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화 〉 74. 사냥의 시간-2
선우는 빠르게 달려나갔다.
내력도 전부 회복되었고 음양조화신공의 화후는 더욱 깊어졌다.
더 이상 인면지주따위는 두렵지 않았다.
'기다려라 좆같은 벌레새끼야'
내단을 먹을 수 있는 천고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화가나지 않는다면 그것또한 이상한 일일터
얼마나 달렸을까
선우는 머지않아 인면지주와 격전을 치뤘던 장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뭐야!?"
장소에 도착한 선우는 당황하였다.
분명 머리통이 꿰뚫린 인면지주의 시체가 있어야하것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아있던건가?'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분명 인면지누는 머리통이 꿰뚫려죽지 않았던는가
뇌수를 잔뜩 머금은 칼이 빠져나오는 것까지 확인했던 참이었다.
'설마 누가 가져갔나?'
처음엔 입관자 중 누군가 인면지주의 시체를 가져갔나 싶었다.
'아니야, 가져갈거면 내단만 빼갔겠지.'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도리질 하였다.
인면지주의 시체 자체는 무엇하나 버릴 것 없는 훌륭한 재료였지만 십 척이 넘는 거체를 전부 들고가는 것은 무리였다.
만약 가져갈 생각이라면 내단만 가져가 취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범인은 다른 인면지주라는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인면지주의 시체를 옮길만한 존재는 뒤늦게 나타난 또 다른 인면지주 밖에 없었다.
자신이 죽인 인면지주보다 더욱 거대한 거체를 가지고 있는 그 녀석이라면 좀더 어렵지 않게 옮겼으리라
그렇다면 왜가져간 것일까
무덤이라도 만들어주려는 것인가
의구심이 들었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지금 중요한것은 자신이 목숨을 걸고 얻은 인면지주의 내단을 빼앗겼다는 사실 뿐이었다.
선우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자신의 먹잇감을 가로채간 인면지주에 대한 살기였다.
선우는 다시금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내단을 훔쳐간 암컷 인면지주를 잡아죽여야 했다.
************
"죽어라!"
당정은 살기를 흩뿌리며 당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챙
"흥, 웃기지마라!"
당산 또한 지지 않고 검을 들어 쇄도해오는 검을 받아치기 시작하였다.
그후 수 많은 검격이 오갔지만 마땅한 승부처는 나오지 않았다.
'이길 수 있어!'
당산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당정은 노려보았다.
비록 어깨가 꿰뚫리는 부상을 입긴 했지만 이는 당정도 마찬가지였다.
그 또한 천일묵갑으로 폭열겁화의 피해를 최소화하긴 했지만 모든 폭발력을 감당하는 것은 무리였을 것이다.
아마 상당한 내상을 입었으리라
도저히 넘지 못할 산으로만 보이던 당정이 이제는 어깨 어림정도로 느껴졌다.
그만큼 격차가 많이 줄었다는 의미이라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자신감이 차올랐다.
그 영향인지
당산의 검이 더욱 날카로워지기 시작하였다.
챙
"크흑"
반대로 당정은 침음성을 흘렸다.
한참이나 아래로봤던 당산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깨에 바람 구멍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당산의 검은 더욱 날카로워지기 시작하였다.
그에 반해 치명적인 부상은 막긴 했지만 폭발력에 여파로 내장이 꼬인 자신은 검이 무뎌지기 시작하였다.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고작 당산따위에게 고전하고 있는 자신과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가득 차 있는 당산의 표정이 말이다.
당정은 검에 내력을 더욱 실었다.
더욱 지치기 전에 끝낼셈이었다.
챙 챙 챙
수 많은 검격이 오가며 금속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당정과 당산이 생사결을 벌이고 있던 그때
이공자 당도욱은 멀리서 그들의 혈투를 조용히 관망하고 있었다.
나무 위에 자리를 잡은 당도욱은 무척이나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래, 싸워라 멍청이들아.'
당도욱 그들끼리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 무척이나 기꺼웠다.
가장 유력한 후보 둘이 혈전을 벌이니 기쁘지 않을 수가 있었다.
'멍청한 놈들, 벌써부터 저리 싸우다니.'
당도욱은 그들을 내심 비웃었다.
당정과 당산은 가장 유력한 후보인만큼 적들이 많았다.
같이 손잡고 다른 후보들을 정리해도 모자랄 판국에 감정에 휘말려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멍청하기 그지없는 짓이었다.
만약 자신이었다면 동맹을 제안하고 나머지 후보들을 쓸어버리라
하지만 저 둘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감정에 휘말려 그릇 된 선택을 하게된 것이다.
"크크크크큭"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아마 둘 중 승자가 나온다하더라도 상태가 온전치는 못할 것이다.
그럼 자신은 지친 녀석을 상대하면 되는 것이다.
이 간단한 사실을 망각하니 죽어도 쌌다.
'너희들같은 멍청이들한테는 소가주 위는 어울리지 않는다! 북망산에나 오르거라.'
당도욱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황새와 조개가 싸우면 결국 승리자는 어부가 되는 법
승자는 자신이었다.
