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화 〉 53. 독서시毒西施 당서윤-4
선우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당서윤의 하얀 살결 위 올려진 손을 타고 느껴지는 만류귀원신공의 특성을 파악하기 시작하였다.
만류귀원신공은 과연 신공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신묘하기 짝이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독기와 내력이라는 상극의 기운이 하나가 된 형태를 띄고 있는 만류귀원신공은 그 움직임이 거칠법도 하것만 오히려 온유한 기세를 풍기며 혈도를 순회하고 있었다.
이는 독기와 내력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냈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얼마나 혈도를 순환했을까
선우는 장심에 올려놓은 손을 통해서 만류귀원신공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느끼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직접 몸 속을 순환시킬 요량이었다.
전혀 다른 기운을 자신에 몸에 끌어들이는 것은 무엇보다 위험한 일이었지만, 음양조화신공이라는 신공절학이라 불리우는 무공은 이를 가능케하였다.
이내 선우의 손을 타고 만류귀원신공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만류귀원신공의 기운이 처음 들어왔을 떄 느낀 느낌은 타는 듯한 고통이었다.
만류귀원신공이 제아무리 독기와 내력이 조화가 되있는 기운이라지만 타 무공을 익힌 이에게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기운일 수 밖에 없었다.
'크윽'
타는 듯한 고통이 손끝을 타고 퍼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믿고 우직히 참을 수 밖에 없었다.
이대로 끊어버리면 더욱 위험하리라
우우우우웅
이내 몸 속으로 단전을 가득 채울 만큼의 만류귀원기가 들어왔다.
그리고 선우는 느낄 수 있었다.
상상이상으로 고밀도로 응축되어있는 강대한 독기와 정순한 내력을 말이다.
강대하기 짝이 없는 만류귀원신공의 기운에 선우는 감탄하였다.
그리고 당가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대단한 무공을 직계혈족들은 전부 익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선우는 그대로 만류귀원신공을 순환시키기 시작했다.
만류귀원신공의 기운은 선우의 혈도를 지나칠 때마다 독기를 남겨두며 중독을 야기하려하였지만, 음양조화신공의 기운이 그대로 혈도 위를 덮어 독기를 잡아먹어버렸다.
선우의 혈도를 순환한 기운들은 다시 손 끝을 타고 당서윤의 단전으로 들어가 순환하였다.
우우우웅
음양조화기와 만류귀원기가 하나가 되어 둘을 혈도를 더욱 정순하게 만들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웅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당서윤과의 순환이 반복될 수록 상상치 못할 쾌감이 반복되며 느껴졌다.
'아'
쾌감을 느끼는 것은 당서윤도 마찬가지였다.
선우에게 전해지는 기운이 몸 속을 지날 때마다 혈도가 더욱 깨끗해지고, 내력과 독기가 더욱 정순해질 때마다 말이다.
처음 만류귀원신공을 손 끝으로 끌어들일 때만해도 흡성대법을 익힌게 아닐까 싶어 당황하였 것만
그는 만류귀원신공을 본인의 몸을 이용하여 순환시켰던 것이다.
선우의 몸을 순환한 기운은 다시 그녀의 몸으로 돌아와 정순한 형태로 변하게 되었다.
'아아아'
정순하게 쌓이는 내력은 그녀는 감당치 못할 쾌감에 휩싸였다.
자연기에 다를바가 없는 온 몸의 혈도를 순환시켜주는 기쁘지 않을 무인이 어디 있을까
그녀는 이 순간이 계속되길 염원하게 되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몇 번이고 순환을 하였지만, 만족치 못한 그녀는 다시 한 번 만류귀원신공을 운용하려고 하였다.
그때
배에서 그의 손이 떨어지는 느낌이 났다.
'아....'
그녀는 안타까움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어째서!?'
그녀는 샐쭉한 눈초리로 선우를 쳐다봤다.
한창 기분 좋게 기의 순환을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멈추는 것인가
그녀의 눈초리를 받은 선우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배 한 번 만지자고 했을 때는 그 난리를 피우더니 태세 전환하는 걸보니 재밌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너무 힘들어."
그 말이 거짓이 아닌듯 선우의 이마에 송글송들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그 모습을 본 당서윤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아까 그 난리를 피우더니, 왜 그렇게 아쉬운 표정이야?"
"기분 좋았으니까."
그녀는 느낀 그대로 솔직담백하게 말하였다.
외간 남자의 손이 몸에 닿는 것은 거부감이 들었지만 선우의 손은 남달랐다.
만류귀원기가 순환되면서 더욱 정순해진 상태로 혈도를 훑어버리니 기분이 나쁠리가 없었다.
