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 45.당가 회의-2
"............."
"............."
당진철의 파격적인 발언에 회의장 싸늘히 굳어갔다.
뜬금없이 고독관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소리란 말인가
고독관(蠱毒館)이 무엇인가
일류고수조차 중독시킬 수 있는 맹독을 가진 독물들과 독무가 가득한 독지대가 아니던가
더구나 자칫 잘못하다간 목숨이 위험 할 정도의 기관진식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지 않은가
강력한 후계자 양성을 핑계로 형제간의 골육상쟁과 외척 세력을 배척하는 도구로 이용되어온 악습 중에 악습이 바로 고독관이었다.
하지만 이 사마외도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잔혹함을 자랑하던 고독관은 이미 수 세대전에 사장되다시피했다.
그런데 오늘 가주인 당진철이, 수 세대 전에 이미 사장됬다시피한 고독관을 자신의 세대에 개관시켜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말도 안됩니다!"
제일 먼저 언성을 높이며 말을 꺼낸 것은 대장로 당주기였다.
"아무리 후계자 선정이 어렵다하더라도 고독관 개관은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다시 한번 재고해주십시오 가주!"
그는 단호한 음성으로 말을 끊어내었다.
아무리 후계선정이 어렵다지만 형제간의 골육상쟁을 야기하는 악습을 부활시키다니 말도안되는 소리였다.
"맞습니다, 고독관이라니, 어불성설입니다!"
"그 참혹한 악습을 부활시킬 수는 없습니다!"
"형제간의 상쟁을 야기할 순 없습니다!"
"절대로 안됩니다!"
대장로를 시작으로 다른 장로들 또한 하나 둘 발언을 하기 시작하였다..
모두 고독관 개관을 반대한다는 의견이었다.
"부디 다시 한번 재고해주시게나 가주, 이는 너무나 극단적인 처사라네"
대원로인 당학주까지 나서서 당진철을 말리기 시작하였다.
하나 둘 의견을 내놓기 시작하자, 회의장은 또 다시 열기를 띄게 되었다.
물론 저들끼리 싸우던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지만 말이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고독관 개관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였다,
쾅
"그만"
열기가 과해지자 당진철은 다시 한 번 책상을 내려쳤다.
" 그렇다면 원로들과 장로들께서는 마땅한 방도가 있으십니까?"
당진철의 물음에 회의장의 모든 이들은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들이라고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후보만 열 다 섯이었다.
이들 중 한 명을 고르는 일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고독관 개관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고독관말고 정당한 경합을 통해 후계자를 선정하면 될 일이 아닙니까!"
대장로 당주기가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어느 세월에 말이오?"
당진철은 그의 말을 심드렁하게 받았다.
열 다섯명이나 되는 아들들을 어느 세월에 경합시키고, 평가하며 후계를 선정한단 말인가
설령 경합을 한다고해도 평가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을 누가 정한단말인가
장로들과 원로들에게 맡긴다면 결국 가장 세력이 큰 파벌이 후계자를 선정하게 될 것이 뻔하였다.
그럼 결국 반발이 일어날 것이고 감정의 골은 깊어질 것이다,
그 골이 곪을대로 곪으면 당가에는 혈풍이 불어닥치게 될 것이다.
현재 당가에는 다 섯이나 되는 외척세력의 무사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그들은 언제고 자신의 파벌을 위해 검을 들것이고, 사태는 최악으로 치닫게 만들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럴 순 없었다.
그라고 고독관을 개관하고 싶었겠는가
수가 많다한들 그들 모두 당진철, 자신의 피를 이은 아들들이었다.
자신이 냉혹하기로서니 잔인무도한 마두도 아닐진대
어느 아비가 자식을 사지로 몰아넣고 싶겠는가
하지만 세가의 안정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후계 관련 파벌 싸움은 자신의 손을 벗어날 정도로 너무 커져 있었다.
장로와 원로들도 이미 패를 갈라섰고, 외척 세력은 너무나도 강대해져 있었다.
모두 정리해야 했다.
고독관 개관은 아비로서는 못할 짓이었지만 가주로서는 이보다 더 나은 선택지는 없었다.
"경합을 진행한다치더라도, 그 경합의 공정성과 합리성 당위성은 누가 판단한단 말이오?"
"그것은 원로원과 장로원에서..."
"그렇게 되면 결국 세력이 가장 강성한 파벌을 지지하는 녀석이 소가주가 되겠지,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겠소?"
".........."
".........."
받아들일 수 일리 없었다.
그들 또한 지금 상황으로는 경합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장로분들과 원로분들께서 각 각 속해있는 파벌이 있고, 파벌 싸움을 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본 가주 또한 잘 알고 있소, 그리고 그 파벌 싸움에 외척 세력의 도움까지 받고 있다는 사실까지 말이오."
