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43화 (44/1,419)

〈 43화 〉 44.당가 회의-1

사천당문

사천제일가를 넘어 중원제일가를 넘보고 있는 가문으로서, 육대세가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가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당문을 제외한 육대 세가 또한 지역 최고의 명가로 거듭났지만, 당문은 사천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더 더욱 세력을 넓혀가기 시작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천무맹과 어깨를 나란히 할정도의 거대한 단일 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성장이 가능한 배경에는 천무맹주 이재원의 처가라는 점이 주요하였는다. 물론 다른 육대세가 또한 이재원과 사돈 관계를 맺었지만, 이 이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세가의 세를 확장한 세가는 당가가 유일하였다.

당가를 제외한 육대세가의 경우 세를 확장하기보단 지역내에서 위치를 공고히 하는데서 그쳤지만, 당가의 지역내 위치만을 공고히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업과 세력을 더욱 확장하였다.

은혜는 두배로 원한은 열 배로 되갚아준다는 당가의 철칙은 수 많은 상단들에게 신뢰를 주었고, 당가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표국의 매출을 폭등시켰다.

그리고 암기술로 유명한 당가에는 자체적인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암기뿐만 아니라 검, 도 ,창 등 무기 또한 기술력이 워낙 좋아 찾는 이가 많았다.

같은 수준의 무인이라고 가정했을 때, 차이가 나는 것은 무기의 질이기에, 수 많은 무인들이 당가표 무기들을 찾았다.

당가표 무기들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상단으로 독점 거래를 하였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폭리를 취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보통 상단들은 자체 생산품보단 거래처를 통해 물건을 받고 유통, 거래 수수료를 챙기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당가의 경우 자체적인 생산과 자체적인 유통과 거래가 가능하였기에

다른 상단과 큰 차이 나지 않는 가격으로 품질이 월등히 좋은 당가표 무기를 거래할 수 있던 것이다.

당연히 장사는 잘 될 수 밖에 없었고, 무기 시장의 육 할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거대 상단으로 발돋음 할 수 있었다.

천마대제가 절대무신 이재원 의해 패퇴한지 어언 20년

당가는 그 어느때보다 호황기를 누리고 있었다.

**********

사천당문

가주의 집무실

한 남자가 책상앞에 턱을 괴고 앉아있었다.

남자의 정체는 독왕 당진철로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사천당문의 가주였다.

'흐음, 어쩐다.'

그는 지금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었다.

바로 후계에 관련 된 고민이었다.

이미 소가주를 책봉해도 한참 전에 책봉했어야 했다.

하지만 세가를 확장한다는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보니 어느새 3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소가주의 자리를 비우게 되었다.

당연히 많은 장로들과 원로들이 반발하였고 이번 세가 회의에서도 당세기의 처벌보다 중점적으로 다뤄진 것이 소가주 책봉이었다.

당진철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당세기의 망나니 짓거리를 뒤처리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의 심각한 사안이었다.

최고의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당가이다.

이 영광을 대대손손 이어가고 번영시키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이를 소가주의 자리에 앉혀야 했다.

문제는 소가주 후보가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였다.

본부인인 운가려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던 그였지만, 정치적인 입지를 위해 다 섯명의 부인을 더 맞이한 이력이 있었고, 그 결과 너무나도 많은 자식들을 낳아버렸다.

아들만 열 다섯 명이었고, 딸만 넷이었다.

당가는 가주는 남자밖에 될 수 없기에 딸들을 제외한다쳐도 열 다섯 명이나 되는 후보들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가 보기엔 열 다섯 명 중 막내인 당세기를 제외하고는 딱히 엄청나게 특출나거나 못난 녀석들은 없었다.

누가 되었든 당가를 잘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로들과 장로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았다.

당세기에 대한 처벌을 빠르게 내린 후 그들은 소가주 책봉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그리고 각자 자신들이 속해 있는 파벌이 미는 이를 거론하였고, 머지 않아 언성이 오가며, 주먹다짐 직전까지 가버렸다.

그것도 가주인 자신의 앞에서 말이다.

자신이 소가주 책봉을 미루는 사이 각 후보들을 미는 파벌들이 가주의 눈치를 안볼 정도로 덩치를 키운 것이었다.

때문에 당진철은 골머리를 썩을 수 밖에 없었다.

누가되었든 고만고만한 놈들이 것만 뭐이리 박터지게 싸운단말인가

서로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기 바뻤고, 아들들의 험담을 듣는 당진철로서는 기분이 여간 나쁜게 아니었다.

그리고 느낄 수 있었다.

더이상 방치했다가는 세가에 혈풍이 불 것이 불보듯 뻔하다는 것을 말이다.

20년을 노력한 끝에 최고의 세가로서 명성을 날리기 시작하였는데, 후계싸움 때문에, 전부 말아먹게 생긴 것이었다.

그렇기에 당진철은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 것이다.

