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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81화 (82/1,419)

〈 81화 〉 82.독마毒魔와 싸우다-1

"끌끌 , 멈추시게"

선우가 검을 치켜들고 인면지주의 목을 꿰뚫으려는 찰나였다.

선우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그의 행동을 저지하였다.

내력이 어느정도 담긴 것을 보니 상당한 위협마저 느껴졌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독왕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줬던 노인이 분명하였다.

'에이, 시발'

선우는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뒤를 돌아봤다.

방해받은 것이 짜증났던 탓이었다.

'헉'

그리고 뒤를 돌아본 선우는 무척이나 놀랐다.

노인의 인상은 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괴팍한지만 그래도 사람처럼 생겼던 얼굴은 전부 녹아내려 벌건 속살을 보였고

온 몸 곳 곳에도 녹아내린 자국 투성이었다.

그리고 독기에 물들어 까맣게 물들어 있는 이빨이 가관이었다.

화상으로 인해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었던 당가주 못지 않은 흉측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끌끌 뭘 그리 놀라느냐 , 이 정도 상처로 독왕을 죽일 수 있다면 이 또한 남는 장사아니겠느냐?"

선우의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독마가 웃음을 터트리며 말하였다.

이말은 진심이었다.

심독(心毒)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발을 들여놨던 독왕이었다.

그런 자를 죽이는데 이정도 상처라면 오히려 남는 장사이리라

독마의 말을 들은 선우는 눈이 휘둥그래해졌다.

이 흉측하기 그지 없는 노인네가 독왕을 죽였다니?

독왕이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는 이 십여년전 무림의 공포 흑갑철기병을 단독으로 절멸시킨 정마대전의 대영웅이며서 중원제일가인 사천당문의 가주임과 동시에 천하제일독이라고 불리우던 절대고수였다.

거기다 독공에 있어서는 감히 왕이라는 칭호를 입에 올릴만큼 강대하기 그지 없는자가 아니던가

그런자를 독공으로 이겨먹었다니

두려움이 절로 일어났다.

만만치않은 노인네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설마 독왕마저 죽일 실력자였다니

"독왕을 이기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선우는 비굴하게 말을 이었다.

눈앞의 노인은 최소 화경이었다.

그런 자를 적으로 돌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마침 당가의 적인 것 같으니 말만 잘 맞춰보면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끌끌 별거아니느니라"

지금 독마는 상당히 상기되어 있었다.

선우의 입발린 소리마저 기분 좋을 정도로 말이다.

독왕을 이기고 천하제일독이라는 자리를 공고히했다는 사실이 기뻤기때문이리라

"그런데 왜 검을 멈추게 한 것 입니까?, 노야"

선우는 의문을 담은 채 독마에게 되물었다.

별안간 나타난 것은 그렇다쳐도 인면지주를 죽이려는 것을 방해한 것은 이해가 안되었다.

설마 저 가녀린 몸을 보고 욕정이라도 한 것일까

"인간형태의 인면지주라니 이대로 죽일 수는 없지 않겠느냐? 천천히 해부 해볼 작정이니라."

그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다시금 의문점이 들었는다.

이걸 잡은 사람은 자신이 아니던가

그런데 제 삼자가 나서서 왜 감놔라 배놔라하는 것인가

"인면지주를 잡은 건 전데요?"

"목숨을 두 번이나 살려줬는데 은혜도 모르는 구나."

물론 독왕으로부터 목숨의 구함을 받기는 하였다.

그런데 그것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었을터

두 번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까

혹여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로부터 목숨을 구해준 것일까

"한 번 아닌가요?"

"클클, 내 지금도 말대답하는 너를 살려두고 있지 않느냐? 그러니 두 번이지 아니 이제 세번인가? "

독마는 선우를 보고 진한 미소를 지었다.

'시발새끼가'

그 미소를 본 선우는 속으로 짓거리를 내뱉었다.

그냥 개소리였다.

당장 내놓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말을 저리 돌려 말한 것뿐이었다.

선우는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물론 인면지주가 독공의 고수들에게는 천하의 다시 없을 보물이긴하였다.

그렇다고 해도 그걸 저리 대놓고 뻇는걸보니 치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왕으로부터 목숨을 구해줄때만해도 꽤나 호감을 품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 호감이 반감이 되어버렸다.

'좆같네'

선우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저자가 강하다해도 이대로 인면지주를 뺏기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죽을 똥 살 똥해서 얻어낸 것을 왜 홀라당 뺏겨야 한단 말인가

그는 천천히 그를 살피고 기세를 재보기 시작했다.

싸운다면 이길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들었기 때문이다.

상태를 보아하니 독왕과 싸우면서 상당한 피해를 입은 듯 보였다.

그에 비해 선우는 바람구멍 몇 개와 내력과 체력만 고갈 됬을 뿐

별다른 상처가 없던 차였다.

