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화 〉 77.혈투를 벌이다-1
슈우우우욱
팡
독마의 묵빛 독기와 독왕의 녹빛 독기가 휘몰아치더니 이내 터져나갔다.
주르르르륵
독마는 반탄력을 견디지 못하고 뒤로 살짝 밀려나게 되었다.
"늙은이, 고작 이정도 인것이냐!"
당진철은 쇠긁는 목소리로 카랑카랑하게 외쳤다.
"허어 참"
그의 말을 들은 독마는 내심 놀랐다.
시체나 다름 없는 몰골이기에 적당히 내력을 뿜어냈었다.
하지만 독왕은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저런 극심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독력을 뿜어냈기때문이다.
한순간이지만 독마조차 밀릴 정도로 말이다.
독마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아무래도 자신이 그를 얕봐도 너무 얕본 듯 싶었다.
부상을 입긴했지만 그는 독왕이었다.
중원제일세가라 불리우는 사천당문의 가주이자 홀연히 사라진 자신의 뒤를 이어 천하제일독인으로서 당당히 천하에 이름을 알린 남자인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운이 좋은 애송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사라지지만 않았더라면 독왕이라는 거만한 칭호조차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그와 일장을 나눠보고 느낄 수 있었다.
독왕이라는 별호가 허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독왕이라 불리기에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재밌었다.
두근 두근
나이가 들고 늙어가면 천천히 뛰기 시작했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였다.
가슴이 무척이나 설레어왔다.
강자와의 싸움은 언제난 설레는 일이었다.
그것도 같은 독인이라면 그 설렘이 두 배 네 배 열 배로 치솟을 것이다.
전 천하제일독인과 현 천하제일독인이 승부를 가른다는데 설레지 않을리 없었다.
독마의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기 시작하였다.
이제 적당히 상대해야겠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진심을 다하여 이자를 상대해볼 심산이었다.
"미안하구나, 노부가 네놈을 얕봤다."
그의 주위에 어마어마한 묵빛의 독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더이상 실망치 않을 것이다."
이내 그 독기가 당진철을 덮치기 시작하였다.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당진철 또한 지지않고 만류귀원신공을 운용하여 녹빛의 독기를 쏟아내기 시작하였다.
거대한 독기의 파도가 그 둘 사이를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
끼이이이이익!
츄악
선우는 검강을 피어올렸다.
그리고 나무 사이에 앞 다리가 묶인 인면지주를 향해 그대로 베어버렸다.
끼이이이이익!
선우에게 베인 인면지주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였다.
그리 양 다리에 힘을 주어 나무를 그대로 베어버렸다.
서걱 서걱
인면지주가 베어버린 나무들이 그들을 그대로 덮치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떨어지는 나무를 피하기 위해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쿠쿠우쿵
쿠쿵
이내 나무는 거대한 굉음을 내며 떨어졌고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어디있지?'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인면지주의 모습을 찾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흙먼지가 워낙 많아 인면지주의 모습을 찾기 힘들지경이었다.
오싹
그때였다.
등뒤에 오싹한 느낌이 올라왔다.
선우는 용천혈에 내력을 불어넣고 그대로 터트렸다.
엄청난 추진력이 생긴 선우는 그대로 앞으로 쏘아나갔다.
쾅
선우가 있던 자리에는 인면지주의 다리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만약 저곳에 있었으면 그대로 압살 당했으리라
선우는 재빨리 몸을 돌려 그녀의 다리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이내 흙먼지가 걷히고 인면지주가 모습을 드러냈었다.
끼이이익 끼이이이익
그녀는 아쉽다는 듯한 표정으로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시발년이'
선우는 그 모습에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벌레주제에 저리 풍부한 감정표현을 하니 불쾌한 감정이 들었기 떄문이다.
불쾌한 골짜기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인간과 어설프게 닮은 대상을 보면 오히려 인간을 닮지 않은 것보다 더욱 혐오를 하게된다는 말이었다.
지금 선우가 인면지주에게 느끼는 감정이 딱 그러하였다.
그녀의 얼굴만 보면 천하에 손꼽힐 정도로 절색의 미녀였지만 그 뒤에 있는 몸을 보면 욕짓거리가 절로 나올정도로 징그럽기 짝이 없는 몸을 가지고 있었다.
이 엄청난 대비효과떄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선우에게 수컷 인면지주보다 더욱 불쾌하였고 혐오스럽기 짝이 없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토악질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사람도 아닌 것이 사람 행세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절로 짜증이 치밀었다.
"후우우"
하지만 이내 선우는 다시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혔다.
여기서 흥분해봤자 수컷 인면지주를 상대하는 것과 같은 꼴을 보게 될 것이다.
괜시리 열을 올리며 상대할 필요 없었다.
선우는 천천히 검강으로 그녀를 베어낸 곳을 쳐다보았다.
얼마나 피해를 주었는지 궁금하였기 때문이다.
선우는 정확히 그녀의 몸통을 직격으로 베었내었다.
그것도 상당한 양의 내력으로 형성된 검강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상처 하나 없이 말끔하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분명 베이는 느낌도 있었고 검에는 그녀의 검은 피가 묻어있었다.
