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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40화 (41/1,419)

〈 40화 〉 41. 개망나니 당세기-3

당세기

세인들이 그를 부르는 명칭은 다양하였다.

호부견자, 개망나니 , 호로자식 ,천벌받을 놈, 당가의 수치 등 약관밖에 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 벌써 수 많은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그것도 명문세가의 적자가 말이다.

당가입장에서도 당세기는 무척이나 부끄러운 존재였다.

사천제일가를 넘어 중원제일가를 넘보고 있는 가운데, 온갖 구설수들로 당가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오점 중에 오점이었기 때문이다.

본디 그는 독왕 당진철이 늦은 나이로 보게 된 늦둥이로, 가주인 당진철과 당대부인인 운가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났다.

이미 장성한 형제 자매들과 나이 차이 또한 많이 났기 때문에, 후계 문제로 예민하던 그들도 당세기만큼은 아무런 불편함없이 애정을 줄 수 있었다.

거기다 원로들과 장로들 또한 오랜만에 본 적통이라 그런지 반색하며, 그의 존재를 반가이 여겼다.

그 결과 당세기는 가문 모든 사람들의 애정을 듬뿍받으며 자라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냐자식 호로자식 된다고 했던가

너무나도 과한 애정을 받고 자란 당세기는 인격이 잘못된 방향으로 뒤틀리기 시작하더니, 종국에는 천하에 둘도 없는 개망나니로 자라게 된것이다.

손을 뻗으면 무엇이든 가질 수 있었고, 잘못을 해도 꾸짖기보단 쓰다듬었던 교육방식이 그를 안하무인의 쓰레기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너무나도 추악하고 남들 보기 부끄러울 정도의 악행들을 저지르던 당세기는 결국 가문의 사람들조차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당진철이 보내오던 따뜻한 눈빛은 시리도록 차가운 냉혹한 시선으로 바뀌었고, 가문의 수 많은 사람들이 보내오던 애정어린 시선들은 경멸어린 시선으로 바뀐지 오래였다.

오직 그의 어미인 당대부인 운가려를 제외하고는 그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던 당세기는 더욱 더 밖으로 나돌아다니며 사고를 치기 일쑤였고, 그에 대한 평가는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에 고리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금화루에서 잔뜩 취한 그가, 다음날 대로변에서 알몸으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다.

잔뜩 취해 빨개진 얼굴로, 코까지 골며 자고있는 모습은 수많은 사람들이 보게되었고, 당문은 큰 굴욕을 맛보게 되었다.

사천의 패자, 사천당가의 적자가 알몸으로 발견된 것이다.

당연히 명문세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질 일이었다.

그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졌고, 당가주 당진철의 귀에까지 들어가게되었다.

언제나 냉정을 유지하던 그는 매우 격분하였고, 당세기에게 자택구금을 명하였다.

그동안 아무리 사고를 치고다녀도 근신정도로 유야무야 해결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처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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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의 집무실 안

냉막한 인상의 중년인인 당진철이 책상의자에 앉아, 맞은 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맞은 편에는 매우 아름다웠지만,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중년의 미부가 서있었다.

그녀는 당대부인인 운가려였다.

"가주, 지금 제정신인건가요?"

그녀는 무척이나 화가난 듯 언성을 높였다.

"뭐가 말이오."

당진철은 무척이나 심드렁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당진철은 이미 그녀가 올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이렇게 성질을 낼 것이라는 사실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택 구금이라니요, 그 아이가 무슨 큰 죄를 저질렀다고 그럼 끔찍한 형벌을 내리는 신건가요!"

"그 아이는 불손한 행위로 당가의 명예를 떨어뜨렸소, 자택 구금형정도로 끝나는 걸 다행으로 아시오."

이는 맞는 말이었다.

당세기가 본부인의 자식만 아니었어도, 세가 밖으로 추방하거나 목을 쳐버려 명예를 회복했을 것이다.

"고작 명예따위가 당신의 자식보다 소중한가요?, 당신은 그런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었던건가요?

당대부인은 눈물을 보이며 호소하기 시작하였다.

당진철은 그녀의 말에 골머리가 썩어왔다.

그녀는 논리에서 밀리면 꼭 눈물부터 짜내었다.

평소에는 냉정하고 사리분별할줄 아는 똑똑한 여인이것만, 막내 아들인 당세기와 관련된 일이라면, 눈과 귀를 전부 막아버리고 막무가내가 되어버리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부인, 말이 자택 구금형이지, 거의 휴양이나 다름없지 않소, 어디 멀리 유배되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것이 풍족할터인데 무엇이 그리 불만이시오?"

당진철은 타이르듯이 그녀에게 말하였다.