그때였다.

"불만있느냐?"

선우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독마가 기세를 피어오르며 말을 이었다.

상당한 중압감이 몸을 짓누르기 시작하였다.

기세만으로도 충분히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발'

선우는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여차하면 힘으로 강행하겠다는 신호이리라

'확 엎어버려?'

선우는 고민에 빠졌다.

이제는 자신도 화경에 올랐다.

그렇게 넘지 못할 벽은 아니라는 생각이 슬며시 고개 들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구 , 불만이라뇨 가져가시지요."

선우는 독마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화경에 오르긴 하였으나 아직 깨달음을 제대로 갈무리하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완숙히 화경에 오른 저 괴물같은 노괴랑 붙는 것은 분명 손해이리라

"그래 그래, 노부가 말하는데 불만 따위가 있을리 없지."

선우의 대답에 독마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여차하면 손을 써 죽여버릴 심산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말귀를 알아먹는 놈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간만에 흥미가 동한 녀석을 죽이는 것은 무척이나 가슴 아팠으리라

"그나저나 정체가 무엇입니까?"

선우는 독마의 정체를 물어봤다.

어차피 인면지주는 물건너갔다고쳐도 노인의 정체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정체를 알아야 이용을 해먹던가 협력을 하던가 할 것 아닌가

"본노는 오독문의 문주이자 마교의 장로인 독마(毒魔)이니라"

"아...."

그의 대답에 선우는 할말을 잃었다.

어마어마한 독기를 뿜어대며 독왕과 대치했을 때부터 범상치 않다고 생각하긴하였지만

설마 그 정체가 이 십여년전 자취를 감췄던 독마였을 줄이야

그가 독마라면 그의 행보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독왕의 독기와 맞먹는 독기를 내뿜었던 것도, 마교의 흑갑철기병을 전멸시킨 독왕에게 원한이 있는 것도 , 온몸이 다 녹아버리는 중상을 입는 와중에도 기어이 독왕을 죽여버린 것도 모두 다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이 다 한 때 천하제일독인이라고 불리웠던 독마이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시발, 좆될뻔했네.'

선우는 재빨리 비굴하게 숙이고 들어간 자신을 칭찬하였다.

눈앞의 남자가 독마라면 자신이 아무리 화경에 올랐다하더라도 상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이미 이십여년 전에 화경에 오른 인물이었다.

숙련도 짬밥도 차원이 다르다는 말이었다.

아무리 중상을 입고 있다지만 굳이 그런 위험한 상대에게 객기를 부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곳에?"

선우는 반문하며 물었다.

독마는 분명 천마가 이재원에게 패한 이십여년 전에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 소설 속 설정이었다.

외전이라 쓸려고 남겨둔 것 같은데 그대로 완결내버리는 바람에 그냥 잊혀진 맥거핀이었다.

그런데 그런 맥거핀이 갑자기 당가에 왜 등장한단 말인가

그것도 후계자 경합 중에 말이다.

"복수와 선언이다."

"네, 무슨?"

독마의 대답에 선우는 의아한 듯 되물었다.

복수는 과거 마교의 주력부대 중 하나였던 흑갑철기병을 궤멸시킨 것에 대한 복수라쳐도 선언은 무슨 뜻이란 말인가

"과거 흑갑철기병을 궤멸 시킨 것에 대한 복수와 천마의 부활을 알리는 선언이다!"

독마는 무척이나 기쁜듯 말을 이었다.

"..........."

그 말을 들은 선우는 할말을 잃었다.

너무 놀라서 말이 안나왔기 때문이다.

아니 뜬금없이 천마는 또 왜 등장한다는 말인가

천마는 '고3, 무림에가다'에 등장하는 최종보스 격에 해당하는 존재였다. 그힘이 어찌나 강대한지 주인공보정을 덕지덕지 바른 이재원에게 패하기 전까지 단 한번도 패해본 적이 없는 괴물 중에 괴물이었다.

주인공 보정의 영향을 받은 이재원조차 수많은 천운이 겹치고 겹쳐 겨우겨우 패퇴시킬 정도의 강자가 아니던가

선우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천마가 부활했다면 이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었기때문이다.

설정상 그의 목적은 무림을 멸망시키고 새로운 무림을 창조하여 지배하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지금의 무림인들을 전부 죽여버릴 심산인셈이다.

그런 위험한자가 부활했다니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자아, 이제 네놈 차례다."

선우의 심각한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독마가 태연히 말을 이었다.

"네?"

"무슨 목적으로 당가의 적자로 변장하였는지 말이다."

"아!"

번쩍

독마의 말에 선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생각해보니 지금 천마의 부활따위를 걱정할 상황이 아니었다.

"독정이 필요해서 잠입하게 되었습니다."

