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화 〉 69.당가풍운唐家風雲-3
당방한의 녹빛 독기가 그대로 고월에게 덮쳐들었다.
초절정의 이른 당방한의 독기 답게 지독하기 짝이 없었다.
고월은 덮쳐드는 독기를 검강으로 그대로 베어렸다.
샤아아악
검강에 닿은 독기는 곧이어 흩어져버렸다.
"역시 초절의 경지에 닿은 자였군."
"그럼 내가 무슨 자신으로 이곳까지 왔겠어?"
당방한의 말에 고월은 코웃음을 쳤다.
"입만 산 놈인줄 알았느니라"
"나이를 처먹어서 그런지 사태 파악이 늦나보네?"
고월의 조롱기 어린 말에 당방한은 얼굴이 붉어졌다.
"노오옴! 말본새가 더럽구나, 이것도 받아보거라!"
말을 마친 당방한은 신법을 발휘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그대로 녹빛으로 물든 손을 뻗었다.
독장이었다.
그모습은 바라본 고월은 씨익 웃었다.
골방 처박혀서 무공만 익힌 것처럼 생긴 주제에 생각보다 공세가 날카로웠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고월은 그대로 발을 뻗어 당방한의 가슴을 걷어찼다.
"크윽"
발로 걷어차인 당방한은 그대로 뒤로 날아가버렸다.
탁
"........."
가까스로 자세를 잡고 착지한 당방한은 소름이 돋았다.
고월은 선공先攻을 가한 자신의 공격을 후공後攻으로 받아쳤다.
후발선제 묘리라니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좀더 재밌게 해봐."
당방한이 어안벙벙해하고 있자 고월이 심드렁히 말하였다.
기세나 경지는 그럭저럭 높은 것 같은데 나이 때문인지 신체반응 속도가 느렸다.
갑자기 관심이 팍 식었고 실망감이 들기 시작했다.
"노오오옴!"
그의 심드렁한 반응을 알아차린 것일까
당방한은 품속에서 암기를 꺼내었다.
혈비접이었다.
혈비접은 나비모양의 암기로 몸에 박히는 순간 혈도까지 파고들게된다.
그 후 날개 짓을하며 몸 속에 모든 혈도를 찢어발기는 무시무시한 암기였다.
중원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위력적인 암기였다.
본래 암기란 정체를 모를 경우 더욱 빛을 발하는 법이지만 혈비접은 달랐다.
정체를 모르면 더 좋겠지만 안다해도 소용없었다.
박히는 순간 대비할 수 있는 것은 없었으니까
혈도가 찢겨져 나가면 혈도를 회복할 때까지 내력을 운용할수가 없어진다.
무인으로서는 치명적인 상태가 되는것이다.
"그게 혈비접인가?"
"흥, 보는 눈은 있구나 맞다 이녀석이 네놈을 지옥으로 안내해줄 혈비접이다!"
피슝
당방한은 말과 함께 그대로 혈비접을 고월에게 던져버렸다,
혈비접은 빠른 속도로 날개짓을 하며 고월에게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상하좌우로 살랑거리며 날아오는 혈비접은 어느 경로로 날아오는지 예측하기 힘들었다.
또한 그 속도가 꽤나 빨랐기에 피하기가 힘들것 같았다.
'쳐낸다.'
고월은 이리저리 방향을 바꿔가며 날아오는 혈비접을 눈으로 쫒았다.
그리고 혈비접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자 서슴없이 검강을 휘둘렀다.
챙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혈비접이었지만 초절정에 이른 그의 시야를 벗어날 수 는 없었다.
고월은 가볍게 혈비접을 쳐냈다.
"뭐 이딴 허접한"
고월은 허무한 공격에 욕짓거리가 내뱉었다.
초절정에 이른 고수길래 기대했것만 암기를 날리기전에 대놓고 말해주는 미친놈이 아니던가
비무도 아닌 결투에서 말이다.
실전경험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전형적인 골방 고수가 분명하리라
하지만 그는 자신의 예측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데 얼마 걸리지가 않았다.
다시금 욕짓거리를 내뱉기 위해 당방한을 쳐다보았을 때였다.
