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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97화 (98/1,419)

〈 97화 〉 98.뒷수습-2

끼익

선우는 방문을 찬찬히 열었다.

그러자 내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방 안에는 당대부인과 삼부인 그리고 인면지주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인면지주는 당대부인의 무릎을 베개삼아 침상 위에 잠들어 있었고 당대부인은 그런 인면지주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고 있었다.

삼부인 금적화는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언제 친해졌대?'

선우는 인면지주의 친화력에 경탄하면서 방안으로 들어섰다.

"상공!"

"상공!"

그가 들어서자 당대부인과 금적화가 그를 반겼다.

선우는 그녀들의 반응을 보며 쓴맛을 삼켰다.

기쁜 듯 그를 반기는 그녀들에게 선우는 남편의 죽음과 아들의 죽음을 알려야했다.

꿀꺽

침이 절로 삼켜졌다.

입이 도저히 떼어지지가 않았다.

자신은 가짜라고 말이다.

당신들의 남편과 아들은 죽었다고 말이다.

"............"

"상공,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신가요? "

당대부인이 걱정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그녀의 다정함조차 선우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자신은 지금 이 여인에게 천하에 몹쓸말을 해야한다.

그것은 무척 슬픈일일 것이고 그녀를 슬프게 만들 것이 분명하였다.

하지만 말해야 했다.

이대로 묵혀두면 둘수록 그녀가 감당해야할 슬픔은 더욱 더 늘어나게 될 것이다.

우우우우웅

선우는 천천히 축융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내 주름이 사라지고 덩치가 좀더 왜소해졌으며 근육이 줄어들었으며 키 또한 살짝 작아졌다.

당세기의 모습이었다.

"아니!?"

"기아야!?"

그런 선우의 모습에 당대부인과 금적화는 경악하였다.

남편인 당진철이 어찌 당세기로 변한단 말인가

"당대부인 그리고 삼부인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저는 당진철이 아닙니다."

이내 다시금 축융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얇았던 선이 좀더 진해졌고 왜소해 보였던 몸에 근육이 들어차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굴골격 또한 변하면서 당세기와는 전혀 다른 얼굴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당세기기의 얼굴이 모두 사라질즈음 이내 선우가 입을 떼었다.

"물론 당세기 또한 아니지요."

완전한 자신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선우는 조용히 당대부인과 삼부인을 응시하였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꼬인 매듭을 여기서부터 다시 풀리라

*************

갑작스러운 선우의 변화에 당대부인과 삼부인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도대체 저자는 누구라는 말인가

누구길래 자유자재로 얼굴과 골격 키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것도 남편인 당진철과 당세기의 모습으로 말이다.

하지만 경악은 이내 적대심으로 바뀌었다.

당대부인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침상 뒤쪽에 놨던 검을 깨내들었다.

쇄액

그녀의 검이 선우를 향해 쇄도하더니 이내 그의 목에 겨눠졌다.

주르륵

선우의 목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날카로운 검이 선우의 목을 살며시 베어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빠른 태세전환이었다.

선우는 내심 당황하였지만 겉으로는 무표정을 고수하였다.

여기서는 당황하는 티를 내어선 안되었다.

어차피 사건의 진상을 알아낼때까지 그녀가 자신을 베어내지 못할 것이다.

최대한 여유를 부려야했다.

"진정하시고 일단 제 말을.........."

".......언제부터 였나요?"

당대부인은 선우의 말 끊고 말을 이었다.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는 물음이었다.

"언제부터 그 아이 행세를 한건가요?"

당대부인의 떨리는 음성으로 선우에게 물었다.

그 음성에 선우는 다시금 심장이 오그라드는 감정이 느꼈졌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선 안되었다.

"처음부터입니다."

이 또한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대답이리라

그녀의 눈가가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분명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은 것이리라

아들과 천륜을 거스를 패륜을 저질렀다는 생각에 죄책감에 시달리던 그녀였다.

그런데 자신과 정을 통한 남자가 사실은 아들이 아니었다니?

그렇다면 자신의 아들은 어디갔단 말인가

"죽였나요?"

당대부인은 직접적으로 그에게 물어왔다.

처음부터 당세기로 변장하고 있었다면 필시 이 남자가 자신의 아들을 죽였을 것이다.

검을 쥔 손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하였다.

만약 이 남자가 당세기를 죽인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면 자신은 아들을 죽인 남자와 정을 통하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분노가 미칠 듯이 솟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 고아하기 짝이 없는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하였다.

