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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53화 (54/1,419)

〈 53화 〉 54. 당대부인 운가려-1

혼인은 인륜지대사라는 말이있다.

이는 혼인이 가지는 엄청난 영향력을 반증하는 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옛 부터 권력자들은 혼인을 권력 유지를 위한 정치적인 도구로 이용해왔다.

세력을 규합하거나 세력 간의 동맹을 맺거나 인질이 필요할 때

혼인만큼 효율적이고 확실한 방법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무림세가 또한 마찬가지이다.

무림 세가 입장에서 혈족의 혼인은 무척이나 큰 중대사였다.

혈족 중심의 사회를 이룩하고 있는 세가에서는 새로운 피를 영입하고 그 피로 새로운 자손이 생산하는 것을 무척이나 중요시 여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근본도 없는 천한 피를 세가에 들일 수 없는 법

그들은 그 누구보다 피에 관한 맹목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배우자를 고를 때 무엇보다 혈통을 중시하였다.

이는 방계 혈족의 경우 그 기준이 느슨한 경우도 왕왕하였으나 직계 혈족의 경우 그 기준이 무척이나 엄격하고 까다로웠다.

그들은 수많은 것들을 판단한다.

혈통 뿐아니라 무공 수위 , 가문의 세력, 정치적인 위치 등등 모든 것을 판단한 후 최적의 상대를 찾아낸다.

그리고 서로 간의 이득이 되는 관계라는 정치적 판단이 서게 되면 비로소 매파를 보내어 혼인 절차를 밟게 되는 것이다.

이는 당문 또한 마찬가지였고, 지금 껏 수많은 당문의 정실부인들이 이와같이 정해져왔다.

단 한사람

현 당대부인인 운가려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운씨세가의 장녀로 태어난 그녀는 특출난 무공 실력으로 무림에 이름을 날리던 여협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귀혼색마라는 음적에 의해 춘약에 중독되어 겁탈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때 마침 지나던 당진철은 그 광경을 목격하고 일 수에 귀혼색마의 멱을 따버려 그녀를 구하게 되었다.

운가려는 당진철 덕분에 겁탈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춘약이 해소되지 않았던 그녀는 몰려오는 정욕에 몸부림을 쳤다.

그 모습을 지켜본 당진철은 그녀를 해독하려고 하였으나 이미 골수까지 차버린 약효를 해독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당진철은 그런 그녀를 구하기 위해 음양화합을 이루었고, 그녀를 구하게 되었다.

그녀가 의식을 차리고 파과의 고통에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내심 그녀를 연모하고 있던 당진철은 그녀를 책임지겠다는 말을 하며 조용히 안아주었다.

그녀는 감동하여 당진철의 품안에서 조용히 고개 숙이며 그의 말을 받아들였다.

당가에서는 그녀를 첩으로 받아들이라며 당진철에게 권유했지만 당진철은 그녀를 정실부인으로 맞이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었다.

당진철의 의견은 거센 반대에 부딪혔다.

정실 부인이라는 자리가 가지는 정치적인 위치를 고려하지 못한 어리석은 생각이라며 꾸짖음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당가는 결국 당진철의 고집을 꺾지 못하였고 운가려는 정실 부인의 자리를 꿰찰 수 있었다.

운가려는 당문 사상 최초로 정략혼이 아닌 혼인으로 정실 부인이 되는 선례를를 남기게 되었다.

혼인 이후에도 운가려에 대한 마음이 애틋하였던 당진철은 그녀에게 수많은 선물들을 안겨주었다.

북해에서만 난다는 설빙화, 수많은 나라에서 건너온 다양한 모양의 귀금속들, 저 멀리 바다 건너에만 산다는 말하는 새까지.

당진철은 그녀를 기쁘게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였고, 돈을 아끼지 않았다.

때문에 운가려에게는 중원 어디서도 구하기 힘든 희귀한 것들이 넘쳐났다.

그녀는 이 수많은 선물 가운데서도 특히 귀하기 그지 없는 것을 하나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백년화라 불리우는 아름다운 꽃이었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있듯

꽃이 아무리 예뻐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기 마련이것만 백년에 한 번 피는 백년화는 한 번 피어나면 꺾지 않는 이상 결코 시들지 않았고 영원한 아름다움을 뜻하는 상징이 되었다.

이 때문에 귀부인들에게는 꿈에 마지않는 최고의 보물로 자리매김을 하였고 , 한 번 등장할 때면 천금을 주고서라도 사려는 이가 수두룩하였다.

하지만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고 했던가

당진철은 수많은 경쟁자들을 뚫고 백년화를 구해왔고, 사랑하는 운가려에게 선물을 하였다.

