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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64화 (65/1,419)

〈 64화 〉 65.인면지주人面蜘蛛를 만나다-1

저벅 저벅

관문을 통과한 선우는 어두운 통로를 걸어가고 있었다.

고독관을 통하는 통로는 무척이나 축축하고 습하였다.

거기다 어둡기까지 하여 앞이 전혀보이지 않았다.

마음같아서 삼매진화라도 일으켜 앞을 밝히고 싶었지만 쓸데없는 내력 낭비는 하고 싶지 않았다.

선우는 벽을 더듬어 가며 조심스럽게 통로를 걸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끄트머리 쪽에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출구다.'

선우는 재빠르게 출구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빛은 점점 가까워졌고 선우는 걸음걸이를 더욱 빠르게 하였다.

그런데 빛에 가까워질 수록 고약한 향이 코끝을 찌르기 시작하였다.

'뭐야?'

선우는 코를 쥐어잡고 인상을 찌푸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냄새란 말인가

이내 출구에 도착한 선우는 냄새의 진원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당가 특유의 녹색 무복이었다.

그 다음 눈에 들어온 것은 양팔과 양 다리가 무참하게 잘려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얼굴은 매우 고통스럽다는 듯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그 일그러진 얼굴 위로 수많은 파리 떼가 비행을 하고 있었다.

윙 윙

시체였다.

출구 앞에 누군가의 시체가 썩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확인한 선우는 눈쌀을 찌푸렸다.

도착하자마자 이게 무슨 변고란 말인가

갑자기 입구에서 죽어있는 이의 정체는 누구란 말인가

'설마 당정?'

혹시나 싶어 남자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봤지만 대공자 당정은 아니였다.

다른 소가주 후보인가 싶어 기억을 더듬어봤지만 눈앞에 남자처럼 생긴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선우는 남자의 품을 뒤져보기 위해 더욱 가까이 접근하였다.

"큭"

역한 독기가 느껴졌다.

아무래도 독공에 당한 듯 싶었다.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여 뿜어져나오는 독기를 방비하였다.

뒤적 뒤적

품 속을 마구 헤집었지만 무엇하나 나오는 것이 없었다.

결국 선우는 이 시체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을 포기하였다.

신분을 증명할 만한 것이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잠깐?'

순간 선우의 머리속에 무언가 번뜩이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고독관의 입관은 분명 소가주 후보만이 가능한게 아니던가

눈앞에 죽어있는 남자는 소가주 후보가 아니었다.

이 남자는 대체 누구인가

그리고 어째서 고독관에서 처참한 몰골로 죽어있는가

수많은 의문들이 머리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

"허어억 허어억"

3공자 당기문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뛰어가고 있었다.

그가 향하는 곳은 자신이 처음으로 입관하였던 고독관의 남문이었다.

몸에 남아있는 내력을 쥐어짜며 달리고 달렸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었다.

알려야한다.

가주에게

그리고 세가에 있는 모두에게

이 고독관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입에 단내가 날때까지 달리고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남문으로 통하는 어두운 통로가 보였다.

저곳이다.

저곳을 통해 밖으로 나가야한다.

당기문은 재빠르게 통로로 뛰어들었고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잡혀서는 안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들어왔던 남문이 보였다.

쾅 쾅 쾅

"문을 열어주시오! 문을 열어주시오! "

당기문은 쉴새없이 철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오기전에 탈출해야했다.

당기문이 문을 쉴세없이 두드렸지만 철문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당장 문 열라고 이개새끼야!"

쾅 쾅 쾅

다급해진 당기문은 욕짓거리를 내뱉으면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평소 무림서생이라 불릴 정도로 여유롭고 품위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져 있었다.

쾅 쾅 쾅

끼이이익

다급한 그의 마음을 알아준 걸까 눈앞의 철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빨리! 빨리!'

쾅 쾅 쾅

당기문은 속으로 문이 빨리 열리길 고대하며 더욱 더 빠르게 문을 두드렸다.

쿠쿵

이내 문이 열리고 당기문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철퍼덕

"허억 허억 허억"

밖으로 나온 당기문은 주저 앉은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긴장이 풀린 탓이었다.

"삼 공자?"

문을 지키고 있던 이는 당황한 듯 당기문에게 말을 걸었다.

당기문은 얼굴 들어 문지기의 면모를 살폈다.

남문을 지키고 있던자는 주만기라는 자로 당계 혈족인 아닌 가주의 측근이었다.

당기문은 안심을 하였다.

이제는 안전한 것이다.

"당기문 공자께서는 중도탈관 되셨습니다."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그럼 무엇이 중요한지요?"

