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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45화 (46/1,419)

〈 45화 〉 46. 고독관蠱毒館에 대해 듣다 -1

대공자 당정

그는 사천당문의 가주인 독왕 당진철의 장자이다.

비록 2부인인 이소옥의 태생이긴 하였지만, 형제들 중 그 누구보다 세상에 빨리 나온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당정의 어미인 이소옥과 외척인 이씨가문의 사람들은 무척이나 욕망이 컸다.

만약 그녀의 태생인 자식이 가주가 된다면 당가에서 이씨가문이 가지는 감히 범접할 정도로 커지게 될것이고 당가마저 주무를 수 있는 권력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당정이 처음 태어난 날

이씨 가문사람들은 축배를 들었다.

그들은 당정이 소가주가 될 수있도록 모든 것을 지원해주었다.

희귀한 무공비급부터 보기드문 영약과 독물들까지 말이다.

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당정은 형제들 중 가장 독보적인 무공 실력을 가지게 되었고, 절정 최고의 경지까지 오르게 되었다.

또한 이씨가문의 모든 것들을 동원하여 대원로인 당학주를 비롯한 수 많은 원로들과 장로들을 파벌로 끌어들였다.

모든 준비는 끝난 것이다.

당정은 언제고 소가주가 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소가주를 책봉할 낌새는 보이지 않았고, 뒤에 태어난 동생들이 소가주 자리를 노리기 시작하였다.

비록 아버지가 정식으로 책봉을 하진 않았지만 직계 혈손 중 장자인 자신을 제쳐두고 다른 이가 소가주가 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소가주 책봉은 매년 미뤄졌고, 다른 동생들 또한 파벌을 만들고 세를 키워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당정은 그리 불안해하지 않았다.

파벌 중 가장 강대한 세력을 가진 것도 자신이었고, 가장 강한 것도 자신이었다.

자신이 아니라면 그 누가 소가주가 된단말인가

가주가 눈이 제대로 달린게 맞다면 자신을 선택할 것이 확실하였다.

하지만 그의 확신은 오늘 깨지게 되었다.

"뭐라!?, 고독관!?"

"그렇습니다. 대공자님"

그의 측근인 당대기가 말을 받았다.

그는 지금 식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는 당씨성을 쓰지만 방계로 세가회의실을 지키고 있던 경비무사 중 하나였다.

염탐업무를 주로 맡던 그는, 오늘 있었던 일을 그대로 당정에게 전하는 길이었다.

"아니 시발, 이 노괴새끼들이 일을 그따구로!!!"

쨍그랑

와장창

당정은 손에 잡히는 것은 있는대로 잡아던지기 시작하였다.

소가주가 책봉되기를 군말없이 20년을 기다렸다.

보나마나 자신이 될 거라며, 다른 이가 될리 없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 믿음이 지금 모두 깨져버리게 된 것이다.

그는 머리 끝까지 화가났다.

대원로 당학주를 비롯하여 수 많은 원로들과 장로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썼던가

돈은 있는대로 다 받아처먹고 일 처리하나 제대로 못하니, 당정 입장에서는 분통이 터질일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와장창

보고만 하러온 당대기는 무척이나 난처하였다.

분명 자신이 한 일은 아니지만 이대로 있다간 분풀이를 당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야"

"네?"

"눈깔을 왜 그렇게 떠?, 불만있냐?"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가 두 눈 시퍼렇게 뜨는 걸 봤는데?"

쿡 쿡

당정이 당대기의 가슴을 콕 콕 찌르기 시작하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그럼 진짜 눈 깔 시퍼렇게 떴나보네?"

"아니 그건 아닙니다."

"그럼 나한테 거짓말 한거야?, 너도 내가 우스워?"

당정의 주먹이 그대로 당대기의 안면을 후려갈겼다.

"대공자님, 부디 용서를 ...윽"

"우습냐고 개새끼야, 너도 내가 소가주로 책봉 안돼서 우스워!?"

"크윽"

"아오, 이새끼 오늘따라 왜이렇게 밉상이지?!"

당정은 한참을 분풀이를 하고나서야, 당대기에 대한 폭력을 멈췄다.

어찌나 맞았는지 당대기의 온몸은 푸르댕댕하게 물들어있었다.

"앞으로 조심해 새끼야, 나가봐!"

"감...사..합니다.."

당대기는 고개를 깊게 숙이고, 비틀거리며 전각 밖을 나섰다.

그가 나간 후 당정은 나갈 채비를 하였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당장이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

2부인 이소옥의 거처로 가는 길

당정은 낯이 익은 몰골을 보게 되었다.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냉막한 인상의 청년.

당가의 개망나니 당세기였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당정은 쾌재를 불렀다.

마침 당대기를 줘어팬것 만으로는 분이 안 풀리던 참이었다.

그런데 저 개망나니가 제발로 기어나오니 어찌 안좋을 수 있으랴

당세기는 이번에도 망나니짓으로 당가의 명예가 실추시켰고 자택 금고형에 처해졌다고 들었다.

