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8화 (39/1,419)

〈 38화 〉 39.개망나니 당세기-1

사천당문

양 옆에 청성파와 아미파라는 거대한 구대문파를 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천당문은 근 300년동안 사천 지방을 지배해온 명실상부 사천 제일의 세력이다.

사천에 유입되는 금자가 어마어마하다고 하지만 세 곳이나 되는 거대 무림 세력들이 모두 만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문파를 운영하는 것은 돈이 무척이나 많이 드는 일이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말이다.

무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최적의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가장 먼저 수많은 인원이 무공을 익힐 공간이 있어야 하였고. 원활한 수련을 위해 반듯한 돌이나 나무를 깔아 안전성을 확보해야된다.

그리고 하루에도 수 십개씩 부러지는 수련용 무기들을 보충해야한다.

수련용 무기는 보통 나무로 만드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벌목을 하거나 나무를 사와 직접 만들어야했고 그에 따른 인건비 또한 들어갔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수련용 무기에서 벗어나 철로 만들 철제무기를 사용하여야했는데, 이 또한 어마어마한 철값과 야장들에 대한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

하루에 베어지는 짚단만 수 백개였고, 부숴지는 수련인형 또한 수십에 이르렀다.

거기다 수많은 수련생들이 먹을 음식또한 양이 어마어마하였고, 잠을 잘 수 있는 숙소또한 따로 마련해야하였다.

한창 자랄 나이에 올바른 영양섭취가 없다면 성장이 더딜 뿐더러, 수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음식은 고기와 야채가 적절히 배합되어있는 맞춤 식단을 제공한다.

잠자리 또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여, 수련에서 오는 피로도를 최소화하기위해 한 방에 몰아넣기보단 여유있게 배치하여 수련생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대략 무공을 7~8세에 입문한다고 가정한다면, 거진 10년 이상은 이러한 수련과정을 거쳐야 무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무인으로서 어느정도 성장을 마친 이들은 재능에 따라 두 가지 선택을 하게된다.

진산제가가 되어 본산에 남거나 아니면 속가제자가 되어 속세로 나가 문파의 이름을 내건 사업을 시작한다.

그것이 무관이 됬건 표국이 됐건 상단이 됐건말이다.

본산에 남는 자들은 매월 월봉을 받으며, 문파에 직접 들어오는 의뢰들을 해결하였고, 문파의 이름을 빌려 사업을 하는 이들은 매달 일정 수준의 지원금을 문파로 보내야했다.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하염없이 돈을 들이부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각 문파들은 이권에 대해 무척이나 민감하였다.

한 지역의 여러 문파가 있을 경우

속가제자들이 운영하는 사업체에 큰 차질을 생기기 때문이었다.

사천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하였는데, 이는 청성파와 아미파 그리고 사천당문이라는 거대세력들이 인접한 위치에 있었기에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이중 당문은 사천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당문의 경우 속가제자를 따로 두지 않기 때문에 무관 운영 사업에는 그 세가 덜하였지만, 상단이나 표국의 경우 당문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였기에 그 세가 강성하였다.

속가제자가 운영하는 상단이나 표국보다는 당문이 직접 운영하는 상단과 표국을 선호하였기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무력적으로도 더욱 월등히 뛰어났고, 은혜는 두 배로 원한은 열 배로 갚아준다는 철칙을 고수해온 당문의 경우 표물이 약탈당할 걱정도 덜하였기에 사람들은 더욱 그들을 신뢰하게 되었다.

또한 명문세가답게 각 지역의 유지들 뿐만아니라 관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을 정도로 인맥이 넓었기에 상단 사업 또한 수월하게 순항하고 있었다.

거기다 천하제일인 이재원의 처가라는 배경은 그 모든 장점들을 상회할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명실상부 사천제일가라는 칭호를 넘어서 중원제일가를 넘보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미파나 청성파 입장에서는 분통 터질 일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지금 당문과의 격차는 두 문파가 힘을 합친다해도 쉬이 넘어서질 못할 정도로 벌어지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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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루

당문에서 관리하는 기루 중 가장 큰 기루로, 꽃과 같이 어여쁜 기녀들이 워낙 많았기에, 천금을 들고와도 넉달도 못가 무일푼이 된다는 말이 자자할 정도로 유명한 기루이다.

금화루 최상층에서는 거대한 술판이 벌어지고 있었디.

"하하하하하하 마셔라."

녹의를 입은 젊은 남자가 손에 술잔을 쥐고 연신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아잉~"

다른 손으로는 옆에 끼고 있는 어여쁜 기녀의 가슴을 주무르며, 그녀를 희롱하고 있었다.

