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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89화 (90/1,419)

〈 89화 〉 90.귀물을 얻다-1

꽈악

휘익

무언가 손에 잡힌 선우는 그것을 그대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손에 들려진 물건을 유심히 확인해보았다.

'천?'

손에 들려진 것은 천이었다.

선우는 양손으로 천을 잡고 좌우로 쫙 펴보았다.

천을 펴자 형태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천의 정체는 한 벌의 옷이었다.

그것도 검은 색 바탕에 금색의 용이 수놓아져 있는 용포였다.

분명 수백년은 묵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급스럽게 생긴 묵빛이 번들거리며 빛을 발하고 있었고 곳곳에 수놓아져 있은 금 수실의 용들이 한층 더 멋들어짐을 강조하였다.

선우는 의아한 듯 용포를 쳐다보았다.

이런 옷이 어딜봐서 보물이란 말인가

분명 생긴 것만 놓고보자면 멋들어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결코 보물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혹여 특수한 재질로 만들어진 것일까

선우는 엄지와 검지로 용포를 꼬집어 비비기 시작하였다.

용포를 비비자 부드러운 천의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다.

감촉은 무척이나 부드러워 마치 비단을 만지는 듯한 착각을 일게할 정도였다.

선우는 더욱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봐도 평범해보이는 이 물건이 어딜봐서 독황이 애지중지하던 물건이란 말인가

선우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금 상자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용포가 전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때문이다.

탁 탁 탁

상자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무언가 닿는 느낌이 났다.

선우는 쾌재를 불렀다.

'그렇지, 옷이 전부일리가 없지!'

그의 예상대로 상자속에 있던 것은 옷이 전부는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선우는 그대로 잡힌 물건을 꺼내보았다.

"응?"

잡힌 물건을 꺼내 본 선우는 멍청한 소리를 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물건이 나왔기때문이다.

상자속에 있던 마지막 물건은 한 권의 책이었다.

선우는 책을 보며 망연자실하였다.

잔뜩 기대했더만 이게 뭐란 말인가

물론 만년한철이라는 귀한 금속을 얻긴했지만 안에 있는 물건 상태가 이러하니 실망감이 앞섰다.

책이 들어있는 걸보니 아마 독황이 말년에 적은 심득이나 무공에 대한 깨달음 뭐 그런 것일것이다.

'저 인간 왜저래?'

심각한 선우의 표정을 보며 인면지주는 슬금슬금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처음 상자를 발견했을 때만해도 좋아서 그 난리를 피우던 인간이 시시각각으로 표정이 변하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그런 선우의 변화가 무척이나 적응이 안되었다.

대체 어느장단에 맞추란 말인가

그녀는 선우 몰래 회복력을 극대화시키고 있었다.

틈을 봤다가 선우가 방심한 틈을 노려 재빠르게 도망갈 생각이었다.

"하아"

그런 인면지주의 요망한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상자안에 있는 물건은 생각만큼 좋은 녀석이 아닌듯 하였다.

이러면 그냥 만년한철만 챙겨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팔락 팔락

한숨을 내쉰 선우는 책을 펼쳐 천천히 넘겨보기 시작하였다.

혹여 보물이 숨겨져 있는 장보도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면서 말이다.

[본좌는 독황이라 불리우던 자이니라, 이 책을 펴 본 후손에게 나의 뜻을 전하기위해 이렇게 책을 한 권 집필한다. ]

'역시 독황이었나?'

[영웅은 호색이라고 했던가 본좌는 무림을 구한 대영웅답게 수많은 처첩들을 거느렸고 그 결과 후계에 있어 무척이나 고난에 빠지게 되었다. 본좌가 보기에는 다들 고만고만한 놈들인데, 뭐그리 서로 잘났다며 싸우는지 영 이해가 되지 않더구나.]

여기까지는 아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고독관이 아니던가

[결국 외척가문까지 끼어들어 각축전을 벌이기 시작하니 이는 당가입장에서도 영 좋지 않은 상황이라 볼 수 있었다. 내가 죽으면 당가가 오체분시되었을 수도 있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였지]

후계경쟁과 외척가문의 득세는 처첩을 많이 둔 독황입장에서는 쥐약이었을 것이다.

[ 때문에 나는 후계자를 선정함과 동시에 외척세력을 몰아낼 만한 묘책을 내었지, 그것이 바로 네가 발을 디디고 있는 고독관이니라. ]

한마디로 당가의 안정위해 꾀한 묘책이 고독관인셈이다.

[원래 당가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 놨던 독지대 위에 더욱더 많은 독물들을 쑤셔넣고 거대한 축조물을 지었지, 그리고 소가주 후보들을 모두 몰아넣은 후 목숨을 걸고 싸우게 만들었다. 내가 생각해도 기가 막힌 수였어, 결국 나는 살아남은 한 명을 소가주로 임명하였고 외척세력들까지 전부 정리할 수 있었지.]

책을 읽던 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림인들의 사고방식은 이해할 수 가 없었기 때문이다.