오죽하면 계속 올려놔주길 원했을까
"내력은 순환 못 시켜줘도 배는 만져줄 수 있는데, 그거라도 해줄까?"
"꺼져."
그녀는 선우의 실없는 농담을 받아치고는 그대로 상의를 내려 배를 가렸다.
어차피 용건도 끝났는데 계속 까보일 이유는 없었다.
'쩝.'
선우는 그 모습을 보고 아쉬워했다.
아까는 만류귀원신공에 집중하느라 그녀의 고운 살결의 감촉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였다.
옷을 내려 배를 가리니, 뭔가 가진걸 뺏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만류귀원신공을 완벽히 파악할 때까지 몇 번이고 이 짓거리르 해야하니까 너무 아쉬워하지말라구"
"그건 또 괜찮네."
선우의 말을 들은 그녀는 피식 웃었다.
'존나 이쁘네.'
무표정에 인상만 찌푸리던 당서윤이었다.
웃으니 주위가 환해지는 것과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 모습을 보니 과연 서시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 미인이라는 것이 실감됐다.
오죽 예뻤으면 초절정에 이른 무공보다 외모에 대한 찬양이 호칭으로 붙었겠는가
감상에 빠져있던 선우는 이내 고개를 붕붕 저었다.
지금 이딴 감상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었다.
첫 번째 단추를 채웠으니, 그다음은 두 번째 단추를 채워울 시간이었다.
"당서윤, 너 독물 남은 것 좀 있냐?"
"뭐?"
당서윤은 황당한 듯 그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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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는 당서윤의 몸에 흐르는 만류귀원신공을 자신의 몸 속으로 직접 순환시켜 내력의 흐름과 특성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흐름정도라면 비슷하게나마 흉내낼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하였다.
흐름은 어찌어찌 따라한다해도 만류귀원신공이 품고 있는 특유의 독기는 내력으로 만들어낼 수 가 없었기떄문이다.
애초에 만류귀원신공은 독기와 내력이 하나로 합쳐져있는 복합적인 기운이었다.
내력만으로 그것을 흉내낼수 있을리가 만무하였다.
"그래서 내력에 독기를 녹이기 위해 독물이 필요하다고?"
당서윤은 심드렁히 되물었다.
"맞아, 흐름정도는 따라할 수 있겠는데, 독기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더라고."
당연한 말이었다.
유에서 유는 창조할 수 있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당세기가 망나니긴하지만 수련을 위한 독물정도 세가에서 지원해줄텐데?"
당문은 독공을 수련하는 가문이다.
특히 직계 혈족들이 익히는 만류귀원신공의 경우 익히는 과정에서는 상당한 양의 독물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세가에서는 매달 직계혈족들에게 수련명목으로 여러가지 독물들을 제공해준다.
이는 망나니지만 직계혈족인 당세기또한 마찬가지였다.
"없어...."
"뭐!?"
"다쓰고 없다고..."
선우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라고 매달 들어오는 독물의 존재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당문에 잠입하기 전
선우는 당세기를 고문하면서 매달 나오는 유흥비에 대해 캐물은 적이 있었다.
아무리 직계 혈족이라지만 성도에서 제일 큰 금화루에서 마음껏 싸재끼면서 놀 정도로 큰 액수에 대해 궁금증이 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당세기가 진짜 개망나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당세기는 유흥비를 충당하기위 매달 수련 명목으로 들어오는 독물들을 자신의 형제들에게 팔았다고 말했다.
만류귀원신공은 독물을 흡수하면 흡수할수록 그 성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당가의 직계 혈족이라면 누구나 탐냈다고 하였다.
그때만해도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막상 만류귀원신공을 흉내내야 될 상황이 오니, 골머리가 아파왔다.
부지런한 당세기는 이번달에 들어온 독물들을 이미 내다팔아버린 것이다.
선우는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받았다.
망나니새끼가 죽어서도 발목을 잡는 느낌이 들었기때문이다.
"그 많은 걸 다썼다고?"
당서윤은 놀라 되물었다.
매달 직계 혈족에게 지원해주는 독물의 양은 그녀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특히 당세기 세대 즉 소가주 후보들에게는 지급되는 독물의 양은 타 세대에 비해 확연히 많지 않던가
그걸 다써버렸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세기가 그걸 수련하는데 썼을리는 없을테고...."
"다 팔았더라고"
"미친 새끼."
그녀의 고운 입에서 욕짓거리가 튀어나왔다.
당가의 어떤 미친놈이 수련명목으로 들어온 독물을 팔아서 유흥비로 충당한단 말인가
삼시세끼 먹는 것보다 독물을 섭취를 더 좋아하는 그녀입장에서는 말이 안되었다.
"남은 돈은 없고?"
