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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5화 (36/1,419)

〈 35화 〉 36. 대적자-2

절대무신 이재원

20년전 무림에 신성처럼 등장하였던 그는, 파격적인 행보로 전 무림을 뒤흔들어놓았다.

그의 파격적인 첫 행보는 당시 산서성을 공포로 떨게 만들었던 산서검귀의 멱을 따는 일이었다.

산서검귀는 산서성을 지배하는 혈검방의 방주였는데, 성정이 괴팍하고 사나워 하루에도 수 십명의 사람들이 죽어나갔으며, 여색을 몹시 밝혀 처녀든 남편이 있는 유부녀할 것 없이 겁탈하여 산서성을 공포로 물들고 있었다.

그때 등장한 것이 이재원으로, 당시 약관에 나이에 불과했던 그는 일수 산서검귀의 목을 따버리면서, 그 이름을 중원에 널리 알리게 되었다.

산서검귀가 여색과 주색에 빠져 수련을 등한시하긴 하였지만 , 엄연히 초절정에 이른 고수였다.

그런데 초절정 고수를 약관에 불과한 이재원이 일 수에 꺽어버린 것이다.

놀라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이상한 일일터

그 후에도 이재원은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며, 명성을 드높이게 되었다.

정파무림의 결전병기이자, 구파일방의 공동전인인 양태산과 사흘밤낮으로 비무를 하다, 종국에는 승리하게 되었고, 사파의 지배자였던 흑룡왕을 혈투 끝에 쓰러뜨리는 등 약관에 나이에 불과한 후기지수로서는 말도 안되는 업적을 이루어 낸것이다.

보통 약관의 나이에는 절정의 경지에 이르기만해도 천고의 기재라며, 치켜세워주기 일 수였것만 이재원은 그런 일반적인 무림의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성장해버린 것이다.

그후 선옹이라는 희대의 기인을 만나, 반선이라고 불리우는 현경에 이르게 된 이재원은, 천하제일마라고 불리우던 음양마를 패퇴시키고, 중원을 지배하려는 야욕을 품은 천마대제를 물리치며 무림을 구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를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렀으며, 모두가 그를 칭송하였고 경외하였다.

단 한사람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음양마가 이재원을 처음 본 것은 선옹의 거처에서였다.

처음 그를 보았을때 만해도, 음양마는 큰 감흥이 없었다.

그의 머리속은 선옹이라는 절대자를 쓰러뜨릴 생각만 가득했을 뿐

아직 햇병아리에 불과한 이재원 따위는 관심 밖이었다.

젊은 나이에 , 화경에 이른 것은 천고의 기재라고 불리울 만큼 대단한 일이긴 하였으나, 자신이나 천마대제처럼 그 선례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곧이어 경천동지할 싸움이 시작되었고, 결국 음양마는 선옹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음양마는 희열에 가득차게 되었다.

선옹이라는 절대자를 꺽음으로서 천하제일인로서 우뚝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스승의 죽음에 분노한 이재원이 그에게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처음 그가 달려들었을 때만해도 음양마는 코웃음을 쳤다.

선옹과의 혈투때문에 지친 상태라곤 하지만 이재원같은 핏덩이한테 지겠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황은 그의 생각과는 반대로 흘러갔고, 음양마는 패하게 되었다.

음양마는 아직도 그때의 패배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재원 또한 현경에 경지에 이르긴 하였지만, 이미 현경 끝자락에 도달한 자신을 상대로 이긴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자신이 누구던가

이미 옛적에 현경에 경지에 오르고,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 자신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갓 현경에 오른 핏덩이에게 진단말인가

같은 현경의 경지였지만, 둘의 차이는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하지만 그는 패하였고, 절벽에 떨어지게 되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이재원은 현경이라기엔 모자란 새끼였다.

정신적인 수양이 잘되있다기엔,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하였으며, 집중력 또한 부족하기 이를 때가 없었다.

하지만 이재원은 이상할정도로 운이 좋았다.

선옹이 죽자마자 우연히 현경의 경지에 오르게 되었고, 우연히 선옹에게 입은 상처를 적중시켜 음양마를 패퇴시키게 되었다.

하지만 음양마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핏덩이 같은 애새끼한테 지다니 이게 무슨일이란 말인가

막 현경에 이른 이재원은 음양마와 싸우면서 더욱 더 성장을 거듭하기 시작하였다.

그 성장세에 음양마는 혀를 내둘렀다.

아니 무슨 현경에 막 도달한 놈이 숨 쉬듯이 심검(心劍)을 사용한다는 말인가

마음의 검을 세우는 것은 현경의 최소 조건이지만, 이재원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였다.

