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화 〉 64.소가주 경합이 시작되다-2
개관을 선포한 당진철은 세가의 모든 이들을 향해 연설하기 시작하였다.
"고독관 주위 사방위에는 거대한 관문들이 있다. 소가주 후보들은 각 각 반 시진의 한 사람씩로 그 문을 통해 고독관 내부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
말을 마친 당진철은 붉은 색 패를 들어올렸다.
"경합의 내용은 간단한다. 각 후보자들은 혈패를 지급할 것이다. 혈패에는 후보자들의 이름이 쓰여져있지. 모든 혈패를 쟁탈하는자가 소가주가 될 것이다."
숨을 한 번 고른 당진철은 다시금 말을 이었다.
"쟁탈 방식은 자유다. 상대를 죽여서 빼앗아도 되고 훔쳐도 속여도 거래를 하여도 되지. 그 어떤 방법이든 혈패만 손에 넣는다면 본 가주는 그 어떠한 책임도 물지 않을 것이며 소가주의 자리를 약속할 것이라 굳게 다짐한다."
당진철의 말에 소가주 후보들의 눈빛이 변하기 시작하였다.
정광어린 눈빛에서 탐욕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이다.
그들의 탐욕에 찬 시선은 자연히 당가주가 들고 있는 혈패에 가있었다.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혈패
탐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번 고독관은 특별히 중도 탈관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제정하였다. 포기하고 싶은자가 있다면 언제든지 문을 두드려라! 언제고 탈관을 하도록해주마, 대신 명예를 저버리고 목숨을 택한 나약한 이에게 적통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탈관자는 직계가 아닌 방계로서 대우할 것이고 세가의 어떠한 일도 관여할 수 없을 것이다."
당진철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아비로서 마지막으로 주는 자비가 바로 중도 탈관이었다.
하지만 그만한 댓가를 치뤄야만 하였다.
중도 탈관을 한다면 목숨을 구제할 순 있을지 몰라도 평생 불명예스럽게 살아가리라
"각 관문에는 세가의 장로들과 원로들이 지키고 있을 것이며 외부인의 침입을 불허할 것이다. 고독관 내부에서 일어나는 경합은 오로지 자격을 갖춘 후보자만이 치루게 될 것이다. 혹여 고독관 내부에 자격이 없는 자를 들여보내는 부정을 저지르는 자가 있다면 누가 되었든 죽음 면치 못할 것이다!"
당가주는 부정을 방지하기위해 자신의 측근들을 각 관문에 배치하였다.
중원제일가라 불리우는 당가의 권력 구도를 판가름 내는 날이었다.
수많은 음모와 중상모략이 난무할 것이 뻔하였다.
그렇기에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는 예측조차 할 수 없었다.
때문에 더욱 더 철저히 보험을 들어놨다.
자신들의 측근 뿐만 아니라 외부인사까지 초청하여 관문을 지키게 하였다.
그 어떤 누구도 함부로 부정을 저지르지 못할 것이다.
아니 부정을 저지른다하더라도 어떻게해서든 잡아낼 것이다.
신성한 경합을 방해한 죄를 물어 엄중히 처벌받게 될 것이다.
생각을 마친 당진철은 뒤를 돌아 시립해 있는 아들들을 쳐다보았다.
이중 다수는 다시는 못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당진철은 그들을 잊지 않기위해 더욱 진한 눈빛으로 아들의 면면을 살펴봐았다.
이내 소리를 외쳤다.
"자랑스러운 아들들아, 고독관으로 입장하라, 가서 명예를 거머쥐어라!"
"넵!"
당진철의 말에 소가주 후보들은 일제히 대답한 후 흩어지기 시작하였다.
각 자 배정된 관문으로 이동하는 것이리라
와아아아아
와아아아아
혈족들의 환호를 받으며 그들은 걸음 재촉하였다.
영광을 거머쥐기 위해서 말이다.