삼 장정도 떨어져 있던 당방한이 코앞까지 다가 온 것이다.
"응?"
"죽어랏!"
퍽
어느새 거리를 좁힌 당방한이 그의 좌심에 독장을 박아넣었다.
고월이 혈비접에 시선을 뺏긴 사이 빠르게 접근하여 독장을 내지른 것이다.
"큭!"
독장을 정통으로 맞은 고월은 그대로 뒤로 쭈욱 밀려나더니 이내 무릎을 꿇었다.
상당한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됐다!'
당방한은 쾌재를 불렀다.
자신의 회심의 일격이 정통으로 먹혀든 것이다.
"쿨럭, 애초부터 혈비접은 허수虛手였나?"
고월이 죽은 피를 뱉어내며 말을 이었다.
"끌끌, 애초에 혈비접은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니라."
사실이었다.
애초에 혈비접이라는 암기는 허수를 위해 만들어진 암기였다.
박히는 즉시 혈도를 파괴한다는 것은 사실이였지만 맞지 않으면 의미없는 암기였다.
애초에 혈비접은 날아갈때조차 특출나게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암기는 아니였다.
적당히 빠른 속도로 나풀거리며 여기저기 날아가기 떄문에 예측하기 힘들 뿐 집중만 한다면 얼마든지 쳐낼 수 있는 속도였다.
그렇기에 당가는 혈비접에 대한 소문을 내었다.
무척이나 무시무시하게 말이다.
안그래도 많은 이들이 당가의 암기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던 차였다.
사람들을 혈비접이란 암기 자체의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혈비접이라는 허수에 속아 목숨을 잃게 되었던 것이다.
눈앞의 고월도 마찬가지였다.
혈비접이라느 뜬소문에 집중한 나머지 자신에 대한 방비를 소홀히 하였다.
그결과 이렇듯 좌심에 독장을 맞고 쓰러지게 된 것이다.
당방한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초절정에 이르면서 더욱 더 강력해진 독기였다.
그 독기를 농축시키고 농축시켜 쏘아 낸 독장을 정통으로 맞았으니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때였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고월이 미친 듯이 웃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웃었을까
뚝
고월은 어느새 웃음을 멈추고 당방한으로 곧은 눈으로 응시하였다.
"이거 골방에 처박혀서 무공만 익힌 노인네인줄 알았더니 늙은 너구리였구만"
그의 웃음소리에 당방한은 당황하였다.
바위를 부수고 쇠를 녹일정도로 강력한 독기였다.
그런데 그런 독기를 정통으로 받아놓고 저리 멀쩡하다니
말도안되는 일이었다.
"얕봐서 미안하다."
땡그랑
말을 마친 고월은 이내 검을 뒤로 던져버렸다.
"뭐하는 짓이지?"
검수가 검을 던지다니 이게 무슨 행태란 말인가
이내 고월의 주위에 심상치 않은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섬뜩
그 모습을 본 당방한은 등골에 오싹함을 느꼈다.
안그래도 흉흉했던 기세가 더욱 더 끈적하고 농밀하게 바뀌기 시작하였다.
대체 무슨일이 일어나는 것인가
"쯔쯧, 차라리 독장을 미끼로 하고 혈비접을 박아버렸으면 승산이 있었을 것을"
고월은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친거야"
말은 마친 고월에 몸에서 흑빛의 독기가 뿜어져나오기 시작하였다.
"독공!?"
당방한은 고월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기를 보고 경악하였다.
고월은 검공뿐아니라 독공까지 익힌 이였던 것이다.
"원래 이쪽이 주 전공이야."
뿜어져나오는 독기가 더욱 강렬해졌다.
당방한은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아무리 독공을 익혔다하더라도 독장에 적중당하면 상당한 피해를 입기마련이다.
그것도 초절정에 이른 자신의 독장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잠깐 무릎을 꿇었을 뿐 금방 신색을 회복하여 독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이럴 경우는 단 한가지 밖에 없었다.
바로 상대가 자신보다 높은 경지에 오른 독공의 고수일 경우이다.
"왜 말이 없지?"
고월은 당방한을 보며 말을 이었다.
