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화 〉 81. 경지에 다다르다.
화경
절대지경이라고도 불리우는 이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수많은 수련과 명상을 통한 깨달음이 필요였다.
깨달음 통해 수양된 정신과 그 정신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신체 그리고 극한의 경지까지 오른 내력의 수발을 이뤄야지만 비로소 화경에 오를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반이 마련됬다는 전제하에 화경에 닿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이 완성된 기반 위에 필요한 것은 추구하는 목적이었다.
이 무공을 통해서 이룩하고 싶은 목적을 부여해야지만 비로소 방향성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어떤이는 그 누구도 파괴할 수 없는 신체를 추구하기도 하였고 또 어떤 이는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든 벨 수 있는 검을 추구하기도 하였다.
또 다른 이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폭발적인 속도를 추구하기하였고 또 다른이는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중독 시킬 수 있는 경지를 추구하기도 하였다.
이렇듯 세상에 무공의 종류가 다양하 듯 그 무공이 추구하는 목적 또한 다양하였고 무공을 익히는 사람들 또한 저마다의 추구하는 바가 달랐다.
초절정이라는 완성된 육체 위에 무공의 목적을 부여함으로서 개성이 만들고 종국에는 이 개성을 통해 추구하는 가치의 완성에 다가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목적을 부여할 수 없다면 결코 화경의 경지에 도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선우는 생각을 하였다.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하고 말이다.
단단한 다리 너머에 있는 저 괴물을 죽이기위해서 말이다.
처음에는 검황이 보여주었던 심검(心劍)을 생각하였다.
하지만 이내 기각하였다.
화경 끝자락에 오른 검황조차 흉내내는 것이 고작인 심검을 자신이 어떻게 따라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이기어검(以氣馭劍)을?
이또한 그가 추구하는 바와는 달랐다.
지금 선우에게 필요한 것은 저 검강으로도 부술 수 없는 다리를 부숴버릴 파괴력이었다.
멀리서 검을 마음껏 휘두른다해도 뚫어내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었다.
파괴력이다.
오직 파괴력에만 중점을 두겠다.
검강만으로는 부족하였다.
이 검강을 더욱 압축하고 압축하여 밀도를 높여야했다.
저 다리조차 부숴버릴 수 있도록 말이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선우가 곧게 세워둔 검에서 하얀 빛의 무리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우는 느낄 수 있었다.
남아있는 내력으로는 단 한 번
한 번정도만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기에 선우는 먼저 달려들기보단 좀더 신중하게 그녀가 접근하길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다시금 다리를 포개어 선우에게 달려들었다.
지금이었다.
선우는 검 끝을 세웠다.
이 한 방에 모든 걸 담을 생각이었다.
이내 그의 주위를 휘몰아치던 하얀 빛 무리들이 검 끝에 모아지더니 이내 엄청난 크기의 강기를 형성하였다.
커다란 강기는 선우가 추구하는 바가 아니었다.
'압축해야한다.'
파괴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저 커다란 강기를 압축해야한다.
선우는 온 신경을 동원하여 집중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는 강기들을 압축하고 또 압축하기 시작하였다.
'더....더...더!!!'
우우우우우웅
선우의 노력이 성공한 것일까
검 끝에 만들어졌던 강기들이 한데 모여더니 울퉁붕퉁한 구체를 형성하더니 얼마지나지 않아 완벽한 구체가 완성되었다.
검환劍環이었다.
오로지 절대지경에 이른 검수들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기예가 선우의 손에서 펼쳐지게 된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하였다.
바로 화경에 오른 것이다.
선우는 형성된 검환을 날아오고 있는 인면지주의 다리를 향해 그대로 내질렀다.
파스스스
파즈즉
파지지직
그녀의 다리가 검환에 닿자 점차 부서지더니 이내 여기저기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분명 검환을 버티지 못한 것이리라
검환은 점점 다리를 뚫어가더니 이내 그녀가 다리를 전부 부숴버렸다.
그녀를 보호하고 있던 최고의 무기이자 갑옷이 사라진 것이다.
선우는 망설임없이 그녀의 몸에 그대로 검환을 쑤셔박았다.
푸슉
쾅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검환이 몸에 박힌 인면지주는 고독관이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이번에 끝내야했기 때문이다.
************
자신을 향해 검을 세운 선우의 모습을 본 인면지주는 코웃음을 쳤다.
방금 타격으로 분명 치명적인 내상을 입었을게 분명했을터인데도
저 인간은 다시 일어나 자신에게 발톱을 세웠다.
재밌었다.
비록 적에 불과했지만 꽤나 끈질기지 않는가
반쪽을 죽인 원한이 점점 퇴색 되가기 시작했다.