가주의 말에 회의장이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암묵적으로 행해지고 있던 것들이 처음으로 공식선상에 언급된 것이다.
"이대로 후계싸움이 심화되었다간, 결국 외척 세력에 의해 당문이 쪼개지고 말 것이오. 그걸 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소?"
"........."
"........."
모두가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들 또한 당가주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기에, 권력에 대한 욕구를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하오, 본 가주 또한 그러한 것까지 재제하고 싶은 마음은 없소, 하지만 적어도 당문의 힘을 깎아먹는 짓은 하지말아야 된다고 생각하오. 그리고 이는 장로분들과 원로원분들도 동의하는바라고 생각하오"
당진철의 진심어린 말은 장로와 원로들 또한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비록 후계 문제로 파벌싸움을 이어가고 있다고는 하나 그들 또한 당가의 혈족이었다.
당문의 세가 약해지는 것을 원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기에 본 가주는 분란의 원인을 제거 하기 위해 고독관의 개관을 선포하는 바이오, 물론 옛날처럼 적통이라면 무차별적으로 고독관에 들여보내는 것은 아니오. 고독관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규정을 정해놨소."
당진철은 숨을 한 호흡 고르고 다시 말을 이었다.
"첫 번 째 고독관의 입관은 오로지 지원자의 한에서만 입관할 수 있소, 강압이나 협박을 할 경우 본 가주가 친히 나서서 엄중히 처벌하리라."
당진철은 이 노괴들의 정치싸움에 자신의 아들들이 희생되는 것은 원치 않았고, 초강수를 두었다. 오로지 본인의 의지만으로 입관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얼마나 그의 말이 효력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놓고 압박을 주진 못하리라
"두 번 째는 만류귀원신공을 적어도 5성이상 성취한 자에게만 입관을 허락할 수 있소."
만류귀원신공은 당문의 적통에게만 전승되는 비전 심법이었다.
만류귀원신공은 독과 내력 모두 하나의 세계로 여기고, 끊임없이 순환하여 그 둘의 조화를 이루게 만든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 내력을 독기로 만들 수도 있고, 독기를 내력으로 변환시킬 수 있는 것이다.
독공을 다루는 자들에게 있어서는 더 없는 신공이었다.
하지만 만류귀원신공은 독과 내력의 조화를 추구하는 무공이었기에, 몸안에 품고 있는 독과 오랫 동안 축척해온 내력 과 그 모든 것들을 견딜 수 있는 단단한 신체가 조화를 이루어야만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
5성에 다다르라는 것은 적어도 일류이상의 성취를 보이라는 말과 같았다.
"모두 아시다시피 고독관 내부는 일류의 이른 무인들조차 견디기 힘들정도로 지독한 독기들로 가득 차 있소, 본 가주가 판단하기에 만류귀원신공의 성취가 5성이 안되는 아이들은 단 한 발자국도 못 디디고 중독되어 버릴 것이 분명하오, 그렇기에 입관 최소 조건으로 5성 이상의 만류귀원신공 성취를 제한을 두겠소."
당진철의 말은 사실이었다.
독지대가 품고 있는 맹독은 상상을 초월하였기에, 만류귀원신공의 성취가 더딘 아이들은 발을 디디기도 전에 중독되어 죽어버릴 것이 분명하였다.
장로들과 원로들은 수긍하면서도 마땅치 못한 표정을 지었다.
맞는 말이긴 하나 만류귀원신공이 5성에 다다르지 못한 후보가 상당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조건으로는 입관자의 중도 탈관을 가능케하겠소."
그의 말에 장내는 술렁이기 시작하였다.
이는 고독관이 생긴이래 단 한번도 전례가 없던 일이었다.
오직 한 명만이 살아남을 때까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곳이 고독관이 아니었는가
"대신 고독관을 탈관한 자는 후계의 자격을 잃게 되고, 어떠한 경우에도 가문의 일에 나설 수 없소이다."
그의 말에 원로들과 장로들 또한 수긍하였다.
후계 자격 과 적자로서의 권리를 둘다 박탈할 경우
살아남는다하더라도 반란을 일으킨다거나, 모략을 꾸미는 짓 따위는 감히 시도조차 못할 것이다.
"이는 자식에게 조금이라도 살길을 열어주고자하는 무정한 아비의 마지막 배려라 생각하고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구려."
말을 마친 당진철은 눈을 감았다.
개관을 선언하긴 했지만 자신의 자식들을 사지로 내몬다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가주로서는 최고의 선택이었으나 아비로서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만것이다.
그렇지만 혹여 그럴리는 없겠지만 명예보다 목숨을 더 중히 여기는 자식이 있다면 살길을 열어주고 싶었다.