"아니요, 죽었습니다."

그녀의 반응을 이미 예상했는지 선우는 담담히 말하였다.

여기서 당세기를 자신이 죽였다는 말은 결코해서는 안될말이다.

그가 당세기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당대부인은 어떻게해서든 그를 죽이기 위해 검을 들 것이 분명하였다.

아들을 죽인 불구대천 원수와 정을 통하였다니 얼마나 수치스럽고 원통하겠는가

최악의 상황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지도 몰랐다.

"........."

선우의 말을 들은 당대부인은 천천히 검을 거두었다.

아들을 변장하여 자신과 정을 통한 사실은 괘씸하나 진상을 알아야했다.

"어떻게 된 건가요?"

검을 거둔 당대부인은 슬픈 눈을 하며 선우에게 물었다.

당대부인의 물음에 선우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였다.

지금부터 진실과 거짓이 교묘하게 섞인 일생일대의 거짓말을 해야했다.

어차피 선택지는 없었다.

그들을 납득시키고 자신과 당서윤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얻기위해서는 정직함으로는 승부를 볼 수는 없었다.

거짓말, 그것도 그녀들이 납득할만한 거짓말이 필요했다.

심호흡을 하고 긴장이 어느정도 풀린 선우는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하였다.

"저는 본디 장씨성을 쓰는 선우라는 이름을 가진 자로서 오래전 은거를 하신 기인의 제자입니다."

어찌보며 음양조화신공의 창시자인 음양마는 세상에 자취를 감추었으니 은거기인이 맞긴하였다.

"조실부모하여 길거리를 떠돌던 저를 스승님께서 거두어주시고 이십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자신의 무공을 저한테 전수해주셨지요. 그리고 재능이 있었는지 나름의 성취를 이룰 수 있게 되었지요."

배경설정은 완료했다.

이제 이야기 전개로 넘어갈 때였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처럼 무공수련을 이어가던 저를 불러세우시고는 머지않아 중원에 엄청난 혈겁이 불어닥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혈겁은 사천에 있는 당문에서 시작될지니 친히 사천으로 가서 혈겁을 잠재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뻔하디 뻔한 영웅전기에서나 등장할법 한 설정이었다.

하지만 마교의 습격을 받아 멸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은 당가 입장에서는 충분히 설득력이 생길만한 이야기이기도 하였다.

"무공이 하늘에 닿으신 스승님께서는 천기를 읽으셨고 마교의 준동을 미리 눈치채신 것입니다. 그리고 당가에 풍운이 휘몰아칠 것을 예지하고 저를 하산시킨 것이지요."

선우는 침을 한번 삼키며 곁눈질로 당대부인과 삼부인의 눈치를 흘깃 살펴보았다.

아직은 어안벙벙한 듯 보였다.

그래도 부정적인 태도나 불신은 보이지 않으니 일단은 통과라고 할 수 있었다.

"스승님께서는 사천으로 가면 저를 도와줄 조력자가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십여년 전 처음 마교가 패퇴할 당시에 만들어진 단체인데 마교가 다시금 준동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한 곳이라고 하였습니다 ."

이제 세계관 확장이었다.

단독으로는 안된다.

가상의 단체를 만들어내어야 했다.

"하산한 저는 그 길로 사천으로 향하였습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사천에 도달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마땅히 당가에 들어갈 방법은 없었지요. 외인에게 더욱 배타적인 곳이 당가가 아닙니까? 저는 고심하였고 당가 주위를 배회하며 저를 도와줄만한 조력자를 찾기 시작하였습니다."

선우는 숨을 한 번 고르고 다시금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 넓은 사천 땅에서 조력자를 찾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일이었고 기약도 없이 무작정 밤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한 달의 시간이 흐르고 그가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라면?"

선우가 말을 들은 금적화가 되물었다.

"바로 당세기 공자입니다."

"네?!"

그리고 살짝 반전을 주었다.

기존과는 전혀 다른 당세기 이야기는 자신의 거짓말에 설득력을 심어줄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해줄 것이다.

"그가 바로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조력자였던 것입니다."

**************

망나니 빙의물의 흔한 클리셰 중 하나가 바로 망나니인줄 알았던 원주인이 사실은 망나니였던 척을 하던 암중 속에 능력자였다는 설정은 무척이나 흔하디 흔한 클리셰였다.

클리셰는 왜 클리셰인가

잘만 풀어쓰면 그럴듯한 설득력과 재미를 부가하기 때문이 아니던가

선우는 서슴없이 거짓을 고하였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

선우의 말에 당대부인과 삼부인은 격한 반응을 해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소리였기때문이다.

