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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3화 (34/1,419)

〈 33화 〉 34.절체절명-2

음양마 이호선을 본 선우는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하였다.

분명 그는 설정상 선옹을 살해한 다음 이재원을 각성시킨 후 퇴장하는 전형적인 각성용 제물이 아니던가

그가 어찌하여 백화봉에 나타난단 말인가

그것도 옥령이 범해지기 직전에 말이다.

너무나도 뜬금없고 갑작스러운 등장에, 선우는 의뭉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눈깔 파주랴? 눈 깔아."

선우의 눈빛을 눈치챈 것인지 , 이호선은 눈을 부라리며, 거칠게 으르렁 거렸다.

의뭉스러운 시선을 보내던 선우는 급히 눈을 깔았다.

겉보기에는 왜소한 노인에 불과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가 범접할 수 없을정도의 기백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망할 영감탱이가!!!!!"

이재원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면상을 후려갈긴 이호선에 대한 분노가 차올랐기 때문이다.

천마대제를 물리친 이후 명실상부 천하제일인이라 불리운지 어언 20년이었다.

그 세월동안 누구도 그에게 감히 대적할 생각조차하지 못했것만, 이 노인만큼만은 달랐다.

음양마는 20년동안 자취를 감췄다고 전해지지만, 사실 그동안 끊임없이 이재원을 습격하였다.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리우는 이재원이었지만, 만날때마다 음양마의 무공은 더욱 진일보 한 상태였기에,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또한 불리하다 싶으면 미련없이 자리를 벗어났기 떄문에, 이재원으로서는 열불이 터질 수 밖에 없었다.

천하제일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이재원에게 음양마의 존재는 자존심에 상하게 만들기 충분한 존재인 것이다.

그런데 그 자존심을 긁어버린 당사자가 , 안면을 갈겨 꼴사납게 날려보냈으니, 화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재원은 주위로 흉흉한 기세가 피오르기 시작하였다.

"여전히 버릇 없는 아해구나, 쯔쯧"

음양마는 그런 이재원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방해하려고 온 것이냐!?"

"뭔 개소리야 그냥 지나가다 들린건데."

"웃기지마!, 네가 무슨 볼일로 백화봉 꼭대기를 지나간단 말이냐! 보나마나 뻔하지 내 동선을 파악하고 기다린것이렸다!"

"미친놈, 혹여 정신적 아픔이라도 있는게냐? 헛 소리를 자꾸하는구나."

"뭐야!?"

"예나 지금이나 네놈은 말이 많구나. 검이나 들거라, 못난 새끼야."

저 태도였다.

지금 자신을 가장 화나게 하는 것은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저 태도였다.

저 망할 노인네는 , 처음봤을 때부터 자신에 대한 무시로 일관하였다.

그 태도는 선옹의 무공을 온전히 흡수하여 현경에 오르고 난 이후에도

무림을 구한 대영웅이라며, 칭송을 받은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천하제일인이라 불리우는 자신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듯 구는 저 태도가 미치도록 짜증이 났다.

따돌림과 괴롭힘을 받던 중영고 이재원은 더 이상 없었지만, 저 노인네의 저런 태도를 볼때마다 과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누구하나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지 않고 무시로 일관하는 과거가 말이다.

미치도록 죽이고 싶었다.

이재원에게 농밀한 살심이 절로 피어오르고 , 기세가 더욱 강해졌다.

"이번에야 말로 꼭 죽여주마!"

"그러던가."

음양마는 이재원의 말을 심드렁히 받아쳤다.

그 말을 기점으로 반선이라고 불리우는 현경의 고수들 간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달려든 것은 이재원이었다.

이재원의 손은 맨 손에 이었지만 마치 검을 쥔 듯 손을 움켜잡고는 그대로 음양마에게 휘둘렀다.

"쯧."

그 모습을 본 음양마는 혀를 차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무형검(無形劍)을 다루는 이재원은 귀찮은 존재였다.

무형검(無形劍)은 심검(心劍)의 일종으로 심검이 극한에 이르면, 검이라는 매개체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상대를 베어낼 수 있는 경지이다.

형태가 없을 뿐더러, 방향의 제한도 없었기에 무척이나 까다로운 기술이었지만, 다행히 눈앞에 돌대가리는 활용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었기에 나름 여유롭게 피할 수 있었다.

이재원이 그의 스승인 선옹의 반이라도 따라갔더라면 상당히 난감했으리라

얼마나 거대한 힘이 담겨져 있었는지, 이재원이 무형검이 휘둘러질때마다, 공기 터져나가면서, 파공성이 울려퍼졌다.

