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화 〉 40. 개망나니 당세기-2
"끄아아아아악 시발새끼가!!!"
당세기는 등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비명을 질렀다.
"소리 지르는걸보니, 멀쩡한가보네."
당세기의 등을 찔렀던 남자는, 비도를 빙글 빙글 돌리며, 그에게 다가갔다.
"오지마!! 오지마!!!!!!!"
남자가 다가오자, 당세기는 발작을 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당세기의 바램과는 달리 남자는 당세기에게 다가간 후 그대로 오른쪽 어깨를 찔러버렸다.
"끄아아아아아악"
당세기는 이번에도 여과없이 비명을 질러대었다.
자신이 언제 이런 꼴을 당해보았겠는가
언제나 금이야 옥이야 키워졌으진 당세기였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맞아본적 없는 그에게는,
이 모든 것이 지옥처럼 느껴졌다.
당세기는 살면서 단 한번도 무공의 필요성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사천에서 감히 당문의 적자인 당세기에게 손댈만큼 간 큰자는 없었을 뿐더러, 무림인과 시비가 붙었을 경우에도 언제나 당가의 무인들이 지켜주었기에 걱정이 없었다.
무공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당세기는 적자라면 무조건적으로 익혀야하는 기본공을 제외하고는 다른 그 어떤 것도 손 댄 적이 없었다.
만약 다른 무림인들이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통이 터지리라
그에게는 지루하고 재미없는 무공보단 즐겁고 신나는 주색잡기가 더욱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당세기는 자신의 그러한 선택을 처음으로 후회하고 있었다.
제대로 단련조차 안한 그의 육체는 저 시퍼런 칼날이 주는 고통을 버티기엔 연약하기 그지 없었다.
상처 부위는 불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웠으며,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시발새끼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안다니까, 너 천하의 개망나니새끼잖아?"
"나는 사천당문의 가주인 독왕 당진철의 적자 당세기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당세기의 말을 들은 남자는 크게 웃기 시작하였다.
이내 웃음을 멈춘 남자가 말을 이었다.
"그래, 너의 아버지가 독왕 당진철이지, 독공으로 절대지경에 이른 절대고수말이야."
"맞다! 이제라도 나를 풀어준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물론 당세기는 남자의 목숨을 살려줄 생각따윈 추호도 없었다.
일단 위기를 모면하고나면 세가에 알린 후 잡아들여, 뼈까지 통째로 씹어먹어버리리라
절대 권력자인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준 건방진 녀석을 살려줄 순 없지 않겠는가
"으하하하하하 이새끼 걸작이네."
하지만 당세기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자는 다시 한번 크게 웃기 시작하였다.
"너 저능아냐?, 아직도 사태 파악이 안돼?"
"뭐라고!? "
"독왕 당진철, 진짜 무서운 인간이지, 초절정 고수마저 일수에 한줌의 독물로 만들어버리는 무시무시한 독인이니까"
당연한 말이었다.
절대지경에 오른 당진철의 용독술은 초절정 고수마저 일수에 중독시켜버릴 정도로 기존의 독공과는 궤를 달리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독에 관해서는 절대적인 위치에 올라선 선구자.
사천당문을 사천제일가에서 중원제일가로 도약시킨 야심가
당문을 넘어 사천 최고수로 자리매김을 한 절대고수
그것이 바로 독왕(毒王) 당진철인 것이다.
두렵지 않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리라
하지만
"근데 너는 당진철이 아니잖아?"
눈앞에 있는 이는 당진철이 아니었다.
남자의 입가에 띄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푹
"으아아아아아아악 시이이이발!!!."
푹
"아아아아악 개같은 새끼야아아아아!!!"
남자는 비도를 들어, 당세기의 몸을 여기저기 찌르기 시작하였다.
당세기는 비도가 몸에 틀어박힐 때마다 비명을 질러댔고, 욕짓거리를 끊임없이 내뱉기 시작하였다.
대체 자신이 무슨 짓을 하였다고, 이런 고통을 주는 것인가
당세기는 의문이 들었고, 악에 받히기 시작하였다.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이래도 되니까."
푹
이번에는 찌른 곳은 허벅지였다.
"으아아아아악!!"
얼마나 비명을 질러댔을까
"시발새끼 죽인다 죽이고만다!!!"
당세기는 눈물과 콧물을 잔뜩 흩뿌리면서도 자존심을 세우며, 욕짓거리를 내뱉었다.
오만과 자존심으로 꽁꽁 둘러싸여있던 껍질은 무척이나 견고해보였다.
"이거 안되겠네."
꽈악
남자는 그대로 당세기의 머리채를 잡고 질질 끌고가기 시작했다.
질 질
"놔! 놓으라고!! 이 버러지같은 새끼야, 감히 누구의 머리채를 함부로 잡는거야!"
머리를 잡혀 끌려가는 당세기는 바락바락 악을 지르며 발악하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남자는 그대로 당세기를 끌고 관제묘로 들어갔다.
