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 42. 당문의 망나니 공자가 되다-1
망나니란 무엇인가
망나니란 단어의 어원 자체는 본래 사형수의 목을 베던 백정에서 유래된 말이지만, 요즘은 성질이 난폭하고 사나운 사람을 빗대어 쓰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이 망나니라는 단어는 무척이나 큰 매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안하무인으로 행동하고 싶은 주인공에게 당위성을 부여해주는 소설 속 장치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능력은 쥐뿔도 없지만 인성이 개차반인 인물에 빙의하여, 망나니같은 성격을 이용하여 깽판을 치는 클리셰는 흔하디 흔해빠진 설정이지만 그만큼 사람들에게 먹히는 소재이기도 하였다.
특히 손해볼 줄 알면서도 착한 마음씨때문에 양보와 배려가 몸에 배인 사람일 수록 겉으론 티는 안났지만 울분이 쌓일대로 쌓인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복잡하고 귀찮은 것은 모두 제껴버리고 성질대로 행동하며, 손해보는 짓거리는 전혀 하지 않은 채, 이기적이고 약아빠진 인간들을 징치하는 망나니의 행보는 그들에게 엄청난 사이다를 느끼게해주는 것이다.
보통 막내아들이기때문에 과한 애정으로 인해 삐뚤어진 경우가 많았는데, 당세기의 경우가 딱 그러하였다.
선우는 전형적인 망나니인 당세기를 보면서 클리셰로서의 망나니를 떠올릴 수 있었고, 당가에 침입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축융공을 이용하여 당세기의 모습으로 변모하는 것이었다.
선우는 축융공으로 모습을 변모한 후 하인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생각해 본적이 있었다.
하지만 기껏해야 하인의 신분으로는 독정의 위치를 알아낼 방법이 요원하였기에 반쯤 포기하고 있던 차였다.
그렇다고 당가의 인물로 변할 경우
인간 관계서부터 무공 수위 , 가진 직위까지 워낙 변수가 많았기에 함부로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그 밖에도 이것저것 생각해보긴 하였지만, 모두 마땅치 않아 머리를 쥐어짜고 있었다.
그런 선우의 앞에 등장한 것이 망나니 당세기였다.
보통 망나니의 경우 가문에서 내놓은 자식 취급하기 일쑤였고 가족간의 사이가 나쁜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무공수련보단 주색잡기에 빠졌기에 무공 또한 형편없을 뿐더러, 교우 관계라고 해봐야 같이 술이나 처먹는 습자지처럼 얇은 인연밖에 없을 것이 뻔하였고, 믿음이 안가니 세가에서 직책을 맡은 일도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변모하여 흉내내기 최적의 대상이라는 소리였다.
선우는 당세기를 납치 감금한 후 그로 변모하여 독정을 취할 계획을 세웠다.
죽여버리는 것이 가장 편한 일이긴 하였지만, 자신의 편의를 위해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무림인인 장삼은 모르겠으나 현대인인 선우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그리하여 납치 계획을 마친 선우는 그날 이후 당세기를 미행하며 그의 동선을 확인하며 기회를 엿보기 시작하였다.
망나니긴 하지만 그의 곁에는 수신호위가 붙어있었기에, 그들과 떨어져있는 시간대를 찾아야 했기때문이다.
그의 일상은 아녀자 희롱하기, 술퍼마시기, 길가는 행인에게 시비걸기 등으로 전형적인 망나니짓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기회를 엿보던 중 사달이 일어나게 되었다.
길가던 유부녀에게 추파를 던지던 당세기가 그녀를 그대로 끌고가고 시작한 것이었다.
주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말리기는 커녕 혹여 눈이 마주칠까 몸을 사리며 피해가기 일쑤였다.
그의 수신호위 또한 눈쌀을 찌푸릴 뿐, 그 어떠한 제재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선우는 착각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당세기는 흔히 소설에서 보던 클리셰 망나니가 아니었다.
실재하는 개망나니 그자체였다.
소설 속 망나니의 경우
주인공이 빙의해야되는 대상이기 때문에, 선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성희롱선에서 그치거나 혹은 성폭행 미수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는 의도적인 망나니 짓으로 다른이들의 눈을 속이는 듯한 뒷사정을 부여하기도 하였다.
주인공이 빙의해야할 대상이기에, 용납 못 할정도의 죄목을 지어버리면 전개가 망가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선우도 당세기를 보면서 그러려니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는 무의식적으로 당세기를 소설 속에 등장하는 망나니와 착각하고 있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이를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에 굴복한 그녀는 그대로 당세기에게 끌려갔고, 인적이 드문 곳에서 범해지기 시작하였다.
여인의 비명소리와 아이의 울음소리가 선우의 귓가를 자극하였고 선우는 분노하기 시작하였다.
추악한 짓거리를 하는 것이 마치 이재원을 보는 듯했기 때문이다.
선우는 착하디 착한 옥령을 이용하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힌 전례가 있었다.
이는 그녀를 사람이 아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로만 이해한 그의 잘못이었다.
