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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51화 (52/1,419)

〈 51화 〉 52. 독서시毒西施 당서윤-3

처음 만류귀원신공의 비급을 펼쳐본 선우는 절망에 빠지게 되었다.

만류귀원신공이 당가의 암어로 쓰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껍데기만 당세기인 선우가 당가의 암어를 알 리 없었고 그는 절망에 빠지게 되었다.

거기다 평소 망나니짓으로 신망을 잃어버린 당세기에게 암어를 차근차근 알려줄만한 이또한 있을리 없었다.

선우는 절망감에 휩싸였고, 고심에 빠지게 되었다.

마음같아서 다 때려치고 싶었으나 이대로 옥령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결국 직계 중 한 명을 납치 하자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물론 당가 한복판에서 그런 짓을 한다는 것은 미친 짓거리에 가까웠지만, 마땅한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고독관 입관은 앞으로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 안에 만류귀원신공을 흉내내지 못한다면 독정을 얻을 기회를 영영 잃게 되는 것이다.

`

결심이 서니 행동은 빨라졌다.

선우는 제일 먼저 당문의 서고으로 발길을 돌렸다.

족보를 통해 직계 혈족이 누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만류귀원신공을 반납한 뒤 서고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고 족보를 찾기 위해 서고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러던 중 한 가지 책이 눈에 들어왔다.

당가비록 이라고 적혀있는 서책이었다.

책을 집고 내용을 슬쩍 훑어보니 그간 당가에 일어난 크고 작은 비사들이 서술되어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찰나였다.

그의 시선을 잡아끄는 내용이 하나 있었다.

[[당문추 가주는 세가회의 소집하여, 만천화우의 처우에 대해 논의하였다. 기나긴 논의 끝에 직계 혈족이라면 누구에게나 개방되던 만천화우는 오로지 가주만이 계승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둔다.]]

내용을 확인한 선우는 쾌재를 불렀다.

만천화우라면 천무맹 지하 비고에서 자신 익혀뒀던 무공이 아니던가

비록 성취가 낮아 제대로 펼칠 수는 없었지만, 구결과 초식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참이었다.

'이거 쓸 수 있겠는데?'

만천화우는 만류귀원신공과 더불어 당가를 대표하는 최고의 무공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대단한 무공을 가주 혼자 독차지하고 있다면 불만이 안나올래야 안나올 수 없을 것이다.

잘만 찾으면 당가 내에서 조력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촤르르르

선우는 다시금 당가비록을 펼쳐서 훑어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가 원하는 글귀를 찾을 수 있었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여아가 당가의 무공을 계승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가주였던 아비에게 몰래 무공 사사 받은 그녀는 송곳과도 같은 재능 떄문에, 장로들과 원로들에게 들키게 되었고, 출가를 금지당하게 되었다.

대신 직계 혈족에게만 전해진다는 만류귀원신공을 익히는 것을 허락받았으며 현재는 30대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초절정 경지에 오른 초고수라 기록되어 있었다.

아녀자의 몸으로 직계 남자 혈족만 익힐 수 있는 만류귀원신공을 익히고 대성을 하게 된 것이다.

글귀를 다 읽은 순간

선우는 번개를 맞은 듯한 전율을 느끼게 되었다.

'이거다!'

여자로서의 행복을 포기하고 무공에 미쳐버린 그녀라면

여자라는 한계를 딛고 만류귀원신공이라는 희대의 무공을 익힌 그녀라면

30초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초절정에 오를 정도로 향상심이 넘치는 그녀라면

분명 만천화우라는 미끼를 물고 말 것이다.

아니 물게 만들어야한다.

선우는 머리속에 흐려져있던 계획들이 다시금 선명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던가

선우에게 그녀는 하나의 구멍이었다.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

선우는 그녀가 누군지 보기 위해 당가비록을 다시 훑기시작하였다.

하지만 당가비록에는 가주와 대장로, 대원로의 이름만 기록 되어 있을 뿐

그녀의 이름은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선우는 당가비록을 다시 꽂아넣고, 당가의 족보를 찾기 시작하였다.

당가비록에는 없을지 몰라도 족보에는 그녀의 이름이 나와있을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얼마나 뒤졌을까

선우는 기어이 당문보라 쓰여져 있는 당가의 족보를 찾을 수 있었다.

'좋아!'

막 서책을 펼칠 찰나였다.

"공자님, 서고 개방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그만 나오셔야됩니다."

사서의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흐름이 끊긴 선우는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알았네."

선우는 당문보를 집어든 후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이거 줘."

"내일 오전중으로 반납하면 됩니다."

사서는 심드렁히 그에게 대답하며 확인증을 만들어주었다.

확인증을 받은 선우는 곧바로 거처로 달려나갔다.

그녀의 이름을 한시라도 빨리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처에 도착한 선우는 당문보를 펼쳤고, 직계혈족들의 이름을 찾아보기 시작하였다.