누구에게 후계를 물려줘야하며 그 선택을 한 타당성까지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다 고만고만하였다.

무공이 가장 높은 녀석을 고르자니 머리가 딸렸고, 머리가 좋은 녀석을 고르자니 무공이 딸렸다.

다 그런식이었다.

한 가지분야에서 뛰어난 녀석들은 많았지만 그 이상 특출난 녀석은 찾을 수 없었다.

이것은 가주이기 이전에, 아버지로서의 내린 결론이었다.

인성 또한 막내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적당히 이기적이고 적당히 협의가 있었다.

마땅히 고를만한 기준이 없는 것이었다.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하였다.

장로와 원로들 모두 입을 다물고 수긍할만큼 확실하고 획기적인 방법이 말이다.

"고독관(蠱毒館)을 개방해야겠구만."

당진철은 이내 결심한 듯 자리에 일어섰다.

세가 회의를 다시 소집할 요량이었다.

*************

고독(蠱毒)

커다란 항아리에 지네, 뱀, 거미,두꺼비 등 맹독을 가진 각종 독물들 한가득 담은 후 뚜껑을 닫는다.

그리고 한달 뒤에 이 항아리 뚜껑을 열면 수 많은 독물들을 잡아먹고 수 많은 맹독을 흡수하여 더욱 치명적인 독을 가지게 된 단 한마리의 독물만이 살아남게 되는데, 이를 고독이라고 불렀다.

고독관(蠱毒館)에서 고독은 여기서 유래한 단어로, 과거 후계 선발 과정에서 사용되었던 당가의 악습이다.

고독관은 명문정파라 말이 무색할 정도로 참혹하고 잔인하기 이를데 없는 악습 중 하나였는데, 이 고독관을 통과하기위해 무수히 많은 당가의 혈통들이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고독관을 처음 만든 이는 사천당문 출신으로서 당시 천하제일인으로 이름을 올렸던 독황 당패강으로, 호색한으로도 이름을 날렸던 그는, 부인만 일 곱을 두었고 첩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두고 있었다.

많은 수의 부인만큼 자식들도 많았는데, 적통을 이은 자식들 중 아들만 스 무 명이었다.

여기서 그는 골머리를 썩게 된다.

너무나도 많은 자식들 때문에, 후계를 선정하기 곤란하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 곱의 부인들은 각자 자신들의 아이가 가주가 되길 희망하였고, 외척의 도움으로 파벌을 확장하기 시작하였다.

모두가 그에게 후계를 선정하기를 종용하였고, 당패강은 처음으로 인생의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다.

스 무명이 넘는 자식들이었지만 모두가 자신의 피를 이어받은 덕분인지 재능이 뛰어났고 우열을 가리기가 어려웠다.

유난히 특출 난 이가 있다면 그를 후계로 선정하면 되지만, 모두가 뛰어나니 마땅한 방법을 찾을 수 가 없었다.

결국 마땅한 방법을 찾지못한 당패강은 후계선정을 계속하여 미루었고, 그 결과 파벌싸움은 심화가 되었고, 당가내에서 외척 세력의 입김까지 강화되는 사태가 일어나게 되었다.

최고의 성세를 자랑하는 당가에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본 당패강은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고민 끝에 당패강은 한 가지 묘책을 내었다,

후계를 선정하는 것과 동시에 외척 세력들을 전부 갈아버리는 것이었다.

그는 즉시 중원 최고의 목수들과 야장들 그리고 진법가들을 동원하여, 커다란 공사를 진행하였고, 1년이 지난 후 고독관(蠱毒館)이라는 불리우는 방대한 크기의 건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본디 고독관이 지어진 자리에는 당패강이 취미 삼아 모으던 각종 독초들과 독물들이 자생하고 있던 독지대였는데, 이를 개조하여 고독관이라는 건물을 세우게 된 것이다.

고독관 내부에는 맹독을 지닌 수많은 독물과 독연이 가득 차 있었고, 위험천만한 진법과 기관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당패강은 고독관이 만들어지자, 자신의 아들들을 전부 그 안으로 집어넣었고 단 한명만이 살아나오길 기다렸다.

수많은 장로들과 원로들이 반발하였지만, 당패강은 확고했고, 그의 의지를 꺽지는 못하였다.

반발하는 자들이 있으면, 가법을 핑계삼아 숙청을 하였다.

강경한 그의 대처에 많은 이들은 반발하기보단 침묵을 택하였다.

그렇게 한달이 지난 후

단 한명의 아들만이 살아남아, 고독관 밖으로 나오게 되었고, 그는 당가의 후계자가 되었다.

그 후부터 고독관은 후계자를 선정할시 사용되던 관습으로 굳혀졌는데, 워낙 잔인한 참혹한 방식인지라 얼마지나지 않아 역사 속으로 사장되었다.

그런데 지금 당진철은 사장되었던 악습을 부활시킬 생각을 한 것이었다.

