익힌 적 없는 그들이었지만 사천당문에서 녹빛을 풍기는 무공의 정체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과거 천하제일인이었던 독황이 창시했다 전해지는 최고의 독공.
오직 직계 혈족만 익힐 수 있다는 절세의 무공
'만류귀원신공!'
무공의 정체를 알아 챈 가주들은 당혹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별안간 무공을 왜 운용한다는 말인가
덜 덜
온몸에 식은 땀이 흘렀고 왠지 모를 오한에 들기 시작하였다.
아마 선우가 뿜어댄 기운의 영향일 것이다.
무공조차 제대로 익히지 않은 그들에게 화경에 이른 선우의 기운은 소량이라 하더라도 감당키힘들었기 때문이다.
"묻겠소."
"뭐..뭘 말입니까?"
분위기에 압도된 탓일까
금태산은 저도 모르게 높임말을 쓰며 그의 물음에 답하였다.
"그대들은 당씨성을 쓰시오?"
"..아니오."
"그렇다면 당가의 무공을 익혔소?"
"..아니오."
"그것도 아니면 몸 안에 당가의 피가 흐르고 있소?"
"...그 또한 아니오."
"당씨 성을 쓰는 것도 아니고 당가의 무공을 익히고 있는 것도 아니며 당가의 피가 흐르는 것도 아닐진대 어찌 가문의 어른을 지칭하는 것이오?"
음양조화신공의 영향일까
선우의 말한마디에 엄청난 위압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쿠쿵
"크윽"
"윽"
"으윽
"커윽"
가주들은 선우의 위압을 견디지 못하고 저마다 신음성을 토해내었다.
"그리고 자꾸 한 가족 한 가족을 부르짖던데, 정작 당가가 마교의 습격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낼 때 그대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소?"
"그..그것은 지병이 와병이 재발하는 바람에..."
선우의 물음에 금태산이 변명하듯이 말을 이었다.
"듣기싫소, 보나마나 불똥이 튈까 몸을 사리고 있었던 것이 뻔하지!, 마교에게 습격당했다는 소식이 퍼진 직후 여기서 당가를 방문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소.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가족을 지칭하고 사업체를 맡겨달라는 망발을 하는 것이오?"
".........."
선우의 말에 가주들은 아무런 말도 못하였다.
내심 당진철의 처가임을 주장하며 당가의 단물을 쏙뽑아먹으려고 했던 속내가 들킨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시 묻겠소, 그대들에게는 자격이 있소?"
"........"
"가족이라 지칭할 자격이 있냔 말이오!"
그들이 침묵으로 일관하자 선우는 언성을 높이며 말을 이었다.
이자들은 큰 착각을 하고 있다.
그들의 가문이 당진철의 처가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당문의 가주인 그의 위에 있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자격이 없다.
가족을 지칭할 자격도 가문의 대소사를 관여할 자격도 말이다.
주제를 알게해야했다.
기어오르지 못하게 말이다.
비록 마교의 습격으로 가세가 기울었다고는 하지만 당가는 중원제일세를 넘보던 명가 중에 명가였다.
당진철은 그런 곳에 가주이고 말이다.
가주로서의 위엄을 살려야할때다.
선우는 싸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노려보았다.
움찔
선우의 시선이 닿자 가주들은 한껏 움추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도저히 제대로 그를 쳐다볼 용기가 나지 않았기때문이다.
"다시 말하겠소, 그대들에게 당가의 사업체가 돌아갈 일은 결코 없을 것이오,만약 사업체를 차지하고 싶다면 경매를 통해 낙찰 받으시오."
선우은 다시금 위압을 풍기며 말하였다.
"만약 불복하시겠다면 언제든지 말하시오, 내 친히 따를 수 있도록 만들어주겠소!"
".........알겠습니다."
선우의 협박에 처음 운을 뗀 것은 금태산이었다.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곧이어 다른 가주들도 금태산을 따라 침울한 기색으로 선우의 말에 답하였다.
그들은 이번에 사건을 통해 다시금 상기시킬 수 있었다.
자신들과 당가는 결코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것은 당가의 가세가 기운 지금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그 생각이 드니 절로 침울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가주, 적가주, 감가주."
선우는 각 각 이월상단주와 적씨세가주와 감씨세가주를 불렀다.
"하명하시지요."
"이부인과 사부인 , 오부인은 더 이상 당가의 안주인이 아니오."
"아니 그게무슨!"
선우의 말에 그들이 놀라 되물었다.