촤르르르

당문보에는 직계 혈족뿐만 아니라 방계 혈족의 신상세명까지 세세하게 적혀져 있었다.

'아니 애새끼를 뭐 이리 많이 싸질러 놓은거야!?'

촤르르르르

얼마나 서책을 넘겼을까

마침내 선우는 만류귀원공을 익힌 천재 여류고수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현 가주인 당진철의 나이 차 나는 동생이자, 당가 최초로 직계 무공을 사사 받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여인

독서시 당서윤 , 바로 그녀였다.

'찾았다!'

선우는 쾌재를 불렀다.

*************

이름을 확인한 선우는 곧바로 그녀의 처소로 걸어갔다.

쇠뿔도 단숨에 빼라고, 이왕 이렇게 된거 오늘 끝장을 볼 요량이었다.

다행히 당문보에는 그녀의 이름 뿐만아니라 나이, 무공 수위, 거처까지 세세히 적혀져 있었고, 선우는 별다른 고생없이 그녀의 처소를 찾을 수 있었다.

선우의 거처와는 정반대 구석퉁이에 있는 작은 전각이었다.

선우가 당서윤의 처소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처소 근처 연무장에서 어마어마한 기세가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그 기세에 깜짝 놀란 선우는 무형잠영술을 시전한 후 연무장으로 접근하였다.

연무장 안을 둘러보니, 정 가운데 왠 여자가 눈을 감고 가부좌를 튼 채 앉아있었다.

흑단처럼 고운 머리, 살짝 휘어진 검미와 오똑한 코, 꾹 다물어져 있지만 붉게 빛나는 듯한 예쁜 입술까지 절로 미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였다.

비록 눈을 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모든 것들만 조합해도 미인이라는 말이 절로나올 여인이었다.

'당서윤?'

아마 그녀의 정체는 독서시 당서윤일 것이다.

당가비록을 보면 그녀가 출가가 금지됬다는 사실을 알게된 수 많은 후기지수들이 눈물을 머금치 못했다는 야사가 나왔다.

그 야사가 거짓이 아닌 듯 그녀는 가히 인세에 강림한 선녀와도 같은 자태를 가지고 있었다.

꿀꺽

절로 침이 삼켜지는 용태였다.

휘이이이이잉

하지만 이내 그녀 주위에 모인 어마어마한 양의 독기에 선우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뭐야 저거!?'

어찌나 독기가 농후한지 상당한 거리에서 지켜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기가 몸에 침입하기 시작하였다.

'꺼져, 새끼들아'

선우는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여, 몸 속으로 침입하려는 독기들을 모조리 태워버렸다.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주위에 있는 독기들은 더욱 커졌고 연무장은 독기에 뒤덮히기 시작하였다.

'뭔데, 시발'

선우는 침범해오는 독기들을 태우면서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이내 커다란 폭발음이 고막을 때렸다.

그리고 연무장을 뒤덮고 있던 독기들이 일순간 해소가 되었다.

선우는 의아한 듯 당서윤을 다시 쳐다봤다.

당서윤의 머리에는 녹빛으로 된 다섯 개의 고리가 떠올랐다.

오기조원이었다.

다섯 개의 고리를 본 선우는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벽을 깨고, 초절정 상경이라고 불리우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말이다.

'허어'

어마어마한 재능이다.

초절정 상경이라는 지고한 경지를 30대 초반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룩하다니 말이다.

이내 다섯 개의 고리가 천천히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하아..하아.."

고리가 사라지자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아무래도 경지오르는데 상당한 심력을 소모한 것 같았다.

풀썩

그리고 그대로 차가운 연무장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무형잠영술을 해제한 후 모습을 드러냈다.

선우는 입가에 미소가 절로 띠어졌다.

안그래도 그녀의 강대한 무공이 부담되던 차였다.

대화도 시도하기 전에 덤벼들면 어쩌나 노심초사하던 차에

알아서 기절해주니 좋지 않을리 없었다.

사실 무공으로 제압할 생각까지한 선우 입장에서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선우는 기절한 그녀를 들처메고 그녀의 거처로 들어갔다.

그리고 손발을 미리 준비한 족쇄로 묶어버렸다.

그리고 그녀가 깨어나길 조용히 기다렸다.

**********

그녀가 깨어난 후 선우가 가장 먼저한 일은 정체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어설프게 숨겼다간 오히려 의심만 증폭될 뿐이었다.

깔끔한 거래를 위해서는 정체를 드러낼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도움을 받아야하는 것은 선우가 아닌 당세기였다.

선우는 축융공을 운용하여 당가의 망나니인 당세기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그 모습을 본 그녀는 당연히 분개하였지만, 이내 신색을 회복하였다.

다행히 혈족의 죽음은 그녀에게 그리 큰 화제거리는 아닌 것 같았다.

