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4화 〉 95.신위를 발휘하다-1
얼마나 달렸을까
선우는 어느새 사천당문의 정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정문에 도착한 선우를 제일 먼저 맞이한 것은 시체가 되어있는 수문위사들이었다.
'이미 들이닥쳤구나!'
선우는 아뿔싸싶었다.
자신이 너무 늦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우는 재빨리 정문을 넘어 달리기 시작하였다.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이었다.
여기서 더 늦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으리라
선우는 달리고 또 달렸다.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시체가 가득하였다.
시체들을 보며 선우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하였다.
설마 이 시체들 중에 그녀들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내 신색을 회복하고 다시금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그럴리 없었다.
당대부인은 비록 은퇴하긴 하였지만 나름 절정 오른 고수였다.
쉽게 당할 여자가 아닌 것이다.
당서윤의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었다.
남초적인 당가의 가풍 속에서도 당당히 초절정 상경이라고 불리우는 지고한 경지에 발을 내딛은 고수인 것이다.
선우는 가슴을 다독이며 달려갈즈음에 이었다.
"저기서 피 냄새가 나."
품안에 있던 인면지주가 한 방향을 가리키며 말을 하였다.
아마도 짙게 풍겨져온 혈향을 맡은 것이리라
선우는 그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다시금 달렸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칼들끼리 부딪히는 금속음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저기다!'
선우는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격전지를 찾아낸 것이다.
격전지는 커다란 대전 안이었다.
선우는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대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대전 안에 들어섰을 때
선우는 비로소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시체들의 산 속에서 싸우고 있는 수많은 무인들을 말이다.
녹의를 입고 있는자들은 당가의 무인들일 것이고 귀신 탈을 쓰고 있는 자들은 마교 타격부대일 것이다.
그들은 서로 치열하게 검과 검을 마주하고 싸우고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싸우고 있는 당서윤의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그녀는 어마어마한 독기를 뿜어내며 수 많은 귀신 탈의 사내들을 휩쓸기 시작했다.
아직은 멀쩡한 듯 보였기에 선우는 안심하였다.
선우 또한 당장이라도 참전하고 싶었지만 품 안에 있는 인면지주가 걸렸다.
알몸의 인면지주를 품에 안고 싸울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선우는 일단 인면지주를 당세기의 방에 데려다 놓기로 하였다.
그녀의 존재를 별안간 들키기라도 하면 골치아팠기 때문이다.
"어디가?"
선우가 방향을 선회하자 인면지주가 의아한 듯 물어왔다.
격전지를 찾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갑자기 자리를 뜨는 것은 무슨 생각이란 말인가
"일단 너 두고 오게."
선우의 말에 인면지주는 눈물이 핑 돌았다.
지금 누구보다 약해져 있는 그녀가 아닌가
그런데 그런 자신을 놓고 어디를 간단말인가
"나 버려지면 죽어....."
그녀는 울먹이며 선우에게 물어왔다.
선우는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아주 지 생존에 관련된 것은 악착같이 챙기는 녀석이었다.
"안전한 곳에 데려다줄테니까 그만 울먹여 "
선우는 대충 그녀를 달랜 후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빠르게 그녀를 데려다 놓아야했기 때문이었다.
.
.
.
.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제일 외곽에 위치하고 있는 당세기의 처소가 보였다.
저곳에 인면지주를 데려다 놓는다면 쉽게 찾지는 못할 것이다.
선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더욱 속도를 높였다.
얼마지나지 않아 처소에 도착한 선우는 그대로 문을 열어제꼈다.
'음?'
그런데 이상하였다.
언제나 상시 개방되있던 당세기의 방문이 잠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들썩 들썩
아무리 문고리를 당겨봐도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누가 잠궈놓은 건가?'
선우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선우는 내력을 집중하여 그대로 문고리를 잡아댕겼다.
쿠콰쾅
끼이이익
그러자 문고리가 박살나면서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선우가 전각안으로 발을 디딜 찰나였다.
"죽어라!"
안에서 칼 한자루가 그를 향해 날아오기 시작하였다.
챙
선우는 당황하면서도 재빨리 호신강기를 끌어올려 검을 튕겨내었다.
"누구냐?"
선우는 갑작스럽게 자신을 습격한 습격자의 정체를 확인한 선우는 무척이나 놀랐다..
