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 83.독마毒魔와 싸우다-2
무림에 처음 떨어질 때만해도 나하나만 살자는 생각으로 가득하였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판국에 누구를 챙길만한 여력따위는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살기위해서라면 누구든 이용해먹겠다고 다짐하였다.
어차피 글로 만들어진 창작물 속 인물들인데 죄책감따위는 가질 필요없다고.
그렇게 생각하였다.
하지만 옥령을 만나고 나의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처음엔 그저 천무맹의 추격을 피할 장소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이재원이 껄끄러워하는 그녀의 거처라면 충분히 몸을 피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은 확신이 되었고 확신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축융공을 이용하여 어린아이로 변장하였고 그녀의 친절에 기대어 몸을 숨겼다.
그리고 외로운 그녀를 보듬아주며 생활을 이어갈셈이었다.
만약 정체가 탄로난다면 그녀가 또다른 상처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 알바아니였다.
어차피 원래세계로 돌아가면 볼일없는 소설 속 인물이 아닌가
하지만 그 생각이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다친 척하는 나를 정성껏 보듬어 줬을 때부터 마음 속 깊은 곳이 무언가 피어오르기시작했다.
생면부지인 자신을 어찌 저리도 지극정성으로 보살펴준다는 말인가
그 관심이 두려워 최대한 그녀를 멀리하려고도 했다.
쓸데없는 접촉은 최대한 피하고 말도 안섞으려고 노력도 해보았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발아된 새싹은 거침없이 자라게 되었고 이내 눈물 흩뿌리며 내게 진심을 전하는 그녀를 보았을 때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활자가 아닌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활좌로 이루어진 문서의 집합체가 아닌 사람이었구나하고 말이다.
장삼 인생과 선우 인생을 통틀어도 옥령만한 사람은 없어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여자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좋아하게 되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백화봉에 오는 것을 선택한 내 자신을
진실로서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한 과거를
다시 한번 상처를 줄 수밖에 없는 운명을 말이다.
그리고 판단이 섰다.
이곳이 단순한 소설 속 배경이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기에 또 다시 다짐하였다.
다시는 무림에서 누군가와 감정으로 엮이지말자고 말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나에게 두려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감정으로 인해 누군가와 엮이고 싶지않았다.
내 코가 석자인데 누구를 챙긴단 말인가
하지만 그 다짐이 무색하게 나는 또 다시 감정으로서 누군가와 엮이게 되었다.
처음에는 당대부인이었다.
망나니같은 아들을 키워낸 장본인이자 당가의 대부인.
처음에는 그녀에게는 아무런 감정조차 없었다.
그냥 당세기 행세를 들키지 않기위해 잘 속여만 내자는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더구나 끊임없이 모성애 어린 시선을 보내는 그녀는 선우를 불편하게 하였다.
자신은 아들이 아니것만 어찌하여 저렇게 사랑어린 시선을 보낸단말인가
불편해진 그는 그녀와 엮이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였다.
하지만 결국 그 다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백년화를 훔치러 들어간 날
만취한 그녀가 당가주로 착각하여 선우를 덮쳤고 욕정을 참지 못한 그 또한 그녀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그녀와 거사를 치르게 된 것이다.
선우는 죄책감이 몰려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세기를 죽인 자신이 어미인 당대부인 관계를 하였으니 말이다.
당세기가 아무리 처죽일 놈이라고는 하지만 그녀에게는 하나 밖에 없을 아들이지 않는가
선우는 엄청난 죄책감에 휩싸였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하자고 다짐하고 다짐하였다.
하지만 이놈의 다짐은 뭐그리 자주 깨지는지 결국 선우는 다시금 그녀와 관계를 맺게 되었다.
백년화를 훔친 것이 덜미가 잡힌 탓이었다.
아들과 관계를 맺었다는 죄책감 때문에 자살하려는 그녀를 막으려면 방법이 없었다.
그렇기에 선우는 또다시 그녀를 속일 수 밖에 없었고 자살을 막았지만 죄책감에 발목이 잡히게 되었다.
거기다 음양조화신공이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되어버린 그녀였다.
평생의 보물인 아들을 자신에게 잃었고 남편인 가주마저 무관심한 외로운 여자였다.
자신때문에 인생이 상당 부분 꼬여버린 그녀를 어찌 냅둘 수 있겠는가
선우는 그녀에게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리고 결심하였다.
당대부인 또한 자신이 책임지기로 말이다.
자신이 벌인 일의 수습을 위해서 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많은 난관이 있을지 몰랐다.
이재원과 같은 쓰레기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위선이라고 손가락질한다해도 상관없었다.
자신이 마음이 가는대로 할 뿐이었다.
그다음은 당서윤이었다.
당서윤은 무척이나 기묘하고 유쾌하였다.