'이제 날개를 달기 시작했는데, 날개짓을 하기도 전에 꺾일 수는 없지!'

한창 성세를 구가하고 있는 당문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후계 다툼 때문에, 내부분열이 일어나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허투루 되버린다.

그럴 순 없었다.

당문의 가주로서 그는 자신의 자식보다 가문의영광이 더욱 중요하였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달려왔다.

사천당문을 중원제일가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결국 20년이 지난 지금 단일 세력으로는 천무맹 다음가는 거대세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제 그 위치만 공고히 한다면 당문은 자신이 죽은 이후에도 그 영광과 번영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후계다툼때문에, 제 살 깎아먹기를 할순 없었다.

그럴바엔 차라리 고독관을 열어 분란의 씨를 제거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누군가를 자신이 후계로 지목한다하더라도, 분명 반발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였다.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하자니 외척 세력의 입김이 당가를 움켜쥘까 걱정이 앞섰다.

그렇기에 그는 고독관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쓰기로 한 것이다.

당가의 영원한 번영을 위해서 말이다.

회의장의 문을 열었다.

*******************

회의장 안

"소가주로는 삼공자께서 가장 적임이라 생각하옵니다."

"삼공자라니, 그는 무공이 약하지 않소?, 어디 무림세가의 소가주가 그리 무공이 약하단말이오?, 삼공자보단 육공자를 추천하는 바입니다."

"육공자라니!?, 육공자가 또래보다 무공이 강하긴 하지만, 제 이름 석자도 겨우 쓰지 않습니까?, 가주로서 격이 떨어집니다. 팔공자를 추천합니다."

"아니 팔공자라니!?, 팔공자는 다른 이들에 비해 특출한 구석이 전혀없는이가 아니오? 무공이 특출난것도 아니고, 학문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말이오."

"지금 말 다했소?"

"다못했소!"

콩가루도 이런 콩가루가 없었다.

소가주 책봉에 관한 화두만 던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자마자 격하게 반응을 하더니, 곧이어 저들끼리 싸우기 시작하였다.

감정실린 언성이 오갔고, 어떤이들은 내력을 끌어올리는 자들도 있었다.

화가 났다.

이들은 가주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가

지금 가문의 주인이 누군지 깨닫지 못하는 것인가

당진철은 서서히 내력을 피어올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책상을 격하게 내려쳤다.

순간 기파가 퍼지면서 장로들과 원로들의 안색이 파랗게 변하였다.

실수였다.

그동안 당세기에 관한 문제로 사과만 하던 가주였기에 , 그들은 잊고 있었다.

눈앞의 남자가 얼마나 강한 남자인지 말이다.

슈우우우웅

농밀한 기의 파동이 회의장 전체를 휘감았다.

최소 절정 이상에 경지에 오른 이들이지만 화경이라는 절대지경에 오른 가주의 농밀한 살기는 버텨내기 힘들었다.

쿨럭

내력이 약한 이는 피를 토하기 시작하였다.

"지금부터 본 가주보다 먼저 입을 여는분은 친히 가법으로 처벌하리라."

그가 말하는 한 자 한 자가 청각을 울리기 시작하였고, 공포라는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생각이 났다.

이 남자는 절대무신 이재원과 함께 천마대제를 패퇴시켰던 전설적인 영웅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당문의 장로와 원로들은 입을 다물어버렸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가주의 권위를 무시했고, 원래라면 이는 하극상에 가까운 행위였다.

그저 가주의 자비로움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제야 조용해졌군."

파앗

순간 회의장을 휘감고 있던 당진철의 살기가 전부 해소되었다.

기를 죽여놓았으니, 이제 함부로 나서지는 못하리라

"후계 선정에 관해서 말들이 많은 것은 알고 있소. 이는 본 가주가 미리 선정치 못한 불찰이오. "

가주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잘못을 시인하였다.

그 모습에 장로와 원로들은 의아함을 느꼈다.

무슨 말을 하려고 갑자기 저자세로 나오는 것인가

"그렇기에 본 가주는 이제라도 그 잘못을 바로 잡을까하오. 그 편이 모두에게 좋을 것 같으니 말이오."

가주의 말에 장로들과 원로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가주가 후계를 선정한 듯 싶었기 때문이다.

열 다섯이나 되는 후보들 중에 어떤 이가 사천당문의 후계자가 될 것인가

장로와 원로들은 당진철의 입을 바라보며, 어떤 말을 내뱉을 지 기다렸다.

"하지만 본 가주가 보기엔 모두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출중하기에, 후계 선정에 있어 곤란함을 겪을 수 밖에 없었소."

당진철은 말을 잠시 끊고 회의장에 앉아있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모두 흥분과 기대가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에 당진철은 악동같은 미소로 화답하며, 말을 이었다.

"따라서 본 가주는 고독관(蠱毒館)의 개관을 선포하는 바이오."

그의 충격적인 발언에 좌중에 있는 모든 이들의 표정이 돌처럼 굳어졌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