그렇게 운가려는 수많은 여인들이 탐을 내는 영원한 아름다움의 상징인 백년화를 얻게 된 것이다.

*********

"당대부인에 처소에서 백년화를 가져오라고?"

선우는 황당한 듯 당서윤에게 되물었다.

"응"

"그딴 먹지도 못하는 걸 가져와서 뭐하게."

선우는 퉁명스럽게 대답하였다.

자신이 필요한 것은 독물이것만, 뜬금없이 왜 백년화를 가져오라는 소리인가

백년화에 대해서는 선우도 대충은 알고 있다.

어리버리한 장삼조차 알 정도로 유명한 꽃이었기때문이다.

"백년화에 대해서 알아?"

당서윤은 선우의 퉁명스러운 대답에도 개의치 않고 되물었다.

"백년에 한 번 핀다는 꽃이잖아, 꺾지만 않으면 시들지도 않고 말이야."

"맞아, 그럼 백년화가 100년 이상 묵은 독초라는 사실도 알고 있어?"

"뭐?!"

처음 듣는 얘기였다.

백년화는 그 특유의 아름다움과 시들지 않는 특징 때문에 영원한 아름다운의 상징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백년화가 독초가 된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사실이야, 애초에 당대부인이 가지고 있는 백년화도 독초로 쓰려고 구입한거거든 "

실상은 이랬다.

사실 당진철은 백년화를 구입한 이유는 운가려에게 선물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백년화의 어마어마한 독기에 대해 잘알고 있던 당진철은 수련에 이용하고자 거금을 들여 백년화를 구입하였다.

그리고 집무실 위에 올려놨는데, 그걸 자신의 선물로 착각한 운가려가 그대로 들고가버린 것이다.

"아니, 그걸 돌려달라고도 안했대?"

"한창 신혼 때라 그럴 수 없었겠지, 결국 가주는 백년화를 포기했고, 백년화는 당대부인의 손에 들어가게 되버렸지."

"그런데 그거 100년 이상 묵었으면 상당한 독기를 품고 있지 않아?"

"그렇지."

"당대부인은 어떻게 멀쩡하대?"

당대부인 또한 무인이기는 하나 100년이나 묵은 독기를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차피 꽃만 뽑지만 않으면 독기가 뿜어져 나오지 않아서, 괜찮아."

당서윤은 대수롭지 않은 듯 말을 이었다.

"당대부인은 백년화를 자신의 방 두고 직접 관리해, 그걸 빼오려면 당대부인의 방으로 직접 들어가야해."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고심에 잠겼다.

솔직히 당대부인의 거처로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선우에 비해 무공이 월등히 약하여 무형잠영술을 알아채지조차 못할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당진철의 존재였다.

혹여 그녀의 방에 들어오는 날에는 꼼짝없이 목이 따여버릴 것이다.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해?, 그냥 스리슬쩍 해오면 될 것을"

"당대부인이 문제가 아니야, 당진철이 문제지."

"그건 걱정 안해도 돼."

당서윤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선우는 귀를 쫑긋 세웠다.

혹여 당진철이 당대부인의 거처에 오지 못하도록 하는 묘수라도 있는것인가

" 가주가 당대부인에 거처에 가지 않은지 오래거든"

"왜?"

선우는 의문에 찬 물음을 던졌다.

백년화라는 보물을 주고 당세기라는 늦둥이를 낳을 정도로 금슬이 좋은 부부이다.

그런데 거처에 찾지 않는다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당세기의 망나니 짓거리 떄문에 부부사이가 안좋아졌거든."

그녀는 당세기로 인해 벌어진 두 부부사이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당세기에 대한 교육에 관한 문제로 부부관계 악화가 생긴 듯 하였다.

물론 선우입장에서는 쾌재를 부를 일이었지만 말이다.

"잘됐네, 그럼 마음놓고 당대부인의 거처에 숨어들면 되겠어."

선우는 당서윤을 바라보며 실실 웃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복덩이 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아니였으면 이런 고급 정보를 어디서 얻을 수 있었겠는가

당서윤을 아군으로 끌어들인 것은 탁월한 선택임이 틀림없었다.

"뭘 봐"

선우의 시선을 느낀 그녀는 기분나쁘다는 듯 말을 내뱉었다.

"예뻐서 봤다."

"닳아, 그만 쳐봐."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한 그녀의 반응에 선우는 피식 웃었다.

예쁜건 본인도 인지하는 모양이었다.

"조심해, 가주가 당대부인을 찾지 않은지 오래되긴 했지만 무슨 바람이 불어서 다시 찾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정도 위험 부담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어."

사실이었다.

아예 아무런 희망도 없던 차였다.

그런데 솟아날 구멍이 생긴 것이다.

그런 위험정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었다.