***************
고독관 주위에는 사방위로 네 개의 관문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각 후보별로 무작위로 관문에 배치가 된다.
대공자 당정은 북문에 배치가 되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정문으로 당당하고 싶었것만 제비는 야속하게도 그를 북문으로 배치한 것이었다.
히이이잉
당정은 불만가득한 표정으로 검은색 준마 위에 올라탔다.
왠만한 숲지대보다 더욱 거대한 곳이 고독관이었다.
제일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북문을 가기위해서는 말을 통해서 이동해야했다..
불만 가득한 그였지만
오랜만에 말에 올라타는 감촉이 나쁘지 않았다.
"이럇!"
당정은 재빨리 말을 몰았다.
어서 고독관으로 들어가고 싶었기때문이다.
그에게 다른 후보따위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무공으로 가장 강한 것은 자신일 뿐더러 조력자까지 있지 않던가
당정의 머리속에는 어서 빨리 고독관으로 들어가 혈패를 차지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
.
.
.
얼마나 달렸을까
그의 눈앞에 거대한 관문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고독관의 북문이었다.
당정은 속도를 더욱 높여 관문까지 빠르게 직행하였다.
해가 지기전에 고독관으로 들어가 보금자리와 식수, 식량을 확보해야했다.
관문이 가까워지고 먼저 와있는 선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확인한 당정은 코웃음을 지었다.
있어서는 안될 인간이 눈앞에 있었기때문이다.
관문에 가까워진 당정은 말에서 내린 후 선객에게 다가갔다.
"뭐 이렇게 늦어, 기다리다 목 빠지는 줄 알았네 "
선객은 당정에게 말을 걸었다.
그의 물음에 당정은 비웃음을 흘렸다.
짐짓 여유로운 듯 그에게 말을 걸었지만 속내는 누구보다 썩어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당정은 잘 알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온것이냐, 당세기."
선객의 정체는 당가의 오점 당세기였다.
이 망나니 자식이 주제도 모르고 고독관에 입관하려고 온 것이다.
너무도 가소로워 코웃음이 안나올 수 없었다.
"내가 어디 못 올 때라도 왔나?"
"당연하지, 너같은 망나니가 고독관에 입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당정은 한층 더 진한 비웃음을 흘렸다.
고독관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직계혈족인 것만으로는 부족하였다.
만류귀원신공이 5성에 달하여야지만 입관할 수 있는 것이다.
고작 3성밖에 안되는 놈이 한달만에 5성에 도달할리는 없었다.
"아님 구색이라도 맞추러 온것이냐?"
무공의 검증은 입관 직전에 이루어진다.
아마 구색만 맞추러 온것이 분명할터였다.
아무리 망나니라지만 도전도 안해보고 포기한다면 모두가 그를 비웃을 것이다.
아마 자격이 안되어 아쉽게 통과 못했다는 식의 변명을 둘러댈 것이 뻔하였다.
"크큭"
웃음이 절로 나왔다.
"새끼 말 존나 많네, 아가리 그만 털고 빨리 꺼져."
선우는 한층 여유를 부리고 있는 당정을 향해 짜증을 내뱉었다.
고독관 입관 순서는 당정이 먼저였기에 꼼짝없이 그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던 선우였다.
안그래도 늦게 온 주제에 쓸데없이 시간이나 죽치고 있으니 짜증이 올라왔다.
"뭐라? 지금 나한테 한말이더냐? "
"여기 너말고 누가 있는데 병신아"
"이,이 처죽일놈이!"
선우의 말을 들은 당정은 웃음을 멈추고 정색을 하며 살기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자신은 그를 욕해도 되지만 당세기는 아니였다.
그의 입장에선 당세기는 땅바닥을 기어다니는 벌레만도 못한 존재였다.
당정에게 당세기는 그저 적자라는 행운만 믿고 설치는 천둥벌거숭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무공이든 영약이든 돈이든 전부 거머쥘 수 있는 축복받은 환경에서 태어난 주제에 그 무엇하나 노력하지 않고 삶을 영위하는 버러지같은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를 더욱 경멸하였고 항상 모멸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런 버러지같은 인간이 자신에게 욕을 짓거린 것이다.