가문을 위해서라지만 자신의 피붙이끼리 죽이는 상황을 만들어버리다니

'사이코패스새끼'

선우는 절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그후 고독관은 폐관 되었지만 본좌는 가주 위에서 물러난 이후 종종 고독관에 들어와 며칠씩 묵고가곤 하였지. 수많은 독물들이 가득한 이곳은 다른사람한테는 모르겠지만 본좌에게는 어미의 품 속보다 더욱 편안한 곳이었거든, 그렇게 고독관을 거닐며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중 본좌는 꽤나 괜찮은 생각을 하게되었지. 후일 고독관이 다시금 열리게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후손을 위해 선물을 남겨놓는게 어떨까하고 말이지]

촤륵

뒷내용이 궁금해진 선우는 다급이 책을 넘기기 시작하였다.

설마 선물이란 저 용포를 말하는 것일가

[마침 가주 위에서 물러나기도 하였고 소일거리가 필요하던 차에 무척이나 재미난 생각이었지, 그리고 본좌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당가의 후손들에게 가장 필요한 선물은 무엇일까하고 말이야, 그리고 결론을 내었지 최고의 영약과 최고의 무구라는 결론이 말이야 ]

촤륵

꿀꺽

선우는 침을 삼키고 다시금 책을 넘기기 시작하였다.

드디어 본론이 나온 듯 싶었기 때문이다.

[독쟁이들한테 최고의 영약은 뭐니뭐니해도 인면지주의 내단이라는 생각이 들어 남만에서 인면지주 한 쌍을 사로잡아 그대로 처박아뒀지, 아마 다시금 고독관이 열렸을 때 적당히 맛좋게 성장했을게야, 그리고 본좌가 최고의 무구는 선정한 것은 혈불을 죽이고 얻은 흑룡포(黑龍袍)이니라. ]

'흑룡포?'

선우는 의아함이 들었다.

분명 처음 딸려나온 옷을 말하는 것 같은데 비단보다 더욱 부드러운 재질로 만들어진 옷따위가 어찌 최고의 무구란 말인가

[흑룡포는 본좌가 알고있는 무구 중 단연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무구이다. 백여년의 세월동안 영기를 받고자란 천잠(天蠶)이라 불리우는 누에에게서 뽑아낸 천잠사라는 실을 꼬아서 만든 천잠의(天蠶衣)로,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혼이 서려있는 귀물 중의 귀물이다. ]

'와아'

독황이 글귀를 적어놓은 서책을 보며 선우는 흥미로운 듯 턱을 쓰다듬었다.

그냥 고급진 옷인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대단한 물건인 듯했기 때문이다.

촤륵

선우는 다시금 책을 넘겼다.

흑룡포의 성능을 알고 싶었기때문이다.

[천잠사를 꼬아만든 흑룡포에는 그 재질이 특성상 도검이 침입이 불가하였고 수화또한 불침한다. 더구나 내력의 침입마저 반감시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상황에 따라 그 크기가 늘어나기하고 줄어들기도하니 이 어찌 보물이 아닐 수 있으랴]

두근

책을 읽은 선우는 심장이 두근대는 것이 느껴졌다.

입는 것만으로 도검불침에 수화불침이라니 이 무슨 말도안되는 기능이라는 말인가

더구나 내가중수법마저 반감시킨다니 과연 보물이라 칭할만한 물건이었다.

설마 저런 천쪼가리가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이었다니

상상도 못한 정체인 것이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최고의 장점은 바로 흑룡포에는 자의식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흑룡포는 최초로 내력을 주입한 착용자를 주인으로 인식하는데 주인이 위험에 처할 경우 스스로 움직여 주인의 목숨을 구한다. 실로 귀물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물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선우는 경탄하였다.

기본 방어력부터가 어마어마한데 자의식까지 갖췄다니

마치 무림 육대 기보인 패왕귀면갑을 보는 듯 하지 않은가

[많은 호사가들이 최고의 방어구로 무림 육대 기보인 패왕귀면갑을 제일 윗자리에 놓는다지만 본좌의 생각은 다르다. 최고는 흑룡포이고 패왕귀면갑뿐만 아니라 그 어떤 무구를 가져와도 감히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무구라고 생각한다.

후손이여, 이 옷을 입어라 그리고 다시금 당가의 저력이 남아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거라.]

그 말을 끝으로 독황이 적은 서책은 끝맺음을 맺었다.

선우는 조용히 책을 덮었다.

히죽 히죽

그리고 입꼬리의 끝이 슬그머니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크으으으으흐흐흐하하하하하하하!"

이내 웃음이 절로 나오기 시작하였다.

대박을 건진 것이다.

대박 중에 대박을 말이다.

선우는 재빨리 흑룡포를 몸에 걸쳐보았다..

가운처럼 되어있기에 입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여 내력을 주입시켜보았다.

우우우우웅

공명음이 울리며 흑룡포 전체에 음양조화기가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내력이 스며들자 흑룡포가 거칠게 펄럭이더니 몸을 딱 알맞게 맞춰지는 것이 느껴졌다.