아니면 망나니인 당세기라서 그런 걸수도 있고 말이다.

그 후로는 일사천리였다.

무공에 대한 욕심이 가득 차 있던 그녀는 만천화우라는 매력적인 미끼를 차마 거부할 수 없었고 결국 선우와 한배를 타게 되었다.

만천화우를 펼쳐 본 이상 그녀 또한 가법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될 죄인이기 때문에 함부로 입을 놀리지는 못하리라

선우의 거래를 받아들인 당서윤이 물었다.

"제일 먼저 뭐부터 하면 되지?"

선우는 짐짓 고민하더니 이내 말문을 열었다.

"배부터 만져보자."

"미친 새끼가"

그녀는 곧바로 내력을 끌어올렸다.

거래가 체결되고 선우는 신뢰의 표시라며 족쇄와 혈도를 풀어주었다.

그게 화근이었다.

그녀는 초절정 상경에 이른 거대한 내력과 독기를 끌어올려 선우를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잠깐, 말좀 들어봐, 이유가 있어."

"싫어 새끼야."

콰쾅

온갖 집기들이 휘몰아치며 부숴지기 시작하였다.

"이 미친년이!?"

그녀의 공격에는 상당한 내력이 담겨있었다.

당황한 선우는 재빨리 그녀의 공세를 피하기 시작하였다.

**********

한바탕 투닥거림이 끝나고 선우는 뺨을 쓰다듬고 있었다.

그녀에게 뺨을 제대로 맞은 것이었다.

"단전 위로 만류귀원신공의 흐름을 느끼고 싶다면 그렇다고 진즉 말하지."

"말할 틈도 안줬잖아."

"쨌든 미안해, 아무리 그래도 대뜸 처음보는 처녀의 배를 만지겠다는 발상은 어디서 나온건데?"

"장난이었지."

"미친새끼."

당서윤은 코웃음을 치면서도 그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나름 한 수가 있다고는 생각은 하였지만 설마 자신의 공세를 여유롭게 피해 다닐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적어도 팔다리 하나 쯤은 부러뜨린 후 기선제압을 할셈이었는데, 생각보다 강한탓에 뺨 한 대로 끝나고 말았다.

"뭘 봐?"

선우는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말하였다.

"아냐, 아무것도"

그녀는 머리속으로 선우와 전투를 상정하고 있었다.

선우가 독정을 취하게 된다면 다시 적이 될 사이가 아니던가

항상 대비를 해두어야 했다.

"쨌든 단전 위로 만류귀원신공의 흐름을 느끼고 싶다는거지?"

"맞아."

"근데 왜?"

"고독관에 들어가려면 만류귀원신공을 따라해야 되거든"

"그걸 따라한다고?"

선우의 말에 당서윤은 황당하다는 듯 되물었다.

세상에 비슷한 무공은 존재할 수 있지만 비슷해질 수 있는 무공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내력이라는 것자체가 무공에 따라 성질과 특성이 다 다를진대, 그것을 어떻게 따라한단 말인가

더구나 만류귀원신공의 경우 독기와 내력이 일체화되어 있는 독공이었다.

말도안되는 일이었다.

"되니까 따라하지 닥치고 배나 까"

"옷 위로 만져, 음적새끼야 "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맨 살위로 만지는 게 더 좋아."

"그래도 옷 위로 만져 "

"그럼 시간이 오래 걸릴텐데 괜찮겠어?"

"얼마나?"

"반시진 정도?"

선우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고운 아미를 찌푸렸다.

그게 무슨 말도안되는 소리란 말인가

"하아"

훌렁

그녀는 한숨을 푹 쉬고는 상의를 들어올려다.

아무리 그래도 반시진 동안이나 배를 만지게 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옷을 들어올리자 그녀의 뽀얀 살결이 선우의 시야에 가득찼다.

꿀꺽

선우는 그녀의 하얀 살결을 보고 절로 군침을 삼켰다.

"침 삼키지마. 더러운 새끼야"

"알았어, 알았어."

선우는 그녀의 말을 흘려들은 후 조용히 배 위에 손을 올렸다.

말캉

부드러운 살결이 그의 손에 그대로 전해졌다.

'이야, 죽이네.'

오랜만에 맛보는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에 선우는 몽롱하게 눈이 풀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내 신색을 회복하고 눈에 힘을 주었다.

이제 진정으로 만류귀원신공을 따라할 시간이었다.

"만류귀원신공을 운용해줘."

"알았어."

당서윤은 선우의 요청에 따라 만류귀원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선우는 그녀의 단전에 음양조화기를 흘려보내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웅

곧이어 선우가 흘려 보낸 음양조화기가 천천히 만류귀원신공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완전히 하나가 된 두 기운이 그녀의 혈도를 따라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느껴진다!'

선우는 쾌재를 불렀다.

만류귀원신공의 흐름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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