당도욱에 승리를 자신하던 그때였다.
끼이익 끼이이이익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름돋는 소리가 귀를 강타하였다.
'뭐야!?'
당황한 당도욱은 주위를 돌아봤지만 무엇하나 보이지 않았다.
'착각인가?"
착각인가 싶어 다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끼이이이이익 끼이이이이이익
다시금 끔찍한 비명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더구나 이번에는 좀더 선명하였다.
오싹
순간 당도욱은 등골이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당도욱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볼수 있었다.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말이다.
"허어"
당도욱은 저도 모르게 감탄성을 내질렀다.
그동안 살면서 저리도 아름다운 여인은 본적이 없었기때문이다.
반달처럼 휘어진 눈매와 똘망똘망한 눈동자 ,오똑한 콧날 , 앵두처럼 붉은 입술까지
아름다움의 극치라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외모였다.
독서시라고 불리우는 사천제일미 당서윤쯤은 되야 비벼볼 수 있으리라
연신 감탄하던 그는 이내 이상함을 느꼈다.
저리 아름다운 여인이 어째서 고독관에 있는 걸까
고독관 내부는 독기가 가득차 있기 때문에
독공을 익히지 않은 이가 들어온다면 즉시 중독되어 생을 마감하게 된다
독공을 익힌 것일까
또 다른 의문점은 어찌 자신에게 접근했냐는 것이었다.
아직 초입이긴하지만 엄연히 절정의 경지에 오른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이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당도욱이 복잡한 시선을 그녀에게 보내자
그녀는 화사하게 웃었다.
그 모습에 당도욱은 눈이 몽롱해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입을 떼었다.
"소저 , 혹시...."
콰압
하지만 당도욱은 말을 끝마치지 못하였다.
화사하게 웃던 여인의 입이 좌우로 쭉 찢어지더니 이내 그의 머리를 삼켰기 때문이다.
콰득 콰득 콰득
당도욱의 머리를 삼킨 여인은 날카로운 이빨로 당도욱의 머리를 씹어먹었다.
콰득 콰득 콰득
이내 당도욱의 머리통을 전부 먹어버린 여인은 남아있는 몸을 그대로 삼켰다.
머리부분은 별미라 직접 씹어먹었지만 몸통은 그닥 맛이 없었기에 그냥 한꺼번에 소화시킬 생각이었다.
끼이이이이이익
그녀는 기쁜 듯이 비명같은 울음소리를 내었다.
독기가 더욱 불어났다.
새로운 인간들은 그녀를 더더욱 강해지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녀는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 더욱 강한 독기들이 느껴졌다.
***********
"후욱 후욱 후욱"
"허억 허억 허억"
당정과 당산은 깊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오래된 격전으로 인해 둘다 지치고 만것이다.
'망할'
당정은 속으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이미 내상 입은 상태로 한계까지 몰아부친 신체였다.
지치지 않는다면 그 또한 이상하리라
고작 당산따위 자신을 이토록 고전시킬 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입관 전만해도 절정 중경에 지나지 않던 녀석이라 얕보고 있었지만 그는 성장하였고 자신과 대등해졌다.
그렇지만 질수는 없었다.
당산은 무공은 자신보다는 조금 뒤쳐졌지만 사람을 끌어모으는 인품과 삼공자인 당기문 다음가는 학문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였다.
자신이 그보다 뛰어난 것은 무공뿐이었다.
하지만 질투가 나지는 않았다.
무림세가에서 무공만큼 중요한게 어디있겠는가
오히려 모든 것이 애매한 당산을 비웃었다.
그런데 지금 당산이 무공으로 자신을 이기려고 하고 있다.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만약 무공마저 역전 당하게 된다면 자신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당산한테만킁은 지고 싶지 않았다.
각오를 다진 당정은 검에 내력을 불어넣었다.
그런데 그 양이 범상치 않았다..
당정은 단전에 남아있는 모든 내력을 오로지 검을 향해 불어넣었고 또 불어넣었다.
이내 내력이 가득 담긴 검에서 유형화된 기운이 피어오르더니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검기劒氣였다.
독공의 고수인 당정이 검기를 피어올린 것이다.
당산은 경악하였다,
애초에 독기를 피어올리는 것과 검기를 피어올리는 것은 비슷하기는 하나 전혀 다른차원의 일이었다.
때문에 오직 검으로 절정에 오른 검수만이 검기를 피어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당정이 검기를 피어올린 것이다.
검기를 피어올린다는 것은 당정이 검술이 절정의 검수 수준으로 숙련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꿀꺽
당산은 침음성 삼켰다.
피해야했다.
자신에게는 검기를 막아낼만한 것이 무엇하나 없었다..
살아남기위해서는 어떻게든 저 시퍼렇게 날이 서 있는 검기를 피해야만 했다.
아마 저 검기는 당정의 최후의 한 수일 것이다.
이미 내력은 고갈 됬을 것이 분명하였다.
단 일검만 피한다면 자신에게도 승산이 있었다.
슈아아아악
당정의 검이 날아왔다.
눈이 부실정도로 새아햔 빛이었다.
당산은 모든 내력을 용천혈에 흘려보냈다.