"땡전 한푼도 없더라, 되려 금화루에서 달려있는 외상 값만 기 백이야 ."
선우는 한숨을 푹 쉬었다.
혹여 남아있는 돈이 없을까 싶어
재정각을 방문했더니, 금화루에서 외상 값을 갚으라며 독촉장이 날라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어떻게든 독물을 확보해야되는 선우입장에서는 짜증이 치밀어오를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남은 독물 좀 없어?"
"미안하지만 나도 다 쓰고 없어."
물론 무공에 미친 그녀는 당세기와는 달리 수련하는데 다썼지만 말이다.
"아니 이제 중순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걸 다썼다고!?"
선우는 어이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이제 중순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 많은 독물들을 전부 섭취한게 말이 되겠는가
"난 밥 대신 독물 씹어먹고 살아."
"미친년"
단호한 그녀의 대답에 선우는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이런 경우도 상정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였다.
무공광인 그녀라면 독물이 떨어질 수 있다는 가정또한 충분히 해보았기 때문이다.
"무슨 방법 없을까?"
"지금 당가에서 독물 구하기는 힘들거야."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고독관을 개관한다는 공표가 난 이후
소가주 후보들은 당가에 있는 독물들을 모조리 끌어모으기 시작하였다.
당가에서는 매달 지급되는 양 이상의 독물을 얻기위해서는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하는데, 탄탄한 외가를 등에 지고 있는 그들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파벌의 장로들과 원로들 또한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독물들을 전부 풀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들에게 건네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독물을 구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네 독기를 내게 건내주면 안돼?"
그녀를 통해 이미 당산과의 거래 내용을 알고 있는 선우였다.
독물을 구할 수 없다면 그녀의 독기를 받아들이면 되지 않겠는가
만류귀원신공을 순환시키면서 한 번 버텨보기도 했고 말이다.
"만류귀원신공을 흉내내는 걸로는 내 독기를 감당할 수 없어."
"아까 순환시키면서 한 번 겪어 봤는데 괜찮던데?"
"순환시키는 것과 온전히 독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얘기야. 아까는 내력과 하나가 되있는 만류귀원기이기때문에 독기가 덜했을 뿐이지 원래는 그거의 배는 더 독해."
그녀의 말에 선우는 시무룩해졌다.
분명 손을 타고 전해져오는 독기는 무척이나 괴로웠었다.
어찌나 독하던지 음양조화기로 겨우 억누를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한 독기라면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돼, 어떻게든 구해야해. 잘 생각해봐"
선우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만류귀원신공은 독기와 내력이 하나가 된 기운이 특징인데, 정작 독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들켜버리고 말것이다.
"방법이 없는데 어쩌라고?"
"만천화우 후반부 얻기싫어?"
선우의 말을 들은 그녀는 고운 아미를 찌푸렸다.
"치사한 새끼."
이미 선우가 건네준 만천화우의 전반부를 전부 외운 그녀였다.
반 절을 가지니, 나머지 반 절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졌다.
이 남자는 그녀의 그런 심리를 잘 알고 있는 듯하였다,
"정당한 거래지, 독정을 얻지 못하면 만천화우도 없어, 그러니까 머리를 쥐어짜봐."
그녀는 턱을 괴고 조용히 상념에 잠겼다.
만천화우를 얻기위해서는 어떻게해서든 방법을 강구해봐야 했다.
조용히 눈을 감은 그녀는 머리속을 샅샅이 뒤지며, 해결법을 찾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번쩍
그녀가 눈을 떴다.
"방법이 있어."
"뭔데?"
방법이 있다는 그녀의 말에 선우는 반색하며 되물었다.
"대신 위험부담이 클거야, 괜찮겠어?"
"어차피 물러설 곳은 없어, 만류귀원신공을 완벽하게 흉내내지 못하면 죽는 것은 매한가지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선우의 눈이 살짝 떨렸다.
분명 무슨일인가 싶어 겁을 먹은 것이리라
그의 반응을 본 당서윤은 피식 웃었다.
기개있는 말과는 다르게 떠는 모습이 퍽 귀여웠기 때문이다.
이내 신색을 바로한 그녀는 다시 말을 이었다.
"어차피 네가 지금 상황에서 대량의 독물을 구하는 것은 무리야"
"그건 나도 알아. 그러니까 골머리 썩고 있는거잖아?"
"말 끊지마"
"응"
"많은 독물을 동원할 수 없다면, 최상급의 극독을 구하면 돼."
"어디로 가면 구할 수 있는데?"
"당대부인의 처소."
"뭐!?"
그녀의 말에 선우는 놀라 되물었다.
"네가 극독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당대부인의 처소에 있어."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의 동공이 쉴새없이 흔들렸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