별안간 이 무슨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인가
"그리고 그대들 또한 더 이상 본인의 처가가 아니지."
"당가주 그게 무슨!""
"마교의 습격이 있던 날 당시 그녀들과 외척무사들은 모두 자리를 뜨고 없더군."
"..........."
"..........."
"그날 정확히 삼 백명에 가까운 당가의 무인들이 목숨을 잃었소, 그동안 그들은 어떻게 하였소? 당가를 버리고 처가로 피난가지 않았소?"
"부인들은 아녀자가 아닙니까!"
"맞습니다, 무공 한 자락 배우지 않은 아녀자들에게 싸우기를 강요하다니요?"
"당대부인과 삼부인은 끝까지 당가에 남아 최후를 함께하기로 결의하였소."
"........."
"........."
"그리고 운가와 금가의 외척무사들은 당가의 무사들과 함께 끝까지 항전하였지."
선우의 말에 가주들은 말을 잃었다.
반박할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녀자라고 핑계를 대기에는 당대부인과 삼부인이 마음에 걸렸다.
그들은 마교의 습격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당가에 남아 죽음을 택하지 않았던가
더구나 외척무사들까지 빼버린 것이 악수였다.
그들은 당가의 멸문에 일조를 했다해도 과언이 아닌 짓을 저지른 것이다.
"할말은 끝났소, 다음에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오늘과 같은 친절은 더 이상 없을 것이오."
끼이익
선우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더 이상 있을 가치를 못느꼈기 때문이다.
내빈실의 가주들은 밖으로 나가는 선우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너무 많은 일이 빠르게 일어나 정신을 못차린 듯 보였다.
"크흠, 오랜만에 적화나 보러가야겠습니다."
가장 먼저 정신차린 금태산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하였다.
"흠흠, 저도 오랜만에 가려의 얼굴을 봐야겠습니다. 이 불쌍한 것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금태산의 말에 정신이 든 운가주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이곳에 오래있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금태산과 운가주는 이내 내빈실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내빈실 안에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세 명의 가주만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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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는 개운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망할 노인네들한테 끌려갈때만하더라도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과도 같은 기분이었다.
딱 봐도 불평과 욕심이 그득한 얼굴들이었기 때문이다.
따로 자리를 마련해서 무슨 말을 할지 뻔하리라
하지만 아무리 가기 싫다지만 자신의 조력자인 당대부인과 금적화의 처가였다.
모른척하고 지나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들을 따라가게 되었고 예상대로 참신한 개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당가가 클 때까지 사업체를 맡아줄테니 그냥 넘기라니?
도둑놈들도 그런 도둑놈들이 따로 없었다.
거기다 아무리 장인이라지만 도를 넘을 정도의 훈계가 무척이나 거슬렸다.
지금 선우는 당가주였다.
과거 마교의 흑갑철기병을 전멸시킨 영웅이자 화경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오른 절대고수란 말이다.
그런 자신을 누가 훈계한다는 말인가
선우는 결국 중대한 결심을 하였다.
판을 뒤집자고 말이다.
당가주가 그들과 어떤 식의 관계를 유지했는지는 모르지만 당가는 아쉬울 것이 없는 입장이었다.
당대부인과 금적화는 자신의 편이고 나머지 부인들은 도망갔는데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결국 그들에게 욕을 한바탕 뱉어주고 나서야 속을 풀 수 있었다.
"크크큭"
선우는 아직도 가주들의 당황이 표정이 잊혀지지 않아 웃음이 배어나왔다.
방법은 다소 거칠긴 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외척가문이 주제넘는 짓을 못하도록 견제했을 뿐 아니라 당가에서 도망친 이부인과 사부인, 오부인과의 관계 또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어찌 기분이 좋지 않을 수 가 있을까
선우는 발걸음도 가볍게 집무실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분명 그곳에 가면 당서윤과 금적화가 서류 작업을 하고 있으리라
그때였다.
콰콰캉!
뒷편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뭐야!?"
선우는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뒤를 돌아보자 멀지 않은 곳에서 모래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이건 또 무슨 일이란 말인가
선우는 재빨리 내력을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설마 마교?'
하지만 선우는 이내 고개를 도리질 쳤다.
이곳에는 당가 뿐아니라 청성과 아미 그밖에 유수의 상가들까지 수많은 세력들이 밀집해 있다.
지금 당가를 습격하는 것은 범의 아가리에 목을 들이미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선우는 의구심이 들었다.