없는 핑계도 만들어서 팰 판국에 마침 좋은 핑계거리였다.

"이봐, 당세기!"

그는 멀리 걸어가고 있는 당세기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당세기는 그의 외침을 무시하며 계속 걸어갈 뿐이었다.

"당세기, 나 당정이다!'

혹시 못 들었을까 싶어 다시 불러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제 갈길을 갈 뿐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당정의 얼굴이 울그락붉으락해졌다.

멀지 않은 거리에서 불렀기에 못 들었을리가 없었다.

하다못해 저딴 저능아마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당정은 분노에 휩싸였다.

'개같은 자식이 나를 무시해?'

온 세상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곧이어 그의 몸 주위에 내력이 치솟아오르기 시작하였다.

'버릇을 단단히 고쳐주마.'

탁 탁

당정은 성큼 성큼 달려가다 이내 그에게 손을 휘두르려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시야가 반전되었고 몸이 기울어지더니 머리통이 그대로 땅에 처박혀버렸다.

머리에 갑작스러운 충격때문인 것인가

당정의 정신이 혼미해지기 시작하였다.

'시...발..'

당정은 그렇게 꼴사나운 자세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얼마나 지났을 까

누군가 그의 몸을 격하게 흔들기 시작하였다.

"형님."

귀에는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오더니 이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형님!"

번뜩

당정은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눈앞에는 의외의 인물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사공자 당산

3부인인 금적화의 태생으로 당정 다음으로 큰 세력을 자랑하는 소가주 후보였다.

그는 입가에 비웃음을 띠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형님, 대공자씩이나 되시는 분이 대로에서 이 무슨 추태입니까?"

"뭐라!?"

"부끄럼도 없이 대로변에서 자는 모습이, 막내랑 다를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려."

"말 다했느냐!?"

당정은 급히 일어나 내력을 집중시켰다.

자신을 기절시킨 것은 이놈이 분명할 것이다.

절정 최상위에 이른 자신을, 한 방에 기절 시킬만한 무력은 지닌 이는 많지 않았다.

동급의 강자거나 그 위의 강자여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장로나 원로들이 자신을 기절시킬리 만무하고, 가주께서 아들인 자신을 기습할리도 없었다.

사공자 당산의 짓이 분명하였다.

재수없는 자식이긴 하였지만 당산 또한 절정경 최상위 오른 강자였다.

그를 제외하고 누가 감히 자신을 기절시킬 수 있겠는가

이는 분명 자신을 망신을 주려는 당산의 수작이 분명하였다.

당정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동안 세력간의 알력다툼이 있긴하였으나, 무력 충돌까지 간적은 없었거늘 그 암묵적인 합의를 그가 깨버린 것이다.

"갑작스럽게 기습을 가하다니, 비겁한!!"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혹여 낮 술이라도 하셨습니까?"

"발뺌할 생각은 말아라! 내 분명 몸으로 느꼈거늘 어찌 모르는 척하느냐 이 버러지같은 녀석!"

"지금 말 다하셨습니까? 대로에서 처자빠져 자는걸 망신살 뻗치기 전에 깨워줬더니, 되려 성을 내다니요, 이소옥 부인께서 그리 가르치셨습니까?"

"뭐라!?, 네놈이 죽고 싶어 환장한 게로구나!!"

어머니인 이소옥의 이름이 거론되자, 당정은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내력을 끌어올린 뒤 그대로 당산을 향해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당산은 당황하여, 거리를 벌렸다.

지금껏 암묵적인 알력 싸움이 일어난 적은 많았지만, 이렇듯 직접적인 무력 충돌이 일어난적은 없었다.

상호 간의 지켜야할 최소한의 선으로 정해놓고, 조심하고 있었거늘, 그런데 당정은 상호 간의 암묵적으로 합의한 최소한의 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당산 또한 내력을 끌어올렸다.

"나를 원망치마시오!"

"네놈이야말로 나를 원망치마라!!"

둘의 싸움은 가주인 당진철이 나서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

밖으로 나온 선우는 한참 세가 안을 구경하고 있었다.

돌아다닌지 벌써 한 시진 가까이 되었것만, 워낙 세가가 넓었기에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었다.

머리 속으로 외우는 것도 한계에 다가왔다.

선우는 세가 안의 구조를 최대한 머리속으로 암기하면서 빠져나갈만한 길을 생각해보고 있었다.

하지만 첩첩이 둘러싸여있는 전각들 속에서 빠져나갈만한 길을 찾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무슨 기술력을 갖췄는지는 모르겠지만, 전각의 높이는 모두 어마어마하였다.

허공답보라도 익히지 않는 이상 지붕타고 이동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도보로 다니며 담장을 넘어다니자니, 미로처럼 얽히고설켜있는 당가의 구조가 발목을 잡았다.

무슨 미로를 만든게 아닐까 느껴질정도로 당가 내부의 구조는 무척이나 복잡하였다.

배배 꼬아져 있는 것은 기본이요, 길을 따라가다 보면 막다른 골목이 나오는 것은 허다하였다.