인간 자체가 또라이 그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괴짜인 여자
비록 무공을 미끼로 강제적으로 맺은 일시적인 동맹관계에 불과하였지만 언제나 위기에 빠진 그를 구할 수단과 방법을 물심양면으로 제시해 주었던 여자
거짓을 싫어하고 한 번 내뱉은 말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지키는 여자
딱딱한 외골수같지만 호감이 가는 그런 여자.
선우는 그녀와 대화할 때면 장삼이 아닌 현대에 살던 자신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어 더욱 애틋하고 즐거웠다.
선우는 무림에 떨어진 이후 단 한번도 자신이었던 적이 없었다.
장삼이거나 꾸며진 장선우 또는 당세기였을 뿐
그런 자신에게 당서윤이라는 존재는 오래만에 무림에 떨어지기 전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존재였다.
같이있을 땐 그 어느때 보다 편안하였고 유쾌하기 그지 없었다.
선우는 그녀가 좋았다.
선우는 그녀에게 우정을 느낀 것이다.
일시적인 동맹관계이지만 이 관계가 계속 지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였다.
그리고 선우는 또 다시 후회를 하게 되었다.
또다시 다른 사람과 감정으로 엮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제와서 부정하기에는 그녀라는 존재가 너무 좋아져버렸다.
결국 선우는 다시는 사람들과 감정적으로 엮이지 않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 이 짧은 강호행에서 또다시 두 명의 여인과 감정적으로 묶이게 된 것이다.
우정과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말이다.
그렇기에 선우는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누구를 살릴 것인지 선택하라는 것과 마찬가지인 독마의 물음에 말이다.
'고를 수 있을리가 없지.'
선우는 피식 웃었다.
저들 중 하나를 고르려고했던 자신에 대한 자조적인 웃음이었다.
고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만약 저들 중 누군가를 포기한다면 살더라도 죽게된다.
선우라는 존재자체가 무너져내릴 것이다.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죽는다하더라도 선우로서 죽고 싶었다.
고민을 한 것조차 웃겼다.
당연한 것을 뭣하러 고민한단말인가
선우는 검대에 손을 올렸다.
슈욱
그리고 순식간에 검을 뽑아 독마를 향해 벼락같이 달려들었다.
갑작스러운 선우의 공격에 독마는 호신강기를 끌어올렸다.
캉
부우웅
선우의 검강과 독마의 호신강기가 부딪혔고 마찰음소리와 함께 독마가 그대로 날아가버렸다.
가까스로 막기는 했지만 그 충격까지 완전히 흘리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독마는 그대로 삼 장이나 날아가 그대로 나무에 처박혔다.
쾅
독마의 몸를 받아낸 나무기둥에서 큰 소리로 울려퍼졌다.
"쯧"
선우는 독마가 나무기둥에 처박힌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그대로 베어버릴 생각이었것만
그 짧은 새 호신강기를 둘러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다.
"이 똥물에 튀겨죽일 자식이!!!!!"
어느새 나무 기둥에서는 몸을 일으킨 독마가 선우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쳤다.
그는 지금 열불이 터져 죽을지경이었다.
오랜만에 마음에 든 놈이라
이것저것 호의를 베풀었더니 기습을 당하였다.
이는 마도종자들 중에서도 흔치 않은 개새끼였다.
"이 은혜도 모르는 짐승같은 놈이!!"
"좆까 은혜는 개뿔, 니 새끼가 날 아무 이유없이 구해줬겠냐?"
선우는 그런 독마의 대답에 비웃음으로 답하였다.
세상에 이유없는 호의가 어디 있겠는가
분명 독왕을 상대하는 동안 인면지주나 상대하라고 구해줬을 것이다.
"고얀노노옴!"
독마는 독기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이 괘씸하기 짝이 없는 아해를 단번에 죽여버릴 심산이었다.
"내가 겨우겨우 잡은 인면지주를 강탈할 때부터 마음에 안들었어. 영감탱이"
선우 또한 내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었다.
오늘 둘 중 한 명은 죽게 될 것이다.
선우의 검에서 새하얀 빛무리가 모여들더기 시작하더니 이내 완전히 검 주위를 에워쌌다.
검에서 찬란한 빛이 발하기 시작하였다.
검강이었다.
"한번 붙어보자고"
선우는 그대로 독마에게 달려들었다.
싸움의 시작이었다.
************
독마는 달려드는 선우를 향해 독기를 내뿜었다.
묵빛의 독기가 그대로 선우를 덮쳐들기 시작하였다.
쏴아아아아아악
'위험해.'
샤악
선우는 그대로 검을 들어 묵빛 독기를 베어버렸다.
베어진 독기 그대로 산화되어 날아가버렸다.
