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 73. 사냥의 시간-1
토굴에 들어선 선우는 눈을 감은 채 가부좌를 틀고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였다.
유형의 기운이 선우의 몸에 피어오르더니 이내 그 주위를 휘감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농후하기 짝이 없는 밀도였다.
우우우우웅
선우 주위를 휘감았던 기운들이 머리 위로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유동적인 움직임이 펼쳤다.
그리고 이내 모여든 기운들이 머리 끝에 고리 형태를 취하기 시작하였다.
고리는 하나 둘 씩 늘어나더니 이내 다섯 개의 고리를 완성시켰다.
오기조원五汽朝元이었다.
슈우우우욱
다섯 개의 고리는 맹렬히 회전하며 주위에 기파를 퍼트리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웅
공명음이 토굴 전체를 뒤흔들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웅!
.
.
.
.
.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공명음이 가라앉혀지고 다섯 개의 고리들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고리가 전부 사라지자
번쩍
선우가 눈을 떴다.
그의 눈에는 정광이 가득하였다.
붕붕
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팔을 한번 돌려봤다.
가벼웠다.
상당히 가벼웠다.
쿵
가볍게 제자리에서 뛰어봤다.
"윽"
너무 높게 뛰어오른 선우는 토굴 천장에 머리를 박았고 머리위 흙이 우수수 떨어졌다.
'됐다.'
선우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인면지주와 싸우면서 소모된 내력을 전부 회복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음양조화신공의 화후가 더욱 더 깊어졌다.
아마 인면지주의 독기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성장이 있었으리라
우드득 우드득
선우는 가볍게 목을 좌우로 토굴 밖을 쳐다봤다.
해가 지고 있는 걸보니 벌써 반나절은 지난 듯 싶었다.
선우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몸이 회복되자 아까 미처 챙기지 못한 인면지주의 내단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속이 쓰라렸다.
그것만 흡수했어도 만독불침까지는 아니더라도 천독불침은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또 다른 인면지주에 대한 원망이 새록 새록 올라왔다.
설마 한마리가 더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만약 두 마리를 상정하고 싸웠다면 모든 걸 쏟아붓지는 않았으리라
선우는 눈을 빛냈다.
모든 회복은 끝났다.
이제 사냥의 시간이다.
선우는 토굴 밖으로 나갔다.
*************
"허억...허억..허억"
"허억...허억....허억"
대공자 당정과 사공자 당산 서로 마주보며 거친 숨결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들은 고독관에 해매던 중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생사투를 벌이게 되었다.
"크흐흐흐 겨우 이정도로 소가주 위를 노린 것이냐?"
뛰어난 무공으로 승기를 잡고 있는 당정이 말하였다.
"하아 하아 강하긴한데 도저히 못넘을 것 같지도 않네."
당산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
둘다 절정이라는 경지에 오른 기재였지만 원래는 당정의 경지가 살짝 위였다.
그는 이미 절정 최상위 단계를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산은 당서윤을 통해 인면지주의 독기를 품게되면서 만류귀원신공을 6성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 또한 절정의 최상위 경지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서로 독기에 중독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 갓 절정 상경에 오른 당산과 절정 상경에 오른지 시간이 지난 당정 사이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당산은 쉴새없이 숨결을 토해내고 있었지만 당정은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아우야, 지금이라도 항복을 한다면 곱게 보내주마 탈관하거라."
당정은 짐짓 위엄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실상은 방심하는 순간 뒤통수를 칠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개소리마, 여기까지와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다."
당산은 검을 고쳐쥐었다.
이대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그리고 무공으로 판가름 날거면 뭣하러 고독관을 열었겠는가
당산은 다시금 당정에게 달려들었다.
"어리석은 녀석!"
당정은 코웃음을 치며 당산의 검을 맞받아쳤다.
당산이 꽤나 강하긴하지만 자신에게는 상대가 안되었다.
자신이 누구던가
당가의 대공자이자 초절정을 바라보는 절정 상경의 고수가 아니던가
질리가 없었다.
캉 캉 캉
당정의 검이 거칠게 몰아치기 시작하였다.
"크윽"
당산은 신음성을 흘렸다.
당정의 검과 부딪힐때마다 상당한 거력이 그의 몸에 충격을 줬다.
"크하하하하하 패기 넘치는 모습은 어디것이냐!"
당정은 신이나 소리를 쳤다.
그 도도하기 짝이없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니꼽던 녀석이었다.
언제고 버릇을 고쳐줄 생각이었것만 이렇게 기회 오니 좋지 않을리 없었다.
검속은 더욱 더 빨라졌고 당산의 신음성은 더욱 커졌다.
챙강
당정의 검에 담긴 거력을 견뎌내지 못한 당산은 그만 검을 놓치고 말았다.
당정은 쾌재를 불렀다.
"끝내주마!"
당정은 쾌속하게 그의 왼쪽가슴 노리고 검을 내질렀다.
심장을 꿰뚫을 속셈이었다.
"큭"
하지만 아쉽게도 검이 닿는 순간 당산이 몸을 틀어 심장이 아닌 어깨를 꿰뚫어버렸다.