그런데 상처가 없다니
선우는 안력에 집중하여 자신이 베어낸 부위를 더욱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내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베어낸 곳이 꿈틀거리며 요동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는 저런 현상을 본적 있었다.
수컷 인면지주가 잘려진 다리를 재생할 때 저런식의 움직임이 있었다.
눈앞의 인면지주는 자신이 베어낸 곳을 눈깜짝할 새 재생시켜버린 것이다.
'좆같네'
선우는 속으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수컷 인면지주는 그래도 재생속도가 더뎠기때문에, 무식하게 힘으로 눌러 잡을 수 있었다.
더욱 강한 힘으로 더 빨리 베어내어 재생할 틈조차 주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암컷 인면지주의 재생속도는 차원이 달랐다.
저정도 빠른 속도로 재생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수컷 인면지주를 잡을 때처럼 무식하게 몰아부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아"
선우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 자신에게만 불운이 이렇게 쏟아진다는 말인가
독왕에게 정체를 들킨 것만해도 골머리가 아파왔다.
독왕을 처음 본 순간 선우는 이미 그가 백화봉에서 상대했던 검황 양태산과 동급의 강자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조심하였고 당세기로 변장한 것이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했었다.
도저히 정면으로는 승부조차 나지 않을 것같았기 떄문이다.
그런데 그런 독왕에게 정체를 들켰다.
평소에는 기운을 갈무리하고 다녔기에 숨길 수 있었지만 고독관에서는 기운을 마음껏 풀어재꼈기에 들키고 만것이다.
그를 어떻게 상대할까
생각만해도 골머리가 아파왔다,
그런데 눈앞의 그에 못지 않은 괴물새끼가 등장하니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렇게 괴물 새끼들만 영접을 한다는 말인가
초절정 상경에 오르면 뭣하는가
덤벼드는 상대들이 화경, 현경 투성이인데
척
선우는 검을 고쳐쥐었다.
하지만 방법은 없었다.
그들이 화경 , 현경 심지어 조화경이라하더라도 자신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악할 것이다.
그게 자신이 택한 방식이었다.
선우의 검에 빛무리가 모여들더니 이내 검기를 넘어 선명한 검강이 형성되었다.
그전보다 더욱 진한 색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재생을 한다면 방법은 두가지다.
힘으로 찍어눌러 단번에 죽이던가
재생이 안될 때까지 베어내던가
선우가 택한 방식은 후자였다.
전자의 경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나왔다.
자신이 화경에 올랐다면 모를까
지금으로선 눈앞의 거대 괴물을 단번에 죽일 자신도 생각도 없었다.
안될 일에 뭣하러 매달린단 말인가
그렇기에 생각한 방식이 후자였다.
아무리 이 괴물 새끼가 재생력이 뛰어나더라도 결국 상당 수 기력을 소모하게 될 것이다.
그녀가 얼마나 많은 힘을 비축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선우에게 선택지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몇 번이고 베어내고 몇 번이고 재생시켜 기력을 다하게 만드는 것이다.
선우의 검강이 빛을 발했다.
슈우아아아
선우는 검강이 맺힌 검을 휘두르며 그녀에게 그대로 달려들었다.
챙
그녀는 앞다리를 들어 선우의 검을 막아서기 시작했다.
몸통보다 더욱 단단한 다리였다.
다리에는 생채기조차 나지 않았다.
'시발'
선우는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수컷 인면지주랑은 차원이 달랐다.
그 수컷은 다리가 튼튼하긴 했어도 베어지긴 하였는데, 암컷은 베이지 조차않았다
부웅
인면지주는 그대로 다리를 위로 들어 올려 검을 튕겨내었고 선우는 그대로 공중에 부웅 뜨게 되었다.
힘의 차이에 의해 나타난 현상이었다.
선우가 공중으로 붕 뜨자 인면지주의 반대 다리가 들어 올려 그대로 선우를 강타했다.
캉
거대한 굉음이 울리고 선우는 그대로 뒤쪽으로 오장이나 날아가버렸다.
슈우웅
퍽
그리고 뒤쪽에 시립해 있는 나무에 그대로 몸이 처박혔다.
"시이이바아알"
선우는 등쪽에 전해져오는 고통에 절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가까스로 검을 들어 후속타를 막내긴하였지만 충격까지 줄이지는 못하였다.
그결과 나무둥치에 몸이 처박힌 꼴이 된 것이다.
"좆같네 진짜"
답도 없는 상황에 선우는 욕설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무슨 힘이 저렇게 강하단 말인가
무슨 후속타가 저리 빠르단 말인가
암컷 인면지주는 강했다.
그것 상상이상으로 말이다.
그리고 반성했다.
잠깐이나마 수컷 인면지주와 동급으로 생각했던 자신에 대해서 말이다.
최소 화경급 고수를 상대한다는 생각으로 전력을 다해야했다.
벌떡
선우는 자리에서 다시금 일어나 자세를 잡았다.
이번에는 검기를 피어올렸다.