이는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감히 사천당문의 대공자이면서 절정의 오른 고수이자 장차 가주 위를 계승받을 적법한 후계자인 자신에게 말이다.
"미친놈."
물론 선우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먼저 비아냥거리면서 시비를 걸었던 자가 누구란 말인가
바로 눈앞에 당정이 아니던가
그런데 꺼지라는 말 한 마디했다고 살기를 흘리며 불쾌해하다니.
완전 정신병자가 아니던가
아무래도 당가에 터가 안좋은 듯 싶었다.
당세기나 당정 , 당서윤같은 미친년놈들이 가득 차있는 것을보니 말이다.
"뭐? 미친놈? 네놈이 정녕 목숨이 아깝지 않구나!"
당정은 독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하였다.
이딴 버러지한테 모욕을 받고 가만히 있는다면 세인들 모두가 비웃으리라.
그때였다.
"둘다 그만두지 못하겠는가."
그 떄 뒤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북문을 지키고 있는 장로 당무득이었다.
"후계자 간의 싸움은 오직 고독관에서만 가능하다. 이를 어길시 입관 자격이 박탈됨을 인지하시게!"
당무득의 말에 당정은 끌어올리던 독기를 손을 휘저어 흩어버렸다.
입관 전부터 사고를 칠 수는 없었다.
"장로가 네놈을 살렸구나."
당정은 아쉬운 듯 혀를 핥았다.
만약 당무득이 말리지만 않았더라면 당세기는 무사하지 못했으리라
"뭐래, 병신이."
그 모습에 선우는 코웃음 쳤다.
물론 절정의 경지라는 것이 젊은 나이에 오르기엔 대단한 경지라는 것은 선우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어딜가든 기재소리를 들으며 칭송받았을 것이 분명할터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신감이 너무 과하다.
무릇 절정의 고수라하더라도 방심하는 순간 어린아이에게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곳이 무림이 아니던가
하지만 당정은 오만하고 거만하였다.
이는 세가 내에서 온실의 화초처럼 안전하게 무공만 익혔기에 발생하는 문제점이리라
'쯔쯧'
선우는 속으로 혀를 찼다.
고독관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비명횡사할 것 같은 놈이었기 때문이다.
"알았으니까 빨리 들어가슈."
선우는 귀찮은 듯 을 위아래로 까딱였다.
더 상대하기도 귀찮은 탓이었다.
"버르장머리없는 놈!"
당정은 또 한번 소리를 지르고 그대로 몸을 돌렸다.
그 또한 저딴 망나니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기때문이다.
고독관에 입관도 못하고 나자빠질 저능아 따위에게 신경쓰고 싶지는 않았다.
당정은 당무득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증명하면 됩니까?"
당무득은 말 없이 관문 옆에 있는 푸른 빛깔의 석벽 하나를 가리켰다.
"저것은 청강석으로 만들어진 석벽이지, 기존의 석벽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강도와 내독성을 가지고 있지. 기회는 한 번이다. 만류귀원신공을 이용하여 저 벽을 녹여보아라. 석벽 안으로 세 치 이상 파고들시 합격으로 한다."
당무득의 말을 들은 당정은 피식 웃었다.
고독관 입관 수준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터벅 터벅
당정은 말없이 석벽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걸어가며 손에 독기와 내력을 집중시키기 시작하였다.
이런 것따윈 어린애 장난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절정 경지에 오른 자신에게
석벽을 세 치이상 파고드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아예 뚫어주마!'
이내 당정의 손에 녹빛의 독기들이 유형화되기 시작했다.
독장이었다.
쇄액
당정은 빠르게 손을 휘둘렀고 독장은 청강석 안으로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파스스스
석벽이 녹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정의 손은 끊임없이 파고 들더니 이내 절반 정도 들어갈 쯤 멈췄다.