'오'

마치 맞춤 옷을 맞춘 듯 딱 맞는 태가 완성된 것이다.

아무래도 선우를 주인으로 의식한 듯 하였다.

'이거 시험해보고 싶은데?'

선우는 고민에 빠졌다.

새 신을 맞췄으면 뛰어보고 싶고 새 검을 맞췄으면 휘둘러보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가 아니던가

선우는 당장이라도 흑룡포를 시험해보고 싶은 욕구에 휘말렸다.

그때였다.

선우의 눈에 적절해보이는 한 생명체가 포착되었다.

"야"

"....왜?"

선우가 부르는 것은 뒤쪽에 있던 인면지주였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선우의 변화에 적응을 못하였는지 살짝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한 대 쳐봐."

"뭐...뭐라고?"

그녀는 당황하듯 선우에게 물었다.

"보복안할테니까 한 대만 쳐보라고 최대한 세게"

선우의 대답에 그녀는 당황하였다.

이것은 진심일까 아니면 자신을 때릴 구실을 만들기 위한 함정일까

수많은 상념들이 그녀의 머리 속을 혼란스럽게 하기 시작했다.

'이걸 때려? 말아?'

"진짜로 괜찮으니까 한 대만 쳐봐."

그녀가 머뭇거리자 선우는 만연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재촉하였다.

어차피 약해질대로 약해진 그녀가 아니던가

독황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의 공격정도는 가뿐히 버텨낼 수 있으리라

"안....안 때릴거지?"

그녀는 다시금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선우에게 물었다.

선우의 보복이 두려웠기때문이었다.

"안때려 , 안때려."

"진짜?"

"진짜로"

"정말?"

"정말로."

선우의 일관성있는 대답에도 불구하고 인면지주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선우를 노려보았다.

워낙 제정신이 아닌 인간이라 믿음이 안갔기때문이다.

"정 못믿겠다면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할게."

"새끼손가락?"

"인간끼리 약속인데, 새끼손가락 걸고 한 약속은 무슨일이든 지켜야해."

선우는 새끼손가락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진짜?"

인면지주는 반색하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이내 선우가 새끼손가락을 내밀어 그녀의 새끼손가락을 맞잡고 꼬옥 감쌌다.

이로서 약속이 성립된 것이다.

선우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하자 인면지주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원한을 품은지 얼마 지나되지 않아 복수의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흐흐흐흐흐'

그녀는 속으로 비열한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넌 죽었어!'

그녀는 앙증맞은 손을 꽉 움켜쥐고 정신을 집중하였다.

푸슉

그녀는 회복력으로 돌리고 있던 기력을 이용하여 등에서 거대한 다리하나를 뽑아냈었다.

거대하고 흉흉하기 짝이 없는 무언가가 그녀의 등에서 뽑아져 나왔다.

여성 허벅지만한 두께와 견고한 강도를 자랑하는 그녀의 다리였다.

그녀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몸을 꿰뚫어버리겠다는 기세로 휘두를 참이었다.

슈우우우우우욱

파공성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다리가 빠른 속도로 선우를 향해 휘둘러졌다.

전만 못해도 상당한 위력이 담겨있는 일격이었다.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공격은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한수였다.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저 자식에게 크게 한방은 먹일 수 있으리라

다리는 빠르게 이동하였고 선우의 가슴팍에 닿기직전까지 날아가게 되었다.

"죽어랏!!!!!"

인면지주는 본심이 담긴 말을 내뱉으며 다리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때였다.

그녀의 다리가 선우의 가슴에 닿자 반탄력이 생기더니 그대로 튕겨나가버렸다.

"으윽"

그리고 선우의 가슴에 닿은 다리 끝 쪽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져 있었다.

반탄력에 의해 부숴진 것이다.

그녀는 다리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눈물을 머금었다.

갑자기 다리가 뭉개지다니

이게 대체 무슨 조화란 말인가

끝이 아니었다.

"어...어!?"

갑자기 흑룡포 아랫단의 길이를 늘어나더니 이내 그녀에게 날아간 것이다.

촤악 촤악 촤악 촤악

그리고는 늘어난 흑룡포가 사정없이 그녀를 두드려 패기 시작하였다.

촤악

"악!"

촤악

"안때린다며!"

차악

"새끼손가락 걸었잖아!"

촤악

"하지마아아!"

촤아악

"으아아아아앙!"

결국 흑룡포의 폭력을 참다못한 그녀는 울음을 터트렸다.

분명 안때린다고 하였다.

인간끼리 약속이라며 새끼손가락까지 걸었다.

그런데 이 모진 폭행은 무어란 말인가

그녀는 울고 또 울었다.

분통함이 터졌고 몸이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그녀의 울음소리에 정신차린 선우는 재빨리 내력을 거둬들여 흑룡포의 행동을 제지하였다.

생각보다 더욱 고약한 녀석인 듯 싶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가 달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울음은 그칠 기색이 없었고 선우는 난감함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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