앞 발을 베어낼 수 없다면 막을 정도로 단단하면 되었다.
검강을 쓰는 것은 쓸데없는 내력낭비이리라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검강처럼 내력을 잔뜩 잡아먹는 기술은 내력을 지양해야했다.
선우는 풍진보를 밟았다.
그러자 신형이 활처럼 휘더니 이내 앞으로 튕기며 쏘아져나갔다.
궁신탄영(弓身彈影)의 경지였다.
오직 신법에 통달한 이만 보일 수 있다는 기예가 선우의 몸에서 발휘된 것이다.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속도로 쏘아져간 선우는 그대로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대로 베어버릴 작정이었다.
끼에에에엑
인면지주는 눈깜짝할새 자신에게 뛰쳐오는 선우를 보고 놀라 앞다리를 휘둘렀다.
쾅 쾅
하지만 선우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무리였는지 빈 공간만 내려칠 뿐이었다.
어느새 앞다리를 지나 몸통까지 도착하자
선우는 검에 내력을 때려넣기 시작하였다.
검기가 빛을 발하더니 더욱 두꺼워지기 시작하였다.
검강이었다.
촤아아악
끼에에에에엑
선우는 그대로 인면지주의 몸을 다시금 베어냈고 그녀의 비명소리가 온 숲속을 울리게만들었다.
선우는 멈추지 않았다.
촤아아악
촤아아악
몇 번이고 베어내고 또 베어냈다.
궁신탄영의 수법은 선우로서도 무척이나 부담가는 신법이었다.
풍진보를 극성으로 끌어올린 후 순간적인 폭발력에 기대에 몸을 쏘아내는 궁신탄영은 그전과는 비교불허할 정도의 속도를 자랑하기는 하였지만 몸에 부담이 너무갔다.
하지만 저 흉흉한 다리를 피해 그녀에게 접근하려면 이 수밖에 없었기 떄문이다.
본전을 뽑아야 했다.
자신의 몸에 부담이 간 만큼 그녀의 몸에 부담을 지워주리라
그렇게 생각을 마친 선우는 더 더욱 검속을 높여 그녀를 베어내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악
촤아아아악
계속되는 고통에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그녀는 입에서 독기를 뿜어,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히고 있는 선우를 흘려보내기 시작하였다.
부웅
선우는 다시금 궁신탄영을 발휘하여 그녀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났다.
물론 그녀는 그런 선우를 잡지 못하였다.
그녀의 뒷발을 허공만 휘두를 뿐이었다.
끼에에에에에엑
그것이 그리 분했는지 그녀는 비명을 질러 대었다.
"하아 하아 하아"
선우는 몸을 숙이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여유롭게 그녀의 공격을 피하긴 했지만 역시나 몸에 무리가 왔다.
풍진보를 극성을 끌어올려 궁신탄영의 수법을 두 번이나 연속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너무 빠르게 이동한 탓에 호흡이 딸려 호흡곤란이 왔다.
허벅지는 미칠 듯이 땡겨왔고 종아리와 발목에도 상당한 고통이 느껴졌다,
'아니야 , 아직은 괜찮아!'
선우는 다시금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래도 아직은 버틸만했다.
검황과 상대할 때와는 달리 희망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의 공격이 통하는 것이다.
선우는 다시금 검을 고쳐쥐었다.
이길 수만 있다면 몇 번이고 베어버릴 작정이었다.
선우의 검에 검기가 서리기 시작하였다.
*********
인면지주는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힌 눈앞의 존재에 대해 화가 잔뜩났다.
수백년간 적수를 모르고 살던 그녀였다.
원하면 뭐든 힘으로 빼앗았고 가질 수 없다면 부숴버리기를 반복하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상처를 입힌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더구나 그 상대는 자신의 반쪽을 죽여버린 자였다.
화가나지 않으면 그 또한 이상한 일일터였다.
앞발을 몇 번이고 휘둘렀지만 눈앞의 인간은 몇 번이고 자신의 공격을 피해내었다.
그것도 체감도 못할 속도로 이동하면서 말이다.
짜증이 났다.
상처 따윈 몇 번이고 재생하면 된다.
하지만 계속되는 고통이 그녀를 휘감았기 때문이다.
재생이 가능하다고 고통이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몇 번이고 베이면서 몇 번이고 생살이 갈라지는 고통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을 상처입히는 존재를 잡기위해
다시금 다리를 휘둘렀지만 그는 여전히 여유롭게 피할 뿐이었다.
독기를 내뿜어봤지만 사정거리에서 금방 벗어났기에 중독 시키기 힘들었다.
이대로는 안되었다.
저자를 잡을 방법이 필요했다.
거대한 거체는 튼튼한 대신 속도가 너무 느렸다.
날카롭고 흉흉한 다리들도 거슬렸다.
강력한 파괴력을 가졌으나 속도가 너무 느렸다.
더욱 작아지고 더욱 빨라져야할 필요가 있었다.
저 인간을 잡기위해서는 신체가 변화해야한다.
선우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일렁였다.
이내 하얀 빛이 그녀를 감싸기 시작하였다.
탈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