철푸덕
그리고 그대로 당세기를 땅바닥에 던져버렸다.
"내가 사라진 것을 알면 당가의 무인들이 나서게 될 것이다!!!"
내던져진 당세기가 남자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괜찮아, 그전에 끝날테니까."
"뭐야!?"
"당세기, 네가 아침까지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해?"
남자는 의문에 찬 눈빛으로 당세기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을 본 순간 당세기는 처음으로 공포라는 감정을 휩싸이게 되었다.
저 남자는 진심인 것이다.
"오지마, 오지마!!!"
그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쳤지만, 이내 남자에게 잡혀 점혈을 당하였다.
당세기를 점혈한 남자가 제일 먼저 한일은 당세기의 손톱을 뿌리째 뽑는 일이었다.
뿌득 뿌득 뿌득
열 손가락 전부 손톱이 생으로 뽑힌 당세기는 고통에 눈이 돌아갔지만 점혈을 당하여 그 어떠한 말조차 할 수 없었다.
손은 피범벅이 되었고, 당세기는 눈을 뒤집어까버렸다.
그 다음은 발톱이었다.
신발을 벗기고, 그의 발톱을 생으로 전부 뽑아버렸다.
뿌득 뿌득
이내 그의 손과발은 피투성이로 물들게 되었다.
당세기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런 꼴을 당하는 것인가
손발이 너무 아팠고, 어머니가 보고싶었다.
자신의 호위들에 대한 원망이 올라왔다.
사천당문의 적자가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데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살아돌아게 된다면 그들의 목부터 쳐버릴 것이라고 다짐 또 다짐하였다.
당세기가 고통 속에서 원망을 토해내고 있던 그때였다.
남자는 피투성이가 된 당세기의 손을 들어올렸다.
"이 개같은 손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괴롭혔냐?"
썩둑
그리고 왼쪽 손목에 있는 힘줄을 끊어버린 것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악'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당세기는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보려고 애써봐도 입과 성대가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좆같은 발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짓 밟았냐?"
썩둑
푸슉
이번에는 오른쪽 발목에 있는 힘줄을 끊어버린 남자는, 터져나오는 피를 대충 지혈한 후 칼을 던졌다.
챙그랑
비도를 집어 던진 남자는 당세기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제 점혈을 풀어줄거야, 그런데 또 니좆대로 지랄발광을 한다면 나머지 힘줄들도 전부 끊겨버릴줄 알아.""
남자의 서슬퍼런 협박에 당세기는 눈을 꿈뻑꿈벅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였다.
탁 탁 탁
남자는 당세기의 몸을 몇 번 두드리더니 그대로 점혈을 풀어버렸다.
"............"
당세기는 분노가 치밀어 욕짓거리가 나올 뻔하였지만 간신히 참아내고, 그의 물음을 기다렸다.
남은 힘줄이 끊기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잘 생각했어. 완전히 병신보단 반병신이 낫잖아?"
남자는 약올리듯 당세기를 조롱하였고, 당세기는 살심이 치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가슴을 진정시켰다.
최대한 이 남자에게 협조하고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가장 급선무였다.
벗어나기만 한다면 당가의 모든 저력을 동원해서라도 저놈을 찢어발기고 말리라
앉아있는 당세기 앞에 쪼그려앉아 그와 눈을 마주쳤다.
"말해봐."
"뭐를?"
"전부."
"??!?!"
"너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봐. 다 말하면 풀어줄게."
남자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게 무슨!!"
"장난이 아니다, 너에 관한 모든 일들을 다 말해봐. 태어난 순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말이야."
남자는 무척이나 진지한 얼굴로 당세기를 바라보았다.
그 진지한 눈빛에 당세기는 입을 떼고 자신의 일생을 줄줄히 말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본디.....독왕....적통....6살때...기본공을.12살때............"
당세기의 이야기는 1시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리고 나서야 마무리될 수 있었다..
남자는 당세기의 말을 들으며, 열심히 무언가 적고 있었다.
"다시."
"뭐!?"
"아까 했던말을 그대로 다시 읊어봐."
"그게 무슨!?"
"네가 말한 것들이 사실인지 확인해야겠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봐."
남자의 말에 당세기는 부아가 치밀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어쩔도리가 없었기에, 다시 입을 뗄수 밖에 없었다.
"나는 본디.....독왕....적통....5살때...기본공을....12살때............"
당세기의 일생에대해 다시 듣던 남자는 말하였다.
"틀렸어"
"뭐가!?"
"네가 기본공을 입문한 것은 6살이라고 했다."
"헷갈린 것이다!"
"내가 분명 장난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너한테는 장난질처럼 보였나보네?"
남자는 바닥에 던져버린 비도를 다시 든 후 그대로 당세기의 오른쪽 손목의 힘줄을 잘라버렸다.
서걱
"끄아아아아아아아악!"