"쯧"
당정은 아쉬운 침음성을 삼켰다.
"한끗만 더 갔어도 심장이 꿰뚫렸을텐데 아쉽네."
그래도 멀쩡한 어깨를 뚫어버렸다.
당가의 도련님이 언제 칼침을 맞아봤겠는가
분명 절망에 물들었으리라
당정은 고개를 들어 당산의 표정을 살폈다.
절망 어린 표정을 감상할 생각이었다.
씨익
하지만 당산은 웃고 있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당정은 황급히 검을 회수하려하였다.
"음?"
하지만 뽑히지가 않았다.
순간 당정은 당황하였다.
갑자기 검이 왜 뽑히지 않는단 말인가
당산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길죽하게 생긴 죽통이었다.
"폭열천겁爆烈天劫!?"
놀랍게도 그가 꺼낸 것은 폭열천겁이라고 불리우는 암기였다.
폭열천겁은 길죽하게 생긴 죽통 모양의 암기로 내부에 어마어마한 폭약을 내재시킨 후 뒤에 달린 줄을 당겨 터트리는 일종의 폭탄이었다.
비록 사정거리는 짧지만 그 파괴력만큼은 절륜하였기때문에 과거 자주 사용되었던 암기였다.
하지만 현재는 화약의 제조가 국법으로 엄격히 금지되있기 때문에 제조법만 남아있고 제작은 되지 않고 있는 비운의 암기였다.
그런 그 암기를 어째서 당산이 갖고 있다는 말인가
당정은 매우 기겁하며 검을 놓고 도망가려고 하였다.
펑
하지만 이미 늦었다.
뒤에 달린 줄을 당기자 폭열천겁이 터져나가면서 엄청난 굉음과 폭발이 터져나왔고 당정의 몸에 폭발이 직격으로 강타하였다.
"크아아아아악!"
당정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날아가버렸다.
쿵
이내 날아가버린 당정이 땅바닥에 곤두박칠을 쳤다.
"하아 하아 하아"
당산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크윽"
화끈거리는 고통에 왼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폭열천겁의 반동을 견디지 못하고 갈가리 찢어져 있었다.
그리고 꿰뚫린 왼쪽 어깨에는 여전히 검이 꽂혀져있었다.
당산은 갈가리 찢긴 오른 손을 들어 검을 빼내었다.
챙그랑
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던져버렸다.
검을 빼자 극심한 고통이 찾아왔다.
당산이 가진 폭열천겁은 단 한 대밖에 없었기 떄문에 무조건 먹힐 수 있는 조건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여기저기에 상처가 가득찼다.
하지만 당정을 죽일 수만 있다면 남는 이또한 장사이리라
툭
당산은 그대로 폭열천겁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애초에 일회용이기 때문에 더 들고 있다하더라도 무용지물이었기 때문이다.
"후우 후우 후우"
당산은 호흡을 고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결국 승리한 것은 자신이었다.
기지를 발휘하여 유력 후보인 당정을 죽여버린 것이다.
털썩
당산은 그대로 주저앉아버렸다.
긴장이 풀린 탓이었다.
당산은 앉은 김에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었다.
만류귀원신공을 운용하여 최대한 빨리 몸을 회복시킬 심산이었다.
그런데
들썩
들썩
귀에 무언가 들썩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오싹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낀 당산은 재빨리 눈을 떴다.
그에 눈에 보이는 것은 죽었을 것이 분명한 당정의 시체가 들썩이는 모습이었다.
"쿨럭 쿨럭"
이내 당정의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죽지 않았던 것이다.
"당산 , 이 개같은 자식이!"
벌떡
당정은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감당치 못한 분노가 차올랐기 떄문이다.
'분명 폭열천겁을 정면으로 맞았을터, 그런데 어떻게 버틴거지!?'
그 모습을 본 당산은 기겁하며 당정을 쳐다보았다.
폭열천겁의 위력이라면 몸통에 정면으로 맞는 순간 몸 속에 내장까지 화마가 침투해 전부 녹여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도 멀쩡한 모습이 아닌가
당산은 의아한 듯 당정을 바라보았다.
"크크큭 머리를 썼구나 아우야 그런 귀물을 준비하다니 말이야, 하지만"
찌직 찌직
당정이 옷을 찢으며 말을 이었다.
"귀물을 준비한 것은 너뿐만이 아니다."
옷이 찢어지고 그곳에는 여기저기 금이 가 있는 묵빛 갑옷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천일묵갑!?"
천일묵갑은 과거 천일야장이라고 불리우는 당가의 장인이 만들어낸 당가의 보물 중 하나였다.
천일 간의 단련 끝에 만들어진 천일야장의 최후의 역작이었다.
방어력 워낙 뛰어나 무림맹주조차 빌리길 청하였다는 말이 있을 정도의 갑옷을 당정이 입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천일묵갑이라 하더라도 버텨내는게 고작이군."
쩌적
파스스
당정이 입고 있는 천일묵갑의 금이 더욱 커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부숴지기 시작했다.