누가 감히 독왕이 있는 당가에서 소란을 피우겠는가
선우는 재빨리 신형을 이동하였다.
한시라도 빨리 소리의 정체를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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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하아...하아"
남색바탕의 학이 자수 놓아져 있는 무복을 입은 남자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남자의 정체는 운적자로 청성제일검이라고 불리우는 청성의 도사였다.
"허억...허억...허억"
그리고 그의 앞에는 파르르 깎은 머리에 회색 바탕의 가사의를 입고있는 여인이 가쁘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여자의 정체는 불허사태로 불법을 수호하는 아미에서도 그 살기가 너무 짙어 사장되시다시피한 칠살창을 극성으로 연마한 고수였다,
청성과 아미를 대표하는 고수들은 서로 마주보며 눈을 번뜩였다.
"하아...하아...불허사태....이만 포기하는게 어떻겠소?"
"허억...허억...운적자야 말로 이만 물러나는게 어떠신가요?"
운적자와 불허사태는 연신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병장기를 결코 내리는 법이 없었다.
상대를 믿을 수 없다는 뜻이리라
운적자는 짜증이 밀려왔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다는 말인가
"와아 누가 더 쎄요?"
그때였다.
저 멀리서 귓가를 간질이는 미성이 들려왔다.
미성이 들리자 가슴이 다시금 울렁이기 시작하였다.
저 여자 때문이었다.
아미의 불허사태와 척을 지게 된 원인은 말이다.
운적자는 살짝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슬며시 봤을 뿐인데도 숨이 터질 듯한 폭발적인 염기에 노출 되었다.
길다란 흑발에다 조막만한 얼굴 별빛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오똑한 코와 붉게 물들어 있는 입술, 거기다 풍만하면서도 잘록하기 짝이 없는 몸태까지
천하절색이었다.
사십 평생 살면서 저리도 아름다운 여인은 본적이 없는 운적자였다.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제어가 안되게 시작하였다.
그때였다.
뒷편에서 살기 뿜어져 나왔다.
챙
주르르륵
운적자의 뺨에 피가 흐르기 시작하였다.
가까스로 창의 궤도를 바꾸긴 하였지만 완벽히 피하는 것은 무리인 듯 하였다.
"이게 뭐하는 짓이오!"
"당신이야말로 뭐하는 짓이죠? 한눈 팔면서 상대할 만큼 제가 만만했나요?"
불허사태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그를 노려보았다.
재수없는 남자이긴 하지만 무공에 있어서 만큼은 그를 인정하던 그녀였다.
그런데 한낱 계집애에게 빠져 헤벌레하는 꼴을 보니 영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눈독들이지 마시죠. 저 소저는 저희 아미로 모셔갈테니까요."
"그게 무슨 망발이요! 멀쩡한 여자를 비구니로 만들다니!"
"지금 아미를 비하하시는 건가요?"
"비하가 아니라 사실을 말한 것이오!"
운적자와 불허사태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 시작하였다.
천하절색의 여인
인면지주는 그들의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이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왜 싸우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단련되어있는 자들이었다.
"그래서 누가 강해요?"
다시금 그녀의 매혹적인 목소리가 그들의 귓가에 울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청성이오!"
청성의 운적자가 대답하였다.
"말도안되는 소리, 당연히 아미예요!"
아미의 불허사태 또한 지지않으려는 듯 큰소리로 대답하였다.
쾅
이내 강기가 휘몰아치며 둘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짝 짝 짝
인면지주는 그 모습을 보며 좋아라 박수 치기 시작하였다.
"히히히히히히"
그때였다.
쏴아아아아아
갑자기 싸늘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았다.
"어라?"
인면지주는 무언가 익숙한 듯한 기운에 위화감이 들었다.
친근한데 무서웠다.
무서운데 친근했다.
이런 기운을 뿜는 자가 과연 누가 있을까?
순간 인면지주는 온 몸을 덜덜 떨며 주위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달려오고 있는 선우의 모습이 보였다.
그렇다.
친근하면서도 무서운 기운의 정체는 선우였던 것이다.
"히익!"
인면지주는 그 모습에 겁을 집어먹고 재빨리 자리를 피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터억
어느새 다가온 선우가 그녀의 목덜미를 낚아채 버렸다.
"뭔 짓거리했냐?"
선우는 목덜미를 잡힌 그녀에게 싸늘하게 말하였다.
"하...하하하하"
선우의 물음에 인면지주는 어색한 웃음을 흘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