재밌어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고월에 물음에도 당방한은 답이 없었다
고민에 빠졌기 때문이다.
타 무공의 경우 같은 초절정에 경지 이른 자라면 다소 실력 차가 있다하더라고 여러가지 변수에 따라 승패가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독공의 경우 같은 초절정에 이르렀다해도 하경 , 중경 , 상경 간의 상하관계가 완벽히 성립하게 되어버린다.
이는 경지가 높을 수록 깊은 독을 품기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하위독으로는 상위 독을 품고 있는자에게 피해를 줄 수 없었다.
그렇기에 고민에 빠진 것이다.
고월은 자신보다 확연히 경지가 높은 독공의 고수였던 것이다.
자신이 가진 독으로는 고월에게 피해를 줄 수 없었다.
'젠장'
당방한은 속으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도저히 답이 안보였기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지금 이자를 막지 않는다면 수많은 당가의 식솔들이 죽게 될것이다.
그럴 순 없었다.
당한방은 품안에서 암기를 꺼내들었다.
"발악이라도 할셈인가?"
고월의 독기가 진해졌다.
그리고 당방한을 덮쳐들기 시작했다.
당방한은 만류귀원신공을 운용하며 최대한 독기에 저항하였다.
그리고 암기들을 투척하기 시작하였다.
슈욱 슈욱 슈욱 슈욱
품안에 있던 수많은 암기들이 고월을 향해 날아갔지만 소용없었다.
암기들이 그에게 닿기도전에 독기에 녹아내렸기때문이다.
"크하하하 좀더 노력하라고 당가의 늙은이"
고월은 귀여운 아기의 재롱을 보듯이 당방한을 조롱하였다.
당방한은 분하였지만 무엇하나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애초에 당방한은 암기보단 독공을 주력으로 하는 무인이였기에 여분의 암기또한 많지 않았다.
"크흑"
만류귀원신공으로 어찌어찌 버티고 있던 독기들이 조금씩 몸에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위험하였다.
이대로 가다간 골수까지 독기가 미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독에 집중했다간 저 고월에게 틈을 내주고 만다.
'어쩔 수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당방한은 이내 생각을 정리했다.
자신이 죽더라도 저 남자를 길동무 삼아야한다.
그는 독기를 억누르고 있던 내력을 개방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쥐고 있던 암기를 꺼내들었다.
당가의 명인이 만든 비수였다.
본래 투척용이긴 하나 독기가 통하지 않는 고월을 상대할 수 있는 무기는 이것밖에 없었다.
당방한은 비수에 내력을 집중시켰다.
우우우우웅
엄청난 내력이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오오오"
그 모습에 고월은 감탄하였다.
독기가 통하지 않는다것을 깨닫고 방법을 달리한 듯 하였다.
비수에 강기가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당방한은 휘몰아치는 독기를 정면으로 받아내며 그대로 고월에게 달려들었다.
고월에 독기에 옷이 녹기 시작하였고 머리털과 수염이 녹기 시작하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내 살갗마저 녹아내려 붉은 속살을 드러냈지만 개의치 않았다.
생살이 녹아내리는 엄청난 고통이 몰아쳤지만 개의치 않았다.
저 남자를 죽이고 당가의 식솔들을 지켜낼 수 만있다면 오히려 싼값이라
"크아아압!"
당방한의 비수가 고월의 심장을 노렸다.
하지만
고월은 가볍게 당방한의 비수를 피해버렸다.
"공격이 너무 단조로워."
그리고 키득 웃기 시작하였다.
"다음부턴 차라리 던지라고"
슈아아아악
고월은 검게 물들어버린 손을 당방한의 얼굴에 갖다대었다.
당방한은 비명조차 지를 시간도 없이 순식간에 얼굴이 녹아내려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초절정에 이른 고수치고는 허무하기 짝이 없는 최후였다.
"으갸갸갸갸갸"
고월은 크게 기지개를 폈다.
당방한과 한바탕 잘 논 탓인지 몸이 많이 풀렸다.
그는 그대로 전각 지붕 밑으로 뛰어내렸다.
착
그리고 바닥에 안전히 착지한 후 난전을 벌이고 있는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당가의 저력은 대단하긴 하였지만 악귀대에 비하면 손색이 있었다.