내력에 둘러싸인 선우의 검강에 태워진 것이리라
'됐어'
선우는 쾌재를 불렀다.
경지에 오르고 검강의 밀도가 기존보다 더욱 높아졌다.
독마의 독기마저 한순간에 태워버릴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독마의 독기들이 다시금 선우에게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시발'
선우는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재차 검을 휘둘렀다.
부웅
부웅
검이 휘둘러지며 그에게 접근하는 독기들을 전부 태워지며 산화되었다.
하지만 독기의 양이 워낙 많기도 하였고 접근하는 방향이 워낙 광범위하여 슬슬 힘에 부치기 시작하였다.
"끌끌 대단하구나, 어린 놈이 벌써 그정도 경지에 다다르다."
선우의 검강을 본 독마는 감탄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리 검강이라하더라도 화경에 다다른 자신의 독기를 한순간에 태워버릴 수는 없었다.
독기가 닿자마자 태워진다는 것은 선우의 검강이 기존의 검강과는 차원이 다른 밀도를 자랑하는 검강이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벽을 넘은 것인가'
겉으로는 호쾌하게 웃으며 여유를 부리긴 했지만 독마의 속내는 누구보다 당혹스러웠다.
화경의 경지가 대체 무슨 경지란 말인가
절대지경이라 불리우는 이 경지는 현 무림 전체를 뒤져보아도 다다른 이가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거대한 벽이 아니던가
워낙 기인이사들이 많기에 그물처럼 촘촘히 걷어낸다면 그 수가 훨씬 더 많긴 하겠지만 공식적으로 화경이라 불리우는 자들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그런데 그런 지고한 경지를 고작 이립도 안되보이는 나이에 이룩한 것이다.
그 사실에 독마는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이는 마치 검황 양태산을 보는 듯하지 않던가
선우의 모습이 정파무림인의 결전병기라 불리웠던 양태산과 겹쳐보이기 시작하였다.
'망할'
아무래도 대충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껏해야 제자인 고월 비슷하게 여겼기에 방심하던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고월 또한 이제 이립이 살짝 넘은 나이로 초절정 상경에 오른 기재 중에 기재였다.
그렇기에 독마는 선우가 아무리 날고긴다하는 기재라하더라도 기껏해야 초절정의 경지가 다다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눈앞의 검을 든자는 그냥 평범한 기재가 아니었다.
백 년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천고의 기재였던 것이다.
이립도 안된 젊은 나이에 대문파의 장문인급의 무력을 손에 넣게 된 것이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독마는 독기를 더욱 진하게 풍기기 시작하였다.
솨아아아아아악
순간 거대한 독기의 파도가 그대로 선우를 덮쳐들기 시작했다.
"시발"
선우는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몸을 돌렸다.
저렇게 거대한 독기는 전부 베어낼수는 없었다.
선우의 몸이 활처럼 휘었다.
팡
파공성이 터지며 선우의 몸이 앞으로 튕기면서 그대로 쏘아져 나갔다.
궁신탄영의 수법이었다.
"큭"
안그래도 무리가 왔던 몸이었기에 비명이 절로나왔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궁신탄영이 아니면 저 독기의 파도를 피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독기의 파도는 그대로 선우가 있던 곳을 덮쳐버렸고 그 주위를 전부 초토화시켰다.
가까스로 독기 범위에서 벗어난 선우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저 독기에 휘말렸다면 아무리 화경에 오른 자신이라 하더라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우는 앞을 바라보았다.
저 거대한 독기의 파도를 내뿜었음에도 불구하고 힘든 기색하나 없는 독마의 모습이 보였다.
분명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긴 하였지만 막상 격차를 느끼고 나니 두려움이 절로 느껴졌다.
화경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올랐지만 아직 그 위에는 더한 괴물들이 노니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선우는 검을 놓지 않았다.
선우는 검을 곧추세웠다.
두렵지만 해내야한다.
모두를 구하기 위해서 독마를 베어낼 것이다.
그뿐이었다.
독마를 쳐다보는 선우의 눈빛이 번들거리기 시작하였다.
검에 다시금 빛 무리가 모여들더니 다시금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본 독마 또한 혼원오독신공을 운용하여 내력과 독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하였다.
이내 끌어올린 내력과 독기들을 오른 손에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오른 손은 점점 검게 물들어가더니 종국에는 완전히 흑수(黑手)가 되어버렸다.
독장(毒掌)이었다.
독마는 전심전력을 다할 속셈이었다.
탁
탁
둘을 그대로 달려들었다.
선우의 검강과 독마의 독장이 그대로 격돌하였다.
쾅
엄청난 굉음이 고독관 내부를 울려퍼졌고 선우의 음양조화기와 독마의 혼원오독기가 맞부딪히며 세력싸움을 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