음양마는 손날을, 세워 이재원의 무형검을 여유로이 맞받아치기 시작하였다.

형태는 보이지 않았으나, 무형검 또한 기의 집합체였다.

음양마는 기의 흐름을 인지하고, 무형검을 막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시이이이이발!!!"

이재원은 자신의 공격이 번번히 막히는 것이 분하였는지 더욱 거세게 무형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쯔쯧."

그 모습에 음양마는 혀를 찼다.

이토록 정신적으로 미숙한 자가 현경의 경지 올랐다는 사실에 한심함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재원과 싸울때마다 음양마는 의문에 들었다.

이재원은 현경에 이른 초극의 고수라고 불리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인간이었다.

무공만으로 반선이라 불리우는 현경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평생을 참선하며 수행해온 고승수준의 수양과 대종사 수준의 무공에 대한 깨달음이 있어야하것만, 이재원은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

정신적인 수양이 되어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공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활용성이 높은 것도 아니었다.

부족한 것 투성이인 이재원이었지만, 그는 현경에 올랐으며, 천하제일인이 되었다.

그렇기에 의문이 들었다.

이재원은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좀처럼 이길 수 가 없었기 떄문이다.

선옹을 죽였을 때도 지친 상태이긴하나, 갓 현경에 오른 이재원에게 패한 것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같은 현경의 경지라고는 하나 막 현경이 된 자와 자신은 극명히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원은 그 차이를 극복하고, 자신을 이긴 것이다.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고, 그 후에도 몇 번이고 이재원에게 덤벼들었지만, 이재원을 이길 수가 없었다.

처음 싸울떄는 무공적으로 우위에 서있는 것은 자신이였지만, 싸우다보면 이재원은 어느새 자신과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오는 것이다.

깨달음을 통해 강해졌다고 하기엔 너무 멍청하였고, 실전을 통해 강해진다고 하기엔 차츰차츰 단계적으로 강해지는 것이 아닌, 갑자기 강해진다.

마치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그가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처럼 말이다.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이재원이라는 존재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한 편 선우는 현경의 경지에 오른 두 절대자의 싸움을 관망하고 있었다.

볼때마다 전율이 일었으며, 공포에 젖어들었다.

과연 둘다 인간이 맞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손을 한 번 휘저을 때마다 땅이 갈라졌으며, 고막을 꿰뚫어버릴 듯한 파공성이 터져나왔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기운들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인외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기 충분한 광경이었다.

'정신차려라.'

그때 머릿속에 뜻이 떠올려졌다. .

'혜광심어!?'

무림에는 기의 파동에 소리를 담아 은밀하게 다른사람에게 전달하는 수법이 있었는데 이를 전음밀입이라고 하였다.

무척이나 세세한 기의 조절이 필요하기 때문에, 절정의 경지는 이뤄야 겨우겨우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고급 수법에 속하였다.

하지만 이 전음밀입도 단점이 있었으니, 시전자보다 높은 경지에 이른 이라면, 기의 파동을 비집고 들어가 소리를 엿듣는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어떤 누구도 엿듣지 못하도록 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그러한 발상에서 나온 것이 혜광심어였다.

혜광심어는 뜻을 마음에 직접 새겨 전달하는 수법이기에, 아무리 경지에 오른 무인이라 하더라도 엿들을 수가 없었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하였지만, 마음을 뜻을 새긴다는 것 자체가 , 마음가는대로 베어버리는 심검과 궤를 같이 했기 때문에,

소문으로만 내려오던 전설적인 수법이었다.

그런데 그 전설적인 수법인 혜광심어가 지금 선우의 마음속에서 새겨지고 있는것이다.

선우는 당황하여, 음양마를 쳐다보았다.

'아무말도 하지말고 듣기만 해라. 멀지 않은 곳에 백검문의 비처가 있다. 위치를 알려줄터이니, 저 아이를 데리고 그곳으로 가있거라.'

음양마는 천하제일인인 이재원과 대치를 하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혜광심어를 새기고 있었다.

'음양마가 제일 쎈거아니야?'

선우는 속으로 나름 신빙성있는 추측을 하며, 음양마가 새겨주는 혜광심어에 집중하였다.

'아까 혈도를 풀면서, 내력을 강제로 격발시켜놓았다. 빨리 가지 않으면, 온 몸에 힘이 빠져 기절할 것이니라.'

음양마의 말에 선우는 당황하였다.