"하는 말에 모순이 생길 경우 한 부위씩 잘라주마. 신중히 말해"
말을 마친 남자는 피가 철철나는 당세기를 대충 지혈한 뒤 다시 물었다.
"다시"
힘줄이 잘린 고통에 당세기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에게 그런 것을 기다려줄 여유따윈 없어보였다.
당세기는 입을 떼었다.
여기서 실수라도 하는 순간
온몸이 난도질 강할 것이 분명하였다.
"나는 본디.....독왕....적통....5살때...기본공을....12살때.......18살 때....."
"틀렸어. 네가 18살때 강간한 여인은 아닌 강씨가 아니고 염씨였다."
서걱
"끄아아아아악"
남자는 당세기의 대답이 틀릴때면 가차없이 검을 휘둘렀고, 당세기의 신체는 점점 훼손되기 시작하였다.
"다시."
서걱
"다시."
서걱
관제묘에는 남자의 무미건조한 목소리와 당세기의 비명만이 가득차게 되었다.
남자가 당세기를 고문한지 4시진이 지났을 때
비로소 남자의 고문이 모진 고문은 멈춰질 수 있었다.
더 이상 칼질 할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세기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한 구석이 없었다.
양 쪽귀는 전부 잘려져 있었고, 양쪽 눈알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고 콧잔등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사지 근맥은 모두 절단 당했으며, 손가락과 발가락 또한 전부 잘려져 있었다.
포를 뜨듯 칼로 저며진 피부는, 붉은 속살을 내보이고 있었고, 칼로 조금씩 긁어냈던 양물은 원래 형체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게 망가져있었다.
"아...아......아...."
너무나도 선명하게 느껴지는 고통에 당세기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복수따윈 잊어버린지 오래였다.
복수심은 그저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뀌었고, 살고 싶다는 마음은 차라리 죽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나....한테..왜..이러는거야........"
"너는 그들한테 왜 그랬는데?"
"...그...들.?"
"네가 죽여버린 수많은 사람들말이야."
"나는.....사천..당문의...적통이다...나는...그래도 돼"
"마찬가지야."
푹
남자의 칼이 그대로 당세기의 이마에 꽂혀버렸다.
"나도 그래도 돼."
뇌 속까지 칼이 스며든 당세기는 그대로 절명하게 되었다.
사천당문의 적통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하여 사천 전역을 악명으로 물들었던 개망나니 당세기는, 버려진 관제묘에서 모진 고문을 당한 끝에 쓸쓸히 숨을 거두게 되었다.
당세기가 죽자 남자는, 내력을 태워 손에 불을 피어올렸다.
삼매진화였다.
그리고 그 불꽃을 그대로 당세기에 얼굴에 갖다댄 후 지지기 시작하였다.
매캐한 연기가 나면서, 살을 태우는 그 특유의 고약한 냄새가 관제묘를 채우기 시작하였다.
"켁 켁 이새끼는 살타는 냄새도 역겹네."
불에 지져진 당세기의 얼굴은, 그 형체를 구분할 수 없을정도로 망가져있었다.
당세기의 얼굴은 확인한 남자는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를 짓고는, 벽에 불을 갖다대었다.
화륵
뼈대가 오래돤 목재라서 그런지 관제묘는 쉽게 불이 붙었다.
활 활
불길은 빠르게 확산되었고, 이내 관제묘 전체를 집어삼키기 시작하였다.
터벅 터벅
관제묘에 불을 지른 남자는, 여유롭게 밖으로 걸어나왔다.
그리고 어느정도 떨어진 위치에서 관제묘가 불타고 있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우드득 우드득
그때 남자의 뼈가 갑작스레 뒤틀리기 시작하였다.
키는 조금 더 줄어들었고, 손과 발 또한 더욱 작아졌다.
눈매는 조금 더 사납게 바뀌었고, 코는 조금 날카로워졌다.
우드드득
이내 얼마지나지 않아 남자는, 베일 듯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청년의 모습으로 변모해있었다.
당세기였다.
남자는 고문 끝에 죽어버린 당세기의 모습으로 변모한 것이었다.
'준비는 끝났다.'
당세기로 변모한 남자는 그대로 자리를 떠나버렸고 관제묘는 여전히 불타고 있을 뿐이었다.
그날 사천 성도에서는 신원미상 불타죽은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추위를 피해 버려진 관제묘에 들린 남자는 불을 피우고자다 변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불길이 어찌나 거셌는지, 온몸이 까맣게 불타버렸고, 특히 얼굴부분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불타 신분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신원미상 시체는 현에서 장례를 치뤄주고 묻어주는 것이 원칙이였지만, 헛돈 쓰는게 아까웠던 현령은 시체를 들판에 버리라고 명하였고, 남자의 시체는 들짐승의 먹잇거리가 되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지 않아 기묘한 소문이 돌기 시작하였다.
사천당문의 망나니가 개과천선했다는 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