"어,.어머니?"
"기...기아!?"
습격자의 정체는 놀랍게도 당대부인이었던 것이다.
그뒤에는 삼부인인 금적화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선우는 짐작할 수 있었다.
당대부인과 삼부인인 금적화가 자신의 처소에서 몸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기아야....정말 기아가 맞느나?"
당대부인이 눈물을 머금으며 선우를 반겼다.
고독관에서 생사가 불분명한 아들이 살아 돌아왔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선우는 그런 당대부인을 보고 쾌재를 불렀다.
인면지주를 맡길 사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선우는 품 안에 인면지주를 그대로 던져버렸다.
쿵
"악!"
커다란 소리와 함께 인면지주의 비명성이 울렸다.
"너어!! 너어!!"
인면지주는 자신을 거칠게 내동댕이 친 선우를 바라보며 원망어린 시선을 보냈다.
곱게 내려놔도 될것을 뭐저리 거칠게 다룬단 말인가
"어머니 , 이 녀석을 사태가 정리될 때까지만 맡아주세요."
하지만 선우는 그녀의 원망어린 시선을 가뿐히 무시하고 당대부인에게 말을 이을 뿐이었다.
"뭐..뭣? 이 아이는 대체?"
당대부인은 선우가 던져버린 여인의 모습을 보며 무척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독서시 당서윤인 줄 알았것만 아무래도 한 명 더추가해야 할 듯 싶었기 때문이다.
바닥을 보니 절색의 미모를 가진 여인이 알몸으로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자세한 사정은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맡아만 주세요."
선우는 할 말만 마치고 인면지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 만약에 저기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손댔다간 지옥 끝까지 찾아가서 죽인다.]
인면지주에게 전음으로 협박하기 위해서였다.
끄덕 끄덕 끄덕
선우의 협박에 인면지주는 창백한 얼굴로 맹렬히 위아래로 고개를 흔들었다.
저 미친 인간은 진짜로 지옥까지 쫓아올 것 같아 무서웠기때문이다.
말을 마친 선우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버렸다.
당장이라도 당서윤을 도우러 가야했기 때문이다.
***********
처소에서 나온 선우는 달리고 달렸다.
당서윤이 건재한 모습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이 앞섰기 때문이다.
풍진보를 극성으로 운용하며 선우는 더욱 속도를 내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대전 입구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쾌재를 불렀다.
단숨에 대전 입구에 도달한 선우는 담장 너머로 전황을 살폈다.
전황은 당가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듯 하였다.
붉은 귀신 탈을 쓴 궁수들이 저 멀리서 당가의 무인들을 저격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리고 검은 귀신 탈을 쓴 검수들이 근접에서 당가 무인들을 베어가고 있었다.
꽤나 잘 짜여진 조합이었고 당가의 무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시작하였다.
당서윤은 붉은 가면의 대장과 대치하고 있는지 연신 암기를 날리고 있었다.
아직은 여유로운 듯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선우는 고민하였다.
마음 같아선 당서윤만 빼가고 싶었지만 당가 무인들을 놔두고 그녀가 떠날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당가 무인들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게 해야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선우는 상념에 빠지기 시작하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기였다.
마음이 꺾인 상태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는 것이다.
당가 무인들의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역시 조력자의 등장이었다.
그것도 강대하기 짝이없는 조력자말이다.
과거 싸움 잘하는 형을 뒷배로 갖고 있으면 무서울게 없지 않았는가
같은 맥락이었다.
의지할 수 있는 조력자의 등장은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같은 기분을 들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선우는 다시금 문제에 직면했다.
지금 선우는 저들 앞에 나설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저들이 필요한 것은 전황을 뒤집을 만한 절세의 고수였다.
그런데 당세기의 모습으로 저들을 도와봤자 함정이 아닐까 의심이나 살것이다.
고독관에 있을 망나니 공자가 절세의 무공을 뽐내며 당가의 위기를 구한다니 영웅전기에나 나올법한 전개였다.
그렇기에 선우는 고민했다.
자신은 어떻게 해야할까하고 말이다.
그리고 이내 선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가 무인들 모두가 인정할만큼 강대하기 짝이 없는 조력자의 등장을 말이다.
