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 57. 백년화百年花를 구하다-2
"마셔."
당서윤이 작은 옥병을 선우에게 건넸다.
옥병을 받아든 선우는 찜찜한 듯 옥병을 쳐다봤다.
"이거 안전한거 맞지?"
"네가 만류귀원신공을 제대로 모방할 수만 있다면 안전할거야."
"제대로 모방 못하면?"
"죽는거지, 뭐"
당서윤은 대수롭지 않은 듯 선우의 물음을 받아넘겼다.
그녀의 대답은 들은 선우는 고민에 빠졌다.
옥병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백년화의 맹독을 희석시킨 것이었다.
천 분의 일 수준으로 희석시키긴 하였으나, 여전히 위험한 독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만약 만류귀원신공을 흉내내지 못한다면 꼼짝없이 중독되리라
"겁 먹었어?"
"당연하지, 죽을 수도 있는데 겁 안먹겠냐?"
당서윤은 선우의 대답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객기로라도 허세를 부릴 법도 한데도 그런 낌새가 전혀없다.
"당가를 적으로 돌린 것은 안 무섭고?"
"그건 아직 안들켜서 괜찮아."
"미친놈"
선우의 대답을 들은 그녀는 짧은 감상을 내뱉었다.
중원제일가라는 당가를 적으로 돌리는 것보다 이딴 독이 무섭다니 미친 것이 분명하리라
"중독되면 해독해줄테니까, 그만 뻗대고 마셔."
"진즉 그렇게 말하지!"
선우는 짜증을 내며 옥병을 들어올렸다.
"이빨에 닿으면 부식되니까, 그냥 바로 삼켜"
"알았어."
꿀꺽
대답을 마친 선우는 그대로 옥병 안에 독을 삼켰다.
"큭!"
독을 전부 삼키자 타는 듯한 고통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선우는 재빨리 눈을 감고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였다.
우우우우웅
독이라는 위험요소를 발견한 음양조화기는 독을 태워버리기위해 혈도를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안돼, 임마'
하지만 안될 말이었다.
기껏 고생해서 얻은 독을 태워버린다면 의미가 없어진다.
선우는 음양조화기를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순환하였다.
'음양조화신공은 안돼, 오직 만류귀원신공이여야만 한다.'
선우의 마음을 읽었는지
음양조화기는 그대로 만류귀원신공의 흐름과 특성을 모방해내기 시작했다.
'으으음'
그 과정에서 상당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이과정을 지나야만 독기를 안전하게 잡아둘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바뀐 것은 흐름이었다.
거세게 흐르던 음양조화기가 만류귀원기처럼 천천히 흐르기 시작하였다.
무채색의 음양조화기에 녹빛이 덮혀지더니 이내 만류귀원기와 같은 빛깔을 띠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웅
"아!"
그 모습을 본 당서윤은 감탄성을 자아냈다.
그의 몸에서 만류귀원기와 같은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무공이란 것 자체는 각 각 종류에 따라 품는 기운과 성질이 다를진대
그 한계를 무시하고 아예 모방을 해버리다니 말이다.
그것도 만류귀원신공이라는 당가 최고의 무공을 말이다.
'크흡'
선우는 속으로 침음성을 삼켰다.
이제 틀은 만들어졌다.
음양조화기는 만류귀원기와 거의 동일화되었고 독기를 녹아내기만 하면된다.
선우는 내부에 들어온 백년화의 독을 음양조화기와 융화시키기 시작하였다.
'크아아아아아악'
전과는 비교할수 없는 고통이 몰려들어왔지만 참아야했다.
이번만 참아낸다면 완벽하게 만류귀원신공을 모방할 수 있으리라
얼마나 지났을까
선우의 몸에서 발하는 녹빛이 더욱 선명해졌다.
음양조화기에 백년화의 독기가 전부 녹아든 것이다.
번쩍
선우는 눈을 번쩍 떴다.
눈안에는 녹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만류귀원신공을 완벽히 모방했다는 증거이리라
"축하해."
당서윤은 드물게 미소를 지으며 축하를 건넸다.
그 미소에 선우는 넋을 놓고 보았다.
언제봐도 아름다운 미소였다.
"왠일이래, 축하를 다해주고"
선우는 의아한 듯 되물었다.
항상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 그녀가 웃는 것을 보니 적응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네가 죽으면 만천화우의 후반부를 얻을 수 없으니까"
당서윤은 단호히 말하였다.
'사갈 같은 년'
선우는 속으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네가 보기엔 어때? 만류귀원신공 같이 보여?"
"외관상으로는 완벽하지, 그런데 흐름은 잘모르겠네."
말을 마친 그녀는 선우에게 다가가 상의를 올리고 배를 깠다.
상의를 올리자 상당히 단련되어있는 복근이 드러났다.
"뭐..뭐야!?"
선우는 당황한 듯 되물었다.
"직접 만져봐야, 비슷한지 알 수 있지."
그녀는 덤덤히 말을 잇고는 그대로 선우의 배 위에 손을 올렸다.
착
배에서 당서윤의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졌다.