그렇기에 이용해도 된다 생각했고 그렇기에 상처를 주게 되었다.
살기 위해 옥령을 이용할 생각이 가득했던 선우는, 그녀와 생활을 시작한 후 그녀에 대한 모든 생각들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그녀는 숨을 쉬었고, 밝게 웃었으며, 생각을 하였고 행동을 하였다.
그녀는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고 선우는 사무치게 후회를 하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를 사랑하고 만 것이다.
그녀가 쓰러지고 선우는 다짐하였다.
다시는 이 소설 속에 인물 중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누군가를 책임지는 일이 이토록 무겁다는 것을 처음 느끼게 되었다.
다시는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이재원이라는 세계관 최강자의 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이용하고 괴롭혀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그때마다 정을 주게되고 연민을 느끼게 된다면 자신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다짐했것만 생각과 마음은 일치하지 않는 듯하였다.
무공하나 익히지 않은 아녀자가 아닌가
그녀의 아이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선우는 그저 소설을 좋아한는 독자이자 평범한 소시민일 뿐이였지만 무엇이 그르고 무엇이 옳은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저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된 일이었고, 미치도록 막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나설수가 없었다.
당장이라 앞으로 튀어나가 당세기의 모가지를 비틀어버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지금 감정적으로 행동했다간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수신호위들을 전부 물리치고 여인을 구한다쳐도, 그는 당가의 분노를 살게 될것이다.
감정적인 선택이 여인뿐아니라 아이까지 모두 죽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선우는 주먹에 피가 새어나올 정도로 꽉 쥐었다.
'당세기....'
당세기에 대한 분노가 피어올랐다.
결국 수치심을 못 이긴 여인은 혀를 깨물고 자결하였고, 당세기는 바지 춤을 올린 뒤 자리를 떴다.
울고있던 아이를 발로 뻥 차버린 것은 덤이었다.
당세기가 사라진 후 선우는 급히 아이에게 다가가 맥을 짚었다.
하지만 아직 어린나이에 불과했던 아이는 무림인인 당세기의 발길질을 견디지 못하고 이미 절명해있었다.
고사리같던 작은 손이 싸늘하게 식어있던 것이다.
선우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용히 분노를 삼키며, 또 다시 당세기를 미행하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대로변을 걷던 그에게 포두와 포졸들이 다가왔다.
아까 죽은 여인의 남편이 신고한 듯하였다.
울분에 찬 남자는 당세기에게 삿대질을 하였으나, 돌아온 것은 포졸들의 매질이었다.
불합리(不合理) 그 자체였다.
당세기는 한 가정을 끔찍하게 파탄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처벌도 반성도 없이 그저 술을 퍼마시러 금화루에 올라갔다.
자신의 벗들을 불러 부어라 죽어라 마셔대었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대취하던 그를 지켜보던 호위들이 자리를 뜨기 시작하였다.
금화루에서 술을 퍼마시다 다음날에 깨어나는 것이 일상이었기에
다음날에 올 요량으로 자리를 비운 것이다.
하루 중 유일하게 그를 노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가 금화루에만 박혀있다면 노릴 수가 없었다.
선우는 속으로 빌기 시작하였다.
제발 저 개같은 새끼가 딴맘이 들어 밖으로 나오기를 말이다.
'제발 나와라, 제발 .'
음양마의 가설에 의하면 자신에게도 주인공 보정이라는 것이 작용한다고 하였다.
당시에는 헛소리로 치부했지만 막상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가장 먼저 떠올랐다.
'제발 제발 제발 저새끼 죽일 수 있게 해주세요!'
그때였다.
뚜벅 뚜벅
당세기가 금화루 밖으로 비척거리며 걸어나오기 시작하였다.
'좋았어!'
선우는 몰래 그를 따라가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운좋게도 그는 외곽의 버려져있는 관제묘로 향하였고, 선우는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수신호위들은 사라져버렸으며, 근처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선우는 그대로 오줌을 싸갈기고 있는 당세기를 덮쳤다.
망나니답게 더러운 성질머리를 자랑하는 말버릇은 손수 칼을 쑤시며 고쳐주었다.
제일 먼저 손톱과 발톱을 모두 뽑아버린 후 공포감을 조성하였다.
그후 한 쪽 손목의 근맥과 한 쪽 발 목의 근맥을 잘라버렸다.
그다음은 일사천리였다.
당세기는 무척이나 협조적인 태도를 취하였고, 선우는 만족하며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미 많은 정보를 얻어낸 선우였지만 분이 풀리지가 않았다.
'저새끼는 더욱 고통 받아야해.'
선우는 계속해서 그에게 정보를 뜯어내었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일생을 말하라며 말이다.
죽기 싫었던 당세기는 생각나는 모든 비밀을 털어놨지만, 선우는 만족하지 않았다.
확인할 겸 말한 그대로 다시 읊으라 하였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이 언제나 모든 일들을 일정하게 기억하는 것은 아니였기에, 당세기가 말하는 정보는 군데군데 틀린 곳이 발견되었고 그럴 때마다 선우는 가차없이 칼질을 이어나갔다.