폭엽천겁를 정통으로 맞은 댓가이리라
"천일묵갑은 세가 내 비고에 있을터 그것을 어찌 네가 입고 있지!?"
당산은 당황한 듯 되물었다.
"그건 네놈의 폭열천겁도 마찬가지일텐데?"
당정의 대답에 당산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또한 암기고에 손을 댄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당산 이개자식아 넌 죽었어."
당정은 만류귀원신공을 운용하였다.
이내 새하얀 검신에 내력을 받아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당산의 등에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득보다 실이 많을 듯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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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
"헉..허억..."
"허억,...허억..."
숨 넘어갈 듯한 소리가 온 사방에서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묵빛 야행복을 입은 수많은 이들이 땅에 널부러져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앞에는 한 노인이 무표정한 모습으로 가만히 보고 있을 뿐이었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게냐!"
개 중 그나마 멀쩡했던 당주기가 노인을 삿대질하며 말을 이었다.
당주기는 절망하고 있었다.
당도욱을 지지하는 당주기를 비롯한 장로들은 고독관에 잠입하였다.
부정이라는 사실도 걸리게 된다면 죽음 면치 못한다는 사실도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무공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당도욱 고독관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조력자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자신 뿐이 아니였는지 대공자 당정의 파벌에 속해있는 대원로 당학주와 원로들 또한 고독관에 입관하였고 서로 대치하게 되었다.
후계 경쟁에 끼어든 것은 두 파벌 다 마찬가지였다.
서로 할말은 없었다.
대치하던 그들은 머지않아 혈투가 벌이게 되었다.
당주기는 당학주를 맡았고 나머지 장로들과 원로들이 서로 견제하며 싸움을 벌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싸움이 거의 극에 치달았을 때쯤 나타난 것이 저 노인이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노인은 단 한 수만에 대원로 당학주를 독물로 만들어버리고 두 수만에 전원을 다 중독시켜버렸다.
말도안되는 일이다.
당학주가 누구란 말인가
아무리 지친 상태라지만 그는 과거 사천의 호랑이라 불리울 정도로 무공이 강성한 자가 아니던가
그는 초절정 상경에 오른 고수였다.
그런데 그가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가 죽은 후 그들이 대비하기도 전에 수많은 장로들과 원로들이 저 노인의 손에 중독되어버렸다.
그것도 반항 한 번 못해보고 말이다.
아무리 저자는 과거 당가주 이전에 천하제일독인이라고 불리웠던 자였다해도 말도안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지쳐있었다지만 초절정에 이른 고수 수십을 한 번에 중독시켜버리다니
거기다 그들 중 둘은 절대지경을 바라보는 초절정 상경이었다.
당혹스러움과 공포감이 절로 들었다.
자취를 감춘 동안 대체 얼마나 강해졌다는 말인가
당주기는 의문이 들었다.
어째서 저 노인이 별안간 고독관에 나타났단말인가
저자는 이미 20년 전 자취를 감췄던 이가 아니던가
왜 하필 후계 경쟁을 하고 있는 고독관에 나타났단 말인가
그것도 자신들이 끼어들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고 말이다.
의구심이 생기자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그분의 명이다."
당주기의 물음에 노인은 이유를 무척 간단명료하게 말해주었다.
"당가를 지우라고 하더군"
"대체 누가 감히?!"
당주기의 언성이 높아졌다.
누가 감히 중원제일세가라고 불리우는 사천당문을 멸문시키라고 하겠는가
당주기의 물음에 노인의 자글자글 주름 가득한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서...설마!?"
그 미소에 불안감을 느낀 당주기가 노인에게 되물었다.
"그래, 천마다."
노인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천마대제께서 부활하신것이다."
당주기의 낯빛이 흙빛으로 변하더니 이내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게 되었다.
노인은 그런 당주기의 변화를 웃으며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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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이이익 끼이이이이익
고독관 내부에 기괴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흉흉하기 짝이없는 날카로운 여덟 개의 다리 그리고 십 오척은 넘을 것같은 거대한 거체 그리고 그 거대한 거체를 감싸고 있는 묵빛의 갑각 마지막으로 선녀를 뺴다박은 아름다운 얼굴까지
기괴하기 짝이 없는 소리를 내는 것의 정체는 인면지주였다.
그녀는 땅에 대고 냄새를 맡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하나 밖에 없는 반쪽을 죽인 원수를 찾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원수와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자들이 워낙 많아 찾기가 힘들었다.
결국 그녀는 하나하나 찾아가 죽이는 방법을 택하였다.
모두 상당한 독기를 품고 있어서인지 꽤나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더욱 더 후각을 예민하게 활성화 시키기 시작했다.
만약 꾸물거리다 원수를 놓치게 된다면 평생을 후회하리라
킁 킁
그리고 머지않아 강한 독기가 느껴지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저기일 것이다.
원수였던 자는 상당한 독기를 품고 있던 자였다.
저곳에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인면지주는 그곳으로 방향을 돌린 후 재빠르게 달려갔다.
쿵 쿵 쿵 쿵
십 오척은 넘을 것 같은 거체가 바람과 같은 속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사냥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