망나니 당세기가 마교의 준동을 대비하기 위한 단체에 소속되어 있다니 말이다.

자신의 아들이지만 당세기에게 그럴 정도의 능력이 없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당대부인이었다.

그녀는 선우의 말에 대한 신빙성을 잃기 시작하였다.

이는 삼부인 또한 마찬가지였다.

선우를 바라보는 눈빛이 급격히 차가워지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쓴맛을 삼켰다.

당연히 이런 반응을 예상하긴 했지만 실제로보니 입맛이 써왔기 때문이다.

"이봐요 장소협, 사람을 희롱해도 유분수지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요? 그 망나니가 마교의 준동을 알고 대비했다고요?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이야기입니다."

금적화는 선우의 말에 신랄하게 비난하기 시작하였다.

냉철한 그녀는 선우의 말이 말도 안되는 말이라고 단언하였다.

배아파 낳은 당대부인조차 고개를 저을 정도인데 제 삼자에 가까운 금적화 입장에서는 누가봐도 개소리라 생각할만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장소협, 제가 비록 아들을 덧없이 사랑하긴하나 제 아들의 역량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 아이에게는 그럴만한 역량이 없습니다. 저희를 아녀자라고 뭣도 모르는 어리석은 이로 취급하지는 말아주세요."

당대부인은 무척이나 차게 식은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았다.

이는 분명 자신들을 희롱하려는 수작이리라

그녀의 차가움은 상상이상이었다.

공기마저 차갑게 얼어들어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한다면 모든게 끝이었다.

"두 부인께서 제 말을 믿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만 제 말을 끝까지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다. 판단은 추후에 하시지요."

선우는 그들을 향해 진중한 눈으로 말을 이었다.

화경에 오르고 현묘하기 이를데 없어진 눈동자가 그의 말에 무게를 더해주었다.

"계속해보세요."

당대부인이 입을 열고 말했다.

믿기지는 않으나 일단 들어볼 생각인 듯 했다.

당대부인의 허락에 금적화는 불만인 듯 보였지만 조용히 입을 다물 뿐이었다.

"사실 당공자께서는 마교를 준동을 대비하기 위해 키워진 당가의 결전 병기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무공의 자질을 보인 당세기 공자를 가주께서 직접 선정하여 가르쳤지요."

"가주께서!?"

"상공이!?"

선우의 말에 당대부인과 금적화는 놀라 되물었다.

갑자기 여기서 당가주가 왜 나온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당가주 또한 오래 전부터 마교의 준동을 예측하고 대비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리고 몰래 후계를 양성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신빙성을 더해줄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유명한 이의 이름을 도용하는 것이다.

선우는 거짓말을 완성시키기 위해 죽어버린 독왕의 이름을 끌어들이는데 꺼리낌이 없었다.

"말도 안됩니다. 기아는 항상 환락가에 드나들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무공 수련을 한단말입니까?"

"전부 대역을 썼지요. 그는 비밀스레 키워진 독왕의 후계였기에 정체가 노출되면 안되었습니다. 때문에 일부러 망나니 짓을 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피하는 방법을 취한 것입니다."

클리셰다.

누가보더라도 클리셰범벅된 말이지만 선우는 서슴없이 내뱉었다.

어차피 관련된 사람이 다죽었는데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의 망나니 짓에 살을 붙이기 시작하였다.

"그렇다면 그 아이가 망나니짓을 하던 이유가?"

금적화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모두 당문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셈이지요. 사실 당세기공자께서는 망나니 짓을 하면서도 마교의 간자를 색출하는 것을 서슴지않았고 망나니 행세를 하며 수많은 간자들을 잡아죽였습니다."

선우는 입에 침도 안바르고 당세기의 망나니짓을 포장하고 또 포장하기 시작하였다.

아마 지옥에서 이 광경을 본다면 분통이 터져 다시금 죽게되리라

"말도 안됩니다. 그가 죽인자들 중에는 어린아이와 아녀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때 금적화가 딴지를 걸어왔다.

맞는 말이다.

간자 색출의 명분으로 사람을 죽였다면 어린아이와 아녀자는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그들 또한 마교의 끄나풀이었습니다."

"말도안됩니다!"

"부인, 종교라는 것은 건장한 남자보다는 어린아이나 아녀자들과 같이 나약한 이들에게 더욱 파고들기 쉽습니다. 그들 또한 나약한 몸과 마음이 마교라는 종교에 귀의하게 만들었고 결국 그들의 끄나풀로서 이용당하게 된겁니다."