처음에는 남아있는 근맥부터 시작해서, 손가락 , 발가락, 코,양쪽 귀, 양쪽 눈, 함부로 휘두르고 다니던 양물까지 모든 곳에 칼질을 이어갔다.
처음에 살려달라던 당세기는 종국에는 제발 죽여달라며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선우는 그럴생각이 전혀없었고, 살까지 저며가며 그의 정신을 괴롭히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더 이상 난도질할 곳이 없어져서야 선우의 칼질은 멈출 수 있었다.
"나....한테..왜..이러는거야........"
선우가 난도질을 멈추자 당세기가 묻기 시작했다.
"너는 그들한테 왜 그랬는데?"
"...그...들.?"
"네가 죽여버린 수많은 사람들말이야."
"나는.....사천..당문의...적통이다...나는...그래도 돼"
"마찬가지야."
푹
선우의 칼이 당세기의 이마에 꽂아버렸다.
"나도 그래도 돼."
화르륵
당세기를 죽인 후 선우는 삼매진화를 피어올렸다.
그리고 제일 먼저 당세기의 안면을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태워버렸다.
매케한 연기가 나면서 사람 가죽 타는 냄새가 관제묘를 가득 채웠다.
"켁 켁 이새끼는 살타는 냄새도 역겹네."
기침을 몇 번 한 후 선우는 관제묘 전체에 불을 지른 후 관제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멀리 떨어져 불타고 있는 관제묘를 바라보았다.
모든 준비가 끝난 것이다.
선우는 축융공을 운용하여 몸의 골격과 얼굴 생김새를 바꾸기 시작하였다.
뼈자체를 움직이고 근육자체도 늘이거나 줄여야 했기때문에, 생각보다 시간도 많이 걸렸고 시행착오도 많이 일어났다.
선우는 얼굴을 갈아엎길 수 번을 반복하고 나서야 당세기와 완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바꿀 수 있었다.
그리고 성대를 조절하여, 최대한 당세기와 비슷한 목소리로 만들었다.
그 후 선우는 옷가지를 전부 벗어버리고 대로변에서 잠을 청하였다.
어차피 당가로 들어가는 방법따위는 모르기에 알아서 찾아가라는 심보였다.
거기에다 망나니인 당세기라면 술에 취하여 길바닥에서 자는 것도 충분히 당위성이 있지 않겠는가
그 계획은 정확히 맞아떨어졌고, 선우는 뒤늦게 온 수신호위들에 의해 사천당문의 문턱을 넘어설 수 있었다.
그 후 그는 당문의 명예를 실추 시킨 댓가로 자택 구금형이라는 형벌에 처해졌고,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당가에 잠입한 것이 기뻐, 휘파람까지 불어대며 자축하던 선우는 더욱 희희낙락하며 미소를 지었다.
거기다 자택 구금형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호재였다.
겉모습은 당세기로 변하긴 하였지만, 하는 짓거리까지 똑같이 따라하지 않는다면 의심이 받을 것이 분명하였다.
그런데 자택구금형이라니, 세가 내에만 있을 좋을 구실이 아니던가
마침 울고 싶었는데 뺨 때려준 격이었다.
'이제 어디부터 돌아다녀 볼까?'
선우가 또 다시 고민에 빠져있던 그때였다.
똑 똑
방문 밖에서 누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기아야, 어미다. 문을 열어보거라."
방문자의 정체는 당대부인 운가려였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자택 구금형에 처한 사람을 왜 찾아 온단 말인가
그녀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선우는 당황하게 되었다.
선우는 일단 그녀가 들어올 수 있도록 잠자뒀던 방문을 열어주었다.
방문이 열리고 당대부인 운가려의 모습이 드러났다.
처음 본 운가려의 모습은 중년 부인이라 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날카롭지만 아름다운 눈매, 오똑한 코, 빨갛게 빛이나는 입술,거기다 선이 고운 얼굴까지
약간 사나워보이는 눈매가 옥의 티이긴 하였지만, 그녀는 옥령을 제외하고 그가 본 어떠한 여인보다 아름다웠다.
옥령이 나이에 맞지 않게 젊은 아름다움이라면 느낌이라면, 눈앞의 운가려는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나이에, 요염함과 농염함이 연륜에 잔뜩 묻어나와있었다.
거기다 몸매는 어찌나 육덕진지 딱 붙는 옷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가슴이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둔부 또한 애를 낳아본 여자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큼지막하여 선우의 시선을 강탈하였다.
'........미친!'
선우가 욕이 절로 나올 정도로 감탄하고 있는 사이
와락
그녀는 빠르게 선우에게 다가가 와락 껴안아버렸다.
"얼마나 힘들었을고, 이제 다 걱정 말거라, 어미가 다 해결해줄터이니."
그녀는 연신 눈물을 쏟으며 선우에게 다정한 말을 건냈지만 그에게는 어떠한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선우의 가슴팍에 그녀의 커다란 젖통이 가진 감촉이 그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위...위험해!!'
선우는 위기감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