'얘는 부끄러움이 없나?'
아무리 개방적인 무림의 여인이라도 그렇지
외간 남자의 옷을 아무렇지도 않게 올리는 여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선우는 민망함에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을 본 당서윤은 내심 고소를 머금었다.
사실 그녀의 거침없는 행동에는 내심 당황하라는 듯한 의도가 있었다.
만류귀원신공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매일같이 자신의 배를 주무르던 선우가 아니던가
반대의 상황이 되어 얼굴을 붉히는 것을 보니 내심 통쾌하였다.
'그나저나 꽤나 탄탄하네.'
그녀는 선우의 상당히 단련되 있는 복근에 감탄하였다.
이정도 탄력이라면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수련했으리라
선우의 복근에 손을 올린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고 가만히 기의 흐름을 느껴봤다.
선우의 몸속에는 독기가 섞인 유동적인 기운이 느껴졌는데, 쉴새없이 움직이며 혈도를 순환하고 있었다.
완벽했다.
선우는 만류귀원신공을 완벽히 모방한 것이다.
"완벽해."
당서윤은 손을 떼면서 말을 이었다.
"몇 성정도 되보여?"
선우는 얼굴에 화색을 띠며 물었다.
"1성 정도?"
"그것 밖에 안돼?"
선우는 당서윤의 말에 실망한 듯 되물었다.
자신에게는 2갑자에 이르는 내력이 남아있지 않던가
그런데 고작 1성이라니
"만류귀원신공의 성취는 품고있는 독기로 판단해."
선우의 대답에 당서윤은 심드렁히 답하였다.
만류귀원신공을 성취는 오로지 독기로만 판단한다.
물론 내력 또한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와 별개로 독기를 얼마나 품고 있냐가 독공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선우는 똥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만류귀원신공의 모방은 성공하였지만 아직 5성에 다다르지 못한 것이다.
"독 더 줘."
선우는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미 만류귀원신공을 모방한 판국에 독따위를 꺼릴 필요가 없었기때문이다.
"없어."
"뭐? 왜 없어?"
백년화를 전부 줘버렸것만 없긴 왜 없단 말인가
"안 만들었으니까"
"미리미리 만들어나야할 것 아니야!"
"설마 한 번에 성공할 줄은 몰랐지."
사실이었다.
혹시 몰라 해독제를 구비해두었지만, 여분의 독은 만들어 놓지 않았다.
한 번에 성공할줄은 예상 못했기 때문이다.
"나에 대한 믿음이 너무 없는 것 아니야?"
"네 꼴을 보면 믿음이 가겠어?"
그녀의 신랄한 말에 선우는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수상하기 짝이 없는 자신을 믿으라는 것도 이상하긴 하였기때문이다.
"어쨌든 지금은 더 없으니까, 내일 다시와."
"여기서 기다릴게 몇 개만 더 만들어줘."
마음이 급한 선우는 애원하듯 그녀를 졸랐다.
"당장 꺼져."
하지만 그런 선우의 애원이 소용없었는지
그녀는 거칠게 축객령을 내렸고 선우는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
당대부인 운가려
선우와 열락의 밤을 보낸 이후 그녀는 하루하루 우울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열락의 시간이 꿈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외간남자와 잠자리를 한 죄책감에 빠진 것이다.
처음에는 욕구불만에 의한 착각인가 싶었다.
하지만 음부에서 뱉어낸 짙은 정액이, 그날 밤일이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그렇다면 남편인 당진철이 처소를 방문한 것인가
남편이 당대부인의 처소를 안찾은지 어언 5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당세기가 망나니 짓에 대해 처벌에 관해 대판 싸운 이후 발길이 아예 끊어버렸기 떄문이다.
그런 사람이 야밤에 갑자기 방문을 한다?
말이 안되는 소리였다.
혹시나 운을 떼보았지만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거기다 수십년 전 당진철이 그녀에게 선물한 백년화마저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만약 당진철이라면 백년화를 가져갈리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그날밤에 자신과 열락의 시간을 보낸 남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운가려는 천천히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날카로운 눈매와 날선 콧날, 부드러운 입매까지 이 모든게 당진철의 모습을 완전히 뺴다박았었다.
그런데 당진철이 아니라면 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녀는 깊은 상념에 빠지게 되었다.
순간
그녀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남자가 당진철과 쏙 빼닮긴했어도 유난히 젊은 모습이었다.
마치 젊은 적 당진철을 보는 것처럼말이다.
그녀가 알고 있는 한 세가 내에 젊은 시절 당진철과 쏙 빼닮은 사람은 단 한사람밖에 없었다.
당세기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는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막내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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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을 하던 운가려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확인해야했다.
그날밤 찾아온 남자의 정체가 당세기가 맞는지 말이다.
여전히 그녀의 기억 속에는 자신의 음부 속에 양물을 넣었던 당세기의 모습이 떠올랐기 떄문이다.
말도안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당세기가 망나니라지만 만취한 자신의 어미를 범하겠는가
그럴리가 없다고 착각한 것이 분명하다고 몇 번이고 되뇌이며 생각을 고쳐봤지만 소용없었다.