주만기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당기문을 쳐다보았다.

"지금 고독관에 정체불면의 침입자가 있다! 소가주 후보들을 죽이고 있단 말이다!"

당기문은 황급히 외쳤다.

당기문은 공포에 젖은 모습으로 덜 덜 떨며 말을 이었다.

3공자 당기문은 운좋게 같은 어미를 두고 있는 7공자, 9공자와 같이 남문을 통해 진입하게 되었다.

그들은 서로 일시적인 동맹을 맺었고 최후의 삼인이 남을 때까지 협력관계를 구축하였다.

그들끼리 협력을 한다면 무공이 가장 강하다는 당정 또한 두렵지 않았다.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였다고 생각한 그들은 여유롭게 고독관을 둘러보며 다른 후보자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들은 당가 무인 특유의 녹색 무복을 입고 있었다.

처음에는 방계 혈족인가 싶어 큰 호통을 쳤었다.

감히 신성한 소가주 경합에 끼어드냐며 말이다.

하지만 그들은 말 없이 미소지을 뿐 아무런 대꾸조차 없었다.

그들의 태도에 화가 난 9공자 당일회가 독기를 머금고 달려들었다.

눈앞에 위 아래도 몰라보는 버릇없는 방계 혈족들을 혼내줄 생각이었다.

당일회는 맨 앞에 있는 남자를 향해 녹빛 독장을 날렸다.

남자는 독장을 정통으로 맞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당일회는 쾌재를 불렀다.

아무리 당가의 핏줄이라지만 방계에 불과한 그들이 자신의 독장을 견딜리 없었다.

곧이어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깨닫는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남자는 당일회의 독장을 맞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뻗어 당일회의 팔을 걷어냈다.

곧이어 거무튀튀한 물들어 있는 손바닥으로 당일회의 얼굴을 가격하였다.

손바닥에 닿은 당일회의 얼굴은 녹아내렸고 그대로 절명하게 되었다.

독장毒掌이었다.

그것도 녹 빛을 풍기는 당가의 독장과 궤를 달리하는 독장말이다.

순간 여유롭게 사태를 관망하던 3공자 당기문과 7공자 당한당의 표정이 파랗게 질려버렸다.

저 남자의 손에 의해 직계 혈족인 9공자가 죽어버린 것이다.

그것도 생전 처음보는 독공에 의해서 말이다.

당기문과 당한당은 그들의 정체가 방계 혈족이 아니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독에 대한 내성으로는 천하에 손 꼽히는 당가의 직계혈족이 단 한 수에 녹아내릴 정도의 독공을 방계 혈족따위가 가지고 있을리가 없었다.

그들은 침입자였다.

분명 좋은 의도로 고독관에 침입하는 것은 아니리라

빠르게 판단이 선 당기문과 당한당은 그대로 남문을 향해 달려갔다.

알려야했다.

외부 적의 침입에 대해서 말이다.

급하게 달리던 중 당한당이 돌뿌리에 걸려넘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당기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뛰어갔다.

여기서 당한당까지 챙겨주다간 자신마저 죽고만다.

그럴 수는 없었다.

뒤에 당한당의 비명소리가 들려왔지만 당기문은 그 소리를 무시하고 내력을 끌어올려 더욱 빨리 달렸다.

단 한 명이라도 살아남아 고독관을 침입한 적에 대해 알려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말이다.

미친 듯이 달린 당기문은 결국 남문에 도착할 수 있었고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리 된 것이다."

당기문은 당만기에게 고독관 내부에 있었던 일에 대해 상세히 말하였다.

당장이라도 가주에게 보고하고 싶었지만 다리가 풀려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비척 비척 겨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말해야 했다.

이 사실을 말이다.

"빨리 가세!"

당기문은 주만기의 손을 잡아끌고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혼자서는 위험할 수 있기에 주만기에게 호위를 부탁하는 것이다.

"먼저 가시지요."

하지만 그런 당기문의 급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만기는 느긋히 말했다.

순간

당기문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외부 침입자에 의해 당가의 직계가 죽었다.

그런데 어찌 저리 덤덤하단 말인가

당기문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활짝 웃고있는 주만기의 미소가 보였다.

당기문은 급히 내력을 끌어올리려고 하였다.

"크아아아아아악!"

당기문은 등을 꿰뚫는 갑작스러운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내력을 끌어올리기도 전에 등이 꿰뚫려버린 것이다.

"너...너..!"

당기문은 자신의 등을 찌른 주만기를 향해 소리쳤다.

남문을 지키던 주만기가 고독관 내부에 있던 놈들과 한패였던 것이다.