이정도로 강한자에게 죽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자가 강자한테 포식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말이다.
그는 더 이상 피식자가 아니었다.
자신을 대적할만한 훌륭한 포식자였다.
사람 형태를 취한 이후 무채색빛을 띠고 있던 감정에 여러가지 색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두려움은 검은색을
분노는 붉은색을
슬픔은 푸른색을
지금은 노란색이었다.
기쁘기 그지 없다는 뜻이리라
인면지주는 다시금 다리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다시금 네 개의 다리를 포갠 후 선우에게 겨눴다.
이번에야말로 심장을 꿰뚫어버릴 심산이었다.
쾅
그녀는 발을 구른 후 그 반탄력을 이용하여 재빨리 선우에게 접근하였다.
어느새 선우의 코앞까지 접근한 그녀는 포개어뒀던 다리를 그대로 선우의 심장을 향해 내질렀다.
부우우우웅
팡
다리가 휘둘러지는 소리와 함께 귀가 따가울 정도의 파공성이 울려퍼졌다.
'끝이다.'
인면지주는 승리를 자신하였다.
그때였다.
파스스
귓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의아함이 든 인면지주는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쳐다보았다.
소리가 나는 곳은 한데 모아진 자신의 다리였다.
그 다리는 선우의 검 끝에 닿아 있었다.
그런데 상태가 이상했다
한데 모아진 네 개의 다리가 선우의 검 끝에 닿자 부셔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녀는 당황하였다.
이게 대체 무슨일이란 말인가
그녀는 유심히 선우의 검 끝을 살펴봤다.
검 끝에는 하얀 빛깔의 구체 모양의 빛 무리가 일렁이고 있었다.
그녀는 당황하였다.
"대체?"
위험함을 느낀 그녀는 재빨리 다리를 거둬들이려고 하였다.
파스스스
파삭
후두두
하지만 그녀가 다리를 거둬들이려고 하기 전에 검끝에 닿은 다리가 급속도로 파괴되기 시작하였다.
"안.....안돼!!!!!!"
위기를 느낀 그녀가 다급히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파삭
푸슉
이내 모든 다리를 파괴한 구체가 그대로 그녀의 몸에 직격하였기 때문이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상상도 못한 거대한 고통에 그녀의 비명이 세상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비명이 고독관 내부로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인면지주는 비명을 지르고 또 질렀다.
너무나도 아팠기때문이다.
그리고 이해가 안되었다.
자신이 저자의 발톱에 맞아버린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저 남자가 만들어낸 동그란 모양의 구슬은 작고 볼품없기그지 없었다.
그런데 그 구체가 자신의 다리를 전부 부숴먹더니 이내 본체까지 닿게 된 것이다.
몸에 직격 당하기 직전만해도 그녀는 큰 걱정이 없었다.
다리야 다시 만들면 될 것이고 상처야 재생하면 될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고 깨닫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저 작은 구슬은 그녀가 생각한 것만큼 얕잡아 볼만한 것이 아니었다.
저 볼품없는 구슬은 그녀의 몸에 닿자마자 그녀의 생살을 무참히 갈기갈기 찢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몸 안쪽 까지 닿게 되자 , 내부마저 갈가리 찢기시작한 것이다.
아파도 너무 아팠다.
미치도록 아파서 눈물이 절로 나왔고 비명이 끊이질 않았다.
"끄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악!"
그녀는 비명을 지르고 또 질렀다.
그녀가 할 수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이 고통의 순간이 멈추길 기도할 수밖에
.
.
.
.
.
.
얼마나 지났을까
시간이 지나자 그녀의 몸 속을 갈가리 찢기던 구슬은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자취를 감추었다.
더 이상 고통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그녀는 안도하였다,.
쿵
안도감때문일까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그대로 뒤로 넘어가버렸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죽기 싫은데.'
수백년을 살아온 그녀였지만 아직도 살고 싶었다.
생존 본능이 치솟아올랐지만 방법이 없었다.
이미 탈진해버린 자신이 눈앞의 포식자에게 죽는 것은 기정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고통없이 단번에 죽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
.
.
.
.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후속타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가 의아해하며 눈을 뜬 순간이었다.
털썩
남자가 주저앉는 모습이 눈에 보인 것이다.
그녀는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누운 상태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는 쾌재를 불렀다.
분명 저 남자 또한 지쳐쓰러졌으리라
기회였다.
저 남자가 일어나기 전에 어떻게든 빠르게 몸을 회복해야했다.