엄청난 배덕감과 죄악감이 온 몸을 휘감았고 슬픔에 눈물이 새어나왔다.
이대로는 견딜 수 가 없었다.
당세기에게 직접 찾아가 아니라는 확답을 들어야했다.
그래야만 비로소 천륜을 거슬렀다는 배덕감과 죄악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분명 당세기는 자신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아니 그래야한다.
상념을 마친 당대부인은 급히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당세기의 거처로 향하였다.
*************
당서윤의 축객령에 쫓겨난 선우는 터덜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마음같아서 독을 더 흡수하고 싶었지만
독이 없다는데 어쩌겠는가
결국 포기하고 돌아가던 참이었다.
그래도 만류귀원신공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기에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사실 제대로 흉내낼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선우도 확신이 없던차였다.
흐름을 따라하는 것은 그렇다쳐도 독공이라는 전혀 다른 분야를 흉내내는 것이라
부담감이 더 크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국 그는 성공했고 독기를 흡수할 수 있었다.
기분이 좋지 않을리가 없었다.
물론 1성정도 밖에 안되는 독기였지만
이는 백년화의 독이 해결해주리라
상념에 빠진 사이
거처에 도착한 선우는 곧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끼익
방 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리고 선우는 당황하였다.
방 안에는 당대부인이 다소곳히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모습을 확인한 당대부인의 눈시울이 적셔지기 시작하였다.
'뭐야, 이 아줌마가 왜 여기 있어?'
선우는 그녀의 반응에 당황하였다.
뜬금없이 당대부인 왜 모습을 드러낸단말인가
"어머니 무슨 일이십니까?"
선우가 말을 건넸지만 여전히 그녀는 조용히 눈물을 흘릴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에는 분노와 슬픔이 혼재된 복잡한 감정이 담겨있었다.
'설마!?'
선우는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에 불안감이 엄습하였다.
물론 당대부인이 눈물이 많긴했지만 갑자기 당세기의 방에서 질질 짤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선우가 마음을 졸이며 조마조마하고 있는 있을 때
당대부인이 입을 열었다.
"어찌하여 그리하였느냐?"
뚝 뚝
쉴새없이 흐르던 그녀의 눈물이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그 목소리를 들은 선우는 등에 소름이 쫙 돋아났다.
심상치 않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머니, 무슨 말씀인지?"
선우는 일단 모른 척 시치미를 떼보았다.
분명 그날의 흔적은 완벽하게 지웠다.
깨끗한 천으로 애액과 정액범벅이었던 바닥과 그녀의 음부를 정성껏 닦지 않았던가
그런데 들통날리 없었다.
"시치미 떼지말거라! 내 분명 그날밤 너의 얼굴을 보았느니라!"
그녀는 울분에 찬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그리고 그 이 옷 , 목 깃쪽에 금색 수실이 달린 이 옷은 그날 입었던 옷이 아니더냐!!!"
그녀는 선우의 옷장에 있는 흑색 무복을 꺼내들었다.
그녀가 말대로 무복의 목깃 쪽에는 금색 수실 그려져있었다.
'시발, 저거 버렸어야 했는데!'
선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한탄하였다.
빼도박도 못하게 된 것이었다.
'무슨말을 해야하지?, 어떻게 해야하지? 시발 시발 시발'
속으로 욕만 내뱉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했다.
수습할 방법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이건 윤리적인 문제였다.
어느 자식이 어미를 덮친단말인가
분명 의심할 것이다.
자신이 정녕 당세기가 맞는지 말이다.
최악의 경우 이 사실을 당가주에게 알릴 수도 있었다.
그렇게되면 자신의 정체는 탄로 날것이고 그대로 독물이 되어 녹아내릴 것이다.
선우는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계하여야했다.
이제 고독관 개관이 얼마 안남았다.
독정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코앞에 왔것만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시발 시발 시발'
선우가 속으로 욕짓거리를 내뱉고 있을 때였다.
촤악
갑자기 당대부인이 머리에 끼고 있던 비녀를 뽑아 들었다.
비녀가 뽑히자 그녀의 머리가 나풀거리며 풀어졌다.
'뭐..뭐야?!'
창
그리고 탁자에 비녀의 앞부분을 후려쳐 비녀를 부러뜨렸다.
비녀의 앞부분이 부러지자 날카로운 날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 어미가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구나. 아무리 만취했다지만 어떻게 아들이랑.... "
당대부인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목에 비녀의 날을 대었다.
주르르륵
날이 어찌나 날카로웠는지 살짝 대었음에도 피가 줄줄 나기 시작하였다.
"이는 전부 어미 잘못이란다. 이 어미가 부덕한 탓이야. "
비녀가 점점 목에 파고 들기 시작하였다.
"내 천륜을 거스른 죄, 목숨을 바쳐야만 씻을 수 있을것 같구나. 미안하다 기아야 어미는 도저히 못견디겠구나."
'시발 안돼!'
선우는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이대로 그녀가 죽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