하지만 이재원은 무슨 깨달음을 얻었는데, 자유자재로 심검을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종국에는 음양마는 패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심검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것정도로는 음양마를 이길 수는 없었지만, '우연히' 선옹에게 당한 상처를 적중당하여,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절벽 밑으로 떨어져 구사일생한 음양마는 패배를 인정 못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껄끄러웠기 때문이다.

그 후 몇 번이고 이재원에게 덤벼들었지만, 단 한 번도 그에게 우위를 점한 적이 없었다.

그것도 이재원의 이상할정도로 빠른 성장세와 우연히 일어나는 행운덕분에 말이다.

처음에는 분명 무공에서 자신이 우위에 서있는 것은 확실하였으나, 싸움이 진행 될 수록 이재원은 자신과 동등한 경지에 올라와있었다.

음양마가 몇 년간 쌓아온 깨달음을 결투 몇 번으로 단박에 깨달아버리는 것이었다.

실전만큼 좋은 스승이 없다지만, 현경의 경우 그 궤를 달리하였다.

실전보단 정신적인 수양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새롭게 창조해야하것만 , 이재원은 그런 것 하나없이 그저 상황에 맞게 쑥쑥 성장하게 되었다.

애초에 그가 주력으로하는 무형검(無形劍)조차 스승이었던 선옹의 장기가 아니던가

그렇다고 무공 수련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었다.

그의 경지는 만날때마다 항상 정체되있는 상태였다.

오로지 자신의 목숨이 위험할 때만, 수동적으로 성장하는 것이었다.

음양마는 그런 이재원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이재원은 불가사의한 행운이 가득 찬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언제나 승리하였고, 언제나 운이 좋았다.

마치 온 세상이 그를 도와주는 것처럼 말이다.

종국에는 자신마저 인정할 정도로 강대하기 그지 없었던 천마대제조차 패퇴시키지 않았던가

천마대제는 인외 그 자체의 인물이었다.

과연 같은 피륙으로 이루어진 인간이 맞는지조차 의심이 들정도로 강대하였다.

그런데 저딴 모자란 새끼가 그를 이겨버린 것이다.

그것도 '우연히' 말이다.

음양마는 한 가지 가설을 세우게 되었다.

초월적인 어떤 미지의 존재가, 그가 무슨 일을 하든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상을 조율하고 있는게 아닐까라는 가설을 말이다.

그의 가설이 맞다면 이론상 그 어떤 누구도 그를 이길 수 가 없었다.

무공으로 우위에 점하고 있긴하지만, 자신조차 이재원을 제압할 수 없었다.

그는 성장하였고, 종국에는 자신을 초월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음양마는 이재원이 성장할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그저 응수만 할 뿐 적극적인 공격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가 더욱 강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음양마는 이재원의 찌질하고 추악한 면모를 잘 알고 있었다.

며칠동안이나 미행을하면서 습격할 기회를 엿보았기에, 어디서 무슨일을 하였는지 속속히 알고 있었다.

만약 저딴 새끼가 신선의 경지라 불리우는 생사경에 이르게 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악화되리라

중원 뿐아니라 전 세계를 지배하려고 할 수도 있고, 영원불멸의 존재가 되어, 영원히 세상을 지배할 수도 있었다.

무엇이 되었든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 분명하였다.

물론 음양마 입장에서는 알바아니였지만, 저딴 새끼가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이 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냥 무시하고 살려던 찰나였다.

선우를 보게 된 것이다.

과거 음양마에게는 정을 통한 여인이 한 명 있었다.

선옹에게 첫 패배를 하고 계곡을 떠내려가던 그를 건져 치료해주었던 여인이었는데, 처음에만 하더라도 음양마는 몸이 회복되는 즉시 그녀를 덮쳐버리고 음양마공의 제물로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정성스러운 간호와 자신이 음양인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태도에 반하게 되었고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둘은 얼마지나지 않아 정을 통하게 되었고, 그녀는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된다는 생각에 들떴던 그였지만, 천하제일마라는 자신의 정체가 마음에 걸렸다.

지금이야 남들의 눈을 피해 살고 있지만, 무림공적인 자신에게 정을 통한 여인과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모진 풍파에 휘말릴게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거기다 그녀는 일인전승이지만 엄연히 정도에 속하는 문파의 계승자였기에, 더더욱 마음이 쓰였다.

오랜시간동안 고심하던 그는, 그녀와 아이가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결국 그곳을 떠나게 되었다.

이호선이 떠나간 이후 그와 정을 통하였던 여인은 아이를 출산하게 되었고, 그 아이는 어머니의 무공을 계승하게 되었다.

아버지인 음양마 이호선의 재능을 이어받았는지, 그의 딸은 나날히 성장하였고, 끝내 여중제일인이라고 불리우게 되었다.

그 딸이 바로 백검문의 문주이자 옥령의 스승이면서 검후라고 불리웠던 전대 여중제일인 이옥선이 었던 것이다.