당진철의 말처럼 당세기가 자택 구금형에 처했다고는 하나 엄청난 불이익을 받거나 고통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때가 되면 밥이 나오고, 자택 내 연무장에서 무공 수련을 할 수 있었고, 잠 또한 풍족하게 잘 수 있었다.

밖에 나갈 수 없다할 뿐 큰 형벌이라 부를수도 없는 것이었다.

"자유가 없지 않습니까, 자유가, 저 넓디 넓을 천하를 주유해도 모자를 판국에 저 좁디좁은 자택에서 숨만 쉬고 보내지 않습니까!"

"아니 그럼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킨 놈을 자유롭게 냅두란말이오?, 아무런 처벌도 없이?, 모두가 당가를 비웃게 될 것이오!"

"아니 세상천지에 사천당문을 비웃는자들이 어디 있단말입니까?, 있다하더라도 비웃는 자들의 눈알을 파내고, 살을 저며버리면 될 일 아닙니까?"

그녀의 말에 당진철은 인상을 와락 썼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었다.

그녀 또한 유명 무가 출신이기에, 가문의 명예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알고 있음에도 억지를 부리고 있다.

세가의 명예는 수입과도 관련이 깊었다.

명예가 높아질 수록 가문에 대한 신뢰는 높아지고, 찾는 이들은 더욱 많아지기 때문이다.

당진철은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과거에는 누구보다 사랑하는 여인이었지만, 당세기의 망나니짓이 시작 된 이후부터 둘의 관계는 소원해지기 시작하였다.

늦둥이를 볼 정도로 금슬이 좋던 당진철과 운가려였지만 이미 관계를 안한지도 오래되었다.

극성맞은 모습을 볼때면 정나미가 뚝 뚝 떨어져나갔기때문이다.

저렇게 오냐오냐 키우니 당세기의 버릇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미 세가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이오, 번복은 없소, 당신도 괜히 기아에게 헛바람 넣지말고 자중하시구려."

당진철은 그녀의 말을 단호히 끊어내었다.

계속 듣다보면 끝도 없었기에 끊어버리는 편이 나았다.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냉혹하기 이를데 없는 사람이군요! , 됐습니다. 가보겠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운가려는 눈물을 흘리며, 그대로 집무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멀리 안나가겠소."

화가 많이 났는지, 집무실 문을 닫는 소리 심상치 않았다.

"휴우."

그녀가 나가자 당진철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식만큼 뜻대로 되는 것이 없다하더니, 그 말이 확 와닿았다.

무공도, 가문도 모든 것들이 승승장구해나가고 있는 그였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당세기만큼은 어찌할 수가 도리가 없었다.

늦게 낳은 자식이라 더 큰 사랑과 관심을 주었것만, 그 사랑이 독이 되어 자식을 망치고 말았다.

하지만 깨달은 뒤에는 이미 늦은 뒤였다.

이제와서 당세기가 바뀔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이미 어릴적부터 형성된 인격을 어찌 바꾼단 말인가

그저 더 큰 사고만 치지 않도록 바라고 바랄 뿐이었다.

"기아야, 내가 너를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거라."

집무실에는 당진철의 한숨 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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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 밖으로 나온 당대부인은 분통이 터졌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때문이다.

젊어서 놀다보면 실수도 할 수 있는 것이지

어찌 그런 작은 일에 연연한단말인가

그녀는 남편인 당진철의 태도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찌 그리 자식에 대한 애정이 없다는 말인가

그 어린 것이 좁디 좁은 자택에서 숨만 쉬면 지낼 생각을 하면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차올랐다.

좋게 타이르고 보듬어주다보면, 언젠가는 정신차리고 가문의 대들보가 될 수 있는 아이였다.

그런데 이렇듯 강경책을 펼치니 더욱 엇나가는 것이 아니던가

자기 자식의 일이것만 남 일처럼 대하는 남편도 마음에 안들었고, 명예 타령을 하며 당세기의 처벌을 요구했던 장로들과 원로들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세기가 엇나가기 시작한 이후 남편과의 관계 또한 소홀해진 그녀였다.

한창 때의 나이인 그녀였지만, 무관심한 남편의 태도는 그녀의 반발심을 일으켰고, 그 반발심은 당세기에 대한 옹호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 악순환의 고리가 두 부부의 사이를 더욱 소원하게 만들어버렸다.

당대부인은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했다.

'우리 아가, 상심이 얼마나 클까'

분명 상심이 클 것이다.

알몸으로 대로변에 누워있은 꼴을 수 많은 사람들이 봐 버렸으니 말이다.

당대부인은 당세기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이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물론 모두 자업자득으로 일어난 일이었지만, 그녀에게 당세기는 가문의 명예를 위해, 처벌을 받은 피해자에 불과하였다.

그녀는 급하게 발길을 돌려 당세기의 거처로 향하였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상심해 있을 막내아들이 걱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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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눈매와 냉막한 인상

젊은 시절 당진철을 뺴다박은 남자가 침삼 위에 누워있었다.