때문에 중도 탈관 허락이라는 전무후무한 조건을 달게 된 것이다.
당진철의 모든 말이 끝나고 열기가 가득차있었던 회의장은 차가운 침묵만이 감돌고 있었다.
누구하나 입여는 이가 없었고 서로 눈치를 보기 일쑤였다.
그때였다.
"가주의 명을 받드옵니다!"
대원로 당학주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명을 받드옵니다!"
그다음은 대장로 당주기였다.
"명을 받드옵니다!"
"명을 받드옵니다!"
그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원로들과 장로들이 너도나도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고독관의 개관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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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가 내에는 수 많은 전각들이 있다.
혈족 중심의 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당가에는 직계혈족과 방계 혈족으로 나눠져 있었는데
그 중 직계 혈족의 경우 당가 내에서 하나의 전각 배정 받게 된다.
당세기 또한 작은 전각을 배정받았는데, 워낙 구석 쪽에 위치 하고 있어 인적이 무척 드물었다.
이는 당세기로 변모한 선우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호재였다.
전각을 방문한 당대부인이 내보낸 후 선우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당대부인에 관한 생각이었다.
그녀는 애를 여럿을 낳은 유부녀라기엔 너무나도 젊었고 매혹적이었다.
눈 밑의 작은 점은 그녀의 매력을 더욱 발산 시켰고, 살짝 날카롭게 떠있는 눈매는 도도함을 한 층 더해주었다.
그런 여인이 모성 가득한 애정을 발산하니 아름답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직도 그녀의 따뜻한 숨소리와 가슴의 감촉이 생생히 떠올랐다.
울음소리와 같이 새어나오던 숨소리는 그의 청각을 미치도록 자극하였고, 자신을 품에 안았을 때 느껴지던 커다란 젖통의 감촉은 그의 양물을 세워버렸다.
꿀꺽
저도 모르게 침이 삼켜졌고, 양물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전각 밖으로 나갈 때, 살랑 살랑 둔부를 흔들며 나가던 그녀의 뒷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물론 그녀가 의식하고 그의 눈앞에서 둔부를 흔든 것은 아니겠지만, 선우 입장에서는 그 움직임이 참지 못할 정도의 끓어오름을 선사하였다.
당장이라도 그녀가 입고 있는 적색 치마를 내려버린 뒤 그녀의 고의를 벗긴 후 검은 수풀사이에 숨어있는 비림에 자신의 양물을 미친 듯이 박고싶었다.
그녀의 안은 얼마나 따뜻할 것인가
그녀의 조임은 얼마나 억셀 것인가
선우는 저도모르게 그녀와 떡을 치는 상상을 했다..
눈이 몽롱하게 풀려갔기 시작하였다.
호흡은 거칠어지기 시작하였다.
당장이라도 양물을 부여잡고 마음껏 흔들고 싶었다.
하지만 선우는 양물로 향하던 손을 들어 그대로 왼쪽 뺨을 때렸다.
짝
뺨을 떄리자 몽롱하게 풀려있던 눈동자가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고, 거칠었던 호흡도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짝
짝
'시발, 미쳤나.'
뺨을 수 번 더 때리면서 선우는 반성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놈의 성욕이 문제였다.
옥령과 첫 거사를 치른 것도 따지고 보면 이 미치도록 넘치는 성욕이 일조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선우와 장삼의 기억이 하나로 합치된 이후
그가 느끼는 모든 감정이 배 이상으로 예민하고 풍부하게만 느껴졌다.
더욱 빨리 흥분하고 더욱 깊게 슬퍼졌으며, 더욱 크게 화가 났다.
이는 성욕도 마찬가지였는데, 그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성욕이 생겨났다.
20대의 혈기넘치는 남자의 성욕이 합쳐지니, 그 반향은 적지 않았다.
가벼운 접촉임에도 불구하고 발기가 될 정도로 정욕이 일어나는데는 이러한 속사정이 있었다.
이렇게 시도때도 없이 발기하는 양물로 인해 선우는 고민에 빠졌다.
감정이야 그때 그때 조절하면 되지만, 성욕의 경우 양물을 세워버리는 이 또한 문제였다.
무슨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크게 낭패를 볼게 뻔하였기 때문이다.
물론 마땅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시도때도 없이 발기한다고 양물을 잘라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니던가
너무나 건강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에이 모르겠다.'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자, 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차려입기 시작하였다.
답답한 마음을 식힐겸 산책을 하며 저택 주위를 빙 둘러볼 요량이었다.
자택 구금형이 내려지긴 했지만, 당가 전체가 자택이 아니던가
선우는 이내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전각 밖으로 나갈 채비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