결국 지리를 완벽히 외우는 것을 포기한 선우는 실의에 빠져있었다.

지도라도 하나 제작하지 않는 이상

당가의 지리를 파악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아, 존나 복잡하네, 개같은 당가새끼들.'

욕짓거리가 절로 나왔다.

그때였다.

슈우우욱

뒤 쪽에서 그를 공격하려는 기척이 느껴졌다.

어찌나 힘을 세게 주었는지 파공성이 귓가에 선명히 들릴 정도였다.

그 기척이 가까워질 수록 기의 파동도 더욱 선명히 느껴졌다.

상당한 양의 내력이었다.

반응은 판단보다 빨랐다.

오른발을 축으로 삼아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공격을 피하였다.

그대로 왼손을 뻗어 상대의 관자놀이를 잡았다

그리고 축으로 삼았던 발을 들어 상대의 발목을 가격하였다.

순간 상대는 허공에 붕 떴고 선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관자놀이를 잡은 왼손에 힘을 주어 그대로 땅에 처박았다.

콰앙

땅이 깊게 패이면서 상대방은 그대로 기절하게 되버렸다.

"뭐야, 이새끼는?"

선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기절해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리고 아차 싶었다.

아무리 개망나니라지만, 당가의 적통인 당세기를 공격할만 인물은 흔치 않았다.

그것도 당가내에서 말이다.

분명 그럴만한 위치에 있을 것이고, 당세기보다 강한 자일 것이다.

그런데 선우는 그런 사실을 망각하고 공격하는 남자를 그대로 패대기쳐버린 것이다.

선우는 당황하였다.

'좆됐다 시발, 그러길래 왜 뒤에서 뒤치기야!?'

되려 성질을 낸 선우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그가 눈앞의 남자를 기절시킨 장면을 본 이는 아무도 없는 듯하였다.

선우는 풍진보를 밟으며, 최대한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이 현장을 목격하기전에 자리를 비워야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당가의 대공자인 당정이 땅에 처박혀 기절해있을 뿐이었다.

*****************

빠르게 거처로 도착한 선우는 그대로 침상위에 누워버렸다.

예상치 못한 변수때문에, 세가 전체를 둘러볼 계획이 망가져버렸다.

'개같은 새끼때문에 , 진짜'

갑자기 기습한 남자를 욕하긴 했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쥐죽은 듯이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지새끼도 쪽팔리면 알아서 입다물고 있겠지.'

기절시킨 남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무공조차 허접한 망나니 당세기에게 당해 기절했으니 본인도 쪽팔려서 고개를 들진 못할 것이다.

악하고 약한자의 표본과 같은 당세기에게 당했다고 누구에게 말한단말인가

선우는 일이 제발 조용히 넘어가길 빌었다.

그때였다.

똑 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누구냐!?!?"

갑작스러운 소리에 선우는 놀라 되물었다.

"소인 당무입니다. 가주님의 명을 전하러 왔습니다."

꿀꺽

괜시리 찔린 선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설마 들킬걸까?, 들킨거야?'

간이 쪼그라들면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였다.

"말해봐라."

"예복으로 갈아입으시고, 술시(戌時)까지 세가 회의장으로 모이라는 전언입니다."

"나만 가는 것인가?!"

"거기까지는 소인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당세기 공자님께 전하라는 말만 들었습니다."

"알았네, 이만 가보게."

"알겠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사리지고 선우는 침상 위를 뒹굴기 시작하였다.

'좆됐다, 좆됐어 ,좆됐다고!!'

사고치고 자택 구금형에 처한지 얼마나 됬다고, 세가 회의장에 불려간단말인가

선우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후회하였다.

사리면서 다녀도 모자를 판국에 대형사고를 쳤으니 후회할만하였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 법

가기싫다고 당가주의 명을 무시할 수도 없었다.

"하아"

한숨을 크게 쉰 선우는 예복을 꺼내입고 다시 회의장으로 갈 채비를 하였다.

**************

세가 회의장

회의장 안에는 수 많은 장로들과 원로들이 빼곡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대부인인 운가려를 필두로 2부인인 이소옥, 3부인 금화정, 4부인 홍주연 5부인 유수진 뒷편에 조용히 시립해 있었다.

그리고 회의장 정중앙에 있는 상석에는 사천당문의 가주 당진철인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치 태산 같은 기세를 흘리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의 맞은 편에는 열 다섯이나되는 그의 아들들이 각자 나이 순대로 줄을 맞추어 시립해있었다.

그들은 조용히 당가주의 입이 떼어지길 기다릴 뿐이었다.

"내가 너희들을 부른 이유는 모두 예상했다시피 소가주 책봉에 관해서 얘기를 하기위해서다."

그 말을 들은 아들들은 저마다 침을 꿀꺽 삼키기 시작하였다.

평생을 듣고 싶었던 화두였기 때문이다.

"고독관(蠱毒館)을 개관할 것이다."

순간 장내있는 부인들과 아들들의 눈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경악이 서렸다.

'뭔데, 그게?'

물론 당세기로 변모하고 있던 선우는 의문을 표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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