신법에 모든 것을 걸어볼 참이었다.
'온다'
당정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하였다.
여덟자...다 섯자...세자
'지금이다!'
당산이 뒤로 튀어오려고 할때였다.
퍽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나며 그의 얼굴에 피가 튀었다.
당산은 정면을 보았다.
정면에는 머리 없는 당정이 검을 쥐고 서있었다.
"어?"
믿기지 않을 돌발 상황에 당산은 멍하니 당정의 시체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좌우로 고개를 돌려봤다.
끼이이이이이익 끼이이이이익
고개를 돌리니 저 멀리서 수풀 사이에 왠 여인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웃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당산은 순간 오싹함이 몰려들어왔고 그덕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저 여자인 것이다.
당정은 죽인 것은 말이다.
어떻게 라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그리고 이내 당정의 사인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주위에 피가 잔뜩 묻은 돌 하나가 굴러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정은 돌팔매질로 죽은 것이다.
당산은 의문이 들었다.
그가 지치긴 했지만 엄연히 절정의 고수였다.
자신에게 향한 공격이라면 충분히 감지했을터였다.
그런 그가 공격을 당했다는 것은 저 여자가 당정이 인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돌을 날렸다는 말이 된다.
두려움이 절로 일어났다.
죽는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
당산은 재빨리 몸을 돌리고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이미 체력과 내력이 고갈되어 빠른 속도는 낼 수 없었지만 도망가야했다.
자신은 저 여자를 상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도망치는 것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생각을 마친 당산은 그저 뛸 뿐이었다.
살겠다는 일념하에 말이다.
하지만 그의 살겠다는 일념이 무너지는데는 얼마걸리지 않았다.
수풀사이에 얼굴을 내밀던 여인은 몸을 일으켰다.
이내 아름다운 얼굴과는 정반대의 괴악한 신체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십오척은 되어보이는 거대한 몸, 거대한 몸을 감싸고 있는 묵빛 갑각, 날카롭기 짝이 없는 거대한 다리
모습을 드러낸 여인의 정체는 인면지주였다.
그녀는 재빨리 도망가고 있는 당산을 쫓아가기 시작하였다.
쿵 쿵 쿵 쿵
땅이 울리고 거대한 굉음이 퍼지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이이이익!!
인면지주의 소름돋는 울음소리 또한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끄으으윽"
그 소리를 들은 당산은 공포에 젖어들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든 빠르게 도망가야하것만 야속한 다리는 말을 듣지 않았다.
갈수록 땅의 진동과 굉음이 커져가기 시작하였다.
절망이 들었다.
쿵 쿵 쿵 쿵 쿵
땅 진동이 지척까지 느껴졌다.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당산은 젖먹던 힘까지 모두 뽑아내며 달렸지만 소용없었다.
끼이이이이이익
저 빌어먹을 비명소리가 마치 옆에서 들린 것처럼 귓가를 울렸기때문이다.
그는 절망하였다.
".....어머니"
당산은 어머니인 금적화를 떠올렸다.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촤아아아악
어느새 지척까지 따라온 인면지주의 다리가 당산의 허리를 갈라버렸다.
당산의 허리는 마치 두부 가르듯 부드럽게 잘려졌다.
당산은 상하가 분리된 채 그대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대공자 당정
이공자 당도욱
사공자 당산
유력한 소가주 후보로 거론되던 이들이 모두 인면지주 단 한 마리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끼이이이이익
인면지주는 기쁜 듯이 비명을 질러대었다.
콰득 콰득
그리고 기쁜 듯이 당산의 머리를 씹어먹기 시작하였다.
먹을 것이 많은 날이다.
********
"끄윽"
독에 중독된 동곽은 절망에 빠졌다.
숨 쉴때마다 피가 토해져 나왔고 온몸에는 진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하였다.
극독에 중독 된 것이리라
어쩌다 이리 된 것일까
동관은 당가의 소가주후보를 죽이기 위해 고독관에 잠입한 오독문도였다.
이재원에 의해 멸문당한 오독문은 절치부심으로 그에게 복수할 칼날을 갈았고 자취를 감췄던 오독문주 독마가 나타나면서 복수를 실행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소가주 후보들을 전부 죽이는 일이었다.
대를 끊는 것만큼 가문에 치명적인 일은 없으리라
때문에 고독관에 잠입하여 때를 기다리던 차
나타난게 눈앞의 남자였다.
어떻게 그가 이곳에 나타난 것일까
그들의 계획이 성공했다면 그는 이곳에 나타나서는 안되었다.
동관은 자신을 중독시킨 이를 바라보았다.
얼굴의 반절 짓 뭉개져 있었고 수염이고 머리고 전부 타버려 까맣게 그을린 모습에, 여기저기에는 화상자국과 진물이 흘러내렸으며 팔 한쪽은 어디다 놓았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화상과 탄 모습이 낯설었지만 동곽은 알아볼 수 있었다.
눈앞의 남자가 천하제일독인이라고 불리던 독왕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말하거라. 독마는 어디있느냐?"
당진철은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으며 말을 이었다.
그의 주위로 엄청난 독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