독마의 말에 선우는 사실대로 말을 하였다.

천마고 뭐고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독정이었다.

애초에 옥령을 살리기 위해 이곳에 들어온 것이 아니던가

다른 고민 따위는 사치였다.

선우는 말을 한뒤 독마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였다.

독마는 지금 당가를 다 뒤집어 엎을 생각일 것이다.

물론 당가의 보물들도 독차지 할 것이다.

그 보물 중에는 독정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선우는 한 번 낚시대를 던져본 것이다.

만약 독마가 독정까지 욕심을 부린다면 이 둘은 상생할 수 없었다.

곧바로 적대관계가 되리라

팔을 밑으로 내려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만약 독마가 독정을 줄 수 없다는 말을 한다면 곧바로 검대에서 검을 뽑아 그대로 베어버릴 작정이었다.

"끌끌끌 간도 큰놈이구나 , 한낱 독정때문에 당가를 적으로 돌릴생각을 하다니."

선우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독마는 너털 웃음을 터트리며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었다.

'후우'

그의 반응에 선우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인면지주는 모르겠지만 당가의 독정까지 욕심을 부리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독정을 저에게 주실 수 있습니까?"

선우는 곧바로 독마에게 되물었다.

여기서 확답을 받아야 했다.

말은 저렇게 했다가 나중에 안면몰수를 한다면 그 또한 당혹스러우리라

"끌끌 그래도 기본은 된 아이구나 , 내게 허락을 맡으니 말이야."

선우의 허락을 구하는 말에 독마는 기분이 좋아진 듯하였다.

만약 여기서 선우가 독정을 자신의 것이라며 소유권을 주장 했더라면 곧바로 죽일심산이었다.

다행히 손은 안써도 될듯 싶었다.

"좋다, 내어주지 대신 조건이 있다."

독마는 혼쾌히 허락을 해주었다.

조건이 붙었지만 말이다.

"조건이라면 무슨?"

선우가 의아한 듯 되물었다.

"네놈, 마교에 입교하거라."

'시발'

선우는 속으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왠지 일이 잘풀린다 했다.

역시나 세상일은 쉬운게 없는 듯하였다.

갑자기 마교의 입교라니 그건 또 무슨 말이란 말인가

"저 같은 잡졸이 마교라니요,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입니다."

선우는 일단 한번 팅겨보았다.

그냥 던져본 말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독정도 없느니라 ,끌끌"

독마를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며 말을 이었다.

'망할 새끼'

선우는 속으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아무래도 그냥 던져본 말은 아닌 듯 싶었다.

"자아 결정하려무나, 어떻게 하겠느냐?"

독마는 선우에게 물음을 던졌다.

"입교하겠습니다."

선우는 망설임없이 입교를 선택하였다.

어차피 방법따윈 없었다.

여기서 입교를 거부해봤자 독마의 손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거나 살아남는다하더라도 독정은 저 멀리 떠나갈 것이 분명하였다.

어차피 자신에게 축융공이라는 희대 사기 무공이 있지 않던가

독정만 얻으면 눈치를 봐서 재빨리 빠져나오면 된다.

모습이 바뀌는데 누가 알아보겠는가

"끌끌 잘 선택하였다."

선우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독마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일단 당가부터 궤멸시키러 가자꾸나 , 당가 일족의 씨를 말려야지."

"네?"

독마의 말에 선우는 멍청히 반문하였다.

"아 , 인면지주 챙기는 것도 잊지말고, 인간 형태이니까 데려가기 편할 것이다."

독마는 신난다는 듯이 말을 이었지만 선우는 여전히 멍청한 표정이었다.

당가 일족의 씨를 말린다니

그렇다면 당서윤과 당대부인은 어떻게 되는 걸까

"혹시 계집 둘 정도는 제가 가져도 되겠습니까? 평소 마음에 두던 계집들이 있어서 헤헤"

선우는 다급히 말을 이었다.

그리고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제발 허락하길

제발

"지금 내 말 못들었느냐? 씨를 말리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사돈에 팔촌까지 전부 죽일것이다. 예외는 없다."

독마는 단호히 선우의 말을 거절하였다.

당가에 대한 원한이 가득 찬 그의 입장에서 당연하다면 당연한 말이었지만 선우 입장에서는 곤란하였다.

그의 거절에 선우는 식은 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하였다.

죽일 수는 없었다.

당서윤은 무림에 떨어져서 만난 유일한 친우였고 당대부인은 자신이 책임져야할 여인이었다.

어찌 이 둘을 죽일 수 있겠는가

하지만 여기서 독마를 따르지 않으면 독정을 얻지 못할 것이고 옥령이 죽게된다.

그럴 수는 없었다.

분기점에 들어서게 되었고 선우는 선택해야 했다.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없는 선택을 말이다.

선우는 깊은 상념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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