남자의 정체는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킨 죄로 자택 구금형을 선고받은 당세기였다.

평소처럼 근신이 아닌 자택구금이라는 형벌을 받았음에도 당세기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휘이이이

오히려 휘파람까지 부는 여유까지 부리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당가 안으로 들키지 않고 들어왔다.'

사실 침상 위에 누워있는 당세기의 정체는 축융공을 이용하여, 그의 모습으로 변모한 선우였다.

그는 당가의 비보라 불리우는 독정을 훔치기 위해, 당세기를 죽인 후 그의 모습으로 변모하여, 당가에 들어온 것이다.

처음 사천당문이 있는 성도로 도착했을 때만 하더라도, 선우는 막막하기만 하였다.

잠도 줄여가며 밤낮 가리지 않고 달려 온 덕분에, 비교적 빠른 시일내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막상 도착하고나니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 떄문이다.

자신이 제 아무리 화경을 코앞에 둔 초철정 완경에 이른 고수라지만 중원제일가를 넘보고 있는 사천당가에 몰래 잠입하는 것은 무리였다.

비록 단일 세력 최강이라 불리우는 천무맹에 미치지는 못하였지만, 절대지경의 이른 고수조차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을 갖춘 곳이 육대세가였다.

그 중 독보적인 위치에 서 있는 곳이 바로 사천당문이었다.

화경의 고수인 당진철을 비롯하여 수많은 초절정 고수들이 즐비한 곳에, 소리 소문없이 침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거기다 독정이 숨겨져 있는 장소라면, 무척이나 은밀한 곳에 숨어있을 것이 뻔하였는데, 외인인 선우가 그 위치를 알리가 없지 않겠는가

가만히 앉아 궁리를 하던 중 그는 우연한 기회에 대로변에서 깽판을 치고 있는 남자를 보게되었다.

남자는 술에 취했는지, 대로변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주먹을 마구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남자가 주먹질을 하는 대상은 애 ,어른 할 것없이 무작위였고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그의 주위에 쓰러져나갔다.

입고있는 행색이나 외모를 볼땐 꽤나 이름있는 곳의 자제인듯 보였기에, 괜한 주목을 받고싶진 않았던 선우는 그 모습을 그저 지켜만봤다.

성도는 사천당문의 영역이었으니, 얼마지나지 않아 저자를 제압할 무인들이 올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얼마 지나지 않아 녹의를 입은 무인 서넛이 남자의 앞에 나타나게 되었다.

선우는 머지않아 땅바닥을 구르게 될 남자를 상상하였지만, 선우의 바램과는 달리 남자는 오히려 녹의를 입은 무인들을 패대기치기 시작하였다.

"!?"

그 모습에 선우는 의문점을 품고 옆에 있던 남자에게 물어보았다.

"저자가 누구길래, 당가의 무인조차 굽신거리는 겁니까?"

남자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는 손가락 하나를 입에 갖다대었다.

"쉿, 목소리 낮추게나. 저들이 듣겠네."

그는 주먹질을 하던 남자와 당가의 무인들이 사라질때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비로소 입을 떼었다.

"저자를 모르는 것을 보니, 타지에서 온 외인이구만."

"네 그렇습니다. 성도에 온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 남자는 누구길래? 저토록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겁니까?"

"대로변에서 주먹질을 하던 남자는 당가의 개망나니 당세기라네, "

"망나니요?"

"그렇다네, 사람들은 그를 개망나니 혹은 개차반이라고 부르고 있다네, 대낮부터 술 처먹고 아녀자를 희롱하는 것은 물론 길가던 사람을 패는 것 또한 밥 먹듯이 하는 몹쓸 인간이지."

"그런데 그걸 가만히 냅둡니까?"

당가주의 막내아들이기 때문에, 망나니 짓거리를 해도 아무도 손을 못 쓰고 있다네. 자네도 성도에 왔다면 당세기를 조심하는게 좋을 걸세, 저자는 무림인이라해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네."

남자의 말을 들은 선우는 무척이나 놀랐다.

한낮부터 대취하여 망나니 짓거리를 하고 있는 남자의 정체가, 사천당문의 가주인 독왕 당진철의 막내아들일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다.

보통 정파의 명문세가의 경우

협을 숭상하기 때문에 인성교육 또한 바르게 할 것이 분명할진데, 뜬금없는 망나니가 등장한 것이다.

'망나니 막내아들이라......"

선우는 머리속에 망나니라는 단어와 막내 아들이라는 단어를 곱씹어보았다.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기 떄문이다.

번뜩

순간 번뜩이면서 선우의 머리속에 수많은 계획들이 그려지기 시작하였다.

'저거다!'

선우는 막막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옥령을 구할 수 있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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