선우는 눈을 반짝였다.

************

늦은 밤

무형잠영술을 시전한 선우는 당대부인의 거처로 이동하였다.

쇳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다.

선우는 당서윤에게 백년화에 대한 정보를 듣자마자 곧바로 실행에 나섰다.

당대부인이 머무는 거처의 위치와 구조는 이미 당서윤을 통해 상세히 알아낸 후 였다.

얼마나 이동하였을까

곧이어 커다란 전각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당대부인이 머무는 거처였다.

당대부인의 거처는 과연 당가의 안주인답게 무척이나 크고 화려하였다.

이내 거처의 입구 근처로 도착한 선우는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거처 입구 쪽에는 두 명의 무인들이 횃불을 들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마 당대부인의 거처를 지키고 있는 무인이리라

당서윤이 말하길 절정에 이른 고수들이 당대부인의 거처를 지키고 있다하였다.

다시 말하면 선우는 저 절정에 이른 고수들의 이목을 속이고 당대부인의 거처에 잠입해야한다는 소리였다.

선우는 순간 고민에 빠졌다.

지금 시전하고 있는 무형잠영술이 과연 절정에 이른 고수들의 이목을 숨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워낙 자주 사용했던터라 상당한 성취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절정의 고수가 마음먹고 안력을 집중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마땅히 시험해볼만한 기회가 없었기에 무형잠영술이 어디까지 통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할 수 밖에 없다!'

이내 선우는 결심을 굳혔다.

어차피 자신에게 선택지 따위는 없었다.

전각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저들의 눈을 속여야 했다.

어차피 자신은 지금 당세기의 모습이 아니던가

만약 들킨다하더라도 빠져나갈 구멍은 있었다.

분명 망나니의 기행정도로 받아들이리라

선우는 발소리마저 죽이며 그들에게 접근하기 시작하였다.

한 발 두 발 세 발

선우는 점점 그들과 가까워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한 발

선우는 그들의 코앞까지 접근하였다.

"흠"

순간 눈앞의 남자가 불편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들킨건가!?'

선우는 순간 당황하여 그들을 기절시킬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에취!"

남자는 순간 재채기를 하였고 분비물이 선우에게 튀었다.

'시발놈이!?'

선우는 속으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남자의 분비물이 전부 얼굴에 묻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선우는 혹여 들킬까 내색치 않고 있었다.

"감기인가?"

"아니, 코에 뭐가 들어간 것 같아."

선우가 코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태연히 담소를 나누었다.

무형잠영술이 통한 것이다.

선우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무형잠영술이 통한다면 거칠 것이 없었다.

선우는 그대로 거처 입구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거처 입구를 들어가자 커다란 전각이 눈에 들어왔다.

선우는 편한 마음으로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외측 경비만 뚫는다면 내측은 문제 없었다.

내측에 있는 것이라곤 시녀 정도밖에 없었다.

무공도 모르는 시녀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리 없지 않겠는가

전각 안으로 들어간 선우는 제일 먼저 당대부인의 방을 찾기 시작하였다.

이미 위치와 구조를 알고 있던 선우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내 선우는 당대부인의 방을 찾을 수 있었다.

'후우'

선우는 속으로 심호흡을 한 번 내뱉고는 당대부인의 방을 들어갔다.

방문이 열리자

독한 술냄새가 풍겨오기 시작하였다.

'크윽'

어찌나 독하던지

당대부인의 방에는 코를 찌르는 듯한 냄새가 가득차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자 술병 여러 개가 방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새액 새액

그리고 침상위에는 당대부인이 잠들어 있었다.

'뭔 술을 이렇게 처먹었대?'

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그녀가 만취해 골아떨어져 있는 것은 호재였다.

독기 가득한 백년초를 주머니에 넣으려면 무형잠영술 해제하고 음양조화기를 운용해야했다.

그 틈에 당대부인에게 들키면 어떡하나 고민하였는데, 만취해 골아떨어져 있다면 일은 쉬워졌다.

선우는 다시 방을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창가 쪽에 있는 화분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찾았다!'

선우는 화분에 다가갔다.

화분 안에는 붉은 색 꽃이 아름답게 피어있었다.

초록 줄기가 우아하게 뻗으며 그 아름다움을 보태주었다.

당서윤이 말한 그대로다.

백년초가 분명하였다.

선우는 무형잠영술을 해제하였다.

모습을 드러난 선우는 천천히 음양조화기를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백년초를 파내기 위한 예열이었다.

몸에 음양조화기가 흐르기 시작하자 선우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좋아!'

그때였다.

"상공?"

당대부인의 만취한 목소리가 등뒤로 들려왔다.

선우는 식은 땀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시발, 좆됐다.'

당대부인이 깨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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