"오늘은 내가 거하게 낸다고 하지 않았나!!, 맘놓고 해가 뜰때까지 마시세."

"하하하하 고맙구만, 내 오늘 당형덕에 고삐가 풀릴때까지 마실수 있겠어! "

"이야, 금화루 최상층에 올라와 술을 마실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당형 대단하구려."

"과연 사천당가의 적자답구려!"

"하하하하하 이까짓게 뭐라고 자꾸 얼굴에 금칠해주는구려, 원한다면 내 매일 데리고 오리라."

"아하하하하 역시 당형은 화통하구려. 내 잔을 받으시오."

"내 잔도 받아주시구려."

"전부 마실터이니 한 사람씩 따라주시구려."

녹의를 입은 남자는 술을 넙죽 넙죽 받아먹으며, 히죽거리기 시작하였다.

남자의 이름은 당세기

사천당문의 가주인 독왕의 막내아들이었다.

본디 사천당문의 가주인 독왕 당진철의 막내로 태어난 그는, 워낙 늦둥이로 자란 탓에 세가 내에서 관심과 애정을 무럭무럭 받고 자라났다.

독인으로서 절대지경에 이른 당진철조차 당세기를 보면 웃음꽃이 끊이질 않았고, 늦은 나이에 당세기를 품은 당대부인 운가려는 말할 것도 없었다.

또한 워낙 어렸기에 후계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았기에, 형제자매들 또한 그에게 차별없는 애정을 베풀어주었다.

그렇게 모든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자라난 당세기는 아주 훌륭한 망나니가 되었다.

당문의 사람들은 그가 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구해다주었고, 잘못을 하였을 때도 꾸짖기보단 웃음을 지어주었다.

소위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이다.

될성 부를 잎은 떡잎부터 남다르다고 했던가

예비 망나니였던 당세기는 어릴적부터 그 흉악한 두곽을 드러냈다.

세가 내 시녀들을 희롱하는 일은 다반사였고, 길가던 사람에게 시비를 걸어 반신불수를 만든다던가 머리에 피도 안마른 나이에 기루를 들락날락거리며 술을 퍼마시는 일이 일상이었다.

뿐만아니었다.

길가던 유부녀를 겁탈하여 자결하게 만드는 것은 특기요. 항의하러 온 남편의 목을 따버리는 것은 취미생활이었다.

무늬만 망나니인 인간들과는 본질 자체가 달랐다.

순수한 아이는 누구보다 잔인해질 수 있다고 하지않던가

당세기는 아이였다.

누구도 제재하지 않는, 날이 시퍼렇게 선 칼을 들고있는 아이말이다.

당세기는 인간말종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사고를 치고다니면서, 사천에서 드높은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당세기는 오늘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오늘 그는 거리를 활보하다 마음에 드는 여인을 만나게 되었다.

볼록한 젖탱이와 꼴릿한 둔부가 시선을 끄는 여인이었다.

옆에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걸 보면 남편이 있는 유부녀임이 분명하였지만, 당세기는 개의치 않았다.

자신은 하고싶은 것은 모든 해야 직성이 풀렸기 때문이다.

그대로 여인의 손을 잡고 강제로 끌고갔다.

여인은 완강히 반항하였지만, 아이를 죽인다는 말에 순순히 따라오게 되었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그들을 데려간 당세기는, 그대로 여인의 옷을 찢어버리고, 아이가 보는 앞에서 그녀를 겁탈하였다.

관객이 있으니, 오히려 더욱 흥분하는 느낌을 받은 당세기는, 아이의 울음소리와 여인의 비명소리를 즐기며 몇 발이고 빼낼 수 있었다.

그렇게 행위가 마무리 되었을 때

여인을 쳐다보니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겁탈당한 여인이 혀를 깨물고 자결한 것이었다.

물론 그녀가 죽은 것은 당세기가 알바는 아니였기에, 그대로 바지춤을 올렸다.

그리고 서럽게 우는 아이가 시끄러워, 발로 한 대 차버린 후 자리를 떴다.

이미 쌀건 다 쌌으니 용건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당세기는 의문을 품었다.

자신에게 겁탈당한 여인들은 항상 자결을 하였다.

같이 즐겨놓고 무슨 헛짓거리란 말인가

요즘 계집들은 너무 고루한 관념에 가득 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릇 자신과 같은 우월한 인간의 씨앗을 받을 기회가 왔다면 영광인줄 알고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둔부라도 더욱 흔들어제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당세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지으며, 다시 거리를 활보하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관아의 포두와 포졸들이 그를 잡으러왔다.