자신이 당방한과 싸우는 사이 죽어버린 당가 무사의 시체는 수십이었지만 악귀대는 단 한명의 사상자도 없었다.
몇몇 피흘리기는 했지만 저정도면 가벼운 찰과상이라
부하들에 대한 걱정을 접어둔 고월은 본관으로 시선을 돌렸다.
부하들이 전투에 정신팔린 사이
먼저가서 당가의 계집들을 맛볼 심산이었다.
'그러보니 당진철의 마누라들이 그렇게 아름답다던데?"
현숙하기 그지없는 명문세가의 안주인들이 자신의 좆 앞에서 쾌락에 비명을 지를 생각을하니 절로 발기가 되었다.
'독서시는 당가제일미를 넘어 천하제일미를 넘보고 있다던데?'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울지도 모를 여자를 생각하니 그 또한 발기가 되었다.
고월은 희희낙락한 얼굴로 본관으로 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
자신이 먼저 다 맛본 후 부하들에게 전해줄 참이었다.
이내 고월의 모습이 본관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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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부인은 지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막내아들인 당세기와 사랑을 확인한 이후 그녀는 하루하루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을 찾지않는 당진철에 대한 원망과 우울함 그리고 외로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꿈과도 같았고 그와 사랑을 확인할때면 덧없는 행복을 느끼며 절정에 달아올랐다.
그녀는 이제 당세기가 없으면 일상을 상상도 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그만큼 당세기는 소중했고 무엇과도 바꿀 수 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사랑해마지않는 아들이자 낭군이 고독관이라는 잔혹하기 짝이 없는 곳으로 들어갔으니 잠을 이룰 수 있을리 없었다.
애초에 고독관 입관을 포기하라고 울고불고 빌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미 결심을 한 당세기는 고집을 굳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대부인은 걱정이 없었다.
자신의 아들이지만 무공과는 담쌓고 살아온 당세기가 고독관을 입관할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당세기는 고독관에 입관하게 되었다.
"하아 기아야 "
그녀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당세기가 비록 고독관에 입관할만큼에 실력을 갖추었다지만 턱걸이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런 아들이 무사히 돌아온다는 것은 어불성설한 일이었다.
그녀는 당세기가 중도탈관을 해서라도 살아나오길 빌고 또 빌었다.
만약 당세기가 시체로 돌아오게 된다면 그녀 또한 목숨을 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였다.
그렇게 상념에 빠져있을 떄였다.
탁 탁 탁
바깥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그녀는 의아해하였다.
이 야심에 밤에 누가 자신의 처소를 찾는단 말인가
쾅 쾅 쾅
그리고 문을 쉴새없이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구더냐!?"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놀란 당대부인이 언성을 높였다..
"대부인, 외당무사인 당전영입니다!"
"외당 무사가 어찌 야심한 시각에 내 방에 온 것이냐?"
당전영의 말을 들은 당대부인은 의아한 듯 되물었다.
외당을 지키고 있어야할 무사가 어찌 자신의 소를 찾는 단 말인가
"적습입니다! 지금 당장 피신하셔야합니다."
당전영은 다급히 말을 이었다.
"대체 누가!?"
당대부인은 놀라 되물었다.
"아직 그건 파악이 안됬습니다. 그것보다 빨리 채비를 하셔야합니다."
당전영은 마음이 급했다.
당대부인 뿐만아니라 당가의 아녀자들을 전부 피신시켜야 했기때문이다.
"내 금방 채비하고 나갈터이니, 너는 다른이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거라"
"넵, 알겠습니다."
타타타타탁
문밖으로 당전영이 달려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대부인은 재빨리 채비를 하였다.
무림세가에서 아녀자들은 연약한 존재였다.
무공이 약한 경우가 많기때문에
변변한 저항도 못하고 겁탈당하거나 인질로 잡히는 경우가 수두룩하였다.
안전한 장소에서 가서 사태가 진정이 될 때까지 몸을 숨기는 것이 최선이리라.
대충 옷을 걸처입은 당대부인은 서둘러 전각을 빠져나왔다.
다른 당가의 여인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