그녀의 소문을 들은 음양마는 내심 뿌듯하면서도, 아비로서 해준게 없다는 사실에 무척이나 안타까워하였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는 별처럼 빛나는 그녀에게 방해만 될 뿐이란 사실을 알고 있던 그는 그저 먼발치에서 지켜볼 뿐이었다.

그녀가 무림에 출도하여, 협행을 행하고, 제자를 거두고 키워가는 과정을 전부 지켜봤던 그였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날 그는 이옥선 부고를 듣게 되었다.

원인은 어미로부터 유전된 지병이었다.

화경이라는 절대지경에 이르렀지만, 병을 극복하지 못한 그녀는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고만 것이다.

그 소식을 들은 이호선은 한탄하며, 하늘을 원망하였다.

데려갈거면, 다 늙어빠진 자신을 데려갈 것이지, 어찌하여 젊디 젊은 딸을 데려가단 말인가

그는 절망하였고, 아내와 딸에 대한 정을 모두 끊어버린 이후 무공에게만 몰두하게 되었다.

그 결과 현경의 끝자락에 다다를 수 있었고, 자신을 죽기직전까지 몰아세웠던 선옹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물론 이재원에게 패하여, 절벽 밑으로 떨어지긴 하였지만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갑작스러운 심경의 변화가 일어났다.

현경의 끝자락에 오른 이후 오욕칠정을 모두 끊어냈다고 여겼것만 그날 따라 아내와 딸이 미치도록 보고싶었기 때문이다.

음양마는 미련없이 백화봉에 올라, 아내와 딸의 묘를 찾게 되었고, 올라가는 길에 우연히 이재원과 대치하는 선우를 보게 되었다.

몸은 걸레짝이되어 움직이지도 못하는 주제에 아가리로 이재원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퍽이나 웃겼다.

하지만 웃음도 잠시

이재원이 바지를 내리고, 양물을 덜렁거리며 옥령에게 다가가는 순간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저 아이가 누구란 말인가

죽은 자신의 딸이 보옥처럼 아끼던 하나 뿐인 제자가 아니던가

그런 소중한 아이에게, 양물을 덜렁대며 다가가는 모습에 참지 못하고 나서게 되었다.

그가 성장할 기회를 주어선 안되지만 끓어오르는 부아를 참지 못하고, 일을 저지르고 만것이다.

"하아"

이호선은 탄식이 절로 나왔다.

자빠져있던 어린놈의 내력을 격발시켜, 백검문의 비처로 이동하게 만들었고, 자신은 이재원과 대치하게 되었다.

응수만 하며 최대한 시간만 끌려고 하였지만, 결국 손을 써버려 이재원은 또다시 성장시키고 만 것이다.

어찌어찌 그를 따돌리긴 하였지만, 만약 또 다시 붙게된다면 자신 또한 목숨을 걸어야할 지도 몰랐다.

백검문에 비처에 도착하고, 선우를 치료하던 음양마는 놀라움에 금치 못하였다.

자신이 우연히 구한 청년이 음양조화신공을 익히고 있던 것이다.

그덕에 폐인이 될 정도의 상처를 입고도, 온전히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기묘하였다.

모든 것들에 의문이 들었다.

가장 먼저 의문이 들었던 것은 자신의 심경의 변화였다.

수 십년동안 찾지도 않던 아내와 딸의 묘를 왜 오늘따라 찾게 되었는가

자신이 오늘 백화봉을 찾지 않았더라면, 이 청년과 옥령은 살아남지 못하였을 것이다.

지금 중원에 이재원을 대적할 만한 사람은 자신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 청년은 무슨 연유로 백화봉에 머물게 되었는가

옥령이야 백검문의 문주이기에 백화봉에 머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 청년은 처음보는 이였다.

왜 하필 이재원과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었던 자신과 연관이 깊은 백화봉에 있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하필 목숨을 구해준 청년이 음양조화신공을 익혀,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는가

이또한 단순히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찝찝한 구석이 남아있었다.

선옹과 결전을 치루기전, 은신처에 남겨두었던 것을 누가 어떻게 처리했길래, 이 청년의 손에 들어가 익히기 되었는지 모든게 의문이었다.

이 모든 의문점에 대해 고심하고 고심하던 음양마는 한 가지 가설을 내세우게 되었다.

눈앞의 이 청년 또한 이재원처럼 어떤 알 수 없는 초월적인 존재에 의해 행운이 작용하는게 아닐까라는 가설을 말이다.

만약 자신의 가설이 맞다면, 눈앞의 청년은 이재원을 죽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될 것이다.

선우를 보는 음양마의 눈빛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저 찌질하고 개같은 새끼를 처죽여버릴 존재가 등장한 것이었다.

"......대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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