"합격이오!"
그 광경은 본 당무득은 합격을 외쳤다.
그리고 속으로 무척 놀라워하였다.
아직 어린 나이에 이정도의 성취라니
마치 당 가주의 젊은 시절을 보는 듯하였다.
"쳇"
놀랄만한 성취를 보인 당정이지만
그는 아쉬운 듯이 손을 떼었다.
아무래도 반절 정도가 한계인 듯 싶었다.
하지만 이정도만 해도 엄청난 성취이리라
당정은 뿌듯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 당세기를 보았다.
저 모지란 녀석도 눈이 있다면 자신의 성취를 보고 깜짝 놀랐으리라
"뭐?"
선우는 불퉁한 말투로 자신을 쳐다보는 당정에게 대꾸하였다.
끝났으면 빨리 처들어갈 것이지
뭘 꾸물댄단 말인가
선우의 말을 들은 당정은 얼굴을 붉혔다.
'저, 저 망나니새끼가!'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성취인지 모른단 말인가
청강석은 여타 암석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단단한 암석이었다.
그런 청각석을 반이나 파고들었것만 저 미적지근한 반응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는 당세기가 만류귀원신공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일어난 반응일 것이 분명하였다.
'멍청한 새끼'
당정은 짜증 섞인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봤다.
"왜 칭찬이라도 해주랴?"
선우는 심드렁히 말을 이었다.
"흥"
당정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여긴 것이다.
"이제 곧바로 입관하시면 되오."
말을 마친 당무득은 내력을 집중하여 거대한 철문을 열어제꼈다.
쿠쿠쿠쿵
조금씩 철문이 열리더니 이내 완전히 개방되었다.
철문 안에는 까마득한 통로가 이어져 있었다.
"이 통로를 쭉 들어가면 고독관 내부로 진입할 수 있을것이오."
당무득의 말을 들은 당정은 일고의 고민도 없이 급히 고독관 내부로 들어갔다.
한시라도 빨리 혈패를 모으기 위해서 말이다.
쿠쿠쿠쿵
당정이 통로안으로 사라지자 당무득은 다시 고독관의 철문을 닫아버렸다.
쿵
그리고 그는 선우를 쳐다보았다.
"당세기 공자"
당무득은 선우를 불렀다.
"네?"
"가주의 전언이 있었소."
"뭡니까?"
선우는 의아한 듯 되물었다.
"증명에 실패한다면 중도탈관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하였소."
그의 말에 선우는 눈쌀을 찌푸렸다.
한마디로 쓸데없이 객기부리지말고 포기하라는 협박이었다.
선우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왜 이렇게 포기를 종용하는지 모르겠다.
"저기로 가면되죠?"
선우는 말없이 당정이 녹여버린 석벽 옆에 있는 석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음양조화신공으로 만류귀원신공을 모방하기 시작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녹빛 독기들이 그의 몸에서 발산되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웅
'제법'
그 모습에 당무득은 살짝 감탄하였다.
마냥 망나니인줄 알았것만 제대로 수련을 했던 모양이었다.
이내 발산되던 독기들이 손바닥에 모여들었다.
슈우우우욱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바닥이 녹색 빛을 발산하기 시작하였다.
독장(毒掌)이었다.
선우는 독장을 휘둘러 석벽을 가격하였다.
푸스스스스스스
하지만 석벽에서는 타격음 대신 무언가 녹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푸스스스스스
이내 선우의 손이 석벽을 관통하였다.
"별거없네."
그 모습을 본 당무득은 경악하여 입을 떡 벌렸다.
소가주 후보들 중 가장 강하다는 당정조차 절반 밖에 파고들지 못한 청강석을 망나니라고 불리우는 당세기가 그대로 뚫어버린 것이다.
"들어가도 되지?"
선우의 말에 번뜩 정신차린 당무득 다급히 외쳤다.
"합격이오!"
당무득의 대답에 선우는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