그녀는 내단에 있는 힘을 끌어와 재생력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
선우가 내지른 검환은 인면지주의 다리를 전부 부숴버리는 것은 물론 그녀의 본체까지 쑤시고 들어가버렸다.
인면지주는 고통 속에 비명을 질러대었고 선우의 귀를 아프게 하였다.
하지만 선우는 개의치 않고 검을 더욱 깊히 박아넣을 뿐이었다.
아마 작은 구체 속에 들어있는 강기의 소용돌이가 그녀의 생살과 내부 장기들을 전부 갈기갈기 찢어버렸을 것이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의 내부를 휘젓고 다니던 검환이 점차 사라지더니 이내 모습을 감췄다.
내력이 전부 고갈되어버린 탓이다.
검환이 사라지자 처절히 울부짖던 그녀의 비명소리도 멎게 되었다.
그녀의 비명소리가 멎자 선우는 긴장을 하였다.
단전에는 단 한 줌의 내력조차 남아있지 않았기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이번 공격도 버텨내고 재생을 한다면 자신은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리라.
그때였다.
쿵
그녀의 신형이 그대로 뒤로 넘어간 것이다.
선우는 쾌재를 불렀다.
아무리 괴물같은 재생력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검환까지 회복시키기에는 무리였는 듯 싶었다.
긴장이 전부 풀려버렸다.
이제 마무리로 머리통에 검만 박아주면 되리라
그때였다.
휘청
긴장이 풀린 탓일까
몸이 휘청거리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당황하였다.
당장 마무리 짓지 않으면 저 괴물이 언제 다시 일어날줄 몰랐다.
털썩
하지만 그의 몸은 선우의 말을 듣지 않고 그대로 주저 앉아버렸다.
몸을 아무리 일으켜 세우려해도 소용없었다.
이미 온 몸에 힘이 빠진 신체는 말을 듣지 않았다.
'좆됐다'
선우는 일이 잘못됬음을 느꼈다.
그리고 재빨리 음양조화신공은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저 괴물이 혹여라도 몸을 재생시키기전에 몸을 회복해야했다.
우우우우우웅
다행히 화경의 경지에 오른 덕분일까
평소보다 더욱 더 기의 흐름이 원활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빨리!!!!'
선우의 의지에 답한 것일까
음양조화기가 혈도를 빠르게 순환하기 시작하였다.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번쩍
운기조식을 통해 어느정도 체력과 내공을 회복한 선우가 눈을 떴다.
힘이 어느정도 돌아온 느낌을 받은 선우는 옆에 널부러져 있는 검을 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체할 시간 따위는 없었기 때문이다.
저벅 저벅
천천히 그녀를 항해 걸어가더니 이내 검을 겨눴다.
다행히 그녀는 회복이 덜 된 듯했다.
검환에 의해 직격당한 가슴히 훤히 보였다.
선우는 검을 치켜들었다.
단숨에 뚫어버릴 심산이었다.
"....살려줘"
그때 인면지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는 이가 절로 애처로워 할 정도로 가냘픈 목소리였다.
"좆까"
물론 선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자기를 죽이려고한 괴물을 뭣하러 살려둔단 말인가
덕분에 몇 번이나 죽을 뻔 했는지 몰랐다.
까드득
선우는 절로 이빨이 갈렸다.
'양심도 없지 개년이'
"좆이 뭐냐니까?"
"그건 지옥가서 물어"
선우는 검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푹
하지만 그녀는 목을 옆으로 돌려 가까스러 검을 피하였다.
"살려줘 , 죽기 싫어!"
그녀는 애처롭게 울기 시작하였다.
절색의 미녀가 우는 모습은 누가봐도 애처롭기 짝이 없었다.
물론 선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내가 내 목숨을 노린 새끼를 뭣하러 살려주냐?"
선우는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그래도 살고 싶어......"
"수 백년간 살아왔잖아, 미련없이 가라"
"수백년 간 살아왔지만 더 살고 싶어!"
그녀는 눈물을 흩뿌리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생존에 대한 욕구는 상상을 초월하였다.
탈피를 세 번이나 하였다.
더욱 영성이 강대해졌다.
이런 식으로 몇 백년만 더 수련한다면 요선(妖仙)의 경지에 이를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죽고싶지않았다.
그녀는 함박눈물을 흘리며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뭐든 할게 제발 살려만 줘, 제발"
"좆까 개같은 벌레년아, 인간을 말이야 댓가없이 호의를 베풀지 않아. 그러니까 곱게 죽어 "
선우는 다시금 검을 치켜세웠다.
이번에는 목을 찔러버릴 심산이었다.
아무리 고개를 돌린다하더라도 꼼짝없이 죽게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