왠지 힘이 넘친다하더니, 음양마가 손을 쓴 듯하였다.

솔직히 음양마에 대한 많은 의심이 들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마두이다.

그것도 살인과 강간을 밥먹듯이 하던 대마두.

그런 악당이 무슨 심경의 변화때문에, 자신을 도와주게 되었는지

옥령과 일면식이 없을 것이 분명한 그가, 어떻게 백화봉에 나타나게 되었는지

어째서 백검문의 비처에 대해 알고 있는지

그의 존재 자체는 모든 것이 개연성이 없고 의문투성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껄끄러움이 가득하였다.

그의 목적은 무엇인가

그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고 커져만 갔다.

하지만 이내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버렸다.

지금은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어차피 자신에게 선택지는 없지 않은가

그가 어떤 음흉한 속내를 감추있다고 한들, 이대로 이재원 손에 죽는 것보단 나았다.

직접 사승관계를 맺지는 않았지만 , 자신은 나름 음양조화신공을 계승한 제자가 아니던가

적어도 죽이지는 않으리라

선우는 발을 구르며, 재빨리 옥령에게 다가갔다.

옥령은 여전히 새근새근 잠들어있었다.

땀과 피에 젖어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었다.

'옥령, 무슨일이 있어도 지켜줄게.'

다짐을 마친 선우는 그녀를 등에 업고, 그대로 풍진보를 밟으며,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보내줄 것 같으냐!!!!"

그 모습을 본 이재원은 , 소리를 지르며, 무형검을 날렸다.

살기가 가득 차 있는 무형의 기운이 선우의 주변을 감싸며 압박하기 시작하였다.

'시발....좆됐다.!'

그때였다.

음양마가 손을 살짝 휘두르더니, 그를 감싸던 무형지기가 그대로 해소시켜버렸다.

"넌 나랑 놀아야지."

"방해하지마라, 이호선!!!!!!!!"

콰쾅

콰쾅

이재원은 다시 음양마에게 무형검을 날렸고, 음양마 또한 그에게 응수하기 시작하였다.

하늘이 울리고 땅이 갈라지는 싸움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선우는 두 절대자의 싸움을 뒤로 하고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려나갔다.

'휘말리면 뒤진다, 휘말리면 뒤진다!!!'

최대한 빨리 비처로 이동해야했다.

*********

"거기서!!!!! 장사아아아암!!!!!!!!"

시야에서 선우의 모습이 사라지자, 이재원은 비명을 질렀다.

잡아야했다.

과거 자신에 대해 알고 있던 저 녀석을 말이다.

저 녀석을 잡아서 정체가 무엇인지 물어봐야했다.

이 세상의 진실이 무엇인지 물어봐야했다.

그런데 모든 것을 눈앞의 늙은이가 전부 망쳐버렸다.

이재원의 기운이 더욱 증폭되었다.

12갑자에 이른 그의 내력이 외부로 유형화되어 분출되기 시작하였다.

"무슨 꿍꿍이지?"

이재원은 분노로 떼지지 않는 입을 , 겨우 떼며 말을 이었다.

"뭐,새끼야"

"왜 저 새끼들을 구해줬냐는 말이다!"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해줄수도 있지, 너는 어떻게 된 새끼가 인정이 없냐."

"하아, 지랄하고 있네."

음양마에 대답에 이재원은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설마 저 악귀와도 같은 대마두 입에서 인정이라는 말이 나올지는 상상도 못하였다.

왜소해보이는 노인처럼 보여도 그는 소싯적 시산혈해를 만들며 전 무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대마두 중에 대마두였다.

만약 선옹이 그를 패퇴시키지 않았더라면 무림인의 반절이상은 죽어나갔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인정이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이다.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이재원이 가지고 있는 12갑자의 내력이 무형지기가 발현되어, 거대한 위압감을 조성하였다.

마치 거대한 태산이 짓누르는 듯한 위압감에 땅이 꺼지기 시작하였다.

"하아 새끼, 후달리면 내력으로 찍어누르는 버릇은 여전하구나."

하지만 그런 위압감 속에서도 음양마는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일관하였다.

그리고 이내 음양마에게서 음양조화기가 넘실거리며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남자는 힘이 다가 아니야, 기술이지."

그 말을 끝으로 , 이재원의 무형지기와 음양마의 음양조화기가 맞부딪히기 시작하였다.

쿠콰아아아앙!!!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될 거대한 굉음들이 울려퍼지며, 백화봉 전역에 퍼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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