선우는 숨을 고르고 다시금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들은 이미 실혼인이라고 불리우는 반시체인 상태였고 당세기 공자는 그들에게 죽음이라는 안식을 내려주셨던 겁니다."

"그게 무슨!"

실혼인

마교에서 만들어낸 생강시를 만들어내는 수법이었다.

이 수법을 시술 받은 이는 겉으로는 일반적인 사람과 다를바가 없는 모습이지만 내부는 이미 이지를 잃어버려 명령 받으대로만 행동할 수 있는 인형이나 다름없는 모습이 되어버린다.

선우의 말을 들은 금적화는 침묵 하였다.

말이 되면서도 억지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럴리가 없습니다."

그때 다시금 당대부인이 딴지를 걸어왔다.

당세기의 망나니 짓거리를 뒷처리하던 사람이 바로 그녀였다.

그는 분명 멀쩡히 지내고 있는 일반 양민들의 아녀자들을 희롱하였고 그 남편들을 죽였으며 아이들까지 때려죽였다.

그렇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말이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 아이의 패악한 일은 처리하던 것이 접니다. 그들은 일반 양민들이었어요."

"그걸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말하지 않았나요? 제가 뒷처리를 담당했다고요."

"직접 보셨습니까?"

"네?"

"그들의 시체를 직접 부검하고 확인해보셨냔 말입니다."

"......."

그녀는 답이 없었다.

그럴리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한 일이라고는 현령과 피해자의 친척들에게 돈 몇 푼 쥐어준 것 뿐이었다.

당가의 안주인이 일반 양민의 시체까지 직접 볼리 없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사실입니다. 당공자님은 망나니가 아니였습니다. 오히려 당가를 구한 영웅이지요."

선우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거짓말의 승부수는 절대 변하지 않는 무표정이 관건이었다.

당세기같은 망나니를 영웅으로 포장하다니 말도 안되는 개소리였지만 여기서는 무표정을 고수해야한다.

조금이라도 신빙성을 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기아가 죽은 것입니까?"

당대부인이 울먹이는 얼굴로 선우에게 물었다.

'됐어!'

선우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반응을 보니 꽤나 그럴듯하게 들린 모양이었다.

여세를 몰아야했다.

"후우"

선우는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누가봐도 씁쓸하기 그지 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당공자의 조력 덕분인지 저희는 당가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는 마교의 무사들이 숨어있는 장소를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척 위험하긴 하였지만 흑막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저는 그 곳에 잠입하였고 곧이어 흑막의 정체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선우는 숨을 고르고 말을 아끼기 시작하였다.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만큼 이야기에 집중시켜주는 방법도 없었다.

"흑막이 누구였나요?

금적화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선우에게 물었다.

"흑막의 정체는 바로 독마(毒魔)였습니다!"

"네!?"

"독마!?"

선우의 말을 들은 그녀들은 무척이나 놀랐다.

독마라니

독마가 누구란 말인가 당가주 이전에 천하제일독인으로서 이름을 날린 마교의 장로가 아니던가

그런 자가 당가를 노렸었다니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독마가 당가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저는 재빨리 몸을 피하였습니다. 이 사실을 당가주께 알리기 위해서 말이죠. 하지만 이미 독마는 저의 정체를 간파하였고 저는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선우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 그때 저를 구해준 것이 당공자였습니다. 그는 당가의 비전으로 초절정의 고수였던 그는 독마를 막아서고 시간을 벌 동안 저에게 도망치기를 종용하였지요. 저는 그럴 수 없다며 그에게 소리쳤지만 그는 이미 독마를 저 멀리 유인해내고 난 이후였습니다."

선우는 이번에는 침중한 표정을 지으며 눈가를 적시기 시작하였다.

이번에 필요한 것은 눈물이었다.

"결국 저는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지만 당공자는 생사가 오갈 정도의 중상을 입은 채 제 앞에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말하더군요. 당가에 배신자가 있다고 말이지요. "

뚝 뚝

선우의 눈시울이 점점 붉어지더니 이내 눈물 뚝 뚝 떨어졌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애처로워 절로 측은해보이기 시작하였다.

"그 말을 끝으로 당공자는 그대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선우의 말에 당대부인 또한 눈가를 적시기 시작하였고 금적화는 안타까운 듯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녀들의 반응을 본 선우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 어느정도 설득력을 갖춘 듯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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