"쿨럭...네.....놈이.....이러고...도......무사..할..것..같으...냐"

당기문은 피를 토해내며 겨우겨우 말을 이어갔다.

주만기는 20여년 전부터 당 가주를 보필해온 측근 중에 측근이었다.

높은 무공과 곧은 충성심에 감탄한 당가주는 직계 혈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장로 자리에 앉힐 정도로 그를 신임하였다.

그런데 은혜를 저버리고 이렇게 배신을 하다니

"괜찮다. 이제 당가는 주춧돌조차 남지 않을테니까."

주만기는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시간이 온 것이다.

20여년 동안 당가 안에서 웅크리며 살아왔던 인고의 시간이 끝날 때가 된 것이다.

콰득

"커억"

말을 마친 주만기는 칼을 그대로 비틀어 심장을 터트려버렸다.

이내 당기문은 축 늘어졌다.

숨통이 끊어진 것이었다.

중원제일세가의 사천당문의 3공자이자 유력한 소가주 후보였던 당기문은 그렇게 주만기에 손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푸슉

주만기는 당기문의 심장을 꿰뚫었던 칼을 빼내었다.

탁 탁

그리고 칼을 휘둘러 검면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당가 혈족의 피에는 독이 녹아들어있기 때문에 제 때 닦아주지 않으며 부식 될 수 있었다.

주만기는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대계가 시작된 것이다.

"크흐흐흐하하하하하하하"

그의 웃음소리가 고독관 남문에 가득 퍼지기 시작하였다.

*************

시체를 지나친 선우는 고독관 내부를 여유롭게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어차피 고독관 내부에서 자신을 어찌할만한 인물 없었기 때문이다.

소가주 후보들 중 가장 강한 이는 대공자 당정과 사공자 당산이었다.

이립에 약간 못미치는 나이에 절정에 오른 그들은 중원 전체에서 손꼽힐 정도의 기재임이 분명하였지만 초절정 상경에 올라 절대지경을 바라보고 있는 선우에게는 삼초지적이 안되었다.

거기다 당서윤의 독기에 절여진 이후 독에 대한 어마어마한 내성을 가진 선우였다.

그런 그를 누가 상대할 수 있겠는가

독왕 당진철이 오지 않는 이상 그에게 위험따위는 없었다.

선우는 여유롭게 고독관 내부를 둘러보았다.

고독관 내부는 무척이나 기이한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독지대에 위에 세워졌기에 땅에서는 독기가 흘려나왔고 각종 독초들이 이리저리 범람한 듯 자라나있었다.

그 생김새 또한 무척이나 기이하여 생전 처음 보는 식물들이 가득 차 있었는데 개중 가장 신기하게 생긴 것은 보랏빛을 띄는 거대한 나무였다.

나무 기둥부터 풀잎까지 전부 보랏빛으로 물들어있는 나무의 모습은 무척이나 기이하고 특이하였다.

보랏빛 색을 가진 기이한 나무들은 길을 따라 뺴곡히 늘어서있었고 선우는 그 길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와'

선우는 속으로 감탄하며 길을 걸었다.

이런 생김새의 나무는 현대에서도 본적이 없었다.

독기가 가득한 고독관을 수 백년간 방치한 탓에 자연스레 생겨난 돌연변이들일 것이다.

아마 모두 지독한 독기를 품고있으리라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새 보랏빛 나무들은 더욱 더 많아졌고 온 시야에 가득 채워 버렸다.

상당한 깊이까지 들어온 것인 듯 싶었다.

식량과 식수를 확보해야했지만 여기저기 널린 것은 독초뿐이었다.

'하긴 이딴데서 동물이 살 수 있을리 없지.'

선우는 내심 한숨을 쉬었다.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동물을 사냥을 하는 것이 가장 편하였지만 이런 독지대에 살 수 있는 동물이 있을리 없었다.

끼이이이이익 끼이이이이익

그때 어디선가 쇠를 긁는 듯한 소름끼치는 소리가 선우의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흡!'

갑작스러운 소리에 선우는 급히 내력을 끌어올렸다.

끼이이이이이익 끼이이이이익

소리는 더욱 더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눈을 감고 청력에 집중하여 소리의 진원지를 찾기 시작하였다.

번쩍

선우는 눈을 떴다.

나무 위였다.

선우는 재빨리 시선을 나무 위로 옮겼다.

그리고 마주볼 수 있었다.

끼이이이익 끼이이이이익

소름돋는 비명소리를 뱉어내면서 일제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여덟 개의 검은색 눈알들을 말이다.

선우는 경악하여 눈을 부릅떴다.

아니 이 괴물이 왜 여기 있다는 말인가

선우는 당혹스러움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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