그들은 얼마나 울었는지

눈물이 시뻘개진 남자를 대동하고 그를 찾아왔다.

그 모습에 당세기는 웃음을 지었다.

겁탈한 여인의 남편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항상 의문이었다.

마누라가 죽으면, 새로 마누라를 얻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어째서 분노하고 원통해하면 눈물을 흘리는 것인가

"쯔쯧"

절로 혀가 차였다.

당세기의 모습을 본 포두와 포졸들은 어쩔줄 몰라하였다.

그리고 그가 보는 앞에서 마누라가 겁탈당한 남자를 두드려 패기 시작하였다.

붉은 피가 터지면서 온 몸을 적셨고, 하얀 뼈가 빛을 받아 반짝일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고나서야, 그들은 매질을 멈췄다.

당세기는 그 모습에 입이 찢어지도록 웃었다.

이것이다.

이것이 바로 권력이라는 것이다.

당세기는 이렇게 자신이 가진 권력을 확인할 때면, 알 수 없는 희열이 차올랐다.

만약 그가 사천당가의 적자가 아니였다면 진즉 관아에 체포되어 형장의 이슬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당세기는 사천제일이라는 당문의 적통이였기에, 그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으며,되려 그를 신고한 이들만 몰매를 맞게 되었다.

그리고 당세기는 그들을 안주삼아 금화루에서 술을 퍼마실 수 있던 것이다.

즐거웠다.

그 어떤 누구도 자신에게 감히 대적 못할 것이다.

당세기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였다.

지금의 위치를 무척이나 소중히 생각하였다.

계속되는 망나니 짓에 꾸중하던 아비도 더 이상 그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어미인 당대부인은 그의 망나니짓을 알면서 항상 감싸안았고, 언제나 수습해주었다.

또한 넘치도록 돈을 쥐어주었다.

후계쪽은 아예 가망성이 없다고 생각하였는, 형제자매들의 견제가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 사천에서 자신은 그 어떤 짓을 해도 용서받을 수 있고, 할 수 있었다.

세상이 미치도록 재밌다.

"하하하하하 당형 한 잔 더 받으시지요."

"하하하하 제 잔을 먼저 받아주셔야합니다."

"내 오늘은 네 발로 기어 돌아갈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겠네."

당세기는 상념을 마치고, 자신 앞에 있는 인간들을 바라보았다.

지역유지의 자제뿐만아니라 유력상단의 자제, 이름난 후기지수까지 어딜가든 대우받을 것이고, 무시 받지 못할 인간들이었다.

하지만 이 콧대 높은 인간들이. 혹여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자신에게 매달리는 꼴이 퍽 웃겼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니 당형 뭐가 그리 재밌으십니까 같이 좀 웃읍시다."

"하하하하하 당형이 웃으니 저도 절로 웃음이 나는군요."

"역시 사천당문의 영웅답게 웃음소리도 호탕하구려 하하하하하"

이들은 모를 것이다.

당세기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웃었는지말이다.

금화루는 곧이어 사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

터벅 터벅

당세기는 비척거리며 밤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절로 흥에 취해 대취하여 버렸다.

내력으로 술기운을 태워버릴 수도 있지만, 그것은 주도(酒道)에 맞지 않았다.

취하지 않을 것이라면 뭣하러 술을 마신단말인가

그러던중 갑작스레 소변이 마려왔다.

많이 먹기 많이 먹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망나니라지만, 명문세가의 자제가 대로변에서 양물을 꺼내들 수는 없지 않겠는가

터벅 터벅 터벅

이내 마을 외곽 쪽에 위치한 관제묘에 도착하였다.

마을과 멀리 떨어져 있을 뿐더러 찾아오는 이도 적었기에 안심하고 볼일을 볼 수 있었다.

졸 졸 졸 졸

당세기는 바지춤을 내려 양물을 꺼내어 소변을 보기 시작하였다.

뚝 뚝 뚝

부르르르

소변을 다 싼 양세기는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고는 바지춤을 올리려고 하였다.

그때였다.

순간적인 살기가 그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급히 뒤를 돌아보려 하는 순간

등쪽에 차가운 금속 특유의 감촉이 느껴졌다.

뒤를 잡히고 만 것이다.

"뒤를 보면, 너 죽어."

뒤쪽에서 무미건조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술이 단숨에 깨버렸다.

"너......너...내가 누군지 알아?"

당세기는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잘 알지."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남자는 그대로 등을 찔러버렸고, 당세기는 그대로 등을 부여잡고 땅을 뒹굴며 비명을 질러대었다.

"천하에 둘도 없는 망나니 새끼잖아?"

남자는 등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고 있는 당세기를 쳐다보며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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