선우는 천천히 축융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근 한달동안 사용 해본 적이 없었기에 어색함이 들었지만 이내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운용되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천천히 골격과 피부들을 고쳐나가기 시작하였다.
사실 많이 고칠 필요도 없었다.
당세기는 누구보다 그를 닮은 아들이었으니 말이다.
좀더 주름을 추가하고 골격은 완연한 무인의 모습을 표현하기위해 조금 더 늘렸다.
손의 크기 또한 더욱 늘렸으며 전체적인 키 또한 조금 더 늘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우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바로 독왕(毒王) 당진철이었다.
독왕 당진철의 등장은 당가 무인들의 사기를 하늘 끝까지 치솟게 만들 시발점이 되리라
선우는 다시금 담장 너머로 전황을 살펴보았다.
적절히 등장할만한 시기를 정하기 위해서였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당서윤의 어깨에 화살이 꿰뚫리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 말이다.
선우는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들었다.
누가 감히 그녀에게 상처를 낸단 말인가
생각할 시간따위는 없었다.
선우는 그대로 풍진보를 밟으며 빛살같은 속도로 쏘아져나갔다.
그의 머리 속에는 오로지 그녀를 보호하겠다는 일념뿐이었다.
그녀는 암기로 그들의 대장으로 보이는 자의 이마를 꿰뚫어버렸다.
하지만 이내 수백의 궁수들의 활 시위가 그녀를 향해 당겨지기 시작하였다.
죽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거기다 그녀는 다 포기한 듯 눈을 감고 있었다.
'미친년이! 누구맘대로 죽으려고!'
그녀의 그런 모습에 선우는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누구 마음대로 죽는단 말인가
그녀는 자신과 약속을 하였다.
독정을 훔칠 때까지 도와주겠다고 말이다.
아직 독정을 훔치지 못하였다.
그런데 멋대로 죽으려 하다니 반칙이 아닌가
구해야한다.
무슨 짓을 써서라도 구해야한다.
풍진보를 극성으로 밟고 있지만 이정도 속도로는 어림도 없었다.
더욱 더 빠른 속도가 필요하였다.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극성으로 운용하여 혈류의 가속화시키기 시작하였다.
혈류의 이동속도는 빨라졌고 산소의 공급은 초월적으로 증가하였다.
두근 두근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온 몸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하였다.
딱 알맞는 정도였다.
각성이 완료되자 선우는 몸을 그대로 뒤로 젖혔다.
그리고 앞으로 튕기며 그 반동으로 쏘아져나갔다.
선우의 신형이 한순간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가 다시 나타난 곳은 눈을 감고 있는 당서윤의 앞이었다.
"미안, 장선우"
그녀의 앞에 도달하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들은 선우는 피식 웃었다.
다 죽게 된 판국에 뭐가 그리 미안하단 말인가
하지만 마지막에 자신을 떠올렸다는 사실이 썩 나쁘지 않았다.
탕 탕 탕 탕 탕
수 많은 화살들이 그들에게 쏘아지기 시작하였고 선우는 흑룡포에 내력을 주입하였다.
내력을 주입하자 흑룡포는 밑단이 늘어나면서 뒤에서 쏟아지는 모든 화살 세례들을 처내기 시작하였다.
후두두두두두두두
툭 툭 툭 툭 툭 툭
그곳에는 화살 떨어지는 소리만 가득히 들릴 뿐이었다.
선우는 씨익 웃으며 눈을 감고 있는 그녀에게 물었다.
"뭐가 그리 미안한데?"
선우의 물음에 들은 그녀는 눈을 번쩍 떴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당가주!?"
그녀는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
분명 처음 물음은 선우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의 심정을 아는지
"쉿"
선우는 입가에 검지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그런 선우의 행동에 그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선우는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를 지었다.
언제나 자신의 마음을 잘알아주는 그녀였다.
선우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목을 최대한 가다듬은 후 혈궁대를 향해 크게 소리를 질렀다.
"누가 감히 당문을 넘보는가!!!!"
우레와도 같은 외침이 대전 전체를 뒤흔들기 시작하였다.
그 우레와도 같은 목소리에 대전에 있는 이들의 눈이 경악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저 우레와도 같은 목소리는 독왕 당진철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사천당문의 수장이자 천하제일독인 독왕의 등장이었다.
